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부와 같은 의술을 가졌다고 하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 염라대왕 염무현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그 말인즉 지옥의 왕이라 할지라도 그를 어찌하지 못한다는 말인데. 염무현이 살리려고 하면 한발을 지옥의 문에 들여놨다고 해도 다시 끌어올 수 있다는 뜻이다.하지만 염무현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염무현이 있는 곳에서는 생과 사를 모두 염무현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살라고 하면 살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그가 죽이고 싶은 사람은 그 누가 와도 살릴 수 없을 것이다.세간에서는 염무현에게 황금 침이 있고 그 황금 침과 뛰어난 의술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것만 알았지, 그에게 은침도 있다는 건 알지 못했는데 은침은 사람의 목숨을 거두는 무기였다.현재 서경철의 히든카드였던 4대 천왕과 8대 금강 12명은 염무현이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들은 꼼짝 못 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셈이다.그 순간 사무실 밖에 있던 서경철의 부하들도 충격을 금치 못하고 쥐 죽은 듯 조용했다. 4대 천왕과 8대 금강의 실력이 어떤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12명은 그들을 아는 사람으로 하여금 벌벌 떨게 만들었는데 최근 서경철을 따라서 수많은 무자비한 일들을 저질렀는데 한 사람당 수십 명의 목숨을 쥐고 있었다. 서씨 가문에서 그들의 지위는 서경철과 그의 아들 다음으로 높았다. 아무나 내놔도 그 위협은 하늘을 찔렀는데 거만하기 그지없는 서운범도 그들을 보면 아주 공손하게 아저씨라고 부르며 존경했다.그런 12명이 힘을 합쳤는데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청년을 이길 수 없다니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예 믿지 않았을 것이다.염무현 앞에서 12명은 미처 움직일 틈도 없이 바닥에 꽂힌 나무로 되어버렸다.“너... 너, 너 대체 뭐 하는 놈이야?”서경철은 어찌나 당황했는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말까지 더듬었는데 조금 전의 거만함과 여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의 경험상 오늘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밖에서 많은
그의 말에 적어도 열몇 명은 놀라서 자리에 주저앉았다.아래층에서 남도훈이 스포츠카를 몰고 달려왔다.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나았다. 양희지가 결혼했던 과거도 받아들인 남도훈이었으니, 다른 남자에게 몹쓸 짓을 당한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이럴 때야말로 여자가 가장 나약한 순간이다. 관심의 눈빛, 간단한 위로 몇 마디면 양희지는 분명 크게 감동하고 앞으로 그에게 성과 마음을 다할 것이다.“도련님, 오셨어요!”조윤미가 급히 마중을 나갔고 남도훈은 급 연기에 돌입했다.“윤미 씨 전화 받고 바로 달려왔어요. 오는 길에 아버지에게 전화해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어요.”“방법이 있을까요?”조윤미가 급히 물었다.방법이 있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남도훈은 뻔뻔하게 말을 지어냈다.“서해 시 전체에서 서경철을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초대 지하세계의 왕인 경태 삼촌이라고 하셔서, 전화 한 통 넣어달라고 부탁했어요.”감옥살이하는 것도 아니고, 허풍은 누구나 떨 수 있었다.당시 공규석과 서경철이 어려웠을 때, 경태 삼촌이 그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이유로, 두 사람은 늘 경태 삼촌을 고마워하고 존경하고 있었다.“그럼 너무 잘됐네요. 역시 중요한 순간에는 도련님밖에 없어요. 저희 양 대표님이 도련님을 알게 된 건 정말 천운이에요. 염무현 그 쓰레기 입에서 나오는 말은 진실이 하나도 없어요!”조윤미가 중얼거리고 있는데, 문 앞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그가 안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양희지였다!“어떻게 저 자식이?”남도훈은 화들짝 놀랐다.‘멀쩡하게 천하 그룹에서 걸어 나온다고? 어떻게 이럴 수 있지?’서경철은 염무현과 피맺힌 원한이 있었으니 절대 쉽게 염무현을 용서할 수 없었고, 더욱이 양희지를 데려가게 내버려 둘 리도 없었다.염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직 멍한 상태인 조윤미에게 양희지를 맡기고는 간단히 몇 마디 하려는데, 조윤미가 갑자기 흥분하며 소리쳤다.“도훈 도련님, 우리 대표님을 구해주셔서 너무
남도훈의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네 아버지가 뭐라 했는지 어디 한번 말해봐.”염무현이 비웃으며 말했다.남도훈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더니 여전히 뻔뻔하게 말했다.“아버지가 경태 삼촌에게 전화해서 희지 씨를 풀어줬다고 하네.”“거짓말. 어서 진실을 말하지 못해?”염무현은 이렇게 뻔뻔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한 번도 아니고, 번번이 남의 공을 가로채면 앞으로 들통나는게 두렵지도 않을까?조윤미가 불쑥 나섰다.“염무현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도훈 도련님의 공이 아니면 설마 당신 덕이겠어요? 그저 운이 좋아 대표님을 위층에서 데려온 것뿐이면서. 도훈 도련님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다면, 당신은 이미 위에서 죽었을 거예요!”“도훈 도련님에게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말을 왜 요상하게 해요. 정말 인간 됨됨이가 이상하네요! 게다가 이 일은 당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하마터면 우리 양 대표님을 해칠 뻔해 놓고,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그런 말을 하는 거죠?”남도훈은 너그러운 척하며 손을 내저었다.“그만 해요, 됐어요. 저는 희지 씨를 구하려던 거지 이 자식을 구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그저 운이 좋아 덕분에 살아난 것뿐이니, 저도 이 자식 감사 인사 따위는 필요 없어요.”조윤미는 더 흥분해서 말했다.“들었죠? 이게 바로 남자의 도량이에요. 무현 씨와 도련님 사이의 이 거대한 차이가 눈에 보이시나요? 조금의 염치라도 있다면 고맙다고 인사하세요.”양희지마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염무현, 너 진짜 너무 했어!”“내가 너무해?”염무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희지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너 진짜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전에도 별로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사리 분별은 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속이 좁아터져서 염치도 없는 사람이 된 거야? 너무 실망이야.”설명하려던 염무현은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겨우 몇 마디 했다고 토라진 거예요? 양 대표
하지만 너무 순조로웠다.의혹을 품은 채 그들은 위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왔을 때 김범식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밖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아가씨를 보호해!”순간 모든 사람이 우르르 몰려들더니 공혜리를 가운데에 에워쌌다.인원수로 따지면 공혜리 쪽은 절대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고, 상대방의 땅에서 이렇게 돌진하는 것은 스스로 그물에 뛰어드는 격이었다.김범식의 경계심 가득한 얼굴에는 걱정이 앞섰다. 일단 시작하면 조금의 이득도 볼 수 없는 싸움이었다.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상대방의 백여 명의 사람들은 제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자세히 살펴보니 하나같이 겁에 질린 듯 얼굴이 하얗게 상기된 채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왔어요?”사무실에서 염무현의 목소리가 들렸다.공혜리는 화색이 돌더니 앞을 가로막고 있는 사람들을 급히 밀어내고 그에게 달려갔다.함정일까 봐 두려웠던 김범식은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막았지만, 공혜리가 재빠르게 피했다.“휴!”김범식은 한숨을 쉬고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염무현이 나타난 이후로 공혜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와 관계된 일이라면 공혜리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예전에는 매사에 냉철했고, 뛰어난 지능을 가져 아버지 공규석 못지않게 모든 면에서 뛰어난 그녀였다.언젠가 이 모든 후과를 감당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지금의 공혜리는 빙산처럼 차가운 얼음공주가 아니라, 연애에 정신이 팔린 보통 여자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김범식은 속으로, 공혜리가 염무현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앞의 광경에 놀라 또 한 번 멍해졌다.“이거 뭐야... 서씨 가문의 4대 천왕, 8대 금강, 그리고 서경철은 대체 왜 이러고 있어?”김범식은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먼저 도착한 공혜리도 경악하고 말았다.이 순간, 그녀는 마침내 둘째 삼촌 공규석의 근심을 알게 되었다.
말이 끝나자 염무현의 심념(心念)과 함께 4대 천왕과 8대 금강이 잇달아 쓰러지더니 일곱 개의 구멍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다!“철퍼덕!”열두 구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불가사의한 표정으로 하나같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그 모습에 공혜리는 아연실색했고, 피를 보는데 익숙해진 김범식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김범식에게 살인은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두려워하는 점은 이 열두 명이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알 수 없는 두려움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염무현은 그들의 이마에 바늘을 꽂고 있었을 뿐,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었다.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염무현이 놀라운 침술로 사람을 구하는 모습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그래서 두 사람의 인식 속에 침술은 병을 치료하는 것이지, 살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이 열두 사람 중, 절반 이상의 실력이 모두 김범식보다 뛰어났고, 백전백승의 지독한 인물이었다.바늘 하나로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는 것도 이상한데, 소파에 앉아 있던 염무현이 도대체 어떻게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을까?지금까지 공혜리와 김범식이 염무현을 존경한 건, 감사하는 마음뿐 아니라 그의 뛰어난 의술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두려움으로 변했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두려움!염무현은 4대 천왕과 8대 금강을 소리 없이 제거했으니, 공씨 가문 정도를 멸망시키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염무현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전에 김범식은 염무현이 마스터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추측했지만, 스무 살 남짓한 그가 마스터 경지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염무현은 틀림없는 마스터였다!공혜리는 경악한 나머지 그에게 더욱 흥미를 느꼈다.아버지의 일기를 보지 않았다면, 젊은이가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초강력 의술을 가졌다는 사실도 믿을 수 없었을 테고, 단숨에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그리고 여자도, 원하는 만큼 드릴게요. 갖고 싶은 여자가 있으시면 제가 바로 납치해서라도 드릴게요!”염무현이 양희지를 위해 혼자 용천에 침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경철은 순진하게 미색으로 상대를 매수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유언을 말하라고 했더니, 무슨 헛소리를 지껄여. 귀만 더러워졌네.”염무현은 귀찮은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기어이 말하지 않겠다면 여기까지 하지. 난 분명 기회를 줬다?”말을 마치고 그는 세 손가락을 살짝 앞으로 밀었다.은침이 모두 서경철의 목으로 들어갔고, 날카로운 바늘이 반대편에서 새어 나왔다.서경철은 안색이 굳어지더니 순간 빛을 잃고 눈을 부릅뜨고는 꼿꼿이 바닥에 쓰러졌다.그는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었다.김범식은 복잡한 표정으로 연거푸 침을 삼켰고, 자신이 염무현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신기한 수법은 일반 마스터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염무현의 실력에 김범식은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공혜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잃었다. 염무현의 모든 행동들은 그녀의 인식을 훨씬 뛰어넘었다.무엇보다 놀라운 건 염무현의 결단력이었다. 서해에서 알아주는 거물급 인사 서경철을 망설임도 없이 죽이다니.마치 개미 떼를 죽이듯, 일말의 연민도 없이 죽어버렸다.심지어 공혜리는 이 개미 떼들이 염무현의 손에 죽을 수 있는 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복이라는 착각까지 들었다.개미 떼들은 그의 손에 죽을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나머지 일은 두 분에게 맡겨도 될까요?”염무현은 협상의 말투로 말했지만, 공혜리와 김범식에게는 큰 부담감이었다!공혜리가 곧바로 대답했다.“네, 문제없어요!”“좋아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염무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공혜리가 용기 내서 말했다.“제가 모셔다드릴게요. 여기는 김 팀장님께 맡기면 돼요.”김범식이 다급하게 말했다.“네, 제가 해결할 수 있습니다.”염무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공혜리는 경외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랐다.김범식은 시신으로
월요일 아침. 하늘은 맑게 개었다.3일 연속 궂은비가 계속 내리더니, 마침내 날씨가 개었다.연남, 패밀리 호텔.“저더러 무현이 면접 데리고 가라고요? 제가 왜요?”우예원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마치 염무현이 맹수라도 된 듯 피하기에 바빴다.오피스룩을 입은 그녀는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의 모습이었다. 깔끔하게 재단된 작은 슈트 아래 하얀색 이너셔츠, 두 봉우리가 웅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록한 허리가 받쳐주니 꽤 매혹적이었다.아래는 짧은 스커트와 블랙 스타킹이 완벽 조화를 이루었고 하이힐을 신어 늘씬한 몸매를 자랑했다.염무현은 4년 못 본 우예원이 꽤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변했을 줄은 몰랐다.영양실조가 조금 있긴 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의 염무현이 있는 이상 손쉽게 고칠 수 있었다.그때가 되면 우예원의 몸매는 더욱 완벽해질 것이고, 전문 모델을 뺨치는 수준이 될 것이다.한 식구가 모여 아침을 먹고 있었다. 정은선이 특별히 딸과 염무현의 입맛에 맞게 30분 전에 내려가 사 온 것이다.“넌 무현이 동생이야. 곧 동료가 될 텐데 면접에 데리고 가면 또 어때?”우현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현이 데리고 회사 분위기도 익히고 직원들과도 인사 시켜. 그리고 앞으로 출퇴근도 같이하도록 해.”우예원은 급해서 정은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엄마!”정은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집에서는 우현민의 말이 곧 법이었다.불만 가득한 우예원의 표정을 보며 염무현은 속으로 말했다.‘염라대왕이랑 함께 출근하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 줄도 모르고! 네가 싫어하면 나도 불쾌하거든?’우예원은 김밥 하나를 집어 들고 힘껏 물며 불만을 터뜨렸다.“그리고 무현이가 출근해야 하는데 계속 친구 집에서 지내는 것도 좋지 않아.”우현민이 말했다.“예원아, 무현이 너희 집에서 지내게 해.”“안 돼요! 절대 안 돼요!”우예원이 황급히 말했다.방금 거절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진지했다.함께 출근하는 것을 끝까지 반대하
우예원은 자신이 입만 열면 손해라는 것을 알고, 부모님과 계속 싸우는 것도 무의미해서 방향을 바꾸었다.“일단 면접에 합격하면 다시 얘기하죠.”“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해요. 요즘 우리 회사 신입 직원에 대한 요구가 아주 높아서, 낙하산으로 들어오려던 사람들 전부 면접에서 떨어졌어요.”염무현이 면접에서 떨어져 돌아오게 되면, 우현민도 더 이상 뭐라고 말하기 민망할 것이다. 자기가 추천한 사람이 자격 미달인 건 어쩔 수 없으니 말이다.우예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도대체 왜 염무현을 아끼시는지, 그녀의 눈에는 장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인데 말이다.우현민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무현이는 분명 합격할 거야!”“무현아, 첫인상이 중요하다.”우현민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지금 입고 있는 옷은 적합하지 않구나. 새 옷을 사러 갈 시간은 없으니 체형이 비슷한 내 옷을 입고 가거라. 아직 개봉하지 않은 셔츠가 몇 벌 있어.”염무현은 속으로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겉으로는 흔쾌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감사해요, 역시 삼촌 생각이 깊으시다니까요.”10여 분 후, 우예원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멀었어? 더 늦으면 지각이야. 아니면 나 먼저 간다?”“됐어!”염무현은 방에서 나왔다.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은 확 달라졌다.잘생긴 외모, 범상치 않은 분위기, 그야말로 직장 엘리트의 표본이었다!하지만 우예원은 그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 비록 전과 다른 것을 발견했지만 그저 속으로 중얼거렸다.‘옷만 번지르르하게 차려입으면 뭐해. 속은 쓰레기인데!’“빨리 가자!”우예원은 화려한 뒷모습을 남긴 채 먼저 앞장서서 나갔다.염무현은 두 어르신을 향해 말했다.“그럼 저 가볼게요. 삼촌, 제 걱정 마시고 학교에 수업하러 가세요.”“그래, 가보거라.”우현민은 활짝 웃었다.아래층, 가로변.우예원은 스쿠터를 타고, 긴 다리를 90도로 구부려 땅을 짚고 말했다.“미안하지만, 교통 법규상 사람을 태울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