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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하지만 너무 순조로웠다.

의혹을 품은 채 그들은 위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왔을 때 김범식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아가씨를 보호해!”

순간 모든 사람이 우르르 몰려들더니 공혜리를 가운데에 에워쌌다.

인원수로 따지면 공혜리 쪽은 절대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고, 상대방의 땅에서 이렇게 돌진하는 것은 스스로 그물에 뛰어드는 격이었다.

김범식의 경계심 가득한 얼굴에는 걱정이 앞섰다. 일단 시작하면 조금의 이득도 볼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상대방의 백여 명의 사람들은 제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같이 겁에 질린 듯 얼굴이 하얗게 상기된 채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왔어요?”

사무실에서 염무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공혜리는 화색이 돌더니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을 급히 밀어내고 그에게 달려갔다.

함정일까 봐 두려웠던 김범식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막았지만, 공혜리가 재빠르게 피했다.

“휴!”

김범식은 한숨을 쉬고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염무현이 나타난 이후로 공혜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와 관계된 일이라면 공혜리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예전에는 매사에 냉철했고, 뛰어난 지능을 가져 아버지 공규석 못지않게 모든 면에서 뛰어난 그녀였다.

언젠가 이 모든 후과를 감당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지금의 공혜리는 빙산처럼 차가운 얼음공주가 아니라, 연애에 정신이 팔린 보통 여자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김범식은 속으로, 공혜리가 염무현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앞의 광경에 놀라 또 한 번 멍해졌다.

“이거 뭐야... 서씨 가문의 4대 천왕, 8대 금강, 그리고 서경철은 대체 왜 이러고 있어?”

김범식은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먼저 도착한 공혜리도 경악하고 말았다.

이 순간, 그녀는 마침내 둘째 삼촌 공규석의 근심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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