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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심유진은 그동안 허택양이 어떠한 생활을 했는지 알 수 없었으나 단 몇 년 사이에 그에게서는 음산한 기운이 풍겼다. 어쩌면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 속의 변태 살인마와 허택양의 얼굴이 천천히 겹쳐 보였다. 심유진은 숨을 참고 이빨을 꽉 깨물고 나서야 가까스로 공포를 잠재웠다.

긴장한 심유진을 본 허택양의 웃음은 점점 더해갔다 .

심유진이 불안해할수록 허택양은 더욱 흥분했다.

“내가 무섭죠.”

허택양은 강한 확신의 말투로 말했다.

심유진은 고개를 숙이며 답하지 않았고 몸 뒤로 묶여 있는 두 손에 힘을 주고 시트를 꽉 잡았다.

“지금 당신의 모습을 찍어서 허태준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허택양의 손가락은 심유진의 눈썹부터 입술까지 얼굴 전체를 쓸었다.

“사랑하는 여인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본다면 태준도 힘들겠죠?”

“사랑하는 여인?”

심유진은 눈썹을 치켜뜨고 비꼬았다.

“허태준이 사랑하는 여인은 아직 감옥에 있는 거 아니에요?”

“심유진 씨.”

허택양의 눈빛은 차가워졌고 그녀에게 경고 어린 말을 내뱉었다.

“내 앞에서 잔머리 쓰지 마요. 내가 모르는 줄 아나 본데, 당신이랑 허태준이 재혼한 사실을 난 알아요.”

심유진과 허태준이 재혼한 사실은 몇몇 사람밖에 알지 못했다.

심유진은 단번에 하은설이 허태준에게 들켰음을 눈치챘다.

이 또한 허택양이 의도를 숨기고 하은설에게 접근한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맞아요. 제가 허태준이랑 재혼했어요.”

심유진은 당당하게 인정했다.

“그런데 결혼이 무엇을 증명할 수 있죠?”

심유진은 허택양에게 되물었다.

“잊지 말아요, 저랑 허태준이 결혼했을 때 그는 아직도 정소월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그건 정소월이 이미 결혼했기 때문이에요!”

허택양은 흥분해서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 자신이 너무 쉽게 흥분했음을 느낀 허택양은 계면쩍은 듯 웃었고 다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럼 당신이 말해 봐요. 허태준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왜 결혼했는지?”

“은설이 아직 말 안 했나요? 저의 친아버지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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