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이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러려고 결혼한 건데요 뭐.” 허태준이 입술을 깨물었다. 깊은 눈이 슬픔에 잠겼다. 식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소월에게서 전화가 왔다. “태준아, 기사 봤어? 우리 둘이...” 정소월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조금 울먹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응.” 허태준이 대답하며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 심유진을 한번 쳐다봤다. “이미 기사 내리라고 얘기했어.” “하지만 허태서가 이미 봤을 거야.”정소월은 겁에 질려 있었다. “또 찾아올까 봐 무서워.” “그렇게 빨리 찾아낼 리가 없어.” 허태준은 이미 사람을 시켜 정소월의 이사를 도왔다. “그리고 이미 보디가드가 옆을 지키고 있으니까,허태서가 널 해칠 일도 없고.” “그래도 무서워 태준아.” 정소월이 흐느끼며 말했다. “보고 싶어... 지금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 “안 될 것 같아.” 허태준의 말에 심유진이 젓가락질을 멈췄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그 기사 우리 엄마도 봤어.” 허태준의 시선이 심유진 쪽으로 갔다가 또 금방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오늘 나 찾으러 오셨어. 그래서 한동안은 너한테 못 갈 것 같아.” 허태준의 말투가 매우 부드러웠다. 조금의 아쉬움도 담겨있는 것 같았다. “그럼 난 어떡해? 태준아, 네가 없으면 난 무서워서 잠도 못 자.” “미안.” 허태준은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 엄마를 안 챙길 수는 없어.” 심유진은 허태준이 이렇게 효자인 줄은 몰랐다. 이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이니 부모를 비롯한 그 누구의 말도 신경 쓰지 않는 줄 알았다. 정소월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어쩔 수 없이 타협했다. “알겠어. 그럼 혹시 매일 밤 영상통화 해도 돼?” “당연하지.” 심유진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허태준이 한마디 보탰다. “심유진이 어머니한테 보고하지만 않는다면.” 심유진이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그럴 일은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허태준은 그제야 고양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발을 들어 슬리퍼 우에 엎드려 있는 고양이를 떨어트렸다. 별로 심하게 넘어진 게 아니었기에 고양이는 또다시 일어나 슬리퍼 쪽으로 다가갔다. 허태준이 아예 고양이를 품에 안고 카메라를 비추며 정소월에게 소개했다. “심유진이 키우는 거야.” 정소월이 잠시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너무 귀여워! 나도 고양이 한마디 키우고 싶었는데...” 정소월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근데 허태서가 못 키우게 했었지...” “마음에 들면 내일 가져다줄게.” 허태준은 심유진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 결정했다. 심유진은 뭐라고 한마디 하려 했으나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어 허태준에게 손을 저으며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허태준은 못 본 척 휴대폰만 들여다봤다. “안되지 않을까?” 정소월은 표정에 기대가 가득했지만 바로 좋다고 대답하지는 않았다. “유진 씨가 키우는 건데 허락은 받아야지.” “정확히 얘기하면 어머니가 키우라고 우리한테 주신 거야. 그러니까 나도 양육권이 반은 있다는 소리지.” 허태준은 휴대폰으로 얼굴을 미묘하게 가리며 심유진의 표정을 살폈다. 심유진은 매우 당황한 눈치였다. 허태준은 더욱 기분이 안 좋아졌다. 자신이 정소월에게 갈 때는 아무런 아쉬워하는 기색이 없다가 고작 고양이 한 마리에 이렇게 다급해하는 모습이라니... 정말 자신이 고양이보다도 소중하지 않은 존재인걸까? 허태준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러니까 얘를 어떻게 처리하던지 다 내 마음이야.” 만약 허태준이 정말 고양이를 보내버린다면 심유진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말 아쉬웠다. “아니면 한 마리 사주는 건 어때?” 정소월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만약 이 고양이를 가져다주면 유진 씨도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은데.” 심유진은 허태준이 자신을 보든 말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태준은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 “그래, 내일
심유진은 허태준이 일부러 저런다는 걸 눈치챘다. “안 돼요. 고양이는 제 거니까 몰래 다른 사람한테 가져다주기라도 한다면 바로 어머님께 전화할 거예요.” 심유진의 말 때문인지 인터넷 연결이 끊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소월의 표정이 굳어졌다. 허태준은 심유진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던지.” 심유진은 이를 꽉 깨물더니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정소월씨랑 연락한다고 얘기할 거예요.” 허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네가?” “저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심유진은 허태준의 기세에 눌려 울지 않으려 애썼다. “오늘 어머님 앞에서 한 약속 잊지 않았죠? 제가 다시 한번 말해드려요?” 허태준은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결국 정소월이 그를 말렸다. “태준아 됐어, 나 고양이 필요 없으니까 그냥 유진 씨한테 드려.” 허태준이 차가운 시선으로 심유진을 바라보며 비꼬는 식으로 칭찬했다. “대단하네? 앞으로도 그렇게 행동하길 바랄게.” “네, 그럴게요.” 심유진도 웃으며 대답했다. 이런 다툼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심유진은 허태준이 자신을 어떻게 할까 봐 걱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정말 몰래 고양이를 처리해 버릴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허태준이 집에 있기만 하면 고양이와 한시도 떨어져 있지를 않았다. 하지만 심유진이 예상하지 못한 것은 고양이보다 자신에게 먼저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실 큰일은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심유진은 허태준 아니면 어머니밖에 올 일이 없는 집에서 누가 초인종을 누른 건지 궁금했다. 배달을 시킨 적도 없고 택배를 시킨적도 없었다. 심유진은 인터폰으로 벨 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확인했다. 익숙한 얼굴이 눈앞에 보였다. 정재하였다. “유진 씨, 계세요?” 심유진은 저번 돌잔치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심연희와 관련 있는 그 누구도 만나도 싶지 않았다. 심유진은 무시하고 침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정재하는 굴하지 않고 벨을 계속 울렸다. 소리가 어
심유진은 결국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심 씨네 집안에서 받은 고통이 너무 많았는데 이젠 정재하도 그 집안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니 방심할 수 없었다. “그럼,태준 씨가 돌아오면 그때 다시 찾아오세요.” 심유진은 이렇게 얘기하며 정재하를 돌려보냈다. “태준 씨가 집에 없으면 어차피 들어와도 소용없잖아요.” 정재하가 뭐라고 더 얘기하려는데 심유진은 아예 통화를 끊고 인터폰의 전원마저 뽑아버렸다. 어차피 정재하를 제외 하고는 누구도 벨을 누를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이 일은 이렇게 일단락된 줄 알았는데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유진아, 지금 집에 있니?” 어머니의 말투가 이상했다. 미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보이려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심유진은 어머니가 아직도 허태준과 정소월의 스캔들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했다. “그럼요.” 심유진이 웃으며 답했다. “언제 오시려고요?” 어머니가 잠시 멈칫하더니 얘기했다. “오늘은 안 갈 생각이야. 기사님을 보낼 테니까 네가 이쪽으로 와.” 심유진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기사님은 한 시간 반 뒤에 도착하셨다. 심유진이 초인종의 전원을 다시 켜두었으나 정재하는 다시 벨을 누르지 않았다. 아마 여러 번 눌러봐도 반응이 없으니 먼저 간 것 같았다. “집에 손님이 찾아오셨나요?” 심유진이 차에 타자마자 기사님에게 물었다. 이 이유가 아니고서야 어머니가 자신을 부를 리가 없었다. “확실히 손님이 두 분 찾아오셨습니다.” 심유진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다행히 오늘 제법 깔끔한 차림이었다. 한 시간 반 뒤 차량이 허씨네 별장에 도착했다. 심유진은 거실로 들어가자마자 소파 중앙에 앉아있는 어머니와 양옆 구석에 앉아있는 사영은과 심연희를 목격했다. 휠체어를 움직이던 손이 순식간에 멈췄다. 심유진은 심장이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심유진은 저 둘이 이곳에 온 목적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게 뭐가 됐건 좋은 의
어머니는 그 시선을 피하며 심유진의 손을 잡았다. “이모분도 어제 그 기사를 보셨대.”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해석했다. 어제 그렇게 소란스러웠으니,사영은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요?” 하지만 심유진은 전혀 이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나랑 네 삼촌, 아니 이모부도 다 그거 보고 엄청 화가 났어.” 사영은은 하마터면 말실수를 할 뻔했지만 제때에 말을 바꿨다. “이모부는 회사에 일이 많아서 나랑 연희만 같이 왔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야겠다.” “뭘 알고 싶으시다는 거죠?” 대수롭지 않아 하는 심유진의 태도에 사영은과 심연희 모두 당황했다. 심유진이 지금쯤 화가 나거나 속상해하는 상태일 것으로 예측했었기 때문이었다. 심연희도 말을 보탰다. “언니는 남자가 바람피우는 게 가장 싫다며. 전남편이 바람 피워서 이혼하려고 했었잖아. 그러고 나서 그분이 자살까지 한 걸로 기억하는데,맞지?” 갑자기 새로운 정보들이 가득 생겨 허태준 어머니까지 멍해졌다. 전남편? 자살? 이게 다 무슨 소리란 말인가. 어머니는 심유진을 바라보며 고뇌에 잠겼다. 심유진은 이 모녀가 자신에게 또 나쁜 의도를 품고 있을 거라는 건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둘 다 자신이 허태준과 이혼하게 만들려고 작정하는 것 같은데 그게 마침 자신도 그것을 바라고 있음을 그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심유진이 직접 어머니한테 얘기하지 못하는 과거들을 저 둘이 알려줬으니,허태준이 화를 낸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자신에게 있지 않았다. 심유진은 당황한 척하며 어머니 쪽을 바라보는 동시에 사영은과 심연희를 힐끔 바라봤다. 역시나 조용히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기사는 사실이 아니에요.” 심유진이 모녀에게 말했다. “태준 씨는 그분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그냥 가서 도와준 것뿐이죠.” “그런 핑계를 누가 믿니?” 사영은이 호통을 쳤다. “도와주러 간 거라고 해도 그렇게 한밤중에 가는 사람이
어머니는 당황했다. 심유진은 허태준이 두 번째로 먼저 결혼을 제의한 여성이었다. 그런 사람을 보내면 다음 며느리는 언제 맞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더욱 중요한 건 어머니는 정말 심유진이 좋았다. 자기 친딸처럼 아끼던 이유이기도 했다. “결혼이 장난도 아니고.” 어머니도 표정이 진지해졌다. “화난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이건 유진이랑 태준이 사이의 일이니까 둘이 상의해 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네요.” “상의요?” 사영은은 비웃었다. 심유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애잔함이 담겨있었다. “유진이랑 태준 씨 신분이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데 정말 상의가 되나요? 괴롭힘이나 안 당했으면 좋겠네요.” 원래 같았으면 진작 반박했을 테지만 심유진도 사영은을 통해 자신의 목적에 달성해야 했기 때문에 당황한 척하며 얼버무렸다. “이모, 그런 게 아니라...” “넌 조용히 해!” 사영은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가 방금 자신의 태도가 너무 강압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친절한 말투로 얘기했다. “유진아, 걱정하지 마. 이모가 지켜줄 테니까 괴롭힘 당한일 있으면 다 말해.” “이모, 그런 적 없어요.” 어머니가 심유진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제 인생을 걸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가족 중 누구도 유진이를 얕잡아 보거나 괴롭힌 적 없습니다. 태준이를 불러와서 보증할 수 있어요.” “됐어요.” 사영은이 말했다. “그런 말은 누가 못 합니까, 보증한다 해도 진실은 모르는 일이죠.” “태준 씨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조심스레 얘기하는 심유진을 사영은이 날카롭게 쳐다봤다. 심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사모님.” 어머니가 더는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 끼어들어 말렸다. “유진이도 이미 태준이를 이해한다고 했는데 왜 굳이 이혼을 강요하세요.” 사영은은 대답 없이 심유진을 바라보며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유진아, 그래서 돈만 보고 결혼하면 안 돼.” 사영은이 이 말을 하는
다행히도 어머니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 돈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다. 심유진은 이미 절벽 끝까지 몰아세워진 상태였고 흑역사들이 전부 드러났으니,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말지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달려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결정권을 심유진에게 줬다. “유진이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 문제는 정말 대답하기 힘들었다. 이혼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허태준을 믿는다고 말했던 것이 거짓말이 된 셈이고 이혼 안 하겠다고 하면 어머니가 돈 때문에 허태준을 만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심유진은 한참 고민하다가 결정권을 이 자리에 없는 허태준에게 맡겼다. “전 태준 씨 의견에 따를게요.” 모녀는 이 대답에 만족하지 않았다. 사영은은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렇게 얘기를 해도 왜 듣지 않니. 그냥 이렇게 살 거야?” 심유진은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사영은이 화를 내며 벌떡 일어섰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나랑 연희는 오늘 여기 온 적도 없고 아까 그 말들도 한 적 없는 걸로 쳐!” 사영은은 심연희를 끌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집을 나서고 나서 그 둘의 표정에 가득했던 분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의기양양한 웃음만이 남았다. “이렇게 난리를 쳤으니 허태준 엄마도 화가 많이 났겠지. 아마 심유진보고 자기 아들이랑 이혼하라고 난리일 거야.” 사영은이 독한 눈빛을 보였다. “심유진 그 영악한 계집애, 키워준 은혜를 모르는 건 그렇다 치고 사사건건 우리를 방해하기까지 해? 이럴 줄 알았으면 낳지 말 걸 그랬어! 재수 없는 건 아주 지 아빠랑 똑 닮았어.” 심연희는 사영은의 팔짱을 끼고 등을 두드려 주며 위로했다. “엄마, 너무 화내지 마. 언니도 집안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제 우리한테 대들지 못할거야. 그때 가서 마음대로 처리해도 돼.” “그때가 오면 정연우보다도 더 못한 남자한테 콱 시집보내 버릴 거야. 허태준이 구해주지 않는 이상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두고 봐야지.” 심연희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
사영은과 심연희가 나간 후 거실에 남은 심유진과 허태준 어머니는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어머님.” 심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모랑 동생이 한 말들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그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면서 심유진을 위로했다. “난 괜찮아. 다 널 걱정해서 그러는 건데 이해해야지.” 하지만 그 웃음이 자연스럽지는 않았다. 심유진은 어머니가 이미 조금 흔들리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어머님, 사실 고백할 게 있어요.” 심유진이 고개를 숙이며 불안해하는 표정을 보이자,어머니도 자세를 고쳐 잡으며 진지하게 대했다. “아까 들어서 눈치채셨겠지만,저 사실 결혼을 한 적이 있어요.” 심유진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혼을 한 여자라고 하면 사실 아직도 편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었다. 특히 허태준 집안 같은 경우 며느리에 대한 요구도 높을 게 뻔하기에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심유진을 더욱 못마땅해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심유진이 생각했던 것처럼 화를 낸 게 아니라 안타까운 눈길로 쳐다보며 물었다. “왜 이혼했어? 전남편이 바람나서?” 어머니는 아까의 대화를 듣고 대충 상황판단이 끝나신 것 같았다. “네.” “그럼,왜 자살하신 건데?” “구체적인 원인은 저도 잘 몰라요. 저랑 연락이 끊기고 나서 있은 일이에요. 근데 그전에 교통사고가 심하게 나서 불구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집에서 병원비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고요.” 허태준 어머니정도의 능력이면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충분히 알아볼 수 있으니 심유진도 딱히 숨기지 않았다. 어머니는 심유진의 말을 듣고 말투가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럼 그건 너랑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니,자책할 필요 없어. 그리고 내가 혹시 널 다른 시선으로 볼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고.” 심유진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 표정을 보고 어머니가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보기에는 내가 그렇게 꽉 막힌 사람 같았니?” “아니요.” 심유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