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은 지금까지 크면서 심훈과 같은 차에 처음 타본다.어릴적 매일아침 창가에 엎드려 심훈이 심연희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것을 부럽게 쳐다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녀의 제일 큰 바램은 심훈의 차에 탈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램은 너무 늦게 이루어졌다. 지금 그녀의 심경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 그녀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괴로웠다. 심훈은 그녀와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자는척을 했다. 앞에 두명의 경호원도 그녀랑 얘기할리 없었다. 심유진은 차창밖을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 도로를 달리는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기를바랬다. **심훈은 퍼스트 클래스 티켓을 끊었다. 심유진도 그 덕을 봤다.그녀는 생각했다. 이번 여행중 유일한 위안이라고.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의 그녀의 조심스러움과 당혹함은 심훈의 여러번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중간 열을 건너 심훈이 경호원과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누가 잡종 아니랄가봐. 꼬라지 하고는.” 경호원은 얘기했다. “연희아가씨와 비교할 거리가 안됩니다.” 심훈은 얘기했다. “당연한 소리를. 감히 우리 연희를 따라올자가 있는가?” **두시간의 비행은 금방 끝났다.오랜만에 돌아온건지 지금의 경주는 떠날때와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심유진은 두눈을 휘둥그레 떴다. 하지만 여전히 변화가 없는 곳도 있었다. 예를 들면 심씨저택과 심씨네 하녀들이그녀를 대하는 태도 등 말이다. 그녀는 심훈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하인들은 심훈을 대할때 온얼굴에 미소를 띄고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굽신거렸지만 그녀를 보자마자 차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가끔 “심유진아가씨” 라는 소리도 들렸지만 대부분은 아예 그녀를 보는척도 안했다. 심유진은 낙심할것도 없었다. 저들이 굽신거리는것이 오히려 꿍꿍이가 있을지 의심해볼 여지가 있을것이다. 심훈은 사영은이 항암치료를 받기 싫어 강제출원하여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심유진은 사영은이 또 무슨 잔머리를 굴리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아무리 아파서 심훈이랑 각방을 쓴다 해도 2층에도 충분한 방들이 있기 때문에 한층 더 위인 3층에 옮겨갈 필요가 없었다. 심유진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3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를 따라 거의 끝까지 가니 덜 닫힌 문이 보였다. 문틈사이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아빠가 언니를 데려온다 했으니 걱정 마세요.”“네 언니가 고집이 세잖니...네 아빠가 나선다 해도 설득하기는 어려울거야...”“엄마가 이렇게나 아픈데...언니는 꼭 돌아올거예요!” “에휴...연희야...엄마는 후회 된단다...네 언니랑 일찍이 화해를 했더라면...이제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만약에, 만약에...” “엄마,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의사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면 이깟 병은 완치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컨트롤은 할수 있다고 했어요! 언니도 그렇게 쪼잔한 사람이 아니라서 엄마가 예전에 했던 잘못을 용서할 거예요!” 심유진은 벽에 기대어 반나절을 들었다. 한숨이 놓이는 동시에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사영은의 병은 심훈이 지어낸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것을 생각하니 심유진은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유진아가씨, 왜 안들어가세요?” 하인은 과일을 들고 올라오는데 그녀가 문어구에서 넋을 잃고 서있는것을 보니 이상하게 느껴졌다. 심유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멋쩍게 웃었다. “지금 들어갈려구요.” 하인은 자연스럽게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그녀에게 건넸다. “그럼 이걸 들고 들어가세요. 주인님이 저한테 부인과 연희아가씨한테 주라고 시켰습니다.” 이때 방문은 안에서 세게 열렸다. 심연희는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홍아줌마, 아빠가 아줌마한테 과일을 가져다 주라고 시킨 거지 언니한테 시킨게 아니예요! 하기 싫으면 지금 당장 사직하고 나가세요!” 홍아줌마는 심
심씨네 객실구조 및 배치는 전부 동일했다. 침대시트 및 커버까지도 똑같은 흰색이였다. 심유진은 한순간 십년을 지내던 그 방에 들어온줄 알았다. 사영은은 객실 중앙의 큰 침대에 반쯤 누워있었다. 두볼은 저번에 만났을 때보다 더 움푹하게 패였다. 얼굴빛도 노래졌다. 그는 값비싼 실크잠옷을 입었고 긴 머리는 풀어헤쳐 있었다. 어두운 조명아래 더욱더 초췌해보였다. “엄마! 언니가 돌아왔어요!” 심연희는 기뻐서 크게 소리질렀다. 사영은의 눈가도 붉어졌다. “유진아...” 그는 목이 메어왔고 유진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서 엄마한테 오렴!” 심유진은 그자리에 서있었다. 감히 다가갈 엄두가 안났다. 그는 자기가 한발만 나서면 사영은이 또 그 험악한 얼굴을 하고 그녀를 땅에 밀치며 온힘을 다해 걷어찰것만 같았다. 사영은도 유진의 공포감과 경계하는 눈빛을 알아챘다.“유진아...” 그는 무력하게 손을 떨구었다. 눈물이 한방울 한방울 이불을 적셨다. “엄마가 미안하다.” 심유진은 조용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알고 있다. 지금 내가 아무리 얘기하고 뭘 한다 해도 너한테 안겨다준 상처를 메꿀수 없다는것을.” 사영은은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얼굴에는 쓴웃음을 띄었다. “니가 나를 보러 온것만 해도 나는 만족한단다.” “언니!” 심연희도 언제부턴가 눈물범벅이 되었다. 심연희는 심유진의 손을 잡으면서 애원했다. “엄마를 용서해줘! 그게..그게...그게 엄마의 제일 큰 소원이야!” 사영은은 창백한 입술을 하고 기대스런 눈빛으로 심유진을 바라보았다.심유진의 입에서는 ‘용서’ 라는 두글자가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다. 사영은이 그녀한테 가져다 준 상처는 몸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너무 커서 죽는다 하더라도 없어지지 않을것이다. “이미 다 봤으니 이만 가볼게요.” 그녀는 차갑게 돌아섰지만 이내 심연희한테 붙잡혔다. “언
심유진은 알수가 없었다.그래서 잠시 사태의 흐름을 기다려보기로 했다.“좋아요. 남을게요. “그는 얘기했다. “내일 엄마랑 항암치료 받으러 병원으로 갈게요.”사영은은 한순간 당황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려면 예약이 필요하단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고 얼굴에 띈 미소는 부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새해라 의사들이 휴가를 가서 예약도 설 후에야 가능하단다.” 심유진은 그녀의 우스운 소리를 믿은 셈 쳤다.“그래요. 설연휴가 끝나면 그때 예약하러 병원에 같이 가줄게요.”“그래.” 사영은은 이번에는 시원하게 대답했다. 심유진은 예감이 들었다. 설연휴 이 세날동안 무슨 일이 반드시 일어날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시간은 이미 늦었다. 그녀는 방안으로 돌아가 자려고 했다.심연희는 굳이 따라가겠다고 했다.“언니의 방은 엄마가 매일 사람을 시켜 청소하게 해요! 깨끗하죠?” 심연희는 의기양양하게 얘기했다.심유진은 이내 손으로 책상을 쓱 쓸어보았다. 확실히 먼지가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심씨저택에 남겨놓은 물건들이 보이지 않아 그녀가 여기서 생활했다는 흔적을 느낄수 없었다.전혀 의외치 않았다. 그때 그녀가 훌쩍 떠난것은 심씨일가에게 큰 모욕을 줬을 뿐만 아니라 아마도 엄청난손실까지 보게 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심훈 혹은 사영은이 사람을 시켜 그녀의 물건을 모두 버리게 한다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심연희는 몇발자국 앞서 옷장앞에 섰다. 입에서는 “짜잔”하는 소리를 내며 옷장문을활짝 열어 제꼈다.객실의 옷장은 크지 않았다. 문 두개에 서랍이 세개였다.이런 옷장이었지만 그때 심유진의 옷가지들은 옷장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옷장은 갖가지 옷들로 가득 차있어 빈틈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 옷들은 엄마가 미리 백화점 전문점에서 보내오라고 한 옷들이야. 전부 올해 가을겨울 신상이야.” 심연희는 한가지 한가지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심유진이 명품을 모르기라도 하듯이. “
아홉시 좀 지나서 하인이 문을 두드렸다. “유진아가씨 일어나셨습니까?” 태도는 엄청 공경스러웠다. 누구한테 일침을 받은것 같았다.심유진은 누워서 움직이지 않았다.“아직요.” 그는 대답했다.“그럼 아침은 지금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면 조금 있다가 내려와서 드실건가요?” 하인이 물었다.심유진은 놀랍고 황송스럽기까지 하였다. 이번 판은 크게 짠것 같았다.그녀는 판에 갇히면 다시는 못나올것만 같았다. 그녀는 씻지도 않고 문을 열어 접시를 가지고 들어왔다. 접시에는 샤오완툰 한그릇과 반찬 몇접시가 담겨있었다——이것은 심유진의 학청시절때 제일 좋아하는 아침식사였다.불안감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샤오완툰을 다 먹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적이 움직이지 않으면 나도 움직이지 않는다.그는 불변으로 모든 움직임에 대응 할 예정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연희가 그녀를 찾아왔다. “옆방으로 가서 엄마의 말동무가 되어주자.” 심유진은 거절하지 않았다.사영은은 어제저녁 차림 그대로였다. 얼굴의 누런끼는 더 진해진것 같았다. “안색이 어제보다도 안좋아요.” 심유진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그래?” 사영은은 어색하게 웃고는 자기 얼굴을 만졌다. “병이 더 심해졌나보지.” “허튼 소리 하지 마세요!” 심연희는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는 얼굴을 만지던 손을 떼어냈다. “언니가 돌아온게 너무 기뻐서 엊저녁에 휴식을 잘 못했겠죠!” 사영은은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그럴수도 있겠구나.”심유진은 처음에는 주의하지 못했다. 심연희가 떼어 낸 사영은의 손은 여전히 하얬다. 그 얼굴색과는 선명한 대비가 되었다. 그녀의 손끝자락은 이상하게도 노란색이 묻어있었다. 진실은 뻔한것 같았지만 심유진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그들과 싸워서는 안된다. 심씨저택안의 모든 사람은 그들의 사람이고 그녀의 핸드폰 또한 심훈한테 압수 당해서 아직까지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그녀는 견뎌야만
그가 이렇게나 정의롭고 당당하게 얘기하자 심유진은 박수갈채라도 날리고 싶었다. “좋아.” 그는 티비를 끄고 일어나 앉았다. “그럼 같이 가보자. 정아저씨네 가족한테 감사인사도 전할겸.” 그는 궁금했다. 심연희와 사영은이 그녀를 손님들한테 어떻게 소개 할 것인지를. ** 라임엔터 책임자 정현철은 이미 나이 칠십이 다 되어가지만 관리를 잘 받은 덕인지 머리에는 흰머리카락 한올 보이지 않았고 얼굴에는 주름이 적었다. 정신상태를 보면 사오십대 중년보다도 더 좋았다. 이 점은 그가 얼마전 스물세살짜리 모델 유비를 자신의 네번째 아내로 맞이한 것에서 알아볼수 있다. 로열호텔에 온 제작진들이 많아 심유진도 많은 스태프들과 접촉할수 있었다. 그들한테서 업계에 많은 가십거리들을 전해들었고 그중 일부가 바로 이 정현철에 관한 것들이었다. 정현철은 공개적으로 네번의 결혼을 하였으나 남몰래 수도 없이 많은 정부를 두었다. 그는 명백한 바람둥이였으나 조심스러워 혼외자식은 두지 않았다. 그렇기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그에게는 독자 정연우 뿐이었다. 정연우는 정현철과 첫번째 부인의 아이로 옛말로 따지면 명백한 ‘적자’ 였다. 정현철도정연우를 상속자로 교육하는것 같았다. 정연우가 유학하고 돌아오자마자 자기 회사에 안배해 오른팔이 되게 하였다. 정현철의 안목은 뛰어났다.정연우는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를 졸업하여 라임엔터에 들어온지 이년밖에 안되는 시간에 많은 유명한 드라마에 투자하고 제작하였다. 더욱이 그는 잘생겼고 이상한 소문도 없었다. 아주 완벽하다고 할수 있는 남편감이었다. 심유진은 사영은이 저번처럼 자기를 속여 정략결혼을 하게 하지 않을가 의심을 해봤지만 정연우처럼 우수한 남자를 사위로 삼으려면 자기보다는 심연희를 시집 보낼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니 부담이 싹 사라졌다. 심유진은 심연희를 따라 옆방 사영은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끄트머리에 서있던 네사람 모두 고개를 이쪽으로 돌렸다.심유진
사영은은 역시나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심유진은 속으로 웃었다.사영은은 황급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 사촌언니 딸이 맞아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옆에서 키우다보니 연희랑 같이 저를 ‘엄마’라고 부르더라구요.” 그리고는 심유진한테 눈치를 줬다. 심유진은 이 거짓말을 하기 싫었다. 그래서 옆에서 차가운 얼굴을 하고 서있었다. 심연희가 부득이 나서서 웃으면서 얘기했다. “언니가 저한테는 친언니나 마찬가지예요! 엄마아빠도 친딸처럼 대해줬구요. 저희 한가족은 사이가 아주 좋답니다!” 정현철은 그들의 설명이 납득이 갔다. 하지만 설명을 들은후 정연우가 심유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유진아 소개시켜주마.” 정현철은 자신의 품에 안긴 여자를 가리키며 소개를 했다. “이분은 유비란다. 내 아내지.” 심유진은 유비의 나이를 모르는척 하고는 공경스럽게 인사했다. “유비아줌마 안녕하세요.” 그리고는 아첨을 하기 시작했다. “유비아줌마는 어떤 화장품을 쓰시나요. 피부가 너무 좋아요. 삼십대처럼 보이는걸요!” 유비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정현철의 표정도 보기가 안좋아졌다.심유진이 원하는 바이다.맞선을 보는 자리였다면 이런 아첨때문에 잘 안됐을 것이다.심연희는 심유진의 팔소매를 잡아당기고는 작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유비아줌마는 올해 겨우 스물셋이야...언니랑 나보다도 어려...” 심유진은 경악스레 입을 틀어막고는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몰랐어요...” 유비는 화나서 얼굴을 돌렸다. 그녀를 한눈이라도 더 보기 싫었다. 정현철은 아량을 베풀듯이 말했다. “아니야. 괜찮다. 모르니 그럴수가 있겠지!” 하지만 그 미소는 억지스러웠다. 그는 한켠에 서있는 정연우를 끌어당겼다. “이놈은 내 아들 정연우다.” 정연우는 심유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심아가씨 안녕하세요.”목소리에 온도가 있다면 그의 목소리는 딱 적절한 20도일 것이다. 따뜻했고 차지도 덥지도 않아 그가 사
정현우는 웃었다. 녹두알같은 작은 눈은 없어진듯 했다. 두볼의 살은 떨려서 보기에 무서웠다.심유진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정현우가 남겨준 첫인상이 너무 나빠 메쓰꺼움을 참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만나뵙게 되어서 반가워요.” 그는 억지로 웃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손을 도로 빼려고 할때 정현우는 힘껏 그녀의 손을 잡았고 염치 없이 어루만졌다.그 손바닥안의 끈적한 땀이 전부 그녀의 손에 묻었다. 심유진은 온몸에 닭살이 돋았지만 사람들 앞이라 뭐라하지 못했다.다행히 정현우한테 일말의 염치가 있어 그녀를 너무오래 잡아두진 않았다. 다만 옹졸하게 웃고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심유진은 주먹을 쥐고는 그와 떨어진 곳으로 물러났다.삼층 객실에는 의자가 없어 서서 얘기하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심유진과 심연희는 사영은을 부축하여 침대에서 내려오게 한 후 정현철 일가와 일층 거실에 앉았다. 심유진은 제일 마지막에 자리에 앉았다. 정연우의 옆자리밖에 빈자리가 없어 부득이 그리로 앉았다. 정현우는 이를 보고 정연우와 자리를 옮기려 하였으나 일어서기 바쁘게 정현철의 눈빛 하나로 제재당했다. 정현우는 성을 내며 도로 앉았다. 그 한쌍의 눈은 자꾸만 심유진에게로 갔다. 그의 적나라한 눈빛은 심유진더러 가시방석에 앉은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녀는 갑자기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혹시 사영은이 그녀를 위해 찾은 남편감이 정연우가 아닌 정현우가 아닐까? 하지만...정현우는 정현철의 조카라서 그의 재산을 물려밭지 못할텐데. 또한 정현우의 조급한 모습을 보니 그리 대단한 사람은 같지 않아 보였다. 사영은이 이렇게까지 해서 그녀를 속여 여기로 데려왔는데 심씨일가에 한푼의 도움도 안되는 사람에게 시집보낼리는 없었다. 심유진의 의혹은 쌓여만 갔고 머리는 점점 아파졌다.정연우는 쇼파에 등을 붙이고 편하게 앉았으나 어느순간부터 단정하게 앉아 정현우의 대담한 시선을 막았다. “심아가씨는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