“그리고 앞으로 하 회장이 국내에서 투자를 확장해 나갈 테고……, 그렇게 되면 하씨 가문의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어. 하은철에서 하지환으로…….”민호일의 말을 듣고, 이하영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만약 하 회장의 파워가 점차 강해진다면……, 완전 초대박인데요. 내가 알기론 북미와 H국 시장 점유율을 1위한 기업은 지금까지는 없었는데…….”“맞아.” 민호일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서정과 가까이 지내야 해. 오늘 같은 일은…….”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앞으로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그런데…….”이서정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윤이서가 우리 예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그냥 두고만 볼 거예요?”“당신도 방금 얘기했잖아, 그년 남편이 이상언이라며?”민호일의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이상언과 하 회장은 절친이야.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깝다고. 그니까 좀 참자고, 괜한 노여움 사지 말자고. 나중에 하 회장의 북미와 국내의 시장을 다 점유하면, 그 때 우리가 당한 일들을 부풀려서 하 회장한테 얘기해보자고.”“만약 그때까지도 하회장이 이서정을 아낀다면, 우린 운이 좋은 거지. 이서정의 손을 빌어 복수할 수도 있을 테니. 만약…….”한참 동안 말을 아끼던 민호일은 노쇠하고 혼탁한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싫증이 났다면, 그때 가서 다른 방법 생각해 보는 거야.”이하영은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알랑거리며 남의 비위를 맞추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응, 알았어요. 이서정 씨는 걱정 말아요. 내가 잘 챙길 테니까.”……이서정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매니저의 전화를 받았다.매니저의 말투가 초조했다.[언니, 언니 혹시 하 회장님 기분 상하게 한 일 있어요?]매니저가 말을 꺼내자, 이서정은 괜히 밖에서 참았던 화를 매니저에게 퍼부었다.“내가 미쳤어? 뜨신 밥 먹고 할 일 없어서 남의 심기 건드리게?”매니저는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언니, 화내지 말아요. 근데 일이 좀 이상해요
지환은 결혼 후 유머가 많이 는 것 같았다.반면 전화 반대편에 있는 이서정은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매니저가 보낸 배역들을 보니 걱정이 태산이었다.매니저가 위로를 안겼다.[언니, 마음을 넓게 가져라. 적어도 연기를 향상시키라고 준 배역이잖아요. 누군가가 언니를 골탕먹이는 게 아니라…….]그러나 이서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만약 내가 정말 하회장 부인이라면, 이런 수모를 받았을까?’이까지 생각하니 그녀의 머릿속에 지환의 모습이 떠올랐다.지난 만남이 한 달 전이었지만 이서정은 지환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멋있고 카리스마가 넘쳤다.그녀의 걸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가슴 저 끝바닥에서부터 용솟음쳤다.‘난…… 남자를 잘 알아, 하지환 내가 널 꼭 내 남자로 만든다!’지환의 차가 별장에 도착했다. 별장 거실에 따뜻한 불빛이 환하게 비친 걸 보니, 이서가 집에 와있다.지환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서렸다.하지만 낮에 이서가 웨딩드레스 샵에서 당한 일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는 차에서 내려 넥타이를 풀어내렸다. 그러고는 음침한 표정을 거두고 집 문을 향해 큰 걸음으로 걸어갔다.문을 여는 순간, 구수한 밥 향기가 코 안 쪽을 너무 가슴속까지 푸근하게 미어 들어왔다. 지환의 눈가에 옅은 웃음이 어렸다.“여보, 나 왔어.”이서는 한창 상 차리는 중이었다. 지환의 목소리를 듣고는 뒤돌아보며 말했다.“왔어요?”“응, 웨딩드레스는 잘 골랐어?” 지환은 오늘 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물었다.이서는 의자를 당겨 지환을 앉혔다.“아직이요.”자리에 앉은 지환이 두 팔을 벌렸다.아직도 앞치마도 벗지 않은 이서는 어리둥절했다.“왜요?”“안아줘.” 지환의 표정은 달콤한 사탕을 달라고 보채는 해맑은 아이 같았지만 눈 밑에 쌓인 피로는 감추지 못했다.이서의 심장이 찌릿하며 왠지 모르게 아리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지환을 안았다.지환은 머리를 그녀의 배에 비비적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
이서는 지환을 진지하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그의 팔을 껴안았다. 그리고 그의 눈을 바라보고 말했다.“지환 씨, 회사 그만 두는 거…… 나를 위한 결정인가요? 아니면 자신을 위한 선택인가요?”지환은 입술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왜 그렇게 물어봐?”“나 때문이라면, 이렇게 충동적인 결정을 안 했으면 좋겠어요. 만약 자신을 위해서라면,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난 무조건 당신 편이에요.”지환의 눈동자가 흐려졌다.이 순간,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에게 아주 간단한 일이, 이서에게는 그녀의 인생을 좌우지하는 도박이라는 것을.그는 머리를 이서의 어깨에 가볍게 얹었다. 순간 애틋한 감정이 미친듯이 그의 온 가슴에 만연되어 심장 가득 메웠다.“망한대도?”“괜찮아요.”이서는 미소를 지으며 지환을 보았다.“그리고 난 당신 믿어요. 그렇게 어마 무시한 인물들과도 인맥 잘 다지고 있는 거 보면, 자기 반드시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지환은 이서의 눈동자 속에 비친 절대적인 믿음을 보며,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결국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자기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이서는 웃으며 일어섰다. “식사해요.”지환은 이서에게 젓가락을 건네고, 마음속의 파도가 용솟음치는 것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입을 열어 이서에게 물었다.“윤씨 그룹 일은 어떻게 되가?”“내일 회사에 다녀올 예정이에요.”“서우 쪽은?”“사직서는 이미 제출했는데, 사장님의 최종 결제가 떨어지지는 않았어요. 요즘 윤씨 그룹 일로 바빠서 회사에 제대로 출근도 못했거든요.”이서는 갑자기 다소 미안한 기색을 하며 말했다.“회사가 나한테 엄청 잘해줬는데, 이렇게 떠나려니 좀 미안하네요…… 사장님한테.”“사람은 누구나 성취욕이 있어. 더 큰 발전을 위해 가는 건데, 미안하고, 안 하고가 어딨어?”이서가 ‘응’ 하고 답했다.“윤씨 그룹 CEO가 되고 나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이서는 잠깐 멍했다가 곧 빙그레 웃었다.“내가 꼭 CEO가 될 거처럼 얘기하네요
굶주림을 한껏 채운 지환은 기분이 좋아졌다. 이서를 품에 안고 그녀의 손가락을 가지고 놀며, 그녀에게 사태를 분석해주며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조진명은 돈 씀씀이도 크고 돈에도 별로 욕심이 없지만, 그의 아버지는 달라. 자수성가한 사람이라 돈에 대한 감각은 남다를 거야.”“당신 얘기는, 그의 아버지를 찾아가 보라는 거죠?”“누구 마누라인지 참으로 똑똑해.” 지환은 이서의 붉은 입술에 뽀뽀했다.이서가 입술 꼬리를 올리며 지환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 지환은 좀 당황했다.“왜?”‘혹시 마각이 드러났나?’“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신 안목이 대단해요. 단번에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재주가 있어요. 그래서 당신이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회사를 차린다 하더라도 나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요.”긴장해서 꼿꼿하게 세웠던 지환의 등이 약간 풀었다. 그는 이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자기야, 자기가 나를 치켜 세우니, 부끄럽네.”이서는 믿지 않았다.밤이 소리 없이 지났다. 이튿날 아침, 이서가 집을 나서자, 지환은 휴대전화를 꺼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서 요즘 사설 탐정이랑 연락하나?”이천은 회사로 출근하는 길이었다. 지환의 얘기를 들으며 하품하면서 말했다.[네, 하지만 나중에는 연락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연락 안 한다고?” 지환은 실눈을 뜨며 낮고 진지한 말투로 이천에게 따져 물었다.“어젯밤에도 이서가 사설탐정과 연락하던데?”이천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네……?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뭐야? 내가 비서야, 네가 비서야? 누가 누굴한테 물어?”이천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죄송합니다. 바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이서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임현태에게 윤씨 그룹으로 가자고 얘기했다.윤씨 그룹은 그룹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상가건물 한 층만 빌려 운영 중인 그룹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그녀는 1층의 안내판에 따라 23층으로 향했다.회사에 오는 것 이번이 처음이
그녀 옆에 있던 장지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곧 입가에 조롱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쩐지 오늘 출근 안 했더라니, 새 직장 알아보고 있었나 보네.”어제 그녀는 무의식중에 김청용의 사무실에서 이서의 사직서를 보았다.이리 저리 찔러 보고서야 이서가 회사를 그만두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김청용이 이서에게 사직을 권유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서가 심각한 사안을 일으켜서 김청용이 그녀에게 사직서를 쓰게 한 것으로.그래서 이 점을 이용하여 이서를 코를 납작하게 만들 생각에 오늘 아침 일찍 회사로 달려갔다.그런데 이서가 휴가를 냈을 줄이야.그래서 먼저 윤수정을 찾아와 이 좋은 소식을 그녀에게 알렸다.그리고 방금 전 두 사람은, 장지완이 윤수정을 도와 이서가 저지른 ‘중대 과실’을 조사하고, 윤수정은 윤씨 그룹 CEO가 된 후 장지완이 서우의 디자인팀 팀장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협의했다.어쨌던 서우는 하은철 삼촌의 회사이니, 따라서 하은철도 디자인팀 팀장을 추천할 정도의 파워는 있다.지금 두 사람은 윤씨 그룹에 나타난 이서를 보자, 기분이 좋아졌다.이서는 입술을 치켜올렸다. 장지완과 윤수정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오묘한 말을 내뱉었다.“역시나…….”이서의 한 마디에 두 사람의 안색이 변했다.“너 무슨 뜻이야?” 장지완은 윤수정을 쳐다보았다. 윤수정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장지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이서에게 물었다.이서는 썩소를 날리고는 장지완을 무시하고, 윤수정에게 물었다.“나, 너랑 CEO 경쟁할 거야.”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갑자기 주위가 소리 하나 없이 고요해졌다.그리고 곧 조롱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세 사람은 배 끌어안고 웃었다. 심지어 윤아영은 눈물까지 흘렸다.“하하하, 너……네가 CEO 선출에 나간다고? 네가 뭘 믿고 수정 언니랑 경쟁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지금 하은철 대표도 수정언니 밀고 있거든. 그니까 꿈 깨고 집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장지완도 나오지도 않은 눈물
생각외로 이서는 아주 쉽게 조진명과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그를 만나고는 심하게 눈살을 찌푸렸다.유람선 안은 난장판이었다. 남녀가 부둥켜안고 거리낌 없이 찐한 스킨십을 하고 있었다. 백주대낮부터 이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차서 할 말을 잃었다.이서는 이런 눈꼴 사나운 광경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조진명을 만나러 갔다. 그는 여러 명의 여자 모델과 뒤섞여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기분이 한창 업 된 걸 보니 꽤 많이 취한 것 같았다.직원이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조 사장님, 윤이서 씨 왔습니다.”여러 번 말하고서야 조진명은 고개를 돌려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이서를 바라보았다.이서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술을 많이 마신 것 같다기 보다는 오히려…….그녀는 테이블을 바라보았다.테이블 위에는 작은 봉지가 몇 개 있었고, 봉지 안에는 흰 분말이 묻어 있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는 철렁 했으나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조 사장님, 윤씨 그룹에 대해 이야기 좀 나누러 왔습니다.”술냄새를 푹 풍기며 조진명이 다가와서는 손가락을 치켜들어 이서를 가리키며 말했다.“너…… 정말 예쁘게 생겼구나.”이서는 눈썹을 찌푸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조 사장님 저희 나중에 다시 얘기하시죠. 현재 상태로는 일 이야기하기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직원에게 말했다.“물 한 잔 주시겠어요?”직원은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을 가지러 갔다.이서는 몰래 휴대전화를 꺼내 조진명을 등지고 유람선의 상황을 녹화했다.조진명은 바로 그녀의 곁에 서서, 초롱초롱한 큰 두 눈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정신이 말짱한 것 같기도 했다.그러나 시뻘건 눈동자에 초점이 흐린 눈빛은 지나치게 흥분된 상태임을 설명한다.그녀는 입을 열었다. “조 사장님, 제가 무슨 말하는지 들려요?”조진명은 바보같이 웃으며 손을 뻗어 이서의 볼을 만지려 했다.“너무 예뻐.”이서는 혐오스러운 표정을 하며 다시 뒤로 물러섰다.
회사에서 회의 중이던 조용환은, 이서의 연락을 받고 즉시 만나기로 약속 잡았다.이서가 조씨 그룹에 도착했을 때, 조용환은 마침 회의를 마쳤다.“이서 양, 반갑네요.” 조용환은 이서를 데리고 사무실로 갔다. “오늘 어인 일로 우리 사무실까지 왔을까?”이서는 테이블 옆에 있는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별일은 아니고요. 윤씨 그룹이 이번 주총 때 신임 CEO를 선출할 예정입니다. 저는 조 회장님의 소중한 한 표를 받고 싶습니다.”말투가 담담한 것이 부탁을 하러 온 사람 같지 않았다.조용환은 멍하니 있다가 곧 하하 웃었다.“이서 양이 윤씨 그룹 CEO에 출마한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예전에 하은철 대표만 따라다니는 여자애가, 지금은 여왕이 되려나 봅니다.”그의 이 말은 풍자인지 조롱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이서는 눈을 똑바로 뜨고 조용환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치켜올렸다.조용환은 어색하게 기침을 했다.“허허, 윤씨 그룹의 CEO를 선출 건은 그룹 내부 일입니다. 난 윤씨 그룹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니 날 찾아와도 소용없어요.”“하지만 아드님은 주주 중 한 명입니다.”“그럼 그를 찾아가야지.”“찾아갔었죠.”그녀는 잠깐 멈칫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아요. 대표님께서도 아드님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 아닙니까? 조진명 사장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일 처리하는 사람입니다. 좋은 말로 하면 개성 있는 거고, 나쁜 말로 하면 시한폭탄인 셈이죠. 저는 시한폭탄과 이야기를 나눌 자신이 없습니다.”이서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자 조용환은 멋쩍었다.“그 녀석 일을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하기 어렵네만…….”이서도 빙빙 돌려 말하지 않았다.“제가 조사해 봤는데, 요 몇 년 동안 조진명 사장이 투자한 프로젝트는 거의 다 손실을 본 상태입니다. 대표님께서 회사를 물려주지 않은 이유도 혹시 물러나면 조씨 그룹이 이사회에 의해 분해될까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요? 대표님도 아드님이 실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비서는 긴장한 듯 물었다.“회장님, 윤이서 씨, 이게 무슨 뜻일까요?”조용환은 눈썹을 찌푸렸다. 그도 잘 모르는 눈치였다.그는 이전에 이서와 접촉한 적이 없었다. 이서에 대해서는, 남자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생각 없는 여자,하씨 집안의 손주 며느리로 하경철이 점 찍었지만, 자기 손으로 그 기회를 날려버린 멍청한 여자로만 알고 있었다.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윤수정의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르며 비서에게 손을 흔들었다.비서는 바로 물러났다.문이 닫히고, 윤수정의 전화도 연결되었다.“수정 씨, 역시 예상한 대로였어. 윤이서가 날 찾아왔지 뭐야?”윤수정은 네일을 하고 있었다. 조용환의 얘기를 듣고는 득의양양하게 입을 열었다.[어, 윤이서가 뭐라고 하던가요?]“반년 내에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우리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했네.”윤수정이 피식 웃었다.함께 간 친구들이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물었다.“왜, 뭔 좋은 일 있어?”윤수정은 웃었다.“아니, 아주 웃긴 농담을 들어서.”마침 네일도 다 말라서 그녀는 네입 샵 밖으로 나왔다.[왜요? 마음이 흔들리던가요?]그녀가 조용환에게 물었다.조용환은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확실히 흔들리긴 하더라. 다만 좀 아쉬웠어…….”[뭐가 아쉬워요?]“그럴 능력이 안 되는 게 안타까운 거지. 그림의 떡은 큰데, 자기 주제를 파악 못하고 분수를 알지 못하니…….”윤수정의 웃음이 온 얼굴에 퍼졌다.[아셔서 다행이네요. 조진명 사장이 내 편에 서준다면, 앞으로 하원철 대표에게 조씨 그룹의 좀 많이 도와주라고 얘기해 둘게요. 그때는 몇 백억의 수익이 아닐 겁니다.]“응, 응, 그러지.” 조용환이 승낙하였다. “그런데 수정 양이 날 도와줄 일이 하나 있네.”[말씀하세요.]“그게 말이야. 윤이서가 좀 전에 나한테 문자를 하나 보냈는데, 아들을 잘 단속하라고 하더라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말하는 사이에 조용환은 이미 이서의 문자를 윤수정에게 전송했다.윤수정은 대충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