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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참, 염무현은 만났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조희령은 손바닥을 펴 먼지가 묻은 알약을 보이며 말했다.

“어머니가 잠시 정신을 차리실 수 있도록 약을 주셨어요.”

가서 사과하라는 말은 그녀가 차마 입 밖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

“확실합니까?”

소명아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더러워 보이는데 그냥 땅에서 주운 쓰레기는 아니죠?”

조희령은 눈살을 찌푸렸고 사실 정말 땅에서 주운 것이었다.

한 전문가가 다가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쪽이 환자 가족이죠?”

“저는 제원 의대 교수이고 가족으로서 환자 걱정에 급급해 닥치는 대로 의사를 찾는 당신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어요. 당신 손에 있는 것이 진짜 약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어느 사기꾼의 말을 들은 건 아니겠죠.”

그러자 옆에 있던 의사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니까요. 당신은 우리 같은 전문가들을 믿어야 해요. 사기꾼들은 믿을 수 없어요.”

조희령은 원래 울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지금 두 놈이 앞에서 우쭐대는 것을 보고 터져버렸다.

“당신들을 믿으라고? 그럼 우리 엄마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말해봐.”

“글쎄요. 환자의 상태가 매우 복잡해서 우리는 일련의 검사와 화학실험을 해야만 비로소 확정할 수 있어요.”

“환자에 대한 책임이기에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어요. ”

조희령은 눈을 부릅뜨고 욕설을 퍼부었다.

“웃기지 마.”

“병의 원인도 모른 체 큰소리만 치고 있으면서 속물 패들이 남을 사기꾼이라고 하는 게 부끄럽지 않냐?”

“사기꾼이라고 해도 물건이라도 내밀었으니 말이지. 너희는? 하나같이 검사와 화학실험만 할 줄 알지. 기계 설비를 떠나서 뭘 하겠느냐?”

말을 마치면 조희령은 어머니에게 알약을 먹였다.

“안 돼!”

이 의사가 다급하게 가로막으며 정의롭게 말했다.

“이것이 약인지 아닌지, 병을 고칠 수 있는지는 별개죠”

“이렇게 먹이면 큰일 나요.”

“이렇게 많은 전문직 종사자가 있는데 절대 안됩니다. 이것은 의학이나 우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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