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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지환은 결혼 후 유머가 많이 는 것 같았다.

반면 전화 반대편에 있는 이서정은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매니저가 보낸 배역들을 보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매니저가 위로를 안겼다.

[언니, 마음을 넓게 가져라. 적어도 연기를 향상시키라고 준 배역이잖아요. 누군가가 언니를 골탕먹이는 게 아니라…….]

그러나 이서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정말 하회장 부인이라면, 이런 수모를 받았을까?’

이까지 생각하니 그녀의 머릿속에 지환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난 만남이 한 달 전이었지만 이서정은 지환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멋있고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녀의 걸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가슴 저 끝바닥에서부터 용솟음쳤다.

‘난…… 남자를 잘 알아, 하지환 내가 널 꼭 내 남자로 만든다!’

지환의 차가 별장에 도착했다.

별장 거실에 따뜻한 불빛이 환하게 비친 걸 보니, 이서가 집에 와있다.

지환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서렸다.

하지만 낮에 이서가 웨딩드레스 샵에서 당한 일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차에서 내려 넥타이를 풀어내렸다. 그러고는 음침한 표정을 거두고 집 문을 향해 큰 걸음으로 걸어갔다.

문을 여는 순간, 구수한 밥 향기가 코 안 쪽을 너무 가슴속까지 푸근하게 미어 들어왔다. 지환의 눈가에 옅은 웃음이 어렸다.

“여보, 나 왔어.”

이서는 한창 상 차리는 중이었다. 지환의 목소리를 듣고는 뒤돌아보며 말했다.

“왔어요?”

“응, 웨딩드레스는 잘 골랐어?”

지환은 오늘 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물었다.

이서는 의자를 당겨 지환을 앉혔다.

“아직이요.”

자리에 앉은 지환이 두 팔을 벌렸다.

아직도 앞치마도 벗지 않은 이서는 어리둥절했다.

“왜요?”

“안아줘.”

지환의 표정은 달콤한 사탕을 달라고 보채는 해맑은 아이 같았지만 눈 밑에 쌓인 피로는 감추지 못했다.

이서의 심장이 찌릿하며 왠지 모르게 아리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지환을 안았다.

지환은 머리를 그녀의 배에 비비적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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