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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김욱은 일에 미친 사람이었고 심유진도 마찬가지였다. 점심시간에도 그들은 일을 내려놓지 못하고 문서들을 반찬 삼아 라면을 먹었다.

그때 심유진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별이에게서 온 전화였다. 심유진은 깜짝 놀라서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엄마…”

별이가 울면서 심유진을 불렀다. 심유진은 점점 불안해져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왜?”

심유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모가 사라졌어.”

별이가 울먹이면서 최대한 또박또박 말하려고 애썼다. 심유진은 얼른 밖으로 나갔고 김욱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 뒤를 따랐다.

“일단 울지 마.”

심유진이 별이를 달랬다.

“어떻게 된 일인지 엄마한테 자세히 설명해 봐.”

“이모랑 밥 먹다가 이모가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고 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했어.”

별이가 밥 먹기 전에 사진을 찍어 보냈던 게 기억났다.

“그리고는?”

심유진은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현관에 걸어둔 패딩을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김욱은 엘리베이터를 눌러주며 희미한 통화음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밥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10분이 지나도 안 왔어. 그리고 전화해도 안받았어. 직원분한테 부탁해서 화장실에 가봤는데 이모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대. 엄마, 나 무서워.”

별이가 얼마나 무서워하고 있는지 수화기 너머로도 느껴졌다.

“이미 나왔어. 금방 도착해.”

심유진이 저도 모르게 말을 빨리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서도 문 닫는 버튼을 정신없이 눌렀다.

“어디 가지 말고 거기에서 기다려. 누가 데려가려고 하면 소리치거나 주위 어른들한테 신고해 달라고 해.”

“응.”

별이가 대답했다.

“전화는 안 끊을게.”

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심유진은 계속 통화했다.

“엄마가 옆에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응.”

별이는 대답을 하긴 했지만 저도 모르게 재촉했다.

“엄마 꼭 빨리 와.”

김욱은 일부러 집과 가까운 영화관의 표를 구했기에 이동시간이 짧았다. 심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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