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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허태준 어머니가 차에서 내리고 나서야 심유진은 한숨 돌렸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태준은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운전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도와달라는 눈짓을 보내는 심유진을 백미러로 보며 허태준도 여러 번 입꼬리를 올리긴 했다.

“어머니한테 귀찮은 소리 듣고 싶지 않으면 저런 자리에 나서질 마.”

허태준이 얘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심유진도 다시는 이런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참이었다.

“근데 지안이가 귀엽긴 했어요. 잔소리 들은 보람이 있네요.”

“왜, 애 가지고 싶어졌어?”

심유진은 빠르게 부정했다.

“아니요!”

다른 집 아이와 놀아주는 거랑 자신이 아이를 가지는 건 완전히 딴판이라는 걸 심유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문제에 관해서 심유진은 항상 신중했다. 허태준은 실낱같은 희망이 한순간에 사라진 기분이었다.

하필 이때 심유진은 눈치 없이 불 난데 부채질하는 격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근데 어머님은 정말 손주를 보고 싶으신 것 같더라고요.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얼른 저랑 이혼하고 정말 사랑하는 아내 만나서 손주 안겨드리세요.”

허태준은 당장 차에서 내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

“그건 내 일이니까 신경 꺼.”

“네.”

심유진이 낮게 대답했다.

거의 집에 도착할 때쯤 허태준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차량 스피커와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던 탓에 정소월의 다급한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태준아, 허태서가 또 찾아왔어. 벨 누르고 있는데 나 너무 무서워. 빨리 와줘.”

심유진은 당황했지만,아무것도 못 들은 척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차갑게 굳은 얼굴을 보며 입술을 잘근 씹었다.

“무서워하지 마.”

허태준이 정소월을 달랬다.

“금발 갈게. 일단 끊고 조금 있다가 내가 다시 전화할게.”

“안 끊으면 안 돼?”

정소월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네 목소리 듣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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