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서재에서 일을 마친 무진이 잠을 자려고 방으로 돌아갔다.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서 화면을 보니 보니 진혜선이 건 전화였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무진은 의문이 들었지만, 진혜선의 성격상 급한 일이 아니라면 밤에 전화해서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수신 버튼을 누르자 진혜선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무진아, 너 어디야? 우리 집에 올 수 있니? 일이 좀 생겼어...]“혜선아, 무슨 일이야?”진혜선의 애타는 소리 말고도 뭔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갑자기 ‘탁’ 하는 큰 소리와 함께 핸드폰에서는 잡음만 들렸다.이어서, 마치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진혜선의 공포에 질린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오지 마세요! 다가오지 마세요! 연 회장님, 여기는 저희 집입니다. 자중하세요!]이 말을 듣자 무신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으면서 마치 화면을 보는 듯했다.‘연계진이 바로 진씨 가문에 난입했어?’무진은 더 이상 생각해 볼 새도 없이 곧바로 움직였다. 차를 몰고 진씨네 집으로 가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선잠이 들었던 성연은 그 사이에 이미 잠에서 깨서 무진이 진혜선과 전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남편이 이렇게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좀 불편했다.그래도 남편을 따라 나왔는데, 무진이 막 차고에서 차를 몰고 나오고 있었다.“혜선 언니한테 일이 생겼죠, 그렇죠? 그럼 저도 같이 갈게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성연이 말했다.무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성연은 재빨리 차에 올랐다. 차는 빠르게 속도를 올려서 진씨 가문을 향해 달려갔다.지금 진씨 가문의 저택.술에 취한 모습의 연계진이 진혜선을 에워싸고 곧장 뒤쫓았다. 게슴츠레한 눈빛에 입가에는 경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혜선 씨, 우리는 곧 결혼할 사인데 당신도 그렇게 튕기지 마. 내가 어렵게 오늘 밤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집 안에 없게 만들었어! 단지 오늘 밤 당신하고 함께 있고 싶을 뿐이야!”“연계진 씨, 정신 차리세요!
벽으로 몰린 진혜선은 끊임없이 몸서리를 쳤다. 손을 뻗어 아무거나 잡고 몸을 보호하려 했다.“발버둥치지 마. 어차피 너는 조만간 내 사람이야. 네 착한 사촌 동생은 진작에 너를 완전히 파멸시키지 못한 걸 아쉬워했어. 네가 항상 고귀한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지.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언제 걔를 제대로 본 적이 있기나 했어?”연계진은 험악한 표정으로 냉소를 연발했다.“진교철은 정말 너희 남매를 미워해! 원래 걔 이름이 진 네 오빠 진상철하고 이름이 비슷해서 구역질 난다고 스스로 이름을 바꿨어. 그렇게 오랫동안 너희 진씨 가문에서는 진교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 그래서 복수하러 돌아온 거야!”깜짝 놀란 표정의 진혜선은 자신도 모르게 화가 나서 소리쳤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렇게 오랫동안 진씨 가문이 사촌 동생에게 조금도 떳떳하지 못했다니! 걔 앞날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애를 썼는데, 걔 성적으로 어떻게 외국에 유학을 갈 수 있겠어. 그래도 우리 아버지가 집안 의견을 물리치고 결정한 건데?”생각할수록 마음속에서 화가 났다. 진혜선은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자신의 성격이 줄곧 그랬다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내려다보듯이 했다고?’‘그건 사촌 동생 자신의 열등감이 분명해.’“하하하, 반박할 필요 없어! 진교철은 너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네 오빠 진상철한테도 철저하게 보복할 거야. 만약 진상철이 지금 WS그룹에 있지 않았다면 벌써 손을 댔겠지!”술에 취하자 속마음을 털어놓는 건지 연계진은 갈수록 더 꺼리지 않고 말했다.진혜선은 아무리 해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하고 오빠가 왜 사촌 동생에게 미안해야 되는 거야?’‘그래서 걔가 진씨 집안 전체에 복수하겠다니!’연계진이 점점 가까워지자, 진혜선은 숨도 멎는 듯한 느낌이었다. 손에 꽃병을 잡은 채 끊임없이 뒤로 물러서면서 움츠러들었다.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걸 한탄하면서 서둘러 거실을 빠져나갔다.그러나 진혜선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본 연계진은 오히려 더욱 흥분했다.“두
“무진 씨, 연계진이 독에 중독된 것 같아요!”성연은 무진에게 일깨워 준 뒤 연계진에게 접근했다.손에 은침 두 개가 나와서 재빨리 연계진의 뒷목덜미를 찔렀고, 곧바로 미간에 또 한 바늘을 찔렀다.미친 듯이 행동하던 연계진이 갑자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눈꺼풀은 축 처지면서 입으로는 끊임없이 소리쳤다.“더워, 나 더워...”이 상황을 본 무진이 재빨리 달려들어 성연의 몸을 끌어당겼다.하마터면 연계진에게 끌려갈 뻔했던 성연이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무진 씨, 연계진은 중독된 게 확실해요. 지난번 무진 씨 상황과 아주 비슷해요. 얼음물에 담가야 열독을 풀 수 있어요!”무진은 실눈을 뜬 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었.“누가 저 자에게 독을 넣었을까? 하마터면 혜선이를 망칠 뻔했어!”지금 진혜선은 여전히 당황한 사슴처럼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성연은 진혜선에게 소리쳤다.“혜선 언니, 물 좀 가져오세요!”잠시 멍하니 있던 진혜선은 곧 반응했다. 재빨리 부엌으로 뛰어가서 재빨리 물 한 대야를 가져왔다.연계진은 여전히 발버둥치고 있지만, 무진에 의해 철저하게 바닥에 눌려 있었다.무진은 진혜선에게 물을 연계진의 머리맡에 놓으라고 한 뒤 단번에 연계진의 머리를 물속에 밀어 넣었다.결국 숨이 막혀 갑갑해진 연계진은 끊임없이 격렬하게 발버둥치기 시작했다.“꼬르륵...”입에서는 거품이 계속 올라오면서 손발을 버둥거렸다.섬뜩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무진은 연계진의 등을 무릎으로 더 죽어라 눌렀다.만약 지금 무진이 손으로 목덜미를 조른다면 바로 전형적인 목을 졸라 죽이는 동작이다.무진은 줄곧 살인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미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성연은 그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연계진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모습을 본 진혜선이 놀란 듯했다.마침내 무진이 연계진의 머리를 들어올렸다.연계진은 숨을 크게 헐떡였고 안색도 새파랗게 변했다. 산소 부족이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그러나 바로 그렇게 해서 연계진의 몸
연계진이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진양산은 분개한 모습이었고 공포에 질렸던 진혜선은 아직도 몸이 저절로 떨렸다.어릴 때부터 곱고 정숙하게 자라서 순결을 아주 중시했던 진혜선에게는, 졸지에 당했던 이 모든 일이 그야말로 악몽과도 같았다.“아저씨, 이제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이세요?” 무진이 앉자 진양산이 차를 따라 주었다.“무진아, 정말 고마워.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혜선이는 아마도...”진혜선을 언뜻 보면서 무진의 어깨를 두드린 진양산은 마치 거대한 결정을 내린 듯이 엄숙한 표정이었다.“진씨 집안에서 이 혼사는 반드시 취소해야 해. 아무리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연계진과 같은 짐승이 목적을 달성하게 해서는 안 돼!”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진교철이 도대체 뭘 가지고 위협한 거예요?”혼사를 취소한다는 말을 듣자 진혜선의 표정이 마침내 좀 누그러졌다.성연의 마음은 전적으로 연계진 쪽에 있었다. ‘연계진이 갑자기 깨어나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진양산의 결정은 결코 의외로 보이지 않았다.성연의 시선이 갑자기 탁자 위에 떨어졌다.순간 눈빛이 빛나면서 눈동자가 커졌다.천천히 눈빛을 돌린 성연이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성연의 눈빛과 부딪치자 진혜선은 좀 피하는 것 같았다.“고마워, 성연아! 만약 너하고 무진이가 제때에 도착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사람들을 똑바로 볼 수도 없게 되었을 거야!”진혜선이 감격스럽게 말했다.그러나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을 뚫어지게 바라보았고, 진혜선이 시선을 피한다는 걸 알았다.마음속에 갑자기 많은 의혹이 일어났다.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너무 많은 걸 추궁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성연도 무진과 함께 진양산을 바라보았다. ‘진씨 가문이 연계진과 혼인을 하지 않는 한 강씨 가문에는 계속 유리할 거야.’“강 대표, 사실... 교철이 그 녀석이 이미 집안의 모든 자금을 장악했어. 그래서 그 방계 친척들이 나를 핍박하면서 이 혼약에 동의하게 했지.”진양산은 고통스러운 기색을 드러내며 한숨을
성연은 생각할수록 더욱 놀라게 되었다.‘아마도 이전에 사실이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완전히 틀렸을 지도 몰라. 예를 들어, 혜선 언니가 내 남편에게 관심이 없는 걸까?’결혼한 뒤 성연은 줄곧 이렇게 생각했다.‘지금은 나를 좀 우습게 생각하겠지.’‘혜선 언니는 무진 씨하고 어릴 때부터 죽마고우처럼 자랐다고 했어.’‘그리고 무진 씨의 취미, 행동 등 모든 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어.’‘안 되겠어, 지금부터는 항상 이 여자를 경계해야겠어.’진혜선은 과연 줄곧 성연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무진에게 차를 바꿔 주겠다고 하면서 눈앞의 그 찻잔 두 개를 슬그머니 가져갔다.무진과 진양산은 모두 연계진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빠, 저 사람이 아마도... 깨어난 것 같아요!”30분 후에 진혜선이 일깨워 주었다.무진과 성연은 피로가 가득한 표정의 연계진이 겨우 몸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몸의 통증을 느낀 연계진은 이를 악문 채 곧바로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무진의 모습을 본 연게진이 두 눈에서 갑자기 맹렬한 기색을 뿜어내면서 말했다.“강무진 씨...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건가요?”“연 회장님, 깨어나셨군요! 자신이 무슨 짐승 같은 행동을 했는지 아십니까?” 소파에서 일어난 무진이 곧장 연계진에게 다가가서 내려다보았다.억지로 몸을 떠받치고 일어난 연계진이 약간 휘청거리면서 곧바로 진양산과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여기는 진씨 가문 저택이야. 그렇지요?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신들은 왜 아직도 강무진과 연결되어 있는 거죠? 이전의 약속은 인정하지 않는 겁니까?”연계진은 분명히 진양산에게 진씨 가문의 기업을 포기할 것인지 경고하고 있었다.격노한 진양산은 두 눈에서 불을 뿜을 듯이 노려보면서 흥분했다.“연계진, 이 짐승 같은 놈! 결국 내 딸에게 이런 볼썽사나운 짓을 저지르다니. 하마터면 네 욕심이 실현될 뻔했어! 잘 들어. 지금부터 진씨 가문은 더 이상 너의 농간에 놀아나지 않을 거
성연과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무진은 추격하지 않았다.그의 실력이 결코 적호를 당해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호의 파괴력이 너무나 컸다. 몸에 총기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아주 위험하기 때문에 여기서 적호를 가로막을 필요는 없었다.그러나 무진은 즉시 손건호와 서한기에게 알려서 진성의 모든 수하들을 적호의 추적에 참여하도록 했다.‘일단 찾기만 하면 바로 습격할 수 있어.’진씨 가문에서 돌아온 무진은 즉시 화상회의를 열었다.많은 WS그룹의 임원들은 모두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면서 회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임원들은 어떤 불만도 없었다. 무진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했다면 일이 절대로 간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연운그룹이 내일 반드시 움직일 겁니다. 모든 계열사에 조심해야 한다고 전달하세요! 구멍이 있다면 빨리 구멍을 메우고, 없다면 한번 더 잘 살펴서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세요!”무진이 지령을 내리자, 방대한 WS그룹의 각 부분이 톱니바퀴처럼 고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무진은 바로 일부 자회사가 규정을 위반하거나 조작해서 연계진이 기회를 잡게 되는 것을 염려했다.그날 밤, 성연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뱃속의 아기는 마치 소란을 떠는 것처럼 끊임없이 위치를 바꿨다. 속을 거북하게 만들기도 했고 잠시 뒤에는 또 소변이 마려운 듯하게 만들면서 성연을 들볶았다.아침 10시 반이 되어서야 성연이 비로소 일어났다.무진은 이미 출근했고 서한기가 방금 돌아왔다. 눈 주위가 시커멓게 다크 서클이 내려앉은 모습이 어젯밤에 적호의 행방을 찾느라 잠도 자지 못하고 바빴던 게 분명했다.성연은 서한기에게 손건호와 번갈아 가며 주의하면 되니까 일단 좀 쉬라고 말했다.간식을 먹으면서 핸드폰으로 오늘의 뉴스를 살펴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늘의 메가톤급 헤드라인 뉴스를 보게 되었다.WS그룹의 고위 임원 7명이 갑자기 실종되었고, 경찰이 이미 개입했다는 뉴스였다![오늘 아침 소식에 따르면 WS그룹의 부동산, 의류, 자동차무역, 식음료
연운그룹 빌딩, 대표 사무실. 연계진은 오늘의 헤드라인 기사를 보자 실눈이 되면서 웃었다.“하하하...정말 하늘이 나를 도와주었어! WS그룹은 이번에, 반드시 중상을 입게 되겠지!”연계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오늘 마시는 물이 왠지 달게 느껴졌다.‘어젯밤, 강무진에게 비참하게 당했던 상처가 입가에 아직도 남아 있어. 그런데 운명은 이렇게 재미있다니!’“확실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결국 7개의 자회사도 7명의 대주주도 아니라 7대 업무 부문이기 때문이지. 내가 조사해 보니 실종된 7명은 모두 그 분야의 핵심 엘리트 인재였어. 그들을 없다면 이 분야에서 WS그룹의 발전 목표도 모두 사라지게 될 거야.”비서 자리에 앉아 있는 조수경은 인터넷상의 정보를 열람하면서 연계진에게 보고했다.진씨 가문이 연계진과 혼인할 생각이 없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다.이 소식은 이미 조수경에게 큰 기쁨을 안겨다 주었다.‘뜻밖에도 WS그룹에 이렇게 거대한 변고가 일어났으니, 송성연이라는 그 여자도 틀림없이 똥 씹은 표정이 됐을 거야.’이 역시 엄청난 놀라움과 기쁨을 주었다.“수경아, 커피 한 잔 줘. 강무진이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봐야겠어! 정말 궁금하네. 도대체 누가 이런 큰일을 할 수 있을까?”연계진이 조수경에게 지시하자 조수경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유난히 개운한 마음으로 커피를 타서 언계진에게 건넸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연계진이 조수경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꽉 껴안은 채 곧바로 조수경을 쓰러뜨리고는 한바탕 진한 키스를 했다.형식적으로 발버둥치던 조수경도 곧 격렬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이제 더는 연계진을 뺏으려는 사람은 없겠지! 이제 다음 목표로 송성연에게 잔인하게 복수하는 일만 남았어.’...차를 몰고 WS그룹 본사로 간 성연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대표 집무실로 달려갔다.성연이 도착한 걸 본 비서가 신속하게 보고하자, 그 안에서 무진의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여보, 들어와.”성연이 문을 열고
성연은 회사의 운영에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 편에게 줄 수 있는 건 남편을 지지하면서 모든 걸 처리하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다.할머니가 근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이 성연에게 눈빛을 보내자 성연은 바로 깨달았다.“할머니, 여기는 무진 씨에게 맡기시고 저와 함께 집으로 가요. 요즘 제 요리 솜씨가 많이 늘었어요. 제 솜씨를 한번 보세요!” 성연이 할머니의 손을 잡으면서 애교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노마님은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젊은 부부가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자 긴장을 좀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강운경이 남아서 무진을 돕기로 하고 고모부도 함께 저택으로 돌아갔다.성연은 확실하게 요리 기술을 과시하면서 무진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만약 자금이 필요하다면 자신이 루카에게 연락하면 된다고 털어 놓았다. 결국 루카의 투자회사에는 충분한 자금이 있으니까.[당분간은 필요 없어! 이 일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야. 다만 WS그룹의 미래에 대한 영향은 좀 클 거야. 내가 지금 7명의 임원이 실종되기 전 상황을 조사하고 있어. 돈 때문인지, 아니면 원한이 있는지 항상 먼저 똑똑히 조사해야 해.][진성의 인원 중에서 일부를 빼낼 수 있어요. 적호의 행방을 추적해야 하지만, 지금 적호가 급하게 손을 댈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도 항상 손 비서하고 같이 다니세요. 나도 당신이 걱정돼요!][괜찮아! 할머니를 잘 돌봐 드려. 할머니가 너무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성연은 마지막으로 사랑의 키스를 날리자, 무진도 결국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다섯 가지 반찬과 국! 한 시간 남짓 노력해서 성연은 마침내 큰 성과를 거두었다.성연은 할머니에게 밥을 드리고 하나씩 시식하게 했는데, 할머니는 꽤 놀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성연이가 현모양처 역할을 잘 하는 모양이구나. 어쩐지 무진이가 너를 그렇게 사랑하더라니.” 할머니는 활짝 웃으셨다. 지금의 나이까지 살면서 큰 풍파를 너무나 많이 겪었다. 가정이 화목하고 행복한 것이야말로 가장 얻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경매가가 2천억 원에 달하자, 장내는 모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무대 위의 경매사도 그저 입만 벌린 채 어안이 벙벙했다. ‘오늘 밤 이 경매가 끝나면, 내일 뉴스 헤드라인은 틀림없이 이 경매 소식이 될 거야.’새롭게 엄청난 가격에 직면하자, 화가 난 예민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성연이 고의로 자신에게 싸움을 걸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죽일 년...”작은 소리로 욕을 하면서, 주먹을 쥔 손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예민주는 성연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이 목걸이 때문이 아니라, 경매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성연에게 눌리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예민주는 성연과 끝까지 싸우기로 결심했다.예민주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3천억 원으로 가격을 올리려고 했다.그러나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무진의 따뜻한 손이 예민주를 붙잡았다.“이제 그만해.”무진의 목소리는 나지막하면서도 묵직했다.‘목걸이 하나가 2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이 되었어. 이건 비정상인 게 분명해.’‘그런데 민주는 지금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느라, 전반적인 형세와 이해득실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왜요? 아직은 패배를 인정할 때가 아니에요!”무진이 계속 가격을 올리는 걸 막자,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불쾌한 기색이 가득했다.무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 예민주는 작은 소리로 투덜거리면서 불평했다.“저 천한 년이 마지막에 승자가 되는 꼴을 볼 수는 없어요. 우리 WS그룹을 너무 깔보고 있고요!”이렇게 말은 했지만, 예민주가 정말로 신경 쓰는 것은 자신의 체면이다.무진은 그래도 예민주가 멋대로 성질을 부리게 내버려두지 않고 설득했다.“그저 목걸이일 뿐이야. 보석에 관심이 있다면, 더 좋은 걸 사 줄게.”“난 이게 마음에 들어요!”예민주의 목소리는 더욱 고집스러웠지만, 화가 나서 입술을 꽉 깨문 채 무대 위의 경매사가 카운트다운을 하는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다.곧 경매사가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 목걸이를 보여주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이 목걸이가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목걸이의 형상과 제조 기법 모두 가히 최고라고 할 만했다.목걸이가 눈부신 빛을 발하자, 그 순간, 예민주의 눈이 빛나면서 아름답게 반짝거렸다.이를 알아차린 무진이 웃으면서 물었다.“맘에 들어? 맘에 들면 사.”예민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진은 바로 입찰 팻말을 들었다. 그러나 무진이 팻말을 들자, 이 목걸이를 주시하던 성연도 곧바로 팻말을 들었다.두 사람이 연이어 가격을 올려 입찰했다.가격은 이미 이 목걸이의 원래 가치를 훨씬 넘어섰다.“오, 이 목걸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모양이네요. 다들 서두르세요.”무진을 힐끗 보는 성연의 모습은, 마치 이 목걸이는 자신이 반드시 가져가겠다고 말하는 듯했다.그러나 무진은 어쩐지 성연이 자신을 겨냥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번 경매 행사에서 자신은 딱 한 차례 경매에 참여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성연이 자신을 물고 놓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가격은 완전히 무진의 예상을 벗어났다.예민주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성연은 조금 전 자신에게 와인을 뿌린 데다가, 지금은 또 노골적으로 이 목걸이를 차지하려고 한다. 예민주 자신의 체면을 완전히 깔아 뭉갠 것이다.예민주가 무진의 옆에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무진 씨, 저 목걸이는 정말 예뻐요, 마음에 쏙 들어요.”다른 말은 없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무진이 왜 모르겠는가!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맘에 들면 가져야지.”가격이 계속 상승하자, 다른 사람들은 이미 손을 놓았고 성연과 무진만 남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무진은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성연이 왜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내는지 알 수가 없었다.‘게다가 성연도 끝까지 자신과 경매를 하려는 모양이야.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데.’ ‘자신의 회사가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밤 자선 경매의 사회자입니다. 이번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빈곤한 지역의 아이들 교육 자금으로 기부할 예정입니다.” “네, 그럼 함께 첫 번째 경매물을 볼까요.”“미스 왕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성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미스 왕은 많은 인맥을 가지고 있어. 이 그림을 통해 미스 왕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성진그룹의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거야.’“오늘 처음 입찰하신 분이 성진그룹의 송성연 회장님이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자 숫자 세겠습니다. 하나.”“셋...”“축하합니다. 성진그룹 송성연 회장님께서 미스 왕의 그림을 낙찰 받으셨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송 회장님의 경매 참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송 회장님께서 꼭 좋은 보답을 받으실 거라고 믿습니다. 네, 그럼 다음 경매물을 보도록 하겠습니다.”바깥을 한 바퀴 돈 무진은 자선 경매가 시작될 무렵 돌아왔다. 예민주의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자 위로하며 말했다.“내가 왔으니까 좋아하는 물건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예민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말하는 사이에, 성연은 이미 이번 첫 경매물을 낙찰 받아서 이미 충분히 체면치레를 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성진그룹의 자금 능력과 성연의 선량한 마음을 알아차렸다.성연은 일거에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그 자리에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은 데다가 미스 왕의 작품을 낙찰 받아 목적을 달성했다. 또 가난한 아이들에게 더욱 좋은 교육 환경도 줄 수 있는데, 왜 기꺼이 참여하지 않겠는가?다음 몇 개의 경매물은 명문가의 자녀들이 기부한 작품들로 모두 평범한 작품들이다. 성연은 하나를 낙찰 받아 체면치레를 했기에, 그다지 개의치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다음 경매물은 서예의 대가로 명성이 널리 알려지신 황 교수님의 작품입니다.”“황 교수님의 작품은 서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소장하고 싶어하는 보물이지요.”“이제 경매를 시작합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성연은 입찰 팻말을 들었다. 비록 성
예민주는 이번에 성연을 건드려서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성연이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꺼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보아하니 송성연은 여전히 무진 씨를 신경 쓰는 모양이야.’“송성연, 무진씨가 나를 데리고 낭만의 도시 파리에 간 적이 있다는 거 알아?” “우리는 천천히 거리를 거닐다가 하나씩 음식을 맛보았어. 그곳에서 정말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지.” “또 거기서 무진 씨가 내게 청혼했어. 우리는 지금 약혼한 상태야.”“우리 웨딩 사진을 찍을 날도 이미 정했어. 무진씨가 많은 얘기를 한 것도 넌 모르겠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신혼여행을 가서 멋진 바다 구경을 하기로 했어.”“즐겁게 살면서 아이를 낳고 일생을 두 사람이 함께 하기로 말이야...”예민주는 여세를 몰아서 성연을 계속 압박했다. 자신이 말한 걸 성연이 믿을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해야 누구도 자신과 무진을 갈라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성연이 깨닫게 될 것이다.“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자신을 빨리 물러나게 하기 위해서, 예민주가 격장지계를 쓰고 있다는 것을 성연이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성연은 그럼에도 자신의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일단 무진에 대한 일을 접하기만 하면, 자신의 생각처럼 그렇게 냉정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예민주가 내뱉는 말이 마치 칼날처럼 성연의 마음속에 단단히 박히는 듯했다. 성연의 머리속은 온통 예민주와 무진이 손을 잡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성연은 두 사람의 모습으로 가득한 자신의 마음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마침 웨이터가 성연의 곁을 지나가자, 술잔을 집어 든 성연은 망설임 없이 예민주의 얼굴에 술을 뿌렸다. 이렇게 해야 예민주의 말을 멈추게 하고, 성연 자신도 평온한 마음을 회복해서 다시 걸출한 사업가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아!? 송성연, 무슨 짓이야? 너 미친 거 아니야?”와인이 예민주의 어여쁜 얼굴에 뿌려지자 예민주는 비명을
현실로 돌아와도 자신과 무진은 두 평행선처럼 영원히 서로 교차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성연은 수년 간의 감정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게 달갑지 않은 듯했다.“언니, 저는 원래 5년 동안 언니가 모든 걸 내려놓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왜 또 돌아오겠다는 건가요?”“언니는 무진 씨 아이를 잘 키우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언니 회사는 이미 그렇게 잘 발전했는데, 왜 다시 돌아와서 나와 무진 씨 생활을 방해하려는 거예요?”“더군다나 지금의 언니는 이미 예전과 달라요. 독립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언니는 수많은 신세대 여성들의 본보기가 됐잖아요?” “언니가 이렇게 아름다우니까, 언니 주변에도 구애하는 뛰어난 남자들이 부족하지 않겠지요. 왜 아직도 무진 씨를 놓지 못하는 거예요?”예민주는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것처럼 온갖 말을 가리지 않고 했다. 그저 성연을 영원히 철저하게 무진의 시선에서 사라지게 만들고 싶었다. 만약 성연이 하루라도 무진의 옆에 있다면, 자신은 정말 영원히 무진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미련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성연과 무진은 더 이상 조금의 가능성도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그게 뭐 어때서? 내가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온 건데. 예민주, 너는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내가 빼앗을까 봐 두려워?”“하지만 네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건 원래 나 송성연의 것이라는 걸 잊었어?” “너는 짝퉁에 불과해. 네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의 내 생활을 간섭하는 거야?”성연은 예민주가 걱정하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성연이 생각지도 못한 것은, 자신이 오늘 무진을 보자마자 예민주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 성연의 예상을 뛰어넘는 광기였다.‘지금의 예민주는 완전히 미친 X 같아.’ 성연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조차 완전하게 가질 수 없는 예민주가 좀 불쌍하다고 느껴졌다.“언니, 왜 그러는 거예요? 무진 씨는 이미 언니를 잊어버렸어요. 언니를 기
“농담일 뿐이에요. 다만 모두가 저를 약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별명을 붙였을 뿐이에요.” “그런데 예민주 씨가 어떻게 저 같은 사람의 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네요.”예민주는 격장지계를 써서 성연이 먼저 화를 내게 하려고 했지만, 지금의 성연은 이런 보잘것없는 잔재주에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선 성연이 예민주가 먼저 참지 못하도록 공격했다.“천만의 말씀을 다 하시네요. 뭐라고 할까요... 송성연 씨도 성진그룹의 회장인데, 어떻게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세요?”예민주도 바보가 아니다. 그녀와 성연 모두 이 5년 동안 이미 많이 성장했다. 무진의 옆에 있는 5년 동안, 예민주는 지금까지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성연이 돌아온 후부터 예민주는 모두 위기라고 느꼈다. ‘송성연이 있는 한, 내게는 단 하루도 좋은 날이 없을 거야.’“그럼 저는 예민주 씨가 저를 높이 평가해 준 것에 감사해야 되겠군요?” “다만 예민주 씨가 이렇게 저와 이야기를 나눌 한가한 틈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왜 원래대로 강 대표 곁에 있지 않고 말이죠?”성연이 무진에 대해 언급하자, 예민주는 자신의 주변 곳곳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 송성연이 이번에 귀국한 것도 무진 씨 때문인가?’ 예민주는 문득 더 이상 성연에게 이런 수작을 부리지 않겠다고 생각한 예민주는, 방금 전의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에서 천륜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꿨다.“언니, 언니한테 격식을 갖춰서 말하지 않겠어요. 어떻게 보면 우리도 동문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도대체 뭘 하려고 이번에 돌아온 거예요?”더 이상 연극을 벌이지 않는 예민주의 모습을 보자, 성연의 마음은 오히려 상쾌했다. ‘과연 무진 씨만 언급하면, 예민주는 아무 때나 짓밟을 수 있는 벌레에 불과해.’성연은 이미 이겼다. 예민주가 먼저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지만, 성연은 시종일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사매가 결국 더 이상 가장할 수 없게 된 모양이
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성연은 다음에 다시 만나기를 바랐다. 아마도 과거나 미래의 자신도 나중에 다시 만나기를 바랐을 것이다. 5년이 지났으니 원래는 담담하게 무진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무진과 마찬가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사실상 성연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성연이 보물처럼 여기는 그때의 감정을 잊을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지금 무진의 곁에는 이미 예민주라는 다른 사람이 있다.모든 업계의 사람들이 다 무진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성연도 때로는 무진이 진정으로 예민주를 사랑하고, 함께 의지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들었다.그리고 성연은 결국 무진의 감정 속에서, 스쳐 지나간 한때의 여자에 지나지 않았다.성연은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다른 회사의 사람들을 다시 찾아서 사업을 이야기하면서 무진에게 집중된 생각을 분산시키려 했다. 그러나 하필이면 예민주가 자신이 있는 쪽으로 걸어올 줄은 몰랐다. 마치 성연에게 선전포고라도 하는 것처럼!예민주는 줄곧 옆에서 기회를 엿보면서 몰래 듣고 있었다. 무진이 떠나가자, 예민주는 그제서야 성연의 앞에 나섰다. ‘비록 송성연이 무진 씨에게 전혀 기회도 주지 않았지만, 무진 씨는 끝까지 쫓아다녔어.’ ‘만약 앞으로 협력이 성공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큰 우환이 될 거야.’예민주는 당연히 적이 틈을 엿볼 기회를 전혀 주지 않을 작정이다.“송성연 씨, 안녕하십니까? 자기소개를 하지요. 저는 WS그룹 강무진 대표의 약혼녀인 예민주입니다.”예민주는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 말은 분명히 성연의 속을 뒤집어 놓으면서 동시에 무진에 대한 소유권을 선포한 것이다. 성연에게 지금의 자신이야말로 무진의 마음속 여자이자 곧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다.“성진그룹 회장 송성연입니다.”성연은 호의를 품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가장한 예민주를 보자, 문득 자신이 예전에 이 예민주가 무슨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것도 무리가
이미 이 정도까지 말이 나오자, 무진은 성연을 협력에 동의하게 하는 것이 그야말로 더없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그러나 무진은 성연이 사업의 귀재라는 말에 의문이 들었다. ‘WS그룹과 합작한다면, 자신들의 이익과 WS그룹의 이익이 모두 극대화될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거야.’ ‘이렇게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으면서 손해를 보지 않는 사업은 어떤 사업가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어. ‘특히 송성연처럼 사업의 귀재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은 이 점을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설마 WS그룹이 이전에 송성연과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성연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무진은 사람을 보내서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깨닫게 되었다. ‘여기에는 틀림없이 원인이 있을 거야.’그 이해 관계를 성연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자신과 협력하겠다는 사람이 무진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큰 이익이 있더라도, 성연은 절대로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은 정말 두려웠다. 자신이 다시 한 번 바닥도 보이지 않는 절벽에서 떨어지면서, 또 다시 산송장처럼 암담한 나날을 보내게 될까 두려웠다.“당신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사업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송성연 씨께서 제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영광을 주실지 모르겠네요?”무진이 가진 카드는 많았다. ‘송성연에게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감정의 카드로 갈 수밖에 없어. 먼저 친구가 되면, 그래도 이야기하기가 쉬워질 거야.’“강 대표님, 보아하니 당신은 오늘 기어코 저를 무너뜨리려고 하시는 것 같네요. 다만 저는 친구는 친구고 동업자는 동업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왕에 오늘 저와 친구가 되려고 하신다면, 더 이상 대표님의 WS그룹으로 저를 유혹하지 마시기 바랍니다.”성연은 너무 무서워서 도박이라도 하고 싶었다. ‘무진이 송성연이라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성진그룹을 포기할까?’무진의 생각과 선택은 모르지만, 성연도 한번 시험을 해 보고 싶었다.“송성연 씨는 제가 WS그룹으로 유혹한다고 하셨는데, 왜 둘 다 가
예민주는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무진과 성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성연은 차갑고 담담했지만, 오히려 무진이 평소와 달랐다.예민주는 갑자기 좀 당황했다. 무진이 단서들 속에서 뭔가를 회상할 수 있다면, 그건 예민주에게 아주 불리할 것이다.무진은 자신에 대한 성연의 태도가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자, 자신도 모르게 추궁하듯이 물었다.“송성연 씨, 혹시 이전에 저를 아셨습니까?”성연의 몸이 미미하게 떨리면서, 두 눈에는 알 수 없는 기색이 어려 있었다.‘아마도 무진 씨가 아직까지 약간의 인상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결국은 기억하지 못하겠지.’성연은 마치 마지막 승부를 하듯이 손에 든 와인을 단숨에 마셨다.“아니요. 이전에 우리는 만난 적도 없어요. 앞으로도 나는 당신과 어떤 업무상의 협력도 하고 싶지 않아요.”“송성연 씨의 뜻은 WS그룹이 싫다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싫다는 겁니까?”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전혀 다른 성연의 태도는 정말 무진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했다. 무진 자신이나 WS그룹도 성연이 합작하려 하지 않는 대상일 수 있지만, 무진은 이런 좋은 기회를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강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당신이 싫든 WS그룹이 싫든 무슨 상관이 있나요?”성연은 또 와인 한 잔을 가지러 갔다. 지금까지 무진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한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날카롭게 맞서는 모습이었다.성연은 단지 무진을 자신으로부터 좀 멀리 떨어지게 하고 싶을 뿐이다. 또다시 무진을 자신의 삶과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게 하지 않기 위해서 서슬이 시퍼렇게 대할 뿐.‘그리고 무진 씨는 단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협력하려는 거야.’‘만약 사업의 귀재라는 별명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다시 만날 수 없었겠지. 아마도 지금의 무진 씨를 다시 만날 수 없었을 거야.’“송성연 씨, 저는 당신이 제 성의를 알아줄 거라고 믿습니다. 만약 제가 문제라면 꼭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회사가 문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