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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언니는 진짜...”

심연희는 눈빛에 자책과 속상함이 가득했다. 심유진이 어떡하면 이 “우애 깊은 자매”를 연기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 휠체어가 자동으로 뒤로 물러났다. 정확히 얘기하면 허태준 어머니가 휠체어를 잡은 채 뒤로 물러났다.

휠체어에 기대 있던 심연희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으나 다행히 정재하가 빠르게 심연희를 부축했다.

“죄송해요.”

허태준 어머니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며느리랑 저쪽에 아이도 좀 보러 가야 해서요. 나중에 또 얘기하죠.”

정재하 부모님도 인사를 나눴다.

“그래요. 나중에 뵐게요.”

거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정준성이 차가운 눈길로 정재하를 바라봤다. 정재하는 고개를 숙이고는 심연희의 손을 꽉 잡으며 낮게 말했다.

“이만 가자.”

심연희는 멀어져 가는 심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 정재하는 심연희를 방안의 어느 한구석에 데리고 왔다. 모두 오늘의 주인공 아니면 이 자리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허태준 어머니를 둘러싸고 있느라 그 둘을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린 먼저 가자.”

정재하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안돼!”

심연희의 반응이 격했다.

“난 안 가!”

“연희야!”

정재하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는 심연희의 눈물에 또 마음이 약해졌다.

“내 말대로 하자. 응? 여기 뭐 재밌는 것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잖아. 저번에 가고싶다던 레스토랑 지금 갈까? 어때?”

“싫어!”

심연희의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흘러내렸다. 정재하는 그 모습이 마음 아팠다. 그는 손으로 눈물을 다정하게 닦아주며 가볍게 볼에 입을 맞췄다.

“울지 마.”

정재하는 이제 심연희를 달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들이랑 친해지고 싶은 건 알겠지만 이렇게 급해할 필요는 없어. 여차하면 경주에 돌아와서 일해도 되고.”

심연희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하지만 내 사업은 이제 시작인걸…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매니저로 승진할지도 몰라…“

정재하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뭔가 괜찮은 방안이 떠올랐는지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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