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말했다.“임 선생님께서 드릴 말씀이 있다네요.”임현서는 이서의 주치의였다. 그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들은 하나가 곧바로 말했다.“네, 바로 나갈게요.” 하나는 곧 간호사의 뒤를 따라 임현서의 사무실로 향했다.두 사람이 떠나자마자, 병실 입구에는 우뚝 솟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그 그림자의 주인공은 문을 열고 병실 안의 이서에게 향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이서를 본 그가 마스크를 벗었다.만약 이서가 지금 눈을 뜰 수 있다면, 눈앞의 사람이 하은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눈을 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하은철이 이미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이서야, 내가 왔어.”그 목소리를 들은 이서는 밀려오는 역겨움을 느꼈다. 혼신을 다하여 쫓아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내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들을 수 있으니까 당장 꺼져!’“내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 좋은 소식을 알려주고 싶거든.” “아, 물론 너한테는 나쁜 소식일 거야.”여기까지 말한 하은철이 즐거운 웃음소리를 냈다.화가 난 이서는 그에게 주먹을 두 번 휘두르지 못하는 것을 한스럽게 여겼다.‘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어.’ 역시나 하은철이 입을 열었다.“네 남자, 즉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던 사람 말이야. 그 사람을 위해서 나를 포기하겠다고 했지? 그런데 어쩌나? 그 사람, 이미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하하하, 이 말이 들린다면, 화가 나서 나를 때리고 싶겠지? 하하하!”이서는 확실히 이렇게 생각했고,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한 하은철은 이서의 눈꺼풀을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이서야, 차라리 일어나서 나를 때려. 지금처럼 혼수상태인 건 내 마음이 너무 아파.” “예전에는 네가 내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혼수상태여도 좋겠다고 생각했어.”“하지만 하지환이 죽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어. 혼수상태인 네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아.” “차라
이때, 문을 밀고 들어온 하나가 이서의 몸에 엎드린 하은철을 보았다. 그녀는 화가 나서 병실 입구에 놓여있던 빗자루를 들고 그를 내려쳤다.“하은철, 이 변태 새X야! 지금 뭐 하는 짓이야?!” 하은철은 방금 이서에게 주먹을 맞아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하나에게 등을 얻어맞자, 노여움을 참지 못하고 하나가 들고 있는 빗자루를 빼앗아 그녀를 내려치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자신과 마찬가지로 분노가 극에 달한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하은철, 뭐 하는 짓이야?!” 이서가 허약한 몸을 이끌고 하나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그녀의 냉랭한 눈빛은 하은철을 응시하고 있었다.“왜, 전에는 내 신장을 가져가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내 친구를 괴롭히려는 거야?” 하은철은 멍해졌다. 하나는 모든 주의력을 이서가 깨어났다는 것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이서야, 깨어났구나! 정말 잘 됐어. 넌 모르겠지만...” 하은철의 차가운 목소리에 기쁨의 기색이 흘렀다.“벌써 전부 생각난 거야?”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 외에도 약간의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동안 그가 벌인 수많은 짓은 이서와 지환을 갈라놓기 위한 것이었다. ‘이서가 모든 걸 기억하다니!’ ‘내가 했던 모든 일이 웃음거리가 된 셈이잖아?’ “내가 기억하는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이서는 하은철이 자신의 볼에 남긴 입맞춤을 생각하자, 피부를 갈기갈기 벗겨 버리고 싶었다.“분명히 경고하는데,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당장 여기서 나가!!” 이 말을 들은 하은철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가 이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너... 다 생각났어? 전부 다 생각난 거야?” 그의 눈동자에 스친 끈질긴 집착을 본 이서가 하나를 감싸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고, 인상을 찌푸렸다.“하은철, 제발 적당히 좀 해. 여기는 병원이야! 네가 아무리 하씨 가문의 도련님이라 하더라도, 백주대낮에 사람을 죽인다
[이서 씨한테는 우선 치료부터 잘 받으라고 전해주세요. 지환이는 찾는 대로 병원으로 데리고 갈게요.] 하나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선생님도 아시잖아요, 두 사람은 고집불통이라고요.” “이서가 내 말을 들을 것 같아요?” 상언이 난감하다는 듯 탄식했다.[그래요, 그럼. 이서 씨를 데리고 오는 수밖에 없겠네요.] 잠시 망설이던 하나는 차마 자신도 가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사실, 그녀도 이서와 마찬가지로 상언을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었다. ‘이 말만 꺼내면 우리의 관계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사실...’‘에잇!’하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어떻게 됐어?”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이서가 물었다. 하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아, 이 선생님이 널 데리러 올 사람을 보내주시겠대. 그런데 이서야, 그분들이 오시기 전에 의사 선생님부터 만나 뵙고 검사를 받아보는 건 어떨까?” 조금 전, 의사가 하나를 불러 이서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녀는 그 의사가 하은철과 연관된 사람일 것이라 예상치도 못했다. 그저 하은철이 재주가 뛰어나서 병원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래.”이서도 지환이 걱정되었지만, 당장은 하나의 말을 순순히 듣고 검사받을 수밖에 없었다. 검사를 마친 후,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하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곧 상언이 보낸 차량이 도착했고, 그녀는 이서와 함께 차에 올랐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임현태였다. 하나도 차에 오르는 것을 본 그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하나 씨도 가시게요?”“네.”하나가 이서를 보며 말했다.“이서가 너무 걱정돼서 같이 가고 싶은데... 안될까요, 현태 씨?” 현태가 약간의 피로감이 서린 미소를 지었다.“제게 그럴 자격이나 있나요.” 차량은 곧 지환이 실종된 강으로 향했다.목적지가 가까워지자, 차 안의 분위기는 초반보다 긴장되고 불안
“윤이서 씨, 이곳의 지대는 아주 복잡합니다. 게다가 저희는 이곳에 처음 온 거라서 이곳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요. 우선 여기서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귀찮게 하지 않을게요.”이서가 그 사람들을 보고 말했다.“수색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힘도 더 생길 거예요. 이 선생님, 제발 부탁드릴게요.”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한 상언은 익숙한 감정이 솟구치는 듯하여 온몸을 떨었다.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아.’ 이서를 계속 말리려던 찰나,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선생님, 이서를 보내주세요.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되잖아요.” “하지만...”하나는 상언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형부가 실종된 상황에서는 이 선생님한테 이서를 돌볼 의무가 있는 거잖아요. 이서를 오로지 기다리게 하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니에요. 그리고 누군가를 보내서 지켜보게 하면 되잖아요. 그래도 걱정된다면 제가 같이 갈게요!” “...”상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이서가 현태를 불렀다.“현태 씨, 저랑 같이 가요.” 현태는 고개를 끄덕였다.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아직 가지 않은 구역을 수색하기로 했다.하나도 발걸음을 떼려던 찰나, 이서의 제지를 받았다. “이 선생님께서 네 의견을 존중해 주시는 이상, 너를 데려갈 수는 없어. 너를 데려가면... 이 선생님의 영혼도 데려가는 셈이니까.” 이 말을 마친 이서는 현태와 함께 모퉁이로 사라졌다,상언이 앞으로 나아가며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건 너무 위험하다고요!” 하나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이 선생님은 남편을 찾으려는 여자의 마음을 전혀 모를 거예요!” 상언이 마치 괴물을 보는 것처럼 하나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그녀의 안색이 약간 붉어졌다.“왜 그렇게 쳐다봐요?” 갑자기 다가온 상언이 하나의 볼에 입을 맞췄다.“하나 씨는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거예요?” 하나의 볼은 곧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대답하고 싶지 않아요. 저도 이만 형부를 찾으
“아직 많이 많이...”현태는 감격에 겨워 횡설수설했다.“대... 아니, 하 선생님이 이 소식을 들으면 아주 기뻐할 거예요!”‘하 대표님께서 가장 원하시던 거잖아!’ ‘윤 대표님은 하 대표님께서 본인을 위해 죽음까지 마다하지 않았다는 건 전혀 기억하지 못하셔. 심지어 대표님의 정체까지도...’ ‘모든 게 두 분이 연애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아.’‘유일하게 아쉬운 게 있다면, 지금은...’ “아가씨, 어서 하 선생님부터 찾읍시다!” ‘대표님이 이 소식을 알게 된다면, 좋아서 미쳐버리실지도 몰라!’ 이서는 현태를 한 번 보았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뚫어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좋아요, 얼른 지환 씨를 찾아서 제 앞에서 인내하고 참을 필요가 없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요!”현태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찾으면 찾을수록 더욱 신이 났다. 하지만 작은 수풀을 모두 뒤졌지만 지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서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구역을 계속해서 수색했다.날씨가 이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집합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는데, 밥을 먹으라는 신호였다. 현태가 말했다.“이서 아가씨, 식사부터 하고 계속 찾아보시죠.”“저는 밥을 먹고 싶지 않아요.이서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현태 씨는 가서 드세요.”“아가씨, 아가씨가 안 드시면, 저도 먹지 않을 겁니다.” “그건 안 돼요.”이서는 땅바닥을 주시하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제가 현태 씨를 괴롭혔다는 사실을 소희 씨가 알면, 저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 어서 식사하러 가세요. 저는 눈을 부릅뜨고 이 근처를 찾아볼게요. 뭔가 느낌이...” “이 근처에 지환 씨가 있을 것만 같아요. 제가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요.” 곰곰이 생각하던 현태가 말했다.“알겠습니다, 아가씨, 그럼 이 근처만 찾아보시고 멀리 가지는 마세요. 강가에는 절대 내려가지 마시고요.”강가는 전문 인력이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이서는 장비가 없었기 때문에 거센 물살에 휩
같은 시각.멀리서 이 장면을 본 하은철은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지환이 강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주경모에게 지환의 부하들을 추적하라고 지시했다. 하루 종일 사람을 찾지 못한 그는 이서에게 당하고 나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그녀를 보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더욱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이서가 강으로 빠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늘이 날 시험하는 건가?’ ‘하지환이 강에 빠진 걸 축하하자마자, 이서도 강에 빠지려 하다니...’ 그가 모든 것을 개의치 않고 돌진하려던 찰나, 눈앞의 상황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이서가 잡은 것은 단단한 나뭇가지가 아니라... 한 사람의 팔뚝이었다!그 사람이 지환이라는 것을 발견한 이서는 깜짝 놀랐다.그 순간, 풀숲에 숨어 있던 하은철의 얼굴은 유난히 창백해졌다. 이서는 급히 강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하반신은 이미 강에 잠겨 있었으며, 강물은 너무도 차가웠다.게다가 얼어붙은 것 같은 두 다리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현태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았다.밥을 먹으러 간 그는 적어도 십여 분이 걸려야 돌아올 수 있을 것이었다. ‘여기서 그렇게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게다가 지환 씨도 의식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를 구조하려 하잖아!’ ‘내가 강물에 휩쓸린다면, 발견될 때까지 시간이 지체되고 말 거야.‘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올라가야 해!’ 이서는 한 손으로 강가의 풀을 꽉 잡았다. 하지만 물가의 흙이 너무도 부드러웠기 때문에 풀을 잡자마자 뿌리째 뽑히고 말았다. 몸이 하마터면 또 기울어질 뻔했다.그녀는 두 손으로 지환을 팔을 꽉 잡고 혼신을 다해 외칠 수밖에 없었다.“현태 씨! 현태 씨...” 같은 시각. 현태는 도시락을 들고 이서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는 이서가 혼자 뜻밖의 사고를 당할까 봐 걱정이되었다. 이미 벌어진 일은 그 걱정이 옳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현태는 이서가 보이지 않
‘대... 대표님?!’흥분한 현태는 제자리에서 몇 번 발을 구르더니 재빨리 사람을 찾으러 달려갔다.풀밭에 누운 채 핏기가 없는 지환을 마주한 이서는 섣불리 응급처치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초조하게 구조대의 도착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상언이 의사를 데리고 달려왔다.의사는 즉시 응급처치를 실시했다.곁에 있던 이서는 불안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하나는 보자마자 달려와 그녀의 떨리는 몸을 껴안고 말했다.“걱정하지 마, 복이 있는 사람은 하늘이 돕는 법이야. 형부는 괜찮으실 거야!” 하나의 손을 가볍게 잡은 이서는 그제야 떨리는 몸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돌린 의사가 상언에게 말했다.“이 선생님, 폐에 많은 물이 고여서 폐수종이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당장 병원으로 이송해서 수술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어요!” 상언이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당장 병원을 알아보겠습니다!” 이 일대는 매우 외져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30분이 걸렸다. 이서가 걱정스럽다는 듯 지환을 바라보았다.상언은 급히 병원을 알아보았다.이곳에서는 지환의 상태를 안정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상언은 건장한 네 명의 어둠의 세력 조직원을 시켜서 들것에 태운 그를 산 아래로 옮기게 했다. 이서는 곧바로 그 사람들을 따라 하산하기 시작했다.다만, 그들은 모두 훈련받은 사람이었으며, 지환의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여자인 이서는 그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서 몇 번이고 크게 넘어질 뻔했다.다행히도, 그녀의 뒤에 있던 현태가 부축해 주었다. “아가씨, 조급해 하지 마세요. 저 사람들은 하 선생님을 잘 돌볼 거예요.”“알아요.” 이서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하지만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요.”지환을 한순간도 볼 수 없다면, 이서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어느새 신발까지 잃어버린 이서를 본 현태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가씨, 저한테 업히
의사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두 사람이 물어보려던 찰나, 구급차 문에 나타난 현태가 말했다.“네 바퀴가 고의로 파손돼서 차에 시동을 걸 수가 없어요.”이서의 안색이 아주 어두워졌다.“다른 차량은 없는 거예요?”“다른 차량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이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다른 차를 부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빨라도 30분은 걸릴 거예요!” “그건 안 됩니다.”의사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환자는 반드시 30분 이내에 수술받아야 해요. 30분 이내에 수술받지 못한다면 생명과 안전에 큰 문제가 생길 겁니다.” 이서의 안색이 창백해졌다.“하지만...” 들것에 누운 지환을 바라보던 그녀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현태에게 물었다.“현태 씨, 이 선생님은 지금 어디에 계세요?” “저희 뒤를 따라오고 계셨어요. 곧 내려오실 겁니다.” “이 선생님이... M국의 유명한 천재 의사라고 하셨죠? 하은철이 제 신장을 원했을 때도 이 선생님께 수술을 부탁했었거든요. 이 선생님께 이런 수술은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 이서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아가씨, 이 선생님이 오셨어요!” 이서는 발 부상에도 불구하고 구급차에서 뛰어내렸고, 상언의 손을 덥석 잡고 말했다.“이 선생님, 수술... 할 수 있으시죠?” 멍하니 있던 상언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하지만...” “하지만이라는 건 없어요. 구급차가 훼손됐단 말이에요! 이건 분명 누군가가 고의로 한 짓이라고요. 다른 구급차를 부른다고 해도, 족히 30분은 걸릴 거예요. 그 차가 30분 안에 온다고 장담할 수 있으세요?” “게다가 적은 숨어 있고 우리는 드러난 상황이잖아요. 적이 무슨 행동을 벌일지 모른단 말이에요. 이제 저희가 믿을 곳은 이 선생님뿐이에요!” 상언이 이서를 보며 말했다.“제가 수술하는 건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여긴 환경이 너무 열악해요. 수술 후에 감염이 생길까 봐서 걱정이에요.”이서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아직도 그런 걱정할 겨를이 있다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