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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허택양은 마치 신유진의 말에 혹한듯해 보였다. 몇 초간 두려워하는 듯 보이던 얼굴빛은 다시 어둡게 변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색 슈트를 입은 사내가 밀치고 막무가내로 들어왔다.

그는 시종 얼굴을 굳히고 허택양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시종일관 심유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허 대표님 시간 다 됐습니다. 이제 가야 합니다.”

사내는 낮은 목소리로 허택양에게 말했다.

“그래.”

허택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심유진을 침대에서 당겼다.

다리가 묶인 신유진은 휘청거리다가 몸이 앞으로 쏠려 벽에 부딪힐 뻔했다.

허택양은 등 뒤에서 심유진을 당겼고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의 다리에 둘러싸인 줄을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심유진이 도망갈 것을 대비하여 그녀에게 밧줄을 감게 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시간을 지체할 줄은 몰랐다.

허택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내를 불렀다.

“풀어 줘.”

그리고는 심유진에 대한 경고도 빼먹지 않았다.

“만약 일을 저지른다면 하은설은...”

“걱정 말아요! 난 절대 돌아 도망가지 않아요.”

심윤지는 허택양을 비웃었다.

“내가 당신보다는 신용을 잘 지키잖아요.”

그 말에 허택양도 비아냥거렸다.

“그러면 다행이고요.”

사내는 허택양에게 물었다.

“허 대표님, 손에 묶인 것도 풀까요?만약 다른 사람들이 이걸 보고 신고라도 하면...”

허택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풀어, 아무튼 도망가지 못하니까.”

풀리지 않게 단단히 묶은 탓에 작은 칼의 도움을 받아서야 겨우 풀 수 있었다.

심유진은 사내의 손에 든 반짝거리는 칼을 보고서는 몰래 사내에게 눈짓을 보냈다.

사내도 빨리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허택양이 눈치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칼을 심유진의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준비됐습니다.”

사내는 아무런 표정 없이 허택양에게 보고를 올렸다.

허택양은 신유진을 끌어안아 친밀한 사이처럼 보이게 했다.

“나가서 큰 소리 내지 마요. 다른 사람에게 구원하지도 마요. 아니면...”

“아니면 하은설과 아이도 죽일 거죠.”

심유진은 냉정하게 그의 말을 이었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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