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도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찾아왔다.전반적인 과정은 성연과 관계가 없었다. 증인이 된 성연은 경찰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그래서 무진이 와서 바로 성연을 데려갈 수 있었다.송종철과 임수정의 심문실을 지날 때 성연의 뒷모습을 본 두 사람은 성연에게 이를 갈았다. 성연을 뼈를 뽑고 껍질을 벗기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그들의 아이디어가 이렇게 성연에 의해 망가졌다.경찰서까지 오게 하다니 정말 재수가 없었다.무진이 경찰서 입구에 나와서야 물었다.“괜찮아?”성연은 어깨를 으쓱했다.“괜찮아요.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요?”그녀의 설명을 듣고 있던 무진의 안색이 아직도 좋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은 그의 안색이 좀 이상해 보였다.“무진 씨, 화난 거 아니죠?” 성연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약간 이해가 안되는 표정으로 물었다.“화 안 났어.” 무진이 잠긴 음성으로 말했다.“화도 안 났다면서 표정이 왜 그래요? 이번에 내가 잘못한 건 없잖아요?” 성연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녀는 나름 분별력을 가지고 있었다.“임수정과 송종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돈에 눈이 먼 인간들이야. 저들과 만나기 전에 먼저 나한테 전화했어야 했어. 만약 저들이 당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면 어쩌려고 그랬어?”무진의 눈에는 걱정하는 마음이 깊이 담겨 있었다.성연은 그가 경찰서의 전화를 받고 얼마나 마음이 조급했을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심지어 중요한 회의까지 미루고 급히 달려온 참이었다.성연은 그저 불퉁거리기만 했다.“겨우 저 두 사람이 날 어떻게 할 수 있다고요?”그녀의 말에 무진의 표정이 더 나빠졌다.성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 남자를 달래러 했다.“알았어요,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꼭 기억해서 미리 전화할게요. 화내지 마요.”성연이 무진의 소매를 잡고 애교를 부렸다.어린 계집애가 먼저 수긍하고 애교를 부리자, 무진이 차마 더 이상 나무랄 수 없었다.성연의 이마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돌아온 성연은 무진에게 이 일을 말했다.방금 경찰서 입구에서 이런 말을 하기는 불편한데다가 무진이 화가 나 있어서 입을 열기가 더 어려웠다.무진의 화가 거의 가라앉은 것을 보고 성연은 비로소 말을 했다.무진이 물었다.“너는 마지막에 강진성이 곤경에 빠질 것을 진작 예상했어?”성연도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확실히 이렇게 생각한다.강상규는 졸렬한 수단을 사용해서 하마터면 무진을 죽을 뻔했다.그러니 강진성이 피를 좀 흘리게 해야 한다고.강상규도 화가 많이 난 것을 보고 그녀는 안심했다.그리고 지금 이 일이 생김으로써 송씨 집안과 강상규 쪽도 철저히 틀어진 셈이다.강상규는 송씨 집안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가지게 됐으니, 앞으로 송아연이 강씨 집안에 들어오는 일은 더욱 불가능할 것이다.성연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이 일들을 모두 똑똑히 생각했다.한꺼번에 그들 모두를 계산에 다 넣었다.성연은 원래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수정과 송종철이 자신을 찾아와 일부러 이런 말을 하며 구역질나게 하지만 않았어도.그녀도 어쩔 수 없이 강요당했잖아?무진이 한숨을 쉬었다. 성연이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게 싫었다.이 일로 강상규의 사소한 원한은 갚은 셈이지만, 저쪽에서는 틀림없이 원한을 품고 이 일을 성연에게 계산하려 할 것이다.그러나 일이 이미 발생했고 성연이 이 일을 건드렸다.무진은 어떻게든 성연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이다.“나를 위해 복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다음에는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네가 이런 일에 연루되는 게 싫어. 알겠어?” 강씨 집안의 은원은 정말이지 너무 깊었다.강상철, 강상규 쪽은 늘 암수를 썼다.무진은 성연만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는 성연이 다칠까 봐 두려웠다.“나는 무진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성연이 발끝을 노려보았다.“나는 네가 똑똑하고 그들도 두려워하지 않는 걸 알아. 그러나 내가 두려워. 만약 너한테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해? 응?” 무진이
강상규는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중에 어쨌든 그 계집애에게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화가 나서 고택에 가서 이 일을 안금여에게 알렸다.“형수님, 어떻게 제가 이렇게 벙어리 냉가슴 앓는 소리를 해야만 하나요? 진성이도 손자인데 아직 경찰서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요. 성연이가 꾸민 짓이에요. 일부러 그랬습니다.” 강상규는 앉지도 못한 채 서서 말하며 몸을 떨었다. 얼굴도 시퍼렇게 변한 걸 보니 화가 엄청 많이 난 모양이다.“서방님, 이 일은 성연이를 부르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성연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어?” 안금여는 성연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이때 무진과 성연이 이미 현관문을 넘어 들어왔다.“할머니, 부르지 마세요. 저 이미 왔어요.” 성연의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렸다.강상규가 고개를 돌려 성연을 보니 더욱 화를 참을 수 없었다.“네가 고의로 그 일을 폭로한 것이 아니냐? 너는 도대체 무슨 속셈이냐? 형수님이 너를 감싸고 있다고 마음대로 하는 거야? 오늘 네가 나에게 실토를 하지 않으면 내가 오늘 너랑 끝장을 볼 테다.” 강상규는 화가 났는지 거의 말을 가리지 않았다.이전에 그는 성연을 싫어했지만 성연 앞에서 독설을 한 적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성연은 마음속으로 그녀가 설사 고의적이라 하더라도 강상규는 그녀를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만약 그들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성연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바로 반박했다.“셋째 할아버님, 말씀이 옳지 않아요. 할아버님은 손자를 잘 가르치지 못하셨잖아요? 일을 잘못한 게 먼저인데 또 책임도 지려 하지 않았어요. 제 아버지와 계모도 나에게 방법을 생각해내라고 강요하는데, 내가 왜 경찰에 신고할 수 없습니까? 저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강상규는 성연을 노려보았고, 성연도 이에 질세라 노려보았다.강상규는 그녀에게 말문이 막히자 더 화가 나
안금여는 성연을 단단히 감싸며 질책조차 하지 않았다.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화가 났었던 강상규는 지금 고택에 와서 더 화가 났다.고택을 떠난 그는 인맥을 동원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며 손자를 꺼내려 안간 힘을 썼다.이 일이 이렇게 된 까닭은 강진성의 잘못만은 아니었다.강상규 쪽 셋째 일가의 체면도 있었다.만약 그가 한 사람도 건지지 못한다면 그건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그는 부하들에게 방법을 강구하라고 통지했다. 반드시 손자 강진성을 최대한 빨리 경찰서에서 빼내야 한다.오래 있을수록 자기 집안은 창피를 당할 수밖에 없다.이와 동시 늦은 밤, 강상규는 경호원을 송씨 집안으로 보냈다.송씨 세 식구는 웃으며 20억을 어떻게 쓸지 얘기하고 있었다.송아연은 차 한 대를 갖고 싶어 했다. 오래전부터.그러나 송종철은 지금이 고비라고 생각했다.만약 이 돈으로 차를 산다면, 너무 낭비하게 된다.임수정은 오히려 불만스러워했다.“이 돈은 우리 딸이 얻은 것인데, 차 한 대 사주는 것이 어때서?”만약 아연이 차를 사서 몰고 나가면 엄마인 자신의 체면도 설 것이다.송종철은 지금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다.세 사람이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임수정은 무방비 상태로 문을 열었다.거실에 경호원 여러 명이 침입하는 것을 보았다.임수정은 모두 놀라서 몇 걸음 물러섰다.“당신, 당신들 도대체 뭐야?”송종철도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검은 옷차림의 남자들의 리더 같아 보이는 사람이 송씨 일가족을 힐끗 본 후에 냉소를 지었다.“강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배상하면 그만이랍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돈을 받고 합의까지 한 이상 아이는 절대 그냥 둘 수 없답니다. 당신들이 알아서 가지 않는 다면 강 사장님이 당신들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려 주실 수밖에.”말하면서 손을 흔들자 경호원 몇 명이 앞으로 나와 아연을 끌고 갔다.아연이 즉시 비명을 질렀다
송아연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수술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강상규는 사전에 병원부터 모든 것을 안배해 두었다.어찌나 준비가 잘 되었든지 눈깜짝할 사이에 수술을 마친 아연이 회복실로 들어왔다.아랫배에서 미세한 진통만 느껴지자 아연은 비로소 아이가 완전히 없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그 동안 송종철은 여기저기 알아보며 사정을 한 뒤에야 딸 아연이 있는 병원을 알고 황급히 달려왔다.송종철과 임수정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수술은 이미 끝나 있었다.창백한 모습의 아연을 본 임수정이 눈물을 흘렸다.“아연아, 흑흑, 불쌍한 내 딸.”아연의 얼굴은 핏기라고는 전혀 없이 푸른 빛이 돌 정도로 창백했다.옆에서 울부짖는 엄마 임수정을 보며 송아연은 입술을 짓씹었다가 이를 갈며 말했다.“모두 성연 때문이야. 성연이 다 까발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거야?”‘성연, 내가 잘 되는 꼴을 못 보지?’‘분명 내가 강씨 집안에 시집 가면 집안의 관심과 애정을 빼앗길까 그런 거야.’‘그런 이유로 이런 계략을 쓴 게 분명해.’정말 감쪽같이 속였다.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라 아무것도 모르는 성연이니, 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했었더니.그러나 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성연이 양의 탈을 쓴 여우라는 걸.성연과 부딪힐 때마다 재수가 없었다.화가 난 임수정의 얼굴에도 분노가 가득했다.“강씨 집안, 정말 너무 심한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강씨 집안의 혈육인데, 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나올 수가 있어?”‘우리가 돈 좀 받는 게 뭐 어떻다고?’‘어찌 되었든 아연이 강씨 집안 자손의 아이를 가졌는데, 아이를 봐서라도 사정을 봐 줄 수도 있지 않는가 말이야.’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 강씨 집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원래는 계획에 없었던 아이였다.두 사람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초조해진 송종철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그만해, 그런 방법으로 강씨 집안에 시집가려면 게 결국 실수였어. 이제 아이도 없으니 그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마.”그들 세 사람 중 송
무진은 계속 사람을 시켜 강상규 쪽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래서 다음날 무진과 성연도 아연의 일을 알게 되었다.사실 성연은 듣고서도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일말의 동정심도 들지 않았다.결국에는 이 모든 게 송씨 집안의 업보인 것이다.임수정이 제안을 했을 때 송아연도 거절하지 않았으니.저 가족은 그야말로 미쳤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정도로.결론적으로 송아연은 본인의 허영심으로 그녀 자신을 해친 셈이다.‘하지만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이람.’‘심은 대로 거두는 거지.’송씨 일가는 자신들의 욕심으로 쓴맛을 본 것일 뿐이다.그러나 이번 일로 강상규가 얼마나 잔혹한 인간인지 알 수 있었다.이런 악랄한 서슴지 않을 수 있는 확실한 악당.어찌 되었든 자신의 증손자임에도 불구하고 손자 며느리로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인정 사정없이 강제로 낙태를 시켜 버리다니.이 소식을 들은 성연이 침묵에 잠기자, 무진은 그녀가 송씨 집안의 처지에 마음이 쓰이는 줄 알았다.그래서 성연의 머리카락을 아래위로 쓸면서 말했다.“성연이 네가 마음 쓸 가치도 없는 가족이야. 애초에 송아연이 강진성을 유혹한 것도 임수정이 부추긴 거고. 그때 이렇게 되리라는 걸 생각했어야지. 그런데 수술까지 시키다니, 셋째 할어버지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어. 어쩌면 오히려 잘 된 거야. 할아버지도 강진성도 모두 송아연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마당에 그 집에 가면 하루도 잘 못 지낼 게 뻔해.”그러나 송씨 일가는 이런 부분은 아예 하지 않았다.저들이 염두에 두는 건 오로지 강씨 집안의 돈과 권세일 뿐.하지만 그런 것들을 어디 그렇게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정말 허황된 생각.송아연도 바보인 게, 이쯤 되자 명백한 사실도 분간이 안되는 모양이다.성연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무진 씨는 내가 저 가족들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해요? 너무 나는 그저 셋째 할아버지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에요. 사람이 어쩜 그리 잔인한지. 앞으로 상대하려면
아연은 수술한 병원에서 이틀째 입원 중이다.강상규 측에서 준비한 넓은 병실은 지내기에 꽤나 좋은 편이다.다만 요 며칠 엄마 임수정 혼자 아연을 돌보고 있을 뿐, 드나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강상규는 아예 병실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다.강씨 집안의 냉혈함을 체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오후가 되자 담당의사가 와서 이제 집에 돌아가 몸 조리해도 된다고 말했다.하지만 낙태했을 때도 산후 조리를 하듯이 똑같이 조심해야 한다.집으로 돌아가서 약해진 몸을 잘 돌봐야 했다.초췌한 안색의 아연을 보자 임수정은 마음이 아파왔다.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은 후, 임수정이 웃으며 아연에게 말했다.“아연아, 의사 선생님 말 들었지? 우리 이제 집에 가도 된대. 집에 가서 엄마가 맛있는 거 해 줄게.”“엄마, 진성 씨 할아버지가 저 보러 왔었나요? 진성 씨는 저에 대해서 물어본 적 없어요?”아연이 이불자락을 꼭 끌어 쥐었다.그녀는 아직도 강씨 집안 사람들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었다.임수정은 속으로 자신의 딸이 여전히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을 했다.자기 가족이 강진성을 저 지경으로 만든 상황에, 강상규가 이 정도 병원을 잡아 준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아연을 보러 올 리는 없지.’어쩌면 저들은 지금 아연을 뼈에 사무치게 원망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임수정은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아연을 생각해서 달래듯이 말했다.“강진성은 아직 감옥에 있어. 손자 빼내려 바쁜 강상규 사장이 널 보러 올 시간이 어디 있겠니? 몸 조리 끝난 다음에 강진성을 찾아가도 늦지 않아.”확실히 아연의 감정을 고려해서 건넨 말이다.지금 강상규 측과 이미 사이가 틀어져버린 그들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그러나 차마 자신의 딸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줄 수는 없어 그저 위로의 말을 할 수밖에.“알았어, 엄마.” 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해 보니 확실히 엄마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진성 씨가 날 따분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여. 몸이 회복된 후에 다시 진성 씨와의 감정을 키우
강상규가 온갖 인맥을 동원해서 애쓴 끝에 강진성은 보석으로 구치소에서 나왔다.며칠 동안 경찰서에서 고생해서 그런지 몹시 초췌한 모습이다.강진성이 막 옷을 갈아입었을 때, 할아버지 강상규가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그를 불렀다.경찰서에서 여러 날 고생했던 강진성은 그저 푹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좀 쉬었다가 기분 전환하러 갈 생각이었다.그러나 어쨌든 할아버지가 구치소에서 자신을 꺼내 주셨다.자신들 강씨 집안 셋째 일가에서 할아버지 강상규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그래서 아무리 생각이 없는 강진성이라도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할아버지 댁에 도착한 강진성은 바로 서재로 향했다.강상규는 그곳에서 강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할아버지.” 강진성이 공손한 음성으로 강상규를 불렀다.고개를 돌려 강진성을 쳐다본 강상규는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그보다 무기력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자신의 일가를 위해 쓸모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전력을 다했건만, 어찌하여 자신의 손자 강진성은 이처럼 싹이 노란 건지.클럽에서 여자들과 어울려 놀 생각이나 하고 사업이나 제대로 된 일에는 아무 생각도 없으니.할아버지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강진성은 겁이 나며 명치도 같이 조여 들기 시작했다.조심스럽게 할아버지를 불러보았다. “할아버지…….”그때서야 생각을 멈춘 강상규가 손자를 노려보았다.“나왔으니 이제 얌전히 좀 굴어라, 사고 치지 말고. 한 번은 운 좋게 건질 수 있었지만, 두 번 다시 그런 행운은 없어.”“네, 할아버지.” 강진성은 얼른 대답했다.경찰서에서의 생활은 할아버지가 말하지 않아도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함부로 소란을 피울 용기도 없었다.“그리고, 자신을 잘 단속해. 적어도 송씨 집안의 딸은 아니야. 우리 강씨 집안에 전혀 맞지 않다. 또 너에게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 그런 여자를 데려와서 어디 써먹을 데가 있다고?” 강상규가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강진성 스스로 벌써부터 받아들인 사항이었다. 아내는 반드시 격이 맞는 집안 출신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