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순만철이 힘들게 구해온 거야. 근데 오늘 네 말 두세 마디에 얻어냈으니 너 진짜 운 좋은 줄 알아!”웃음이 절로 나는 진시우.“비싼 칼이예요?”“비싼 건 둘째 치고 우선 구하기 힘든 거야. 이 세상에 고급 무기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몇 명 없거든.”“이 병기들은 모두 값비싼 물건이라 돈만 있어서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야.”위만성이 말을 듣고 진시우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그런데 강현진은 걱정이 가득했다.“돌려주는 건 괜찮은데 그 순만철이라는 사람 정말 이대로 넘어갈까요?”위만성이 말했다.“말은 바꾸지 않겠지. 그래도 체면이라는 게 있는데.”“문제는 한 선생 쪽이야. 진시우 너 정말... 하! 나도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진시우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뭘 걱정하세요. 언젠가 그 한 선생도 저한테 부탁할 때가 있을 걸요.”위만성은 그 말을 듣고 어쩔 수 없는 웃음을 보였다.“네놈은 자신이 넘쳐 대수야. 한 선생 같은 사람은 정말 아프다 해도 남에게 부탁하는 일은 없을 거야.”한민석 같은 사람들이 뭘 원한다면 사방팔방에 알아서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가득하다.진시우는 다른 생각이었다. 한민석의 병이 무엇인지 모른다고는 하지만 염라대왕을 불러야 고칠 수 있는 병이면 아마 작은 문제는 아닐 것이다.그럼 염라대왕이 병을 고칠 수 있다?진시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아니면 한민석도 여태 치료 안하고 버틸 리는 없으니까.어쩌면 염라대왕도 병세를 미루거나 누르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돌아가시죠.”진시우는 무심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는 이형민의 전화도 받기 싫어졌다.일단은 한민석이라는 그 사람 이대로 내버려둘 생각이다. 오늘 일은 진시우 말고 그 누구도 따질 입장이 안 되니까.한민석이 만약 도리를 따지는 사람이면 진시우를 적대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진시우가 존엄을 버리지 않는 한 한민석은 그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강북 경계.“우리 정말 이대로 돌아가요?”정민철
김성욱 그들은 이 말을 듣고 모두 마음이 기뻤다.‘조장님도 그 녀석을 가만 두지 않는다고 했어!’순만철은 근처의 한 곳을 찾아 호텔을 잡았다.그리고 핸드폰을 꺼내서 한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울, 한민석 숙박 호텔한민석과 이형민이 함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민석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이 가빠졌다.이형민은 이에 긴장한 기색을 보이며 급히 다가가서 물었다.“한 선생님, 왜 그러십니까?”“병이 재발한 것 같아요...”말을 마친 한민석의 입가에 갑자기 피가 흘러내렸고 다음 순간 그의 이목구비가 뒤엉킨 듯 고통스러워 보였다.이형민은 놀라서 당황하며 말했다.“제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정... 정봄...”한민석은 말을 마치고 나서 바로 눈을 감고 회복을 취하였다.이형민은 방해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 정봄을 찾아오게 했다.정봄라는 여자아이에 대해 이형민도 알고 있었다. 염라대왕의 제자이니까.서울 천재이고 염라대왕의 밑에서 학업을 마쳤을 때 그녀를 빼앗으려는 사람이 많았다.다행히 정봄은 고향에 대해 감정이 남아있어 서울 장무사를 선택했다.정봄은 전화를 받고 바로 장무사에서 달려왔다.정봄이 오자 한민석은 눈을 떴다.“절 도와주세요!”정봄은 염라대왕의 제자이자 희망자 중 한 명이다.도움이 안 되더라도 염라대왕에 연락하여 물어볼 수 있다.한민석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염라대왕의 연락처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그런 사람은 권력과 위세에 의지해서 번호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비록 진시우 정도의 의술은 아니나 그래도 염라대왕의 제자로서 한민석 상황이 매우 위급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잠깐만요!”맥을 짚고 나서 정봄의 그 곱고 아름다운 얼굴은 무거운 기색이 역력했다.“죄송하지만 제가 해결할 수 문제가 아니라서 제 사부님한테 여쭤봐야겠어요.”한민석과 이형민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바로 이 기회였다.정봄은 핸드폰을 들고 사부의 번호를 눌렀다.“사부님, 접니다. 지금 대하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난...”거역할 수 없는 염라대왕의 말.“빨리 움직여, 아니면 한민석의 목숨이 위태로울 거야.”정봄은 어쩔 수 없이 스피커를 켜고 한민석 웃옷을 벗게 했다.한민석의 허약한 목소리가 들렸다.“신의님...”염라대왕은 숙연하게 말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 지금 제가 봄이한테 침을 놓으라고 할 건데 불편한 점 있으시면 양해 부탁합니다.”염라대왕의 성은 이씨이고 본명은 태만이다.한민석이 말했다.“그럼 부탁할게요.”정봄은 염라대왕의 지시에 따라 침을 놓았다. 멘탈이 좋아서 다행이지 다른 사람이면 아마 당황했을지도 모른다.침술이 끝나고 한민석의 상황이 완화되었다.“정말 감사합니다.”한민석이 감사를 표했다.염라대왕도 정중히 답했다.“한 선생님 상황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몇 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고서를 읽어보았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이번도 저를 찾아오셨죠. 근데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저도 치료할 수 없습니다.”염라대왕의 이 말을 들은 한민석의 눈에 슬픈 빛이 떠올랐다.‘염라대왕도 속수무책이면 나 죽어야 하나?’정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사부님, 정말 방법이 없나요?”서울 바닥 사람이니 한민석의 신분에 대해 정봄도 알고 있었다.염라대왕이 한숨을 내쉬었다.“방법은 있는데 아무도 할 수 없어. 한 선생을 치료하려면 세 가지 침이 필요해.”“오룡환명침, 주천환신침, 그리고 혈연명신침.”“첫 번째 침은 알고 있어. 문제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침이야. 고서를 번졌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어.”“특히 세 번째 침은 나도 야사에서 한 번만 본 거라 진정성이 의심스러워.”“근데 한 선생의 증상은 그 고서에 기록된 것과 같았어. 기재된 내용에 따르면 혈연명신침이 제일 중요하대.”정봄은 그 말을 듣고 뭔가를 떠올렸다.‘진시우가 아는 침일 수도 있어.’“사부님, 제가 진시우한테 여쭤볼까요?”염라대왕은 그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었다.“그 자식이 그렇게 믿음이 가?”정봄이 당황하
정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답했다.“그렇겠죠... 서울에 진시우라고 신의로 불리는 사람은 한 명뿐이니까.”이형민이 서둘렀다.“한 선생님, 정봄 씨가 말한 그 사람 제가 모신 분 맞습니다.”한민석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만약 이 병을 고쳐줄 사람이 있다면 그건 염라대왕이라고 생각했다.진시우에 관해서는 이형민의 호의로 여기고 마음속으로는 진시우의 의술을 염라대왕과 동급으로 비교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이제 염라대왕은 기대할 수 없고, 그 사람 제자인 정봄이 진시우를 좋게 보니까 한민석도 이제야 진시우를 중시하였다. 자기 병을 고칠 수 있는 마지막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그 생각에 한민석은 심각한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서 종현민에 전화하려고 하였다.마침 이때 강북의 번호가 들어왔다.순만철 번호이다.한민석은 순간 의문이 가득했다.‘강북 장무사 조장이 왜 갑자기 전화를 하지?’순만철은 한민석이 올려놓은 사람인 것 맞지만 사실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다.일처리 능력이 그런대로 괜찮아서 그를 귀찮게 한 적은 거의 없었다.“여보세요, 한민석입니다.”순만철의 공손한 말투였다.“한 선생님, 보고드릴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한민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이예요?”순만철은 그는 두 지역의 경계에서 발생한 모든 일을 신속하게 말했고, 특히 종현민이 부상당한 일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한민석은 얘기를 듣고 얼굴이 어두워지며 노발대발했다.“그 정도로 오만한 가요?”순만철이 말했다.“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그게 사실입니다.”한민석은 차가운 웃음을 보였다.‘자식 건방지기 짝이 없네. 요즘 젊은이들은 다 이렇게 오만방자한 거야?’한민석은 교토에서 탑 세력을 지닌 수많은 애들을 보았지만 다들 그 앞에서는 공손히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체면을 차려주는 건 물론 뒷담도 하는 사람이 없었다.‘진시우 이 녀석 생각보다 건방진데!’“종현민은 지금 어때요?”한민석이 차갑게 물었다.“그게...”순만철이 망설였다. 한민석한테 종현민이 중상이라고만
한민석의 이상한 말투에 이형민 마음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설마 진시우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건 아니겠지?’‘한 선생이 많이 화가 난 것 같은데.’이형민은 지금 정말 울고 싶은 마음이다.‘대체 무슨 일이야!’“진시우가 네 명의 강북 장무사 부조장을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종현민까지 중상을 입혔습니다.”“중상은 그렇다 치고, 무자들 싸움에 중상은 흔한 일이라 약을 먹으면 되는데 종현민의 두 다리를 모두 부러뜨린 건 겁 없는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이건 무법입니다.” 이형민은 한민석이 진노하는 것을 보고 식은땀을 흘렀다.“이, 이 안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무슨 오해에 다리를 부러뜨리죠?!”한민석이 차갑게 소리쳤다.일이 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정봄은 진시우를 도와 말했다.“한 선생님, 진시우는 괜히 말썽을 피울 사람이 아닙니다.”“속사정이 있는 게 분명하니 찾아가 잘 물어보세요.”한민석의 차가운 말투이다.“물론 물어보아야 하지만 만약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감옥에 가야 할 겁니다.”정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한민석이 한 말은 그만한 무게가 있다.걱정이 태산이라 정봄도 같이 따라가 보려고 하였다.만약 진시우가 정말로 무슨 일을 저질렀다면 사정할 사람이 있어야 했다....진시우를 비롯해서 구미에 돌아온 후 위만성 그들도 떠나지 않고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진시우가 종민석을 때렸으니 한민석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그러면 진시우를 찾아올 것이니 진시우와 같은 편인 위만성은 진시우를 도와야 했다.조장급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쓰레기 취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니까.진시우는 위만성의 뜻을 알고 감동한 나머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비록 진시우와 서울 장무사 사이에 불쾌한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이미 지나간 과거이고, 지금 위만성과 강현진을 비롯한 그들은 누구도 진시우를 저버리지 않았다.정유희가 아직 청천회 보호를 받고 있으니 그들 모두 정천회에 왔다. 그러나 정천회 정문에 도착했을 때 그들 모두 눈앞의
“아가씨, 삼십만 원만 빌릴 수 있을까요?”“거... 거기 서! 다가오지 말라고!”진시우는 눈앞의 여자가 자신을 보고 너무 놀라자 어색한 나머지 기침을 했다.“아가씨,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돈만 빌리려고 했을 뿐이에요. 진짜 다른 의도는 없어요!”임아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가방에서 돈을 꺼낸 뒤 차에 올려놓고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너, 너 이돈 갖고 꺼져!”돈을 본 진시우가 감격해 표정으로 말했다.“아가씨 너무 고마워요. 옛날 속담이 틀리지 않았어요. 아름다운 사람은 심성마저 착하다. 전화번호를 알려주시면 돈을 갚..”“필요 없어! 그 돈 갖고 꺼져!”임아름은 이 남자가 자신한테 나쁜 짓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출장에서 막 돌아온 그녀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할아버지 병을 고쳐줄 의원님을 모시러 가는 길이었다.갑자기 담장을 타고 나타난 남자가 그녀의 혼을 쏙 빼놓았다.남자가 나타난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이 자리에서 죽는 상상까지 했다. 다행히 그 남자는 돈만 달라고 했을 뿐이다.“이거 참, 미안해서 어떡하죠. 전 그냥 돈만 빌리려고 했는데!”진시우는 어쩔 바를 몰랐다. 봉사부의 명으로 온양시에 온 그는 사부의 은인을 찾아뵙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 망할 영감 사부가 그의 돼지 저금통을 홀라당 날려 먹은 것이 아니겠는가. 천오백만이 있었던 돼지저금 통에는 만 원 지폐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그돈으로 사부의 은인도 찾아야 한다...며칠간 밖에서 먹고 잔 그의 행색은 그야말로 상거지 꼴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사부의 은인을 차아뵐 수는 없었다.혼신의 사투 끝에 겨우 마음씨 착한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임아름은 이를 악문 채 소리쳤다.“당장 꺼지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어... 아니 아니 아니! 나 갈게!”돈을 손에 쥔 진시우는 줄행랑을 쳤다. 임아름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쉰 후 신속하게 차에 올라타 출발했다. “사기꾼!”놀란 마음을 진정한 임아름은 너무 화가 나 입술을 꼭 깨물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
진시우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허, 이거 일이 즐겁게 됐네.임호군의 저택으로 오는 길에 우연히 만나 돈을 빌린 미녀가 임호군의 손녀라니.할아버지 말대로 예쁘장한 얼굴에 훤칠한 키, 이기적인 자태의 소유자였다. 거기에 슈퍼모델급 몸매라니, 완전 연예인 급이었다.진시우를 본 순간 임아름의 표정이 눈에 띄게 날카로워졌다. 사기꾼이 자신의 앞길을 막아선 장면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름아! 진시우에게 그러면 안 돼! 너의 남편이 될 사람이야!”임아름이 진시우에게 삿대질하는 광경을 본 임호군의 표정이 엄숙하게 변했다.할아버지의 말에 충격을 받은 임아름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할아버지, 장난치시는 거죠? 쟤가? 내 남편이 될 사람이라고요?”임호군이 잔 기침을 하며 말했다.“이 할아버지가 너를 위해 골라온 최고의 신랑감이야. 시간이 지나면 이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될 거야!”그는 진시우의 사부를 처음 만난 그 광경을 평생 잊지 못했다. 아마 신선이 있다면 바로 그 모습이라고 확신했다.그런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면 가족에 좋은 일만 가득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임아름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저 남자랑 결혼 못 해요! 쟤가 얼마나 나쁜 사기꾼인데요! 아까...”“시끄러!”화난 임호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네가 아무리 내 친손녀라고 해도, 진시우를 모욕한다면 참지...”말을 하던 임호군의 숨이 가빠지기 시작하더니 심하게 기침을 해댔다!진시우가 다급하게 물었다.“할아버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 할아버지! 괜찮으세요?”“나......”임호군은 눈이 뒤집히더니 그대로 소파에 쓰러졌다.“할아버지!”임아름이 한 걸음에 달려왔다.표정이 굳어진 진시우가 할아버지의 맥을 짚으려던 그때, 임아름이 그를 밀쳐내더니 있는 힘껏 쏘아붙였다.“꺼져! 이게 다 너 때문이야! 할아버지 몸도 안 좋으신데 너 같은 게 나타나서!”진시우의 미간이 깊게 찌푸러졌다. 저택 현관문에서 진시우를 기다리는 임호군의 모습을 본 그는 임호군의
“아버지!”임하운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영감이 제대로 미친 것인가?어디 근본도 없는 놈에게 아름이를 맡긴다고!?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임호군에게 말했다.“아름이 결혼은 우리 집 대사입니다. 이렇게 빨리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임호군의 미간이 찌푸려 졌다.“우리 집 사위로 진시우가 제격이야, 네 생각은 안 그러냐?”임하운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아닙니다. 조금 이른 감이...”“아름아, 할아버지 말도 듣지 않을 셈이냐?”임하운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자 그의 눈빛은 임아름에게로 향했다.“할아버지, 저.... 저는...”결혼이 너무 하기 싫었지만, 자신이 할아버지의 마음을 거절한다면 할아버지께서 또 쓰러지실까 두려웠다.“결혼은 정상적으로 진행해.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몸을 일으키고 싶었던 임호군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이 작은 동작 하나로 진시우가 혈자리에 놓은 침의 위치가 변하게 되었다.임호군의 얼굴색이 삽 시에 새하얗게 질리더니 땀방울이 그의 머리에서 뚝뚝 떨어졌다.이 모습을 지켜본 임아과 다른 사람들은 어쩔 바를 몰랐다.“할아버지, 어디가 불편하세요?”당황한 임아름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결혼할게요, 할아버지. 진정하세요!””조 의원!”임하운이 조 의원을 다급하게 불렀다.임호군의 맥을 짚어본 조 의원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어, 어떡하지? 임 노인의 기가 흐려졌어요.”이런 변수는 그의 예상에 없었다!임 노인이 깨어나야 되는 시간도 6시간 후의 일이었는데!조 의원은 다급하게 침을 임 노인의 혈자리에 꽂았으나 나아지지는 않고 도리어 임호군이 피를 토해냈다.“아버지!”당황한 임하운 부부가 조 의원에게 소리쳐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임 노인에게 응급처치를 해보았지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임호군의 온몸이 간질병 환자처럼 떨리기 시작했다.“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