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46화

허태준이 그 말을 꺼낸 탓에 심유진은 온밤 악몽을 꾸었다. 꿈에서 심유진은 방황하고 막막했던 임신 초기로 돌아가서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통스럽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하은설도 곁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베개가 젖어있었다. 연한 파란색을 띤 베갯잇에 물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혹시 누구한테 들키기라도 할까 봐 심유진은 일부러 이불과 베개를 다 씻어서 베란다에 널어뒀다. 별이가 일어나서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엄마, 오줌 싼 거야?”

심유진은 대꾸해주지 않고 아침상을 차린 뒤 열쇠를 들고 집문을 나섰다.

“삼촌 데리러 갈게.”

집에 아이가 있기에 김욱은 일부러 심유진 집에서 업무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욱의 차는 대문 밖에 세워져 있었다. 심유진을 보자마자 그는 트렁크에서 종이 박스 하나를 꺼내서 심유진에게 건네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챙겼다. 무거운 박스에 심유진이 물었다.

“이건 뭐예요?”

김욱이 턱으로 심유진이 든 박스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파일.”

그리고 자신이 든 걸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별이한테 줄 거.”

“별이건 사지 말라니까.”

심유진이 원망했다.

“별이는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어. 장난감도 너무 많아서 둘 곳이 없을 정도라고.”

육윤엽과 김욱이 별이에게 사줬던 장난감들 중에는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게 가득했다. 하지만 김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박했다.

“어쩌다 만나는 건데.”

심유진은 이사하면서 김욱과 육윤엽의 슬리퍼도 같이 가져왔다. 김욱은 신발을 갈아 신으며 신발장을 예의주시했다.

“뭘 그렇게 봐?”

심유진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김욱은 그제야 시선을 돌렸다.

“별이 신발은 안 부족한가 싶어서.”

심유진은 화를 내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안 부족해! 필요한 게 하나도 없어! 사 오면 다 버릴 줄 알아.”

“알겠어.”

김욱은 대충 대꾸했다. 별이는 아침을 먹다 말고 문소리를 듣고는 얼른 달려왔다.

“삼촌!”

김욱은 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