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20화

어차피 어머니도 허태준이 꼭 가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기에 심유진도 딱히 강요하지 않았다.

“토요일에 아이한테 줄 케이크 만들어야 하니까 태준 씨 몫까지 만들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요. 저녁 꼭 잘 먹고 들어와요.”

요즘 매일 저녁 디저트를 먹는 허태준이 생각나 심유진이 신신당부했다. 허태준이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 줄 시간은 있고 날 위해 만들 시간은 없어?”

“아이가 이번에 돌이래요. 선물로 케이크를...”

“내가 케이크 하나 사 갈 테니까 당신이 만든 건 나한테 줘.”

허태준이 명령했지만,심유진은 대꾸해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허태준은 심유진의 치명적인 약점을 쥐고 있었다.

“돌아와서도 고양이 보고 싶으면 내 말대로 해.”

”아, 알겠어요. 태준 씨 것도 만들게요.”

심유진이 얼른 대답했다. 허태준은 오랜만에 고양이를 다리에 올려놓은 채 자상하게 털을 쓰다듬어 줬다.

태준 어머니는 허태준이 식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어도 딱히 놀랍지 않았다. 허태준이 자신을 잘 알고 있듯 그녀 역시 허태준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심유진이 얘기하면 조금 져주지는 않을지 기대를 걸어보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가게 할 방법이 있으니 상관없었다.

돌잔치는 로열호텔에서 진행됐다. 식탁이 네 개밖에 없는 방이었다. 돌잔치라기보다는 그냥 가족 모임 정도의 분위기였다. 어머니가 다 한 가족이니 긴장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 무슨 뜻인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중에 “한 가족”의 범위에 절대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보였다. 바로 심연희였다.

심연희는 붉은색의 긴 드레스를 입고 어깨에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대부분 편하게 입고 온 자리에 과하게 격을 차린 모습이 위화감이 들 지경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정장을 빼입은 정재하가 보였다. 심연희는 정재하의 팔짱을 낀 채 그 형식적인 웃음을 띠며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정재하는 내내 무표정으로 어딘가 넋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