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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다행히도 어머니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 돈에 대해서 묻지도 않았다. 심유진은 이미 절벽 끝까지 몰아세워진 상태였고 흑역사들이 전부 드러났으니,낭떠러지로 떨어질지 말지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달려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결정권을 심유진에게 줬다.

“유진이는 어떻게 생각하니?”

이 문제는 정말 대답하기 힘들었다. 이혼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허태준을 믿는다고 말했던 것이 거짓말이 된 셈이고 이혼 안 하겠다고 하면 어머니가 돈 때문에 허태준을 만난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심유진은 한참 고민하다가 결정권을 이 자리에 없는 허태준에게 맡겼다.

“전 태준 씨 의견에 따를게요.”

모녀는 이 대답에 만족하지 않았다. 사영은은 불만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렇게 얘기를 해도 왜 듣지 않니. 그냥 이렇게 살 거야?”

심유진은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사영은이 화를 내며 벌떡 일어섰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나랑 연희는 오늘 여기 온 적도 없고 아까 그 말들도 한 적 없는 걸로 쳐!”

사영은은 심연희를 끌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집을 나서고 나서 그 둘의 표정에 가득했던 분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의기양양한 웃음만이 남았다.

“이렇게 난리를 쳤으니 허태준 엄마도 화가 많이 났겠지. 아마 심유진보고 자기 아들이랑 이혼하라고 난리일 거야.”

사영은이 독한 눈빛을 보였다.

“심유진 그 영악한 계집애, 키워준 은혜를 모르는 건 그렇다 치고 사사건건 우리를 방해하기까지 해? 이럴 줄 알았으면 낳지 말 걸 그랬어! 재수 없는 건 아주 지 아빠랑 똑 닮았어.”

심연희는 사영은의 팔짱을 끼고 등을 두드려 주며 위로했다.

“엄마, 너무 화내지 마. 언니도 집안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제 우리한테 대들지 못할거야. 그때 가서 마음대로 처리해도 돼.”

“그때가 오면 정연우보다도 더 못한 남자한테 콱 시집보내 버릴 거야. 허태준이 구해주지 않는 이상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두고 봐야지.”

심연희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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