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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굶주림을 한껏 채운 지환은 기분이 좋아졌다. 이서를 품에 안고 그녀의 손가락을 가지고 놀며, 그녀에게 사태를 분석해주며 해결책을 제시해주었다.

“조진명은 돈 씀씀이도 크고 돈에도 별로 욕심이 없지만, 그의 아버지는 달라. 자수성가한 사람이라 돈에 대한 감각은 남다를 거야.”

“당신 얘기는, 그의 아버지를 찾아가 보라는 거죠?”

“누구 마누라인지 참으로 똑똑해.”

지환은 이서의 붉은 입술에 뽀뽀했다.

이서가 입술 꼬리를 올리며 지환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지환은 좀 당황했다.

“왜?”

‘혹시 마각이 드러났나?’

“아무것도 아니에요. 당신 안목이 대단해요. 단번에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재주가 있어요. 그래서 당신이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회사를 차린다 하더라도 나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요.”

긴장해서 꼿꼿하게 세웠던 지환의 등이 약간 풀었다. 그는 이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자기야, 자기가 나를 치켜 세우니, 부끄럽네.”

이서는 믿지 않았다.

밤이 소리 없이 지났다. 이튿날 아침, 이서가 집을 나서자, 지환은 휴대전화를 꺼내 이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서 요즘 사설 탐정이랑 연락하나?”

이천은 회사로 출근하는 길이었다. 지환의 얘기를 들으며 하품하면서 말했다.

[네, 하지만 나중에는 연락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연락 안 한다고?”

지환은 실눈을 뜨며 낮고 진지한 말투로 이천에게 따져 물었다.

“어젯밤에도 이서가 사설탐정과 연락하던데?”

이천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네……?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뭐야? 내가 비서야, 네가 비서야? 누가 누굴한테 물어?”

이천은 등줄기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바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이서는 회사에 휴가를 내고, 임현태에게 윤씨 그룹으로 가자고 얘기했다.

윤씨 그룹은 그룹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상가건물 한 층만 빌려 운영 중인 그룹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는 1층의 안내판에 따라 23층으로 향했다.

회사에 오는 것 이번이 처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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