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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허태준은 반응이 매우 빨랐다. 그녀와 입술이 닿기 전에 그는 이미 손으로 정소월의 입을 막았다. 정소월은 입술에 차가운 손바닥이 닿자 당황해하며 눈을 떴다. 그녀는 한참 상황을 파악하더니 허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결벽증이 있어서.”

허태준이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잖아, 스킨십 잘 못하는 거.”

허태준이 스킨십을 싫어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오직 정소월에게만 손을 잡는 행동이나 포옹 등이 허락되어 있었다. 정소월은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그 결벽증도 많이 호전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똑같은 상황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럼 심유진이랑은...”

정소월이 줄곧 신경 쓰고 있던 문제를 물어봤다. 비록 허태준이 심유진에게 별 감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부부이니 일정한 스킨십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 했어.”

허태준이 정소월을 달래는 투로 말했다.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각방 썼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한테 거짓말하지 마.”

정소월이 입을 삐죽거렸다.

“내가 널 왜 속여.”

허태준이 웃었다. 하지만 그 깊은 눈에는 웃음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허태준은 그날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심유진은 전혀 놀랍지도 않았다. 냉장고에는 심유진이 어제 만들어 놓은 망고 케이크가 손도 안 댄 채 그대로 놓여있었다. 결국은 심유진의 아침 메뉴가 되어버렸다. 심유진이 케이크를 막 한술 뜨려고 할 때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심유진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허태준이 들어오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점심을 가져다주러 허태준 어머니가 오셨다고 하기에는 또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심유진은 포크를 내려놓고 휠체어에 탄 채 거실로 갔다.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심유진의 물음에 어머니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고양이 간식 좀 사 왔어. 일찍 와서 보고 싶더라고.”

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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