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보면 둘째 도련님도 큰 도련님 못지않은데.”“현장에 있는 여자들은 복이 터졌네. 큰 도련님과 결혼을 못하더라도 아직 둘째 도련님이 남아있잖아.”김준영은 그런 말을 듣고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오늘의 하객 중에는 미녀들이 정말 많았다.김씨 가문 둘째 도련님의 신분이라면 누구나 마음대로 고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그의 생식 기관이 완전히 망가졌다.어떤 남자들은 그 방면이 약하다 해도 밑천을 아끼지 않고 돈을 들여 알약 몇 알을 먹으면 기본적인 남자 기능은 되찾을 수 있었다.하지만 김준영은 약도 그를 구해줄 수 없었다.지금 그의 바짓가랑이 안은 텅 비었고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문제가 되었다.부상이 완전히 나으면 보형물을 넣을 수 있겠지만 단지 화장실만 갈 수 있을 정도였다.그렇게 많은 미녀를 앞에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김준영은 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 감정이 얼굴에 나타나더니 저도 모르게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준영에게 말을 걸려는 여자들은 그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안색이 변했고 줄줄이 뒷걸음질 쳤다.김준영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고 염무현에 대한 원한은 점점 더 커졌다.그는 김준휘의 뒤를 따르던 군사에게 손짓했다.“둘째 도련님, 무슨 일이세요?”군사가 물었다.그러자 김준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혼원문 쪽에 통지해서 염무현의 시체를 가져오라고 해. 시체라도 실컷 때려야 마음이 좀 풀릴 것 같아.”“그게...”군사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마 마스터님께서 염무현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어요. 잘못하면 염무현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을 거예요. 둘째 도련님, 마 마스터님의 두 애제자가 염무현의 손에 죽었으니 그는 염무현을 뼈저리게 미워하겠죠. 우리 쪽에서 굳이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있겠어요?”그러자 김준영은 고집을 부렸다.“상관 안 해. 빨리 가서 시체를 끌고 와.”염무현을 몇 번이고 쥐어패야만 김준영은 마음의 한을 풀 수 있을 것 같았고 그의 변태적인 심리를 만족시킬 수 있었다.김준휘는 옆에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준휘는 모두에게 염무현은 반드시 혼원문 마 마스터님의 손에 죽었다고 장담했다.하지만 지금 염무현은 무사히 그들 앞에 나타났다.이건 마치 누군가가 김준휘의 뺨을 때린 것 같았다.“이놈이 살아 있었던 거야?”김준영은 원한이 가득한 얼굴로 화가 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염씨 이놈아, 넌 지금 혼원문에서 마 마스터님과 생사를 겨뤄야 하는 게 아니었어? 넌 겁에 질려 마 마스터와 싸우지도 못하고 뻔뻔스럽게 이곳으로 달려왔을 거야. 군사... 빨리 마 마스터님께 전화 드려. 염무현 이 개자식이 서해시에 왔으니 마 마스터님도 빨리 이곳으로 오라고 해.”군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둘째 도련님, 아직도 전화가 통하지 않아요.”그는 말하며 사람들 앞에서 휴대 전화를 들어 혼원문 둘째 제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뚜뚜뚜...“도련님, 제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에요. 정말 아무도 받지 않아요.”“여보세요...”때마침 한 시간이 다 되었다.백희연의 독에 쓰러진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하나둘씩 머리를 잡으며 일어나려고 했다.‘드디어 전화가 통했네.’깜짝 놀란 군사가 재빨리 말했다.“너희 그쪽은 무슨 상황이야? 왜 모두 전화를 안 받는 거야? 마 마스터님은? 지금 염무현이... 뭐라고?”군사의 안색은 갑자기 변했다. 원망하던 표정은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바뀌었다.“너... 너너너... 다시 한번 말해봐.”군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고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군사가 핸즈프리를 켜자 휴대전화에서 애처롭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휴... 제 사부님은 전혀 염무현의 적수가 아니었고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어요.”‘뭐라고?’김준휘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는 절대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헛소리하지 마. 마 마스터님께서 어떻게 싸움에서 질 수가 있어?”김준휘는 더 이상 매너를 지킬 겨를도 없이 큰 소리로 말했다.“경고하는데. 함부로 말하면 죽여버릴 테야. 지금 당장 전화를 마 마스터님께 드려.
현재 가장 심각한 건 염무현이 약혼식장에 나타났다는 것이었다.마 마스터님도 그를 막을 수 없었는데 그곳에는 염무현의 적수가 될 만한 사람이 더더욱 없었다.“염무현, 대체 뭘 하려는 거야?”김준휘는 미간을 찡그리고 오히려 화를 내며 말했다.“오늘은 나와 희지가 약혼하는 좋은 날이야. 네가 달려와 소란을 피우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렇게 희지가 잘 지내는 꼴을 못 보다니. 남자로서 너무 옹졸한 게 아니야?”김준휘는 오히려 나쁜 사람이 먼저 고자질하는 데 능할 뿐만 아니라 이간질도 잘했다.그는 지금 정의를 대변하며 염무현을 비난하고 있었다.바로 그때 한 여인이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염무현, 감히 네가 와서 소란을 피우다니. 우리 딸이 좋은 사람을 찾으니 질투해서 일부러 트집을 잡는 거야?”서아란은 방금 다른 사모님들에게 한껏 자랑하고 있었고 오만함이 끝이 없을 정도였다.딸이 부잣집에 시집갔으니 어머니인 그녀도 자연스럽게 사모님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너희들은 우리 양씨 집안이 부러워 죽겠지?’여기서 충돌이 일어나자 서아란이 급히 달려와 염무현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래. 이 개자식이 능력이 늘었나 봐? 혼자 왔을 뿐만 아니라 여우 요괴 같은 놈을 두 명이나 데리고 와서 약혼식을 망치려고 해? 당장 꺼져. 알았지? 경호원, 이 개 같은 자식을 당장 쫓아내.”염무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백희연이 말했다.“이 막돼먹은 여자 같으니라고. 감히 날 욕해? 정말 간땡이가 부었구나. 너나 먼저 꺼져!”백희연은 말하며 서아란을 발로 걷어차 날려 보냈다.백희연은 청교의 여우족이었고 게다가 신분이 고귀한 여왕이었다. 여우라고 그녀를 부르는 건 그래도 괜찮았지만 여우 요괴 같은 놈이라고 부르면 안 되었다.고귀한 여우족 여왕과 여우 요괴 같은 놈은 천차만별이었다.게다가 여우 요괴 같은 놈이란 말은 나쁜 욕이었다.팍!서아란은 무려 7~8미터나 날아가다가 땅에 심하게 넘어졌고 술을 놓았던 테이블이 무너지면서 그녀는 얼굴에 물벼락을 맞았고
“염무현, 정말 너무해.”양희지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서 소리쳤다.“다른 사람이 우리 엄마를 때리게 한 것도 모자라 감히 그렇게 심한 말을 해? 아무리 어째도 우리 엄마는 너보다 어른인데 너무 심한 거 아니야?”그러자 염무현은 경멸의 웃음을 지었다.“어른이라고? 그럴 자격이 없어. 넌 네 엄마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눈에는 하찮은 쓰레기 같은 사람이야. 우리 둘은 이혼한 사이인데. 무슨 자격으로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야?”“염무현, 너 정말!”양희지는 화가 많이 났다.그러자 염무현은 차갑게 말했다.“다행인 줄로 알아. 만약에 내가 손을 썼다면 네 엄마는 욕할 기회도 없이 바로 죽었을 거야.”양문수는 원래 나서서 염무현을 욕하려고 했다.하지만 아내의 처참한 모습을 보자 목구멍까지 왔던 말을 다시 삼켰다. 그리고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계속 말했다.‘참자. 참자.’염무현을 화나게 하면 그에게 아무런 좋은 점도 없었다.염무현이 서아란에게 대한 태도를 봐서는 예전처럼 함부로 그에게 뭐라 하면 안 될 것 같았다.지금의 염무현은 전혀 옛정을 생각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양문수는 너무 찌질했다.그의 아들 양준우는 더 못났다. 엄마가 맞았는데도 그는 잘 익은 보리처럼 머리를 푹 숙이고 아무것도 못 본척하며 찍소리도 못 냈다.바로 그때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검은 옷차림의 건장한 남자 수십 명이 사방에서 달려와서 염무현과 백희연을 사이에 두고 겹겹이 에워쌌다.“하하하!”김준휘는 갑자기 방자한 웃음을 터뜨리며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방금 서아란과 양희지가 염무현을 욕할 때도 침묵을 지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건 지원군이 오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지금 그는 자신이 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염무현, 네놈이 대단한 것은 쿨하게 인정할게. 너의 실력은 정말 우리 상상을 초월했어. 심지어 마 마스터님도 너의 손에 죽었어.”김준휘는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네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총 앞에서는 안 될 거야. 네
김씨 가문의 최종적인 목표는 용국에서 큰일을 하는 것이었다.앞으로 모든 사업의 중심은 용국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고 원래 사업상의 일은 김민재와 김준영에게 맡기고 김준휘는 그가 가장 잘하는 인맥 관리를 하려 했다.지금 김민재는 죽고 김준영은 폐인이 되었으니 이런 일들은 당연히 김준휘가 도맡아 해야 했다.국제 형사를 하든 말든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염무현, 오늘 너의 피로 내가 잃었던 것들을 전부 찾아오겠어.”김준휘의 표정은 갈수록 더 험악해지고 있었다.“김씨 가문의 총에 죽는 것을 넌 영광으로 생각해. 두 미녀분은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쓰레기 같은 염무현에게 속은 것을 봐서라도 내가 너그럽게 용서해 줄게. 지금 당장 염무현과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한다면 너희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게. 아직 이렇게 젊은데 염무현 같은 사람과 함께 죽을 필요는 없잖아?”김준휘는 너그럽고 여자들을 아끼는 척하는 모습을 보였다.하지만 김준휘는 전혀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염무현이 죽기 전에 곁에 있는 사람에게서 배신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그건 분명히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물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이렇게 예쁜 여자는 죽으면 아주 아쉬웠다.“이 자식은 너무 가식적이야.”백희연은 경멸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정말 보기만 해도 징그러워서 토할 것 같아. 아무 쓸모 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심지어 이런 사람에게 시집을 가지 못해 안달이 나다니. 설마 눈이 먼 거야?”그 말은 분명히 양희지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눈은 멀지 않았지만, 마음이 먼 거죠.”연희주가 말했다.어린 계집애가 이런 도리가 깊은 말을 하자 염무현은 깜짝 놀랐다.그러자 양희지의 안색은 선명하게 나빠졌다.김준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두 계집애가 주제 파악이 전혀 안 되네. 그러면 내가 못된 사람이라고 탓하지 마.”“형,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요. 저 자식들은 살려줄 필요도 없어요.”김준영은 염무현이 처참하게
윙!한 줄기 금빛이 번쩍였다.곧이어 빛이 사방으로 비쳤다.염무현은 분명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온몸에 황금빛으로 촘촘히 짜인 벽이 나타났다.황금빛 벽이 반짝이며 백희연과 연희주를 보호해 주고 있었다.탕! 탕!우박 같은 총알이 사방팔방에서 날아왔다.하지만 총알들이 황금빛 벽에 닿자마자 거대한 힘에 이끌려 멈춰 섰다.이 기괴한 장면은 마치 시간이 정해진 것 같았다.샛노란 총알은 황금빛 벽에 의해 멈췄으나 여전히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고대 무술 능력자나 일반인이나 모두 그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이건 분명히 모든 사람의 인식을 뒤집었다.많은 사람은 자신이 환각을 느꼈거나 눈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손으로 눈을 힘껏 비볐다.“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해?”김준휘는 눈을 부릅뜨고 놀라서 입을 떡하니 벌렸다.총을 쏘았던 사람들은 더 놀라서 기가 막힌 표정을 지었다.‘이건 총알인데? 이럴 수가.’일부 능력이 훌륭한 고대 무술 능력자는 총알을 피하거나 총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총 한두 자루의 상황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총이 수십 자루가 있었다.게다가 또 다른 방향과 각도에서 사격하는 상황이었기에 아무리 대마스터라도 피할 수 없었다.설령 아무리 대단한 방어 능력이 있다고 해도 몇백 개의 총알이면 어떤 방어벽도 뚫고 사람을 죽일 것이다.지금 눈앞의 상황은 분명히 총잡이들의 인식을 뛰어넘었다.그들은 염무현의 몸에 옥으로 만든 팔찌가 있을 줄은 몰랐다. 호신 주술이 일단 발동되면 스나이퍼 총알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더구나 지금 그들의 손에 쥐고 있는 건 권총뿐이었다.순간 총잡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되는 대로 방아쇠를 잡아당겼다.탄창 안에 총알이 없어졌는데도 그들은 바꿀 생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호신 주술은 방어하는 역할이었고 그리고 공격을 도맡아 하는 건 금광 주술과 제흉 주술이었다.이런 졸개들을 상대하는 데는 세 가지 주술을 전부 쓸 필요가 없었다.금광 주술 하나만으
설령 총알이 화살처럼 쌩쌩 스쳐 지나가도 그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김준휘가 끌어당기는 바람에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휠체어에 앉아 있던 김준영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총알 여러 발을 동시에 맞았다.이내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갔고, 특히 가슴 부분에 옷이 뻥 뚫리면서 피가 빠르게 흘러나왔다.“형님, 지금... 뭐 하는 거죠?”김준영은 목이 바짝 마르더니 힘없는 어조로 말했다.친형이라는 사람이 무자비한 총알을 피하려고 동생을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를 쳐다보는 김준휘의 눈빛은 감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김준영은 형의 속내를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어차피 불구가 된 이상 평생 폐인으로 살아가야 할 텐데 자기 대신 총알받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는 의미를 분명히 내포하고 있었다.“형님...!”김준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와 동시에 김준휘의 눈빛을 읽어 낸 자신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털썩!휠체어에서 떨어진 그는 저격수와 마찬가지로 뜬 눈으로 생을 마감했다.김준휘의 얼굴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재빨리 뒤로 물러나 양희지의 곁에 다가가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양희지는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면 똑같이 그의 방패막이 신세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했다.곧이어 눈살을 찌푸리더니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아직 또 다른 히든카드가 남아 있으면 어디 한 번 선보이던가? 나중에 후회하지나 말고.”염무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김준휘가 총을 쏘게 한 행위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었다.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고, 수십구의 시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 피바다를 이루었다.이런 장면을 처음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허리를 굽힌 채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순간, 구토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김준휘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더는 남아 있는 카드는 없었고, 이미 죽은 저격수들이 현재로서 가장 큰 버팀
“무현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니? 난... 아니, 여기 다 오빠만 보려고 왔는데?”우예원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려서부터 내성적인 성격 탓에 평소에는 절대로 공공연하게 이런 말을 못 했다.“만약 무현 씨만 동의한다면 당장 결혼해서 첫날밤도 보낼 수 있어요.”우예원과 달리 하지연은 훨씬 더 대범했고, 간도 커서 못 하는 말이 없었다.이은서는 소극적이지도 적극적이지도 않게 본인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나도 결혼할 거예요.”마지막으로 공혜리가 허둥지둥 속마음을 밝혔다.“난 예물도 필요 없어요. 심지어 SJ그룹을 무현 님께 드려도 되거든요.”이런!그제야 사람들은 네 명의 미녀가 염무현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보란 듯이 한 방 먹은 양희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염무현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하자마자 여자들이 우르르 찾아와 연이어 고백하는 장면이 펼쳐지다니?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연희주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하얀 손을 슬며시 들어 올리며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저도 사부님의 여자친구 할래요, 물론 결혼도 가능하고.”이 여자들이 미쳤나?염무현이라는 놈이 대체 뭐가 그리 잘난 거지?이렇게 많은 미인이 그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연희주의 예쁜 얼굴은 점점 더 빨개졌지만, 쑥스러운 나머지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백희연을 향해 계속 눈짓했다.“나?”백희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연희주뿐만 아니라 공혜리를 포함한 여자들도 시선을 옮겼다.마치 동의해 주지 않으면 공공의 적으로 간주할 것 같은 기세를 내뿜었다.백희연은 어이가 없었다.물론 염무현을 유혹해볼까 싶어서 여우족 매혹술을 다시 수련해야겠다고 마음조차 먹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염무현과 결혼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다.무려 청교의 여왕인데...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신분을 가졌다 한들 어쩌겠는가? 결국은 고분고분 주인님으로 모셔야 하는 신세이지 않은가?어찌 됐든 그녀는 여우족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