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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심유진은 얼음창고에 갇힌 것처럼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

심유진은 허택양이 어디에서 하은설의 임신 사실을 알아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심유진은 자기 손톱으로 연약한 손바닥 살들을 아프게 꼬집으며 냉정해지려 안간힘을 썼다.

"당신..."

심유진은 이빨을 꽉 깨물었고 목소리에는 힘을 주었다.

"당신,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예요?"

"유진 씨를 만나고 싶어요."

허택양이 대답했다.

심유진은 핸드폰을 든 손에 힘을 주며 되물었다.

"내가 당신을 만나러 가면 은설이를 풀어줄 건가요?"

"당연하죠."

허택양의 시원하고도 빠른 대답이 들려왔다.

"그치만..."

허택양의 질질 끄는 말에 심유진은 호흡을 멈추고 집중했다.

"혼자 와야 해요."

허택양의 음색은 차갑게 변했다.

"만약 신고한다거나 다른 사람과 동행한다면..."

허택양은 말하면서 음산하게 웃었다.

"내가 은설이를 어떻게 할지도 몰라요."

"좋아요!"

심유진은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재빨리 하은설을 허택양의 손아귀에서 구할 생각뿐이었다. 설령 그러다 자신이 위협을 받는다고 해도 물불 가리지 않을 심소연이었다. 모든 일은 그녀로부터 시작되었기에.

"저 혼자 갈게요. 주소 불러주세요."

**

허택양이 보내온 주소는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심유진은 별이를 혼자 집에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김욱에게 알릴 용기가 없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깨면 김욱에게 전화를 걸라는 메모를 별이에게 남겼다.

출발 전에 심유진은 이미 잠든 별이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보면 볼수록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오랫동안 머무를 수 없어 심유진은 몸을 일으켜 별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추고 애써 눈물을 참았다.

"안녕."

그녀는 애써 힘 있게 말했다.

어쩌면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

**

운전하면서 심유진은 떨리는 손으로 다시 허태준의 번호를 눌렀다.

허태준의 핸드폰은 여전히 무응답이었다. 심유진은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 둘은 정말 인연이 아닌가 보다. 그렇게 천년만년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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