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금여는 성연을 단단히 감싸며 질책조차 하지 않았다.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화가 났었던 강상규는 지금 고택에 와서 더 화가 났다.고택을 떠난 그는 인맥을 동원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며 손자를 꺼내려 안간 힘을 썼다.이 일이 이렇게 된 까닭은 강진성의 잘못만은 아니었다.강상규 쪽 셋째 일가의 체면도 있었다.만약 그가 한 사람도 건지지 못한다면 그건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그는 부하들에게 방법을 강구하라고 통지했다. 반드시 손자 강진성을 최대한 빨리 경찰서에서 빼내야 한다.오래 있을수록 자기 집안은 창피를 당할 수밖에 없다.이와 동시 늦은 밤, 강상규는 경호원을 송씨 집안으로 보냈다.송씨 세 식구는 웃으며 20억을 어떻게 쓸지 얘기하고 있었다.송아연은 차 한 대를 갖고 싶어 했다. 오래전부터.그러나 송종철은 지금이 고비라고 생각했다.만약 이 돈으로 차를 산다면, 너무 낭비하게 된다.임수정은 오히려 불만스러워했다.“이 돈은 우리 딸이 얻은 것인데, 차 한 대 사주는 것이 어때서?”만약 아연이 차를 사서 몰고 나가면 엄마인 자신의 체면도 설 것이다.송종철은 지금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다.세 사람이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임수정은 무방비 상태로 문을 열었다.거실에 경호원 여러 명이 침입하는 것을 보았다.임수정은 모두 놀라서 몇 걸음 물러섰다.“당신, 당신들 도대체 뭐야?”송종철도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검은 옷차림의 남자들의 리더 같아 보이는 사람이 송씨 일가족을 힐끗 본 후에 냉소를 지었다.“강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배상하면 그만이랍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돈을 받고 합의까지 한 이상 아이는 절대 그냥 둘 수 없답니다. 당신들이 알아서 가지 않는 다면 강 사장님이 당신들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려 주실 수밖에.”말하면서 손을 흔들자 경호원 몇 명이 앞으로 나와 아연을 끌고 갔다.아연이 즉시 비명을 질렀다
송아연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수술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강상규는 사전에 병원부터 모든 것을 안배해 두었다.어찌나 준비가 잘 되었든지 눈깜짝할 사이에 수술을 마친 아연이 회복실로 들어왔다.아랫배에서 미세한 진통만 느껴지자 아연은 비로소 아이가 완전히 없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그 동안 송종철은 여기저기 알아보며 사정을 한 뒤에야 딸 아연이 있는 병원을 알고 황급히 달려왔다.송종철과 임수정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수술은 이미 끝나 있었다.창백한 모습의 아연을 본 임수정이 눈물을 흘렸다.“아연아, 흑흑, 불쌍한 내 딸.”아연의 얼굴은 핏기라고는 전혀 없이 푸른 빛이 돌 정도로 창백했다.옆에서 울부짖는 엄마 임수정을 보며 송아연은 입술을 짓씹었다가 이를 갈며 말했다.“모두 성연 때문이야. 성연이 다 까발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거야?”‘성연, 내가 잘 되는 꼴을 못 보지?’‘분명 내가 강씨 집안에 시집 가면 집안의 관심과 애정을 빼앗길까 그런 거야.’‘그런 이유로 이런 계략을 쓴 게 분명해.’정말 감쪽같이 속였다.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라 아무것도 모르는 성연이니, 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했었더니.그러나 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성연이 양의 탈을 쓴 여우라는 걸.성연과 부딪힐 때마다 재수가 없었다.화가 난 임수정의 얼굴에도 분노가 가득했다.“강씨 집안, 정말 너무 심한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강씨 집안의 혈육인데, 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나올 수가 있어?”‘우리가 돈 좀 받는 게 뭐 어떻다고?’‘어찌 되었든 아연이 강씨 집안 자손의 아이를 가졌는데, 아이를 봐서라도 사정을 봐 줄 수도 있지 않는가 말이야.’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 강씨 집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원래는 계획에 없었던 아이였다.두 사람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초조해진 송종철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그만해, 그런 방법으로 강씨 집안에 시집가려면 게 결국 실수였어. 이제 아이도 없으니 그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마.”그들 세 사람 중 송
무진은 계속 사람을 시켜 강상규 쪽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래서 다음날 무진과 성연도 아연의 일을 알게 되었다.사실 성연은 듣고서도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일말의 동정심도 들지 않았다.결국에는 이 모든 게 송씨 집안의 업보인 것이다.임수정이 제안을 했을 때 송아연도 거절하지 않았으니.저 가족은 그야말로 미쳤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정도로.결론적으로 송아연은 본인의 허영심으로 그녀 자신을 해친 셈이다.‘하지만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이람.’‘심은 대로 거두는 거지.’송씨 일가는 자신들의 욕심으로 쓴맛을 본 것일 뿐이다.그러나 이번 일로 강상규가 얼마나 잔혹한 인간인지 알 수 있었다.이런 악랄한 서슴지 않을 수 있는 확실한 악당.어찌 되었든 자신의 증손자임에도 불구하고 손자 며느리로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인정 사정없이 강제로 낙태를 시켜 버리다니.이 소식을 들은 성연이 침묵에 잠기자, 무진은 그녀가 송씨 집안의 처지에 마음이 쓰이는 줄 알았다.그래서 성연의 머리카락을 아래위로 쓸면서 말했다.“성연이 네가 마음 쓸 가치도 없는 가족이야. 애초에 송아연이 강진성을 유혹한 것도 임수정이 부추긴 거고. 그때 이렇게 되리라는 걸 생각했어야지. 그런데 수술까지 시키다니, 셋째 할어버지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어. 어쩌면 오히려 잘 된 거야. 할아버지도 강진성도 모두 송아연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마당에 그 집에 가면 하루도 잘 못 지낼 게 뻔해.”그러나 송씨 일가는 이런 부분은 아예 하지 않았다.저들이 염두에 두는 건 오로지 강씨 집안의 돈과 권세일 뿐.하지만 그런 것들을 어디 그렇게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정말 허황된 생각.송아연도 바보인 게, 이쯤 되자 명백한 사실도 분간이 안되는 모양이다.성연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무진 씨는 내가 저 가족들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해요? 너무 나는 그저 셋째 할아버지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에요. 사람이 어쩜 그리 잔인한지. 앞으로 상대하려면
아연은 수술한 병원에서 이틀째 입원 중이다.강상규 측에서 준비한 넓은 병실은 지내기에 꽤나 좋은 편이다.다만 요 며칠 엄마 임수정 혼자 아연을 돌보고 있을 뿐, 드나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강상규는 아예 병실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았다.강씨 집안의 냉혈함을 체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오후가 되자 담당의사가 와서 이제 집에 돌아가 몸 조리해도 된다고 말했다.하지만 낙태했을 때도 산후 조리를 하듯이 똑같이 조심해야 한다.집으로 돌아가서 약해진 몸을 잘 돌봐야 했다.초췌한 안색의 아연을 보자 임수정은 마음이 아파왔다.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은 후, 임수정이 웃으며 아연에게 말했다.“아연아, 의사 선생님 말 들었지? 우리 이제 집에 가도 된대. 집에 가서 엄마가 맛있는 거 해 줄게.”“엄마, 진성 씨 할아버지가 저 보러 왔었나요? 진성 씨는 저에 대해서 물어본 적 없어요?”아연이 이불자락을 꼭 끌어 쥐었다.그녀는 아직도 강씨 집안 사람들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었다.임수정은 속으로 자신의 딸이 여전히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을 했다.자기 가족이 강진성을 저 지경으로 만든 상황에, 강상규가 이 정도 병원을 잡아 준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아연을 보러 올 리는 없지.’어쩌면 저들은 지금 아연을 뼈에 사무치게 원망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임수정은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아연을 생각해서 달래듯이 말했다.“강진성은 아직 감옥에 있어. 손자 빼내려 바쁜 강상규 사장이 널 보러 올 시간이 어디 있겠니? 몸 조리 끝난 다음에 강진성을 찾아가도 늦지 않아.”확실히 아연의 감정을 고려해서 건넨 말이다.지금 강상규 측과 이미 사이가 틀어져버린 그들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그러나 차마 자신의 딸에게 더 이상의 상처를 줄 수는 없어 그저 위로의 말을 할 수밖에.“알았어, 엄마.” 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해 보니 확실히 엄마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진성 씨가 날 따분해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여. 몸이 회복된 후에 다시 진성 씨와의 감정을 키우
강상규가 온갖 인맥을 동원해서 애쓴 끝에 강진성은 보석으로 구치소에서 나왔다.며칠 동안 경찰서에서 고생해서 그런지 몹시 초췌한 모습이다.강진성이 막 옷을 갈아입었을 때, 할아버지 강상규가 자신의 집으로 오라고 그를 불렀다.경찰서에서 여러 날 고생했던 강진성은 그저 푹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좀 쉬었다가 기분 전환하러 갈 생각이었다.그러나 어쨌든 할아버지가 구치소에서 자신을 꺼내 주셨다.자신들 강씨 집안 셋째 일가에서 할아버지 강상규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그래서 아무리 생각이 없는 강진성이라도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할아버지 댁에 도착한 강진성은 바로 서재로 향했다.강상규는 그곳에서 강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할아버지.” 강진성이 공손한 음성으로 강상규를 불렀다.고개를 돌려 강진성을 쳐다본 강상규는 속에서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그보다 무기력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자신의 일가를 위해 쓸모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전력을 다했건만, 어찌하여 자신의 손자 강진성은 이처럼 싹이 노란 건지.클럽에서 여자들과 어울려 놀 생각이나 하고 사업이나 제대로 된 일에는 아무 생각도 없으니.할아버지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강진성은 겁이 나며 명치도 같이 조여 들기 시작했다.조심스럽게 할아버지를 불러보았다. “할아버지…….”그때서야 생각을 멈춘 강상규가 손자를 노려보았다.“나왔으니 이제 얌전히 좀 굴어라, 사고 치지 말고. 한 번은 운 좋게 건질 수 있었지만, 두 번 다시 그런 행운은 없어.”“네, 할아버지.” 강진성은 얼른 대답했다.경찰서에서의 생활은 할아버지가 말하지 않아도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함부로 소란을 피울 용기도 없었다.“그리고, 자신을 잘 단속해. 적어도 송씨 집안의 딸은 아니야. 우리 강씨 집안에 전혀 맞지 않다. 또 너에게 전혀 도움도 되지 않는 그런 여자를 데려와서 어디 써먹을 데가 있다고?” 강상규가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강진성 스스로 벌써부터 받아들인 사항이었다. 아내는 반드시 격이 맞는 집안 출신이어
강진성은 이틀 동안 클럽에서 흥청망청 했다.며칠 내내 곤죽이 되도록 취한 그를 친구의 부축을 받아 집에 돌아왔다.그러다 거실에 서 있는 강상규를 보았다.강진성은 술에 취해 보이는 환각이라고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진짜 할아버지 아니죠? 아니면 어떻게 여기에 계신 거예요?”작은 소리로 투덜거리던 그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옆에 있던 친구는 그나마 이성이 남아있었던지 더듬더듬 인사를 했다.“어, 어르신, 어쩌다 진성이를 데려왔는데, 그,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끝내자 마자 강진성만 그 자리에 혼자 남겨두고 얼른 빠져나갔다.술에 취해 온몸이 늘어진 강진성은 자신을 받치고 있던 친구가 가버리자 바로 바닥에 고꾸라졌다.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고용인 중 하나가 부축하려 다가서려던 순간, 그 자리에 있던 강상규의 제지로 어느 누구도 움직일 수 없었다.그때 넘어져 통증을 느낀 강진성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야, 이 병신들아, 하나같이 쓸모가 없는 것들. 내가 넘어졌는데 부축할 줄도 몰라?”서로 쳐다보던 고용인들은 하나 둘 고개를 숙이더니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얼굴을 굳힌 강상규는 더는 두고 보지 못해 이를 악물며 말했다.“네가 그래도 큰 소리야! 경찰서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나가서 주색에 빠져 살아? 너 도대체 내 말은 안중에도 없어?”서릿발 같은 강상규의 음성에 강진성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술 기운도 어느 정도 가셨다.눈을 부릅뜬 채 앞에 서있는 할아버지를 보고 더듬거리며 말했다.“할, 할아버지, 진짜 할아버지시네요!”“그럼 누구겠어?” 싹이 보이지 않는 손자 놈에게 실망한 강상규가 강진성을 노려보았다.강진성은 대답도 못한 채 그저 고용인들만 쏘아보았다.할아버지가 오셨는데도 아무도 자신에게 알려 주지 않았던 것이다.그는 헛기침을 한 두 입을 열었다.“너희들 어떻게 된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오셨는데 차를 드릴 생각도 못해? 너희들 도대체 뭐하는 거야?”정신을 차린 고용인이 다급히 차
손자와 더 이상 이 문제를 붙잡고 늘어지고 싶지 않았던 강상규는 대신 엄숙한 얼굴로 한 마디 했다.“이제 제발 좀 알아서 처신해. 회사 아니면 집에 있으면서 제발 더 이상 망신 시키지 말고! 흉내만 내는 거라도 좋아. 너 때문에 사람들 모두 내가 잘못 가르쳤다고 손가락질을 하는 거, 알기나 하느냐? 집안 내에서도 고개를 들 수 없어. 그 늙은이들은 종일 이 일만 입에 올리고 말이야.”강진성이 입을 삐죽거리며 즉각 입을 열었다.“이 모든 게 강무진 그 미친 놈 때문이에요. 그 놈만 없었으면 저도 오늘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강상규도 당연히 달갑지 않았다.어린 놈 하나가 머리 꼭지에 올라가 있으니, 이런 굴욕을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그러나 아직은 마음대로 어찌할 수가 없었다.해외에 있는 회사들에서 너무 많은 업무 상 과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둘째 형님 강상철과 비밀리에 개인 사업을 벌여 몰래 회사 공금을 적잖게 유용해 왔다.아직도 그 돈을 다 메꾸지 못했고.‘여지를 좀 남겨 주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때 가서 할 말이 없게 돼.’‘집안의 늙은이들도 우리 편을 들지 않을 것이고.’그래서 강상규는 당분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무모하게 덤벼서는 안되었다.손실이 난 금액이 적지 않았다.처음에는 둘째 형님과 꽤 많은 이윤을 남겼으니, 큰집 쪽에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각각 돈을 절반씩 내서 이 구멍을 메울 생각이었다.그런데 형님 강상철은 원하지 않았다.강상철은 공연히 돈을 각출해서 메울 필요가 뭐 있느냐는 생각이다.영업 매출이 올라가면 다시 그 돈으로 보충하면 된다는 것이다.형님이 메울 생각이 없는데 멍청하게 자기 혼자 메울 생각은 당연히 없다.게다가 적지 않은 그 금액을 자기 혼자서 메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그래서 이렇게 지금까지 끌고 왔다.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니만큼 더욱 더 조심을 해야 한다. 강무진에게 어떤 약점도 잡히지 않도록 말이다.내내 어떤 일도 책임질 능력이 없는 강진성이기에, 강상규는 이런 큰
같은 시각. 무진은 WS그룹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합작 사업의 회계장부를 철저하게 감사 중이다.크고 작은 계열사, 지사 할 것없이 어느 한 곳도 피할 수 없었다.이미 깨끗이 마무리된 줄 알았다. 더 이상 아무 문제없다고 말이다.그런데 끄트머리에 와서야 구멍이 있음을 발견했다.처음에는 회사의 손실이 그리 큰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무진.그러나 두 지사의 손실액을 본 무진은 화가 치밀었다.이 손실액까지 계산하면 아래 지사들의 손실액은 본사 영업액의 거의 절반이다.즉, 밑의 지사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뜻.상황이 이런데 무진이 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는가?분노의 표정을 한 채 바로 손건호를 불러들였다.“재무부는 도대체 회계를 어떻게 한 거야?”무진이 서류를 데스크 위로 내던졌다.서류를 흘깃 쳐다본 후 손건호가 대답했다.“재무부는 정관에 따라 진행한 게 맞습니다. 말하자면, 강상철, 강상규 사장 측에서 아직 회계장부 전체를 제공하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강상철, 강상규 측은 여전히 못된 짓을 일삼고 있다.그에 무진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둘째, 셋째 할아버지 쪽이 확실합니까?” 의자에 앉아 있는 무진의 안색이 무척이나 어둡다.“확실합니다. 재무부를 움직여 제출 시간을 끌 수 있는 건 거기뿐입니다.”손건호가 단호하게 대답했다.무진의 곁을 오래동안 지키면서 많은 일들을 처리해 온만큼 회사 사정을 모를 리가 없는 손건호였다.“내려가서 확인해 봐. 저들이 확실한지.” 무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원래는 모든 감사를 벌써 다 끝냈어야 했다.그런데 그물을 빠져나간 물고기가 있었던 것이다.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진짜 자신에게 일을 제대로 만들어 준다.의자에 기대어 앉은 무진이 서류를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손 비서의 보고를 기다렸다.바로 그때 데스크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발신 표시를 본 무진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무슨 일이야?”“난 학교 끝나고 벌써 집에 왔는데, 무진 씨는 왜 아직 안
곽연철은 엠파이어 하우스에 와서 성연을 찾았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연과 예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곽연철을 본 성연도 많이 놀랐다.“왜 나한테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요.” 곽연철과 성연의 관계도 마치 친구 같았다.성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집사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곽연철은 성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갑자기 곽연철이 말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결혼식이 며칠 뒤 유럽에서 거행될 거예요. 보스하고 강 대표가 갈 때 저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곽연철과 목현수도 좋은 친구다.예전에는 같이 지냈는데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하지만 목현수가 청첩장을 보냈다.어쨌든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곽연철은 반드시 가야 했다.성연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알았어, 같이 갈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목현수가 그런 성격이라서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네요.”성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미스 샤넬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현수 사형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려.”‘아마도 나중에 결국 내 마음을 알게 된 사형이 미스 샤넬과 결혼을 선택했을 거야.’‘이전에 사형이 내게 결혼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당연히 좋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목현수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곽연철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문득 고개를 들고 곽연철을 보았다.성현이 빤히 쳐다보자 곽연철은 좀 불편했다.“보스, 왜 그래요?”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금 현수 사형도 이미 배우자를 찾았는데, 이쪽도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어?”이 말을 들은 곽연철이 쓴웃음을 지었다.“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죠. 결혼하고 싶다고 바로 결혼할 수 있어요?”“내가 보기에는 무슨 인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다음에 서한기를 만나면 잊지 말고 반드시 재촉해.”
조수경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의 낭패한 모습을 본 조수경은 비웃으며 미소를 지었다.‘나보다 소지연의 처지가 더 비참한 건 분명해.’‘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더 초라해졌지.’‘나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기에 괜찮아. 앞으로 계획이 성공한다면, 나는 더 좋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이번 생에는 소지연의 처지는 바뀌지 않아.’소파에 앉은 이상효가 연계진을 향해 말했다.“성함은 말해 주셔야지요!”‘우리 이씨 가문은 이름 없는 사람을 대접하지 않아.’‘듣보잡 졸개라면 만날 필요 없어.’그 말을 듣자, 연계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연씨 가문은 들어보셨지요? 강씨 가문 때문에 20년 전 망했던 연씨 가문요!”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자, 하늘을 찌를 듯한 연계진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표정이 종잡을 수 없게 변해서, 연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연씨 가문의 연 선생님께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상효는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예나 지금이나 연씨 집안은 강씨 가문의 원수지.’‘지금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강씨 가문은 떠오르는 해와 같아. 바보라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당연히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니까 당신을 찾아온 거지요.” 연계진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멈칫하던 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저와 연 선생님 사이에는 얘기할 게 별로 없을 텐데요.”이런 대답을 들었지만, 연계진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우선 조급하게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당신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 형님이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빼앗겼지만,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겠지요. 강씨 가문이 지금 대단하다는 건 맞지만. 강무진이 당신을 도울까요?”이상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소지연과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씨 가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연계진이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석양이 하늘의 절반을 붉게 물들이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산책했다.두 사람은 서로 바싹 붙어 있은 채 사이좋은 모습이었다.멀지 않은 곳의 큰 나무 뒤에서는 조수경이 이를 갈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궁지에 빠졌는데, 송성연과 강무진은 왜 저렇게 잘 지내는 거야?’‘정말 달갑지 않아!’애초에 무진은 조수경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 했다.강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씨 가문에서는 조수경 일가를 가문에서 축출했다.원래 조수경은 손민철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손민철 이 병신이 뜻밖에도 사람이 변할 줄 몰랐어.’‘예전에는 내 지시만 따랐는데, 지금은 날 피하면서 보려고 하지 않아.’‘게다가 손씨 가문은, 영원히 조씨 가문을 돕지 않을 거라고 했지!’조수경은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편안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생각할 뿐이!‘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을 어떻게 행복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그런데 지금 조수경의 뒤에는 청초한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작은 새우눈은 붉은 기운마저 띄고 있어서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였다.조수경이 분노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조수경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봤지? 지금 강무진과 송성연은 행복할 수밖에 없어.”이 말을 들은 조수경은 뒤돌아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연계진 씨,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요.”냉소하는 연계진의 모습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강무진은 우리 연씨 가문과도 피맺힌 원한이 너무나 많으니까!”예전의 일을 생각하자, 연계진의 눈은 가늘어지면서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연계진의 눈빛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조수경은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한 사람을 찾았는데, 무진과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
그리고 반대쪽. 부하들의 보고를 듣던 안진검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성연이 고향으로 내려가 있던 동안.안진검은 수하들에게 성연의 단서를 찾아내라고 했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그래서 안진검은 화가 나 있었다.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빨리 송성연과 친구가 되려고 했는데.’‘결국 계획이 중단되었어.’‘송성연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강무진 쪽의 소식도 늦어진다는 걸 의미해.’‘송성연의 주선이 없다면, 강무진은 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거야. 또 단서를 잡고 내 신분을 똑똑히 조사할 수 있을 거야.’‘이 모든 것은 송성연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그러나 지금 결과가 없으니, 안진검이 어떻게 이 화를 참을 수 있겠는가!안진검의 안색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안진검의 앞에 선 수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안진검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마음속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말투를 가다듬었다.“의부님.”안진검이 부하에게 손짓하자, 부하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나갔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MS 가문의 대장로였다.안진검의 목소리를 들은 대장로가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애초에 떠날 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지 않았어? 지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거야?”“의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사고가 생겨서 진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안진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장로에게 사과했다.“내게 사과해도 소용없어. 지금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주시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었지만, 더 이상 성과가 없다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이 나면, 네가 위로 올라갈 기회는 없어!”대장로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까스로 이 기회를 잡은 안진검이 어떻게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서둘러 대장로에게 애원했다.“의부님,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십시오. 제 계획이 곧 성과가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
무진과 성연은 잠시 낮잠에 빠져들었다.저녁이 되자 무진이 예약한 곳으로 가서 그래함과 유채연과 함께 밥을 먹었다.유채연을 본 무진은 정말 미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예쁜 여자들도 많지만.’‘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런 단순함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지.’‘그래서 그래함이 좋아했구나.’무진은 유채연이 수줍게 그래함의 뒤에 숨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먼저 유채연에게 인사를 했다.“유채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성연이 약혼자인 강무진입니다.”유채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안녕하세요.”요리가 곧 나오자 무진이 말했다.“채연 언니, 사양하지 마시고 드시고 싶은 대로 드세요. 모두 친구인데 너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지요.”성연도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언니. 이 집의 생선 요리는 정말 잘 해요. 비린내도 하나도 없는 데다가 아주 신선해요. 빨리 먹어봐요.”말을 하면서 유채연의 접시에 듬뿍 집어 주었다.유채연은 약간 머뭇거렸다.이제야 자신과 그래함과의 차이를 실감한 것이다.이전에 자신은 넘볼 수 없었던 곳을 그래함은 마음대로 도달할 수 있었다.게다가 유채연은 이런 고급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이 없어서 다소 불편했다.거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어주는 대로 먹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뜨기처럼 행동하면 그래함이 망신을 당하겠지.’그래함은 유채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스테이크를 썰어 유채연의 앞에 주면서 말했다.“당신이 낯선 음식을 잘 먹지 못할까 봐 완전히 익힌 걸로 시켰어. 입맛에 맞는지 먹어봐.”유채연은 다 익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다 먹었는데, 이렇게 비싼 음식은 말할 것도 없어.’고개를 숙이고 먹으려고 할 때, 그래함이 휴지로 유채연의 입을 닦아주면서 낮은 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만약 먹기 싫으면, 먹지 말고 그냥 놔두고 다른 걸 먹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어. 나는 단지 당신이 즐겁게 식사하길 바랄 뿐이야.”그래함이
‘그래함과 무진 씨 사이는 썩 괜찮은 것 같아.’성연은 두 사람이 언제 번호를 교환했는지도 몰랐다.‘그런데 사형이 전화를 받는 속도가 꽤 빨랐어.’성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사형하고 채연 언니는 뭐하고 있대요?”‘채연 언니가 멀미를 했으니까, 사형도 당연히 언니하고 같이 쉬고 있었을 텐데.’‘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가 없어.’그래서 성연은 약간 궁금해졌다.“두 사람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맞혀 봐?” “뭐 먹고 있었나...?” 성연이 머뭇거리며 답을 말했다.“두 사람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성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얼굴을 가렸다.‘사형하고 언니는 대낮인데도...’‘하필이면 무진 씨가 들었어.’‘하지만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 호텔에는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바로 불이 붙은 거야.’‘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것도 정상일 거야.’말을 하던 무진이 성연에게 바로 키스를 했다.무진의 키스를 받은 성연은 숨을 헐떡이며 무진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의 동작은 갈수록 대담해졌다.성연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아요.”‘여긴 집무실이라서 언제든지 사람들이 들어올 거야.’‘문을 잠그더라도 누군가 보고하러 문을 두드릴 거야.’성연은 아직 이런 정도로 개방적이지는 않았다.그리고 아이를 만드는 것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적어도 결혼식 후에 생각해야지.’‘나는 아직 그렇게 젊은데, 아이가 생기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아.’“안 돼,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성연이 사무실에서 그러는 걸 원하지 않는 이상, 무진도 개의치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그곳이라면 조용하고 공간도 넓어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무진 씨, 좀 진정해요...”성연은 얼굴을 붉히며 무진의 가슴을 밀어냈다.‘무진 씨는 정말 갈수록 대담해져.’‘누가 강무진을 금욕주의자라고 했어?’‘나를 잡아먹으려고 눈이 벌개져 있는데,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