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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할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소정아는 철이 든 아이처럼 말했다.

소천학은 마음이 뭉클해지며 감명받았다. 누가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못할 거라고 했는가?

그는 소정아를 무척이나 아꼈었다. 주로 자신이 젊었을 때 두 딸에게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능력이 있을 때쯤이면 딸들은 이미 다 컸다.

소천학도 어쩔 수 없이 이 죄책감을 손녀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보니 자신이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았다.

소정아 이 손녀를 괜히 예뻐한 게 아니었다.

“염무현 씨는?”

소천학이 공손한 얼굴로 물었다.

소정아는 대답했다.

“사형이 안에 있어요. 제가 차를 우려주고 있었어요.”

손녀가 낡은 다기를 들고 있고 찻잎도 가장 낮은 등급의 보통 물건으로 준비한 것을 본 소천학은 금세 긴장하여 말했다.

“정아야. 당장 내 서재로 가.”

“오른쪽 선반에서 자사 다기 세트를 가져와라.”

“상자에는 전서체인 ‘주’자가 새겨져 있는데 그것은 국가적인 공예미술 대사이자 자사 명가인 주현우의 작품이다.”

“그리고 오른쪽 캐비닛에 경태람 선물세트에 들어 있는 대홍포도 함께 가져와.”

분명히 소천학은 이미 염무현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떨리는 거였다.

염라대왕인 염무현이 소씨 가문을 찾아오다니 참으로 영광이었다.

이렇게 귀한 손님에게 이렇게 평범한 차를 대접하는 것은 소씨 가문이 손님을 대하는 법을 모른다고 세상이 비웃는 것 아니겠는가?

소정아는 깜짝 놀랐다. 주 대사가 직접 만든 다기는 매우 값진 물건이다.

할아버지는 엄청나게 아끼셔서 평소에 차를 끓여 마시기는커녕 그냥 꺼내서 놀기만 하셨다.

황제급인 대홍포는 값비싼 물건이라 할아버지께서 귀한 손님을 접대하실 때만 꺼낸다.

하지만 소정아는 곧 깨달았다. 사형은 할아버지 생명의 은인이니 아무리 감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걸.

소정아가 승낙하자 염무현이 먼저 말했다.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정아가 이미 차를 우려냈으니 그냥 마시면 돼요.”

“어떻게 그렇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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