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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한참을 봐도 허태준이 생활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심유진은 김욱에게 자신과 허태준 사이의 관계를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대충 핑계를 댔다.

“나랑 별이가 잠시 머무를 곳이야. 은설이가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원래 나한테 호감을 표시하던 사람이거든. 은설이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데 혹시 들키면 상황이 난감해지잖아. 마침 태준 씨가 빈 집이 있다고 하길래 일단 이사 왔어.”

김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업무 전달은 오전 내내 진행됐고 심유진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자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배달을 시켰다. 밥을 먹으며 심유진이 김욱에게 말했다.

“오후에 별일 없으면 애 좀 봐줄 수 있어? Maria랑 쇼핑하고 저녁 먹기로 했거든.”

김욱은 흔쾌히 동의하고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일찍 들어와.”

심유진은 손으로 오케이 표시를 했다.

Maria와 주말에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Maria는 여전히 깔끔하게 꾸몄지만 옷 스타일은 평소보다 훨씬 캐주얼했다. 심유진을 보자마자 Maria는 열정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고 싶은 곳 있어요?”

Maria가 묻자 심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따라갈게요.”

하지만 반시간도 지나지 않아 심유진은 그 말을 후회했다. Maria는 지치지 않는 기계처럼 쇼핑을 했고 매장 내의 모든 가게를 돌아다녔다. 심유진은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입어보고 바로 사는 스타일이었지만 Maria는 옷을 열 벌 정도 골라두고 하나하나 입어본 뒤 심유진에게 평가까지 부탁했다. 하지만 결국 한벌도 사지 않았다.

심유진은 가게 안의 소파에 앉아서 직원이 준 물을 마시며 하은설에게 문자를 보냈다.

“뭐 해? 얘기는 잘 끝났어?”

그때 Maria는 또 탈의실에서 나와 거울 앞에서 한 바퀴 돌더니 기대에 찬 눈길로 심유진을 바라봤다.

“어때요? 예뻐요?”

심유진은 이제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 아까 했던 말들을 또 한 번 반복했다.

“예뻐요. 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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