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하나밖에 없는데 둘이 음식을 계속 집어서 주니 어디 다 먹겠는가.유리 진열장 밖으로 주황색 람보르기니 한 대가 다가왔다.문이 열리자 조희령은 차에서 내려와 곧장 식당 현관으로 뛰어들었다.“염무현, 어디 있어?”조희령은 인사하는 종업원을 홱 밀쳐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네가 여기 있는 줄 아니까 어서 나와.”손님들은 잇달아 눈살을 찌푸리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누구야?’‘이렇게 소질이 없다니.’‘공공장소에서 소리 지르다니 여기가 자기 집 안방인줄 아나?’“누구세요. 버릇이 없게.”소정아는 즉시 손을 떼고 큰소리로 물었다.목소리를 따라가던 조희령은 소정아와 유시인을 무시한 채 염무현을 가리키며 말했다.“너, 밥이 넘어가니?”“쓸데없는 소리. 입맛이 아주 좋구나.”염무현은 자신의 식판을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밥을 먹든 안 먹든 너와 무슨 상관이라도 있어?”“너...”“우리 엄마가 하루 종일 피를 토하고 있다고! 당장 병원에 가서 치료해.”조희령은 아침이 되기 전이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믿지 않을 수 없었다.온몸은 통증으로 아파났고 피를 토한 걸보아 염무현이 말한 내일이면 창자가 썩고 모레가 되면 죽는다는 건 분명 진짜일 것이다.“피를 토하는 건 물론이고 내일에 더 심해지고 모레면 목숨까지 달렸어.”염무현은 약을 올리며 목숨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너희 엄마가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그 당시 내가 기절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라.”조희령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어머님의 병은 네가 때려서 생긴 거라고. 내가 먼저 찾아온 건 네가 속죄를 할 수 있는 기회야.”“당장 병원에 가자고. 들었어?”염무현은 차갑게 말했다.“누가 그 기회가 아깝대?”“죽고 싶어? 감히 나를 거절하다니.”조희령은 협박조로 말했다.“염 씨, 내가 진짜 경고한다. 뻔뻔스럽게 굴지 마. 나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어.”소정아는 피식 비웃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여기서 호들갑을 떨
조희령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오만했던 행패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거듭 망설이다가 그녀는 마침내 원치 않는 결정을 내렸다.“염무현, 네가 이겼어.”조희령은 입술을 깨물며 마지못해 말했다.“사과할게. 그날 일은 우리가 잘못했다. 미안하다.”미안하다라는 네 글자를 말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하늘만큼 어렵다.조희령은 이렇게 커서 여태껏 항상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용서를 빌었다.그리고 대부분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 타입이다.부잣집 공주님으로서 오만하고 자존심이 세기에 사과할 일도 없을 운명이었다.“소리가 너무 작아서 뭐라고 했지, 못 들었어.”염무현은 일부러 난이도를 높인다.이를 악물고 있던 조희령은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높였다.“미안하다.”이것은 그녀에게는 수치와 큰 모욕을 안겨주는 것과 다름없다.“잘못된 거 아니야?”염무현은 일부러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원래 내 말은 너희 둘이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한건데 나한테 사과하면 뭐 하냐.”“너...”조희령은 기가 차서 눈에서 불꽃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감히 나를 놀려?”“분명히 네가 생각없이 잘못 이해했어. 내 사형은 호의로 주의를 주었는데 너는 오히려 사람 속도 모르고 말이야.”소정아는 반박했다.조희령은 이를 악물고 차오른 화를 억제했다.“엄마가 저러고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같이 가서 사과해?”“간단해. 이 약을 먹으라고 해.”염무현은 손을 번쩍 들었다.회색 알약 한 알이 조희령의 얼굴에 그대로 떨어졌다.조희령은 아무런 준비도 없었기에 놀라서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알약은 땅바닥에 떨어져 굴렀다.조희령이 화를 내려고 하자 염무현은 먼저 말했다.“이 약은 한 알뿐이니 내가 너라면 빨리 줍겠는데?”“어쨌든 그건 네 엄마의 목숨이야.”알약이 바닥에서 멀리 굴러떨어져 먼지와 더러운 것이 묻어버렸다.그러나 조희령은 이를 악물고 허리를 굽혀 주울 수밖에 없었다.“만약 이게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용서 못 해.”말을 마치자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
“참, 염무현은 만났어요? 뭐라고 하던가요?”조희령은 손바닥을 펴 먼지가 묻은 알약을 보이며 말했다.“어머니가 잠시 정신을 차리실 수 있도록 약을 주셨어요.”가서 사과하라는 말은 그녀가 차마 입 밖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다.“확실합니까?”소명아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더러워 보이는데 그냥 땅에서 주운 쓰레기는 아니죠?”조희령은 눈살을 찌푸렸고 사실 정말 땅에서 주운 것이었다.한 전문가가 다가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쪽이 환자 가족이죠?”“저는 제원 의대 교수이고 가족으로서 환자 걱정에 급급해 닥치는 대로 의사를 찾는 당신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어요. 당신 손에 있는 것이 진짜 약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어느 사기꾼의 말을 들은 건 아니겠죠.”그러자 옆에 있던 의사가 맞장구를 쳤다.“그러니까요. 당신은 우리 같은 전문가들을 믿어야 해요. 사기꾼들은 믿을 수 없어요.”조희령은 원래 울화가 치밀어 올랐는데 지금 두 놈이 앞에서 우쭐대는 것을 보고 터져버렸다.“당신들을 믿으라고? 그럼 우리 엄마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말해봐.”“글쎄요. 환자의 상태가 매우 복잡해서 우리는 일련의 검사와 화학실험을 해야만 비로소 확정할 수 있어요.”“환자에 대한 책임이기에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어요. ”조희령은 눈을 부릅뜨고 욕설을 퍼부었다.“웃기지 마.”“병의 원인도 모른 체 큰소리만 치고 있으면서 속물 패들이 남을 사기꾼이라고 하는 게 부끄럽지 않냐?”“사기꾼이라고 해도 물건이라도 내밀었으니 말이지. 너희는? 하나같이 검사와 화학실험만 할 줄 알지. 기계 설비를 떠나서 뭘 하겠느냐?”말을 마치면 조희령은 어머니에게 알약을 먹였다.“안 돼!”이 의사가 다급하게 가로막으며 정의롭게 말했다.“이것이 약인지 아닌지, 병을 고칠 수 있는지는 별개죠”“이렇게 먹이면 큰일 나요.”“이렇게 많은 전문직 종사자가 있는데 절대 안됩니다. 이것은 의학이나 우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에 대한 모욕입니다.”
“내가 정말 움직일 수 있다니!”원영란은 조희령의 부축을 받으며 침대에서 내려왔다.“엄마 조심해요. 지금 좀 어때요?”조희령이 다급하게 물었다.원영란은 팔을 몇 번 움직이며 말했다.“좋아. 몸이 하나도 안 아파. 이 약, 너무 신기한데?”조희령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밋밋해 보이는 그 알약의 효과가 뜻밖에도 이렇게 뛰어나다니.방금 의사들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조희령은 어머니에게 약을 먹이는 것을 견지했지만 자신이 없었다.완전히 죽은 말을 산 말로 치료한다는 원칙에 눈을 감고 시도해 본 것이었다.결국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말릴 방법이 없었다.어머니가 알약을 먹자마자 그 자리에서 깨어나실 줄이야.스스로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다니 정말 놀랍다.의사들이 얼굴을 마주하자 후회막급이라는 표정이 역력했다.아까는 왜 그 알약의 성분을 자세히 연구하지 않았는지?어쩌면 저 약을 보고 어떠한 계발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몰래 배울 수 있는 것도 좋은 것이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헛되이 낭비하다니.“두 분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말고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방금 뺨을 맞은 그 의사는 땅바닥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근심 걱정이 가득했다.“환자는 분명 혼수상태인데 갑자기 깨어났고 정신상태도 아주 좋아졌는데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나요?”“그럴수록 방심은 금물입니다. 이게 죽기 전에 정신이 잠깐 맑아지는거라면요?”짝.조희령은 또 뺨을 때리며 놈의 다른 얼굴을 후려쳤다.힘이 넘치는데 소리는 배로 맑았다.“망나니, 감히 우리 엄마를 저주하다니.”“너야말로 죽기 전에 정신이 맑아졌어. 아니, 네 가족 모두가 그런 거야.”“말을 왜 그따위로 해? 말을 할 줄 모르면 입을 다물어라. 아무도 너를 벙어리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의사는 너무 억울해서 얼굴을 가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이런 상황은 자주 있는 일이기에 저는 그저 충고해 주는 것뿐인데...”“필요 없어!”조희령은 그를 노려보았다.이 녀석 처음 몇마디는 조희령이 그래도 상당히 인정하는 부분이
이번에는 이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엄마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요.”조희령은 착잡한 표정이었다.원영란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설마 그 녀석이 줄행랑을 쳤단 말인가?”“괜찮아. 스님을 피할 수 있어도 절은 피할 수 없듯이 걔가 우주 저 끝까지 도망친다고 해도 찾아낼거...”조희령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 알약, 잠시 낫게 해 줄 뿐이야.”“염무현이 말했어. 오늘 그 모녀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내일 엄마는 죽는다고.”원영란은 다시 눈을 부릅뜨며 놀랐다.“뭐라고?”“무려 세인 조씨 가문의 부인인 내가 저 천한 모녀에게 사과하라고?”‘장난해?’그녀의 사전에는 사과, 미안 이런 말이 없다.조희령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사과하고 손해배상까지 해야죠. 어떻게든 용서를 받아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엄마는 죽을 거예요.”원영란은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그 자식이 뭐라고? 사과하라니 말도 안 돼.”“난 분명히 이미 나았는데 이렇게 유치한 계략을 쓰다니. 내가 세 살배기 어린애인 줄 알고 이렇게 쉽게 속아 넘어갈 줄 아는 거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원영란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표정에서도 고통이 느껴지는 듯했다.“엄마, 왜 그래요?”조희령이 급히 물었다.원영란은 오른쪽 배를 움켜쥐고 말했다.“또... 아프기 시작했어. 오늘 아침도 여기가 아프기 시작했는데...”조희령은 눈 부릅떴다.염무현의 말은 역시 모두 들어맞았다.“피해자 모녀는 지금 어디 있어?”원영란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네?”조희령이 멍하니 서 있었다.‘무슨 뜻이지?’“사과해. 뭘 멍하니 있어... 질질 끌다가 내 목숨이 위험해질지도 몰라.”원영란이 초조하게 외쳤다.조희령은 다급하게 말했다.“바로 옆의 일반 입원실에 있어요.”“가자, 지금 당장... 당장!”원영란은 벌써 목이 메었다.“네!”조희령이 급히 팔을 부축해서 두 사람은 쪼르르 달려 문밖으로 나갔다.소명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얼거렸다.
“그러네요.”조희령은 눈이 번쩍 뜨였다.이 방법은 신통했다.전에 그녀는 염무현의 강력한 수단에 놀랐고 순순히 사과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었만 엄마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그래서 조희령은 다른 쪽으로 더 속임수를 쓸 생각이 없었다.원영란의 생각을 들은 후 그녀는 즉시 실현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어머니의 말처럼 밑바닥 출신인 모녀는 어찌 감히 조씨 가문의 뜻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그녀들도 감히 협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아직 모유도 떼지 못한 것 같은 어린 녀석이 이 몸과 싸우려고 하다니. 따라오려면 멀었어.”원영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단 화를 삭히고 병이 나으면 그때 찾아가서 결판을 내야겠어.”“네.”조희령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모녀가 서로 눈을 마주치자 조희령은 손을 뻗어 문을 밀었다.“저도 왔어요.”소명아는 종종걸음으로 따라와 자진해서 앞으로 나섰다. 자기는 절대 쓸데 없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모녀의 시름을 놓게 했다.박가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뒤를 따랐다.원영란과 조희령의 파렴치함에 그녀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박가인은 이 일을 염무현에게 알릴지 고민 중이었다.말한다면 무슨 좋은 점이 있을까?그렇다고 말하지 않으면 또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끼익.소명아는 문을 밀치고 바로 큰소리로 외쳤다.“누가 공정현이야? 우리 원부인이 너를 보러 왔어...”그녀는 병실에 낯익은 얼굴을 보고 동공이 지진했다.“염 씨. 왜 너야?”원영란과 조희령의 의기양양하여 잔뜩 쳐든 고개는 즉시 사그라들었다.왜냐하면 염무현이 병실 안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내가 있었으면 안되는거였어?”염무현은 동동이라는 어린 소녀를 안고 있었고 그녀의 어머니 공정현은 침대에 앉아 있었다.그 옆에는 유시인과 소정아, 그리고 모녀의 가족이 있었다.원영란의 안색은 급격히 나빠졌다.염무현이 있다니.방금의 음모는 당연히 실행할 수 없다.이 염 씨
오빠라고 부르면 그들의 생명의 은인이 자기 부부의 아랫사람이 되는 것 같아 절대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괜찮아요, 그냥 호칭일 뿐인데요.”염무현은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웃으며 말했다. “뭐라고 부르든지 다 괜찮아요.”“맞아요, 따로따로 생각하면 되죠.”소정아가 말했다.동동이는 소정아와 유시인을 꽤 좋아하는 듯했다. 동동이가 물었다. “예쁜 언니들, 다 무현 오빠 여자친구세요?”두 사람은 동시에 수줍어하며 얼굴을 붉혔다.“언니는 네 무현 오빠의 사매야.”“나는 무현 님의 친구야.”유시인도 황급히 해명했다.동동이는 약간 실망한 것 같았다.이렇게 무현 오빠와 잘 어울리는 예쁜 언니가 오빠의 여자친구가 아니라니 말이다. 그들은 이야기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문 앞에 서 있는 네 사람을 무시했다. “콜록…”원영란은 일부러 기침을 한 번 해서 주의를 시키었다.염무현은 느릿하게 그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 “이왕 왔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지. 다들 바쁜 사람인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원영란의 표정이 굳어졌고 조희령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박가인은 그제야 깨달았다, 염무현은 두 사람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있다는 것을. 바로 피해자 가족의 편을 대주러 온 것이다. 그가 있으면 원영란은 나쁜 마음을 먹을 기회가 없다. “엄마, 엄마의 몸이 중요해요.”조희령은 이를 갈며 말했다. “사과할 바에는 성의를 보여야 해요.”그녀는 원영란한테 체면 때문에 과격한 말이나 일을 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이다.그러지 않으면 손해 보는 건 자기 자신일 것이다. 원영란도 이 도리를 안다. 그녀는 심호흡하고 병실로 들어가 직접 모녀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쿵!이것을 보고 조희령도 다급히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소명아는 불가사의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입을 딱 벌렸다.그들이 정말 무릎을 꿇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공정현은 깜짝 놀랐다. “미안해요, 그저께 밤에 있었던 일은 다 저희 잘못이에요!”원영란은 이를 악물며
소명아는 반박하려 했다. 이것이 원영란 모녀와 가까워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거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박가인은 급히 소명아를 다른 곳으로 끌고 가며 말했다. “엄마가 일으킨 골칫거리가 모자란다고 생각하세요? 그들 모녀한테 잘 해줘도 쓸데없어요. 엄마가 그들에게 잘해주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은혜를 갚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요!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엄마가 져야 해요, 알겠어요?”소명아는 자기 생각대로 하려 했다. 박가인이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하지 않았더라면 소명아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그래.”병실 안에서 공정현 가족은 염무현과 소정아가 있어서 아까처럼 조심스럽지 않았다. 원영란과 조희령은 계속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심경은 착잡했다.“엄마, 선생님이 너그럽게 남의 잘못을 용서하라고 하셨어요.”동동이가 엄마한테 말했다.그녀는 매우 철이 들었다. 게다가 어린아이는 뒤끝이 없다.공정현은 남편과 눈짓을 주고받고서 말했다. “당신들을 용서하죠.”“좋아요!”조희령은 바로 원영란을 부축해 일으켰다.그녀는 소정아와 유시인의 못마땅한 시선을 의식한 듯 급히 말했다. “당신 모녀의 병원비, 근무 시간의 손실비용, 영양비 등을 보상해 드릴게요.”원영란이 이어 말했다. “맞아요, 우리 집은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이것은 염무현이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그녀의 목숨은 염무현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우리는 사과도 하고 용서도 받았어. 그럼 내 병은?”원영란은 염무현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이렇게 예의를 차리지 않았을 것이다. “돌아가서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면 돼.”염무현이 말했다.멍해진 원영란은 다급하게 물었다. “그리고요?”“서너 달 몸을 잘 다루면 나을 거야.”염무현의 말투는 덤덤했다.원영란은 눈을 부릅뜨고 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염무현이 말을 바꾼 것을 알아차렸다. “그 알약은 우리 엄마를 잠시 깨울 수 있을 뿐이라고 했잖아? 더 치료해야 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