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오픈을 하자마자 사영은이 찾아올 줄이야.정남일은 심훈의 사무실 문을 열었다. 들어오자마자 담배냄새가 났다. 하지만 품질이 상급인 시가였기때문에 냄새는 코를 찌를 정도는 아니었다.심훈은 농염한 연기속에 앉아있었고 손으로 담배를 털었다.“또 누가 날 찾는데?”그의 입꼬리는 높게 올라갔지만 담담한척 했다. 하지만 눈속의 의기양양한 기색은 감출수 없었다.정남일은 이초동안 멈칫하다가 사영은의 이름을 댔다.심훈의 입꼬리는 내려앉았다. 얼굴색은 삽시간에 차가워지더니 혐오감까지 나타났다.“경비더러 쫓아내라고 해.”그의 냉담함은 정남일더러 한순간 벙 찌게 했다. 이윽고 심훈은 크게 소리질렀다.“어서 나가지 못해?!”“네, 심대표님. 지금 바로 나가보겠습니다.”정남일은 급급히 달려나가 빌딩 경호실에 전화를 해 경비들을 불러오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지시가 안내데스크에 도달하기도 전에 복도 끝쪽 문어구쪽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왔다.“들어가시면 안됩니다!”—안내데스크 아가씨는 급해서 울음이 터질것만 같았다.“비켜!”—사영은은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귀찮은듯 분노하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은 몇 없었기에 소란을 듣자 모두들 업무를 그만두고 이쪽을 바라보았다.정남일은 생각했다. 심대표한테 이 일이 들리면 안된다고.그는 급히 문어구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웃으면서 사영은을 막아나섰다.“사모님, 심대표님은 지금 바쁘세요. 시간을 내기 힘들다고 하네요.”사영은은 정남일을 알았다. 하지만 두사람의 얄팍한 감정은 사영은을 막을수 없었다.사영은은 정남일을 밀치면서 말했다.“꺼져!”그리고는 안으로 쳐들어갔다.정남일은 성인남성이다. 그래서 사영은한테 손을 대지 못했다. 정남일은 안내데스크에 도움을 청했다.“잡아!”안내데스크 아가씨는 사영은의 허리를 안았다. 사영은은 안내데스크 아가씨의 손을 끌어냈다. 긴 소톱은 아가씨의 손등을 긁어 몇가닥의 핏기가 나타났다.아가씨는 울면서 손을 놓았고 사영은은 다시 안으로 쳐들어갔다.안내데
심훈은 진작에 밖의 소동을 들었다. 하지만 사영은의 그런 스캔들이 폭로됨으로 하여 심훈은 지금 얼굴을 들고 다닐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다 사영은은 지금 아무런 이용가치도 없으니 심훈은 그녀를 다시 만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이 시점에서 사영은과 이혼을 하게 되면 엎친데 덮친격이 되어 안좋은 소리만 듣게 될것이 뻔하니 그는 사영은의 심씨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아직까지 쓰게 두었다.사영은한테서 신경을 끌수는 있어도 심연희는 어쨌거나 그의 하나뿐인 딸이었다. 그래서 심연희한테 일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니 그는 더이상 가만히 앉아만 있을수 없었다. 시가의 불을 조심스레 끄고 옆에 놓은채 심훈은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밖은 엉망진창이었다.파일, A4용지 그리고 그옆 자잘한 자갈과 흙, 그옆에는 형체를 알아볼수 없는 깨진 화분이 놓여져 있었다.“펑.”또하나의 화분이 심훈의 발옆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나른하고 습한 흙이 심훈의 빛이 나는 까만 구두를 덮었다. 한줌의 흙은 심훈의 신안에까지 들어와 그의 발을 아프게 했다.심훈은 깜짝 놀랐다. 사영은의 독기어린 얼굴을 보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뭐하는 짓이야?!”그는 크게 소리질렀다.사영은은 집어던지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내가 무슨 짓을 하냐고?”그녀는 차갑게 웃으면서 무심코 집어든 노트북을 심훈한테 던졌다.사람들의 비명소리속에 심훈은 제때에 비켰다. 노트북은 쾅하는 소리와 같이 바닥에 떨어졌다. 스크린은 어둡게 변했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내 기획안!”한 여직원은 울음을 터뜨릴번했다.사람들은 동정과 안타까움을 표했으나 사영은은 보는체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심훈을 손가락질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심훈 이 양심도 없는 개자식! 이제 재기를 하니 나랑 연희를 나몰라라 하는거지!”심훈의 얼굴색은 새까맣게 변했다.사영은은 그와 결혼해서부터 줄곧 그의 앞에서 큰소리조차 내지 못했었다. 오늘처럼 이렇게 무례하게 군적이 한번도 없었다.심훈은 자신의 권위가 침해를 받은것 같았다.하지만 사람들 앞
”살려줘! 살려줘요!”심훈의 사무실은 크지 않고 소음작업을 할수있는 설비도 없어 사영은의 울부짖는 소리는 다른사람들의 귀에까지 들렸다.정남일은 자신이 나간지 몇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일이 이렇게 될줄을 몰랐다.사무실밖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어떻게 해야할줄을 몰랐다.“이러다가 심대표님이 마누라를 때려죽이겠는데...”“들어가서 말려야 하는거 아냐? 이러다 목숨이 날아가면 안되는데.”“니가 말리든가! 나는 못말려!”......토론은 한창이었다. 결국 들어가서 말리는 일은 심훈이 가장 아끼는 심복, 정남일이 맡게 되었다.“정조수님 부탁해요!”“정조수님, 화이팅!”......정남일은 괜히 들어갔다가 심훈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까봐 두려웠지만 사영은의 울부짖음소리가 점점 미약해져 그의 공포감도 더욱 깊어져갔다.경비실에서 보내온 경비들은 늦게 도착하였다. 사무실의 혼란스러움을 보자 급히 물었다.“사람들은요? 다 어디갔어요?”정남일은 그들한테 얘기했다.“먼저 밖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이따가 다시 부를게요.”경비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정남일과 다시한번 그들이 필요없다는것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물러섰다.정남일은 심훈의 사무실 문에 노크를 하면서 다급하게 불렀다.“심대표님! 심대표님! 경비들이 왔습니다!”심훈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분노가 그를 움직이고 있어 그의 대뇌는 통제권을 잃었다.정남일의 문을 박살낼것 같은 소리를 듣자 그제서야 심훈은 정신이 들었다. 경비라는 두글자를 듣자 손을 멈췄다.사영은은 꿈쩍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생명력이 없는 인형같았다.심훈은 그제야 황급해졌다.그는 냉큼 앉아 두손을 사영은의 콧가에 가져갔다.다행이다. 그녀의 호흡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다.그는 더 지체하지 않고 문을 열어 정남일을 들어오게 했다.정남일은 바닥에 누운 사영은을 보자 깜짝 놀랐다.“심대표님, 사모님은...”그는 몸을 떨었다.심훈은 억지로 진정을 하면서 말했다.“안죽었어.”정남일은 그제야 시
사영은이 이런 상태일 때 사진이 찍혀 뉴스에 보도된다면 영향력은 어마어마할것이다.하지만 이 시각 정남일 옆에는 다른 사람이 없고 사영은의 상황도 낙관적이지 못하다. 몇초를 고민하다가 정남일은 먼저 사영은을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차에 시동을 걸자마자 그는 심훈한테 전화를 해서 상황에 대해 보고를 했다.심훈은 한참 있다가 대답했다.“알겠어. 사람을 시켜서 처리하라고 할게.”**병원에 와서도 사영은은 깨지 못했다.정남일은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의사더러 사영은에게 정밀한 검사를 해달라고 했다.결과가 나오자 그는 유난히 걱정되고 난처했다. 온몸에 여러군데가 골절되고 뒤통수는 한쪽이 움푹 패였으며 비장도 파열되었다.의사는 엄숙한 얼굴을 하고 경계를 하면서 물었다.“당신이 이렇게까지 때렸나요?”정남일은 연속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아닙니다! 저는 병원에 데려다줬을 뿐입니다! 저도 이 상처가 어떻게 생긴것인지 모릅니다!”의사는 물었다.“경찰에 신고는 했나요?”정남일은 조마조마했다.“아직요. 병원에 데려오는 일이 더 급한 일이잖아요? 전화할 틈이 없었습니다.”“먼저 입원하시죠. 후속 치료는 상관과의 의원이 책임질겁니다.”의사는 더 묻지 않고 안경을 올리면서 간호사한테 사영은을 정형외과로 옮기라고 얘기하고는 간호사를 옆으로 불러내 조용히 타일렀다.“경찰에 신고를 하세요.”**사영은의 신분때문에 정형외과로 이송을 한뒤 정남일은 그녀에게 VIP병실을 안배해줬다. 그리고 간호사의 추천을 받아 말이 많지 않은 간병인을 모셔왔다.이 모든일을 끝마치지 이미 저녁이 되었다.그는 시계를 보았다. TD엔터의 작은 방대표와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그는 간병인한테 당부를 하고는 차를 끌고 약속한 레스토랑으로 갔다.**정남일이 떠나자마자 육윤엽은 심유진과 함께 옆병실에서부터 나왔다.심유진은 크게 다쳤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보통사람보다 더 빨리 회복되었다. 오늘 의사는 드디어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와 휠체어를 타고 밖을 돌아다니는것을 허락했
”응급실에서 이송될 때 경찰에 신고를 했다던데 이 상처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안했대...”“얻어맞은거겠죠?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까지 될수 있겠어요!”“연예인이면 다들 매니저랑 경호원이 있지 않나? 일반인은 가까이 할수 없을텐데. 어떻게 때렸지?”“그건 한창 핫한 연예인이나 해당하는거고! 사영은같이 몇십년이 지난 연예인은 아닐걸. 그것도 얼마전에 그렇게 큰 스캔들이 터졌는데 어떤 매니저가 옆에 있겠어!”심유진은 가십거리나 들을려고 했었지만 간호사의 입에서 사영은이라는 이름을 듣자 멍해졌다.위아래를 이어서 들어보면 더욱 놀라웠다.누가 사영은을...때렸어?하지만...누가?육윤엽도 심유진처럼 간호사들의 토론에 집중을 했다.그는 점차 발걸음을 늦추다가 아예 제자리에 멈춰섰다.심유진을 책임지고 있는 간호사는 두분이었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유일한 VIP환자였기에 모든 스태프들은 심유진과 육윤엽을 잘 알고 있었다.간호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주시하게 되었다.심유진을 책임지고 있는 간호사 매니저 이문은 손가에 업무를 내려놓고 긴장하면서도 관심스레 물었다.“여기에는 어쩐일로 오셨어요? 무슨 일이신가요? 일이 있으시면 방안에서 벨을 누르시면 되는데. 그럼 저희가 가볼겁니다.”심유진은 웃으면서 손사레를 쳤다.“아니예요. 의사선생님이 침대에서 내려와도 된다고 하길래 바람을 쐬던 중이었어요.”이문은 그제야 안심했다.“저희가 모실까요?”그녀는 심유진을 보고 또 육윤엽을 바라보았다.“좋아요.”심유진은 대답했다.육윤엽은 그녀의 대답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심유진을 바라보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이문은 앞에서 걸으면서 각 층의 구조와 지나가는 매개 방에 대한 용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심유진은 열심히 들으면서 한바퀴 다 돈 후 물었다.“옆방에 오늘 누가 입원했다고 하던데요.”“네.”이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소리를 낮춰 말했다.“혹시 여배우 사영은이라고 아세요?”심유진은 알아맞혔지만 결과를 확인하니 어쩐
김욱은 아침일찍 병원에 왔다. 반시간을 들여 육윤엽에게 업무보고를 한후 줄곧 남아있었다. 가끔 진아주머니를 돕고 대부분 시간은 옆의 쇼파에 앉아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했다.육윤엽이 심유진을 데리고 나갈때 그는 열심히 미국회사쪽에서 보낸 메일을 보고 있었다.진아주머니는 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아까 전화를 받더니 나가셨어요. 물건은 아직 남아있으니 조금 있으면 돌아올거예요.”진아주머니말대로 김욱의 노트북은 그가 앉았던 쇼파위에 놓여져있었다. 옆쪽 전원불은 여전히 켜진 상태다. 아마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것이다.육윤엽은 심유진을 진아주머니한테 맡기고 말했다.“유진이를 침대에 눕혀주세요. 김욱한테 전화를 할게요.”하지만 전화가 통하기도 전에 김욱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의 손에 든 핸드폰은 마침 울렸다. 그는 고개를 숙여 보고는 놀란 눈으로 육윤엽을 바라보았다.“삼촌, 저를 찾으셨어요?”육윤엽은 입을 열지 않고 진아주머니가 심유진을 침대에 눕히는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핑계를 들어 아주머니를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사영은이 옆방에 있어. 무슨 상황인지 한번 알아봐.”김욱은 두눈을 휘둥그레 떴다.“옆방에 사영은씨가 있다구요?”그는 옆방병실에 누군가 들어간것을 보긴 하였지만 안에 입원해있는 사람이 사영은일줄은 몰랐다.“의사선생님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심유진이 입원해서부터 그는 거의 매일을 의사 사무실에 들렸다. 심유진의 회복속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함이다. 여러번 가게 되니 의사들과도 안면이 터 이런 소식을 알아보기에 쉬웠다.오분도 지나지 않아 김욱은 상황을 파악하여 의사 사무실에서 나왔다.“진짜로 다친듯 합니다. 심하게요. 누군가한테 맞은것 같습니다. 아직 깨어나지는 않은듯 합니다. 그래서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모릅니다.”사영은이 자신의 친어머니라 하지만 심유진은 김욱의 말을 듣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육윤엽이 오히려 어두운 얼굴을 하고있었다.밖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김욱은 나가서 보더니 말했다.“경찰이 옆방으로
김욱은 어쩔 수 없이 허태준에 대해 약간의 동정이 생겼다."그의 둘째 삼촌이 올해 60세 생일이거든요. 그런데 그의 부모님께서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요구를 하는 바람에..." 김욱은 허태준에게 변명을 했다. "중요한 일이 있다면 제가 연락하겠습니다.""괜찮아." 육윤엽은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내일 와서 얘기해도 괜찮아."김욱과 심유진은 시선을 맞추더니 동시에 입을 삐죽거렸다.**로열호텔의 입구에는 각양각색의 고급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다.행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차를 바라보며 감탄했다.허태준이 차를 주차하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태준아, 도착했어?"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허태준은 손에 휴대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조수석에서 포장된 선물을 잡았다. "방금 도착했어.""그래, 그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얼른 들어와, 다들 널 기다리고 있어!"허태준은 운전석에서 나왔다. 어둠에서 나와 입꼬리를 올렸다.“날 기다린다고?”YT 그룹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될 것 같다. 안 그러면 그를 이렇게 공손하게 대할 리 없었다.YT 그룹은 그룹 내에 큰 문제가 생겼지만, 군심을 흔들지 않기 위해 허태서는 지금까지 태평하게 군림해 왔다.둘째 삼촌의 생일 파티 규모를 봐도 엿볼 수 있었다.오늘 저녁, 로열 호텔의 연회장 3층 전체는 대외적으로 영업하지 않는다는 공지를 냈다. 연회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의 프라이버시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아침 일찍 허택양은 미리 주문한 각종 최고급식재료를 전용기로 직접 경주로 보낸 뒤, 로열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운송했다.파티에서 손님들이 마실 술도 전부 국내외에서 가장 유명한 술 공장과 행인들은 제조한 것으로 한 병당 가격이 수천만 원에 해당한다.이틀 전, 직접 CY 그룹에 가서 그에게 초대장을 전하고 의기양양하게 자랑했다. 허태준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들과 가까워진 것에 기뻤다.로열 호텔이 바깥에 걸려 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생일 파티 장소가 기재되어 있었다. 허
테이블에 같이 앉은 사람들은 허씨 삼 형제다. 안식구들과 손주들은 모두 옆 테이블에 앉았다.허태준은 테이블 가까이에 다가가자, 그의 아버지가 손을 흔들었다. "태준아, 여기!"테이블 위에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옆에 남겨진 빈자리 하나는 분명 허태준의 자리다.허태준은 자리에 앉는 대신 둘째 삼촌 쪽으로 다가가 준비한 선물을 그에게 건넸다."삼촌, 생일 축하해요."허태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온화하게 말하는 허태준은 이 사람들을 대할 때 어조에서 보기 드물게 약간 온화함을 내비쳤다. 보기 드문 표정이다. 몇 년 간 서로 어색했던 사이였다.다만, 그는 "기억상실" 이후로 가족과 친구들에게 많이 차가워졌다. 그의 이런 태도는 그녀를 다소 당황스럽게 만들었다."고마워, 태준아!" 오늘 생신을 맞은 둘째 삼촌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평소처럼 허태준의 안색을 살피는 게 아니라,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가 건넨 선물을 품에 안고 느껴지는 액체의 흔들림을 온몸으로 느꼈다.허태준이 선물한 것은 술이다, 그의 취향을 제대로 간파한 것이다. 둘째 삼촌은 술을 목숨처럼 좋아하지만, 술에 취한 뒤 술주정으로 일찍이 그 때문에 많은 추태를 부린 적이 있다.옆 테이블의 둘째 아주머니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술을 준 거니?"그녀의 목소리가 워낙 컸던 탓에 주위의 시끄러운 소음들을 가뿐히 무시한 채 모두가 입을 다물게 하는 데 성공했다.둘째 삼촌 얼굴의 미소가 더욱 실렸다.허태준은 미소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둘째 삼촌이 위랑 간이 안 좋은 것 몰라? 의사가 술 절대 마시지 말라고 했단 말이야." 둘째 아주머니가 화를 내며 허태준을 노려보았다. 그를 마치 고의로 사람을 해치려는 흉악한 살인범처럼 바라보았다.허태준의 눈에는 둘째 삼촌은 옛날에는 괴롭히다가, 지금은 아들을 내세워 괴롭히는 독선적인 늙은이에 지나지 않았다. 비록 야심은 크지만 어떤 풍파도 일으킬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사람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