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총알이 화살처럼 쌩쌩 스쳐 지나가도 그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김준휘가 끌어당기는 바람에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휠체어에 앉아 있던 김준영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총알 여러 발을 동시에 맞았다.이내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갔고, 특히 가슴 부분에 옷이 뻥 뚫리면서 피가 빠르게 흘러나왔다.“형님, 지금... 뭐 하는 거죠?”김준영은 목이 바짝 마르더니 힘없는 어조로 말했다.친형이라는 사람이 무자비한 총알을 피하려고 동생을 방패막이로 삼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를 쳐다보는 김준휘의 눈빛은 감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김준영은 형의 속내를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 어차피 불구가 된 이상 평생 폐인으로 살아가야 할 텐데 자기 대신 총알받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는 의미를 분명히 내포하고 있었다.“형님...!”김준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와 동시에 김준휘의 눈빛을 읽어 낸 자신이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털썩!휠체어에서 떨어진 그는 저격수와 마찬가지로 뜬 눈으로 생을 마감했다.김준휘의 얼굴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고, 재빨리 뒤로 물러나 양희지의 곁에 다가가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양희지는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면 똑같이 그의 방패막이 신세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했다.곧이어 눈살을 찌푸리더니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아직 또 다른 히든카드가 남아 있으면 어디 한 번 선보이던가? 나중에 후회하지나 말고.”염무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김준휘가 총을 쏘게 한 행위에 대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었다.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고, 수십구의 시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 피바다를 이루었다.이런 장면을 처음 목격한 사람들은 모두 허리를 굽힌 채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순간, 구토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김준휘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더는 남아 있는 카드는 없었고, 이미 죽은 저격수들이 현재로서 가장 큰 버팀
“무현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니? 난... 아니, 여기 다 오빠만 보려고 왔는데?”우예원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려서부터 내성적인 성격 탓에 평소에는 절대로 공공연하게 이런 말을 못 했다.“만약 무현 씨만 동의한다면 당장 결혼해서 첫날밤도 보낼 수 있어요.”우예원과 달리 하지연은 훨씬 더 대범했고, 간도 커서 못 하는 말이 없었다.이은서는 소극적이지도 적극적이지도 않게 본인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나도 결혼할 거예요.”마지막으로 공혜리가 허둥지둥 속마음을 밝혔다.“난 예물도 필요 없어요. 심지어 SJ그룹을 무현 님께 드려도 되거든요.”이런!그제야 사람들은 네 명의 미녀가 염무현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보란 듯이 한 방 먹은 양희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염무현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하자마자 여자들이 우르르 찾아와 연이어 고백하는 장면이 펼쳐지다니?심지어 이게 끝이 아니었다.연희주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새하얀 손을 슬며시 들어 올리며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저도 사부님의 여자친구 할래요, 물론 결혼도 가능하고.”이 여자들이 미쳤나?염무현이라는 놈이 대체 뭐가 그리 잘난 거지?이렇게 많은 미인이 그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연희주의 예쁜 얼굴은 점점 더 빨개졌지만, 쑥스러운 나머지 고개를 숙이기는커녕 백희연을 향해 계속 눈짓했다.“나?”백희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연희주뿐만 아니라 공혜리를 포함한 여자들도 시선을 옮겼다.마치 동의해 주지 않으면 공공의 적으로 간주할 것 같은 기세를 내뿜었다.백희연은 어이가 없었다.물론 염무현을 유혹해볼까 싶어서 여우족 매혹술을 다시 수련해야겠다고 마음조차 먹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염무현과 결혼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었다.무려 청교의 여왕인데...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신분을 가졌다 한들 어쩌겠는가? 결국은 고분고분 주인님으로 모셔야 하는 신세이지 않은가?어찌 됐든 그녀는 여우족으로서
양희지가 김준영의 형과 약혼한다니?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이내 하지연과 이은서, 그리고 공혜리를 불러 염무현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공혜리는 의상, 메이크업, 헤어까지 모든 비용을 부담했고, 여자 넷은 한껏 꾸민 채 메리어트 호텔로 향했다.마침 염무현에게 면박 주는 양희지를 보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달려들었다.그제야 양희지는 정작 본인이 어릿광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하객들의 놀림과 조롱 섞인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양희지, 너 말실수했어.”염무현이 정색하며 말했다.난생처음 느껴보는 굴욕에 화가 난 그녀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말실수라니? 네가 이런 놈일 줄은 몰랐어! 전처를 모욕하면서 성취감이라도 느끼는 거야?”염무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말끝마다 약혼식을 망치러 왔다고 하는데, 내가 도착해서 지금까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짓을 했다고 그래? 어디 대답해 보던가? 상대방이 먼저 도발하니까 맞받아치고, 선제공격을 날리니까 반격했을 뿐 그렇다고 가만히 서서 넋 놓고 김준휘가 고용한 저격수의 총에 맞아 죽을 수는 없잖아? 나보다 더 좋은 남자한테 시집가는 꼴을 못 봐서 약혼식에 찾아와 훼방을 놓는다니? 웃기고 있네,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지?”양희지는 그의 말을 당연히 믿지 않았고 곧바로 큰소리로 반박했다.“말은 누가 못 해? 그럼 여기 왜 왔는데?”“네 잘나가는 약혼자한테 물어봐.”염무현이 싸늘한 눈빛으로 김준휘를 노려보자 흠칫 놀랐다.“나랑 뭔 상관?”“멍청한 놈, 현염초만 아니었으면 굳이 이 역겨운 곳까지 와서 구역질 나는 면상을 봐줄 이유가 있을까?”염무현이 버럭 외쳤다.양희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그게 뭔데?”연희주가 걸음을 옮기더니 바닥을 차고 공중으로 붕 날아올라 피라미드를 이룬 선물 더미 꼭대기에서 박스 하나를 들고 착지했다.“이게 바로 현염초에요. 우리 사부님의 물건인데 뻔뻔스러운 마범구에게 도둑질당하고 말았죠.”그리고
양준우는 김준휘의 인간 방패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사실 조금 전 친동생을 방패막이 삼아 끌어당겼을 때 잘못됐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되레 김준휘의 빠른 반응 속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만 있다면 남을 희생하는 게 뭐가 그리 대수인가?만약 김준휘가 죽으면 부잣집 처남이라는 신분을 잃게 되지 않는가?따라서 김준휘와 김준영 중에서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그러나 이제 와서 크나큰 착각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동안 존경하고 우러러봤던 매형은 정녕 인간도 아니었다.본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동생을 희생하는 건 물론 처남도 예외는 아니었다.심지어 아직 누나와 결혼하지도 않았고, 오늘은 단지 약혼식에 불과했다.신랑이 되려면 적어도 처남과 예비 장인 장모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써도 모자랄 판이지 않은가?따라서 무의식중으로 그가 설령 이 세상 모든 사람과 적이 되더라도 예비 처남만큼은 다치게 하는 일이 없을 거로 여겼다.하지만 사실이 증명하다시피 스스로 과대평가한 것은 물론 더욱이 김준휘의 파렴치함을 과소평가한 듯싶었다.물론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는 게 함정이었다.양희지와 서아란, 양문수 일가족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세 쌍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시무시한 장풍이 곧장 양준우의 몸을 강타했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양준우는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곧이어 무방비 상태에서 공중에 거꾸로 날아올랐고, 등 뒤에 숨은 김준휘도 공격을 피하지는 못했다.설령 육탄 방어해주는 방패가 막아주고 있더라도 고통스러운 건 매한가지였다.장풍의 막강한 파워는 육체를 뚫고 그에게 직격탄을 날렸다.김준휘는 무거운 망치로 가슴을 내린 친 듯싶었고, 복부에는 기운이 성난 파도처럼 난폭하게 일렁거렸다.쿨럭!이내 피를 토해낸 탓에 양준우의 등이 빨갛게 물들었다.쨍그랑!그리고 등이 유리창에 부딪히면서 양준우와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곧바로 ‘우당탕’하는 요란한 소
양문수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염무현, 너 때문에 우리 아들이 죽었잖아!”“이 늙은이가 눈이 멀었나?”백희연은 곧바로 큰소리로 반박했다.“당신 아들을 죽인 사람은 김준휘야! 인간 방패를 삼아 목숨을 건진 놈을 찾아가서 복수하는 게 아니라 되레 뻔뻔스럽게 주인님 탓을 해?”“그러니까, 어쩌면 이렇게 파렴치한지.”연희주가 맞장구를 쳤다.우예원이 콧방귀를 뀌었다.“온 집안이 정신병자인데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 게다가 욕심이 끝도 없는 배은망덕한 사람들이지.”양문수가 버럭 외쳤다.“염무현과 왜 상관없어? 도련님을 기습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아들이 죽었겠냐고!”서아란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맞아! 원흉은 바로 염무현이야.”백희연은 도무지 못 봐주겠다는 듯 씩씩거렸다.“뻔뻔스러운 사람은 봤어도 이 정도로 파렴치한 놈은 처음이네. 인간으로서 살아갈 자격도 없구먼! 주인님, 그냥 싹 다 죽여버릴까?”염무현은 양희지를 지그시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은 마찬가지로 원망이 가득했다.물론 증오의 대상이 자신인지 아니면 김준휘인지 직접 말하지 않은 이상 아무도 모른다.“격이 떨어지게 그런 짓을 왜 해?”염무현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가자.”말을 마치고 나서는 뒤도 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백희연은 양씨 일가족을 흘겨보며 으름장을 놓았다.“운이 좋은 줄 알아.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에는 꼭 죽여버릴 테니까.”양희지가 버럭 외치려는 순간 옆에 있던 사람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나 저 여자 알아요! 바로 우두머리 집회에서 염무현 대신 싸웠다가 무림 연맹 집법팀을 단 한 방에 해결한 마녀예요.”“맞네요, 저도 얼굴 보니까 기억나요.”“실력이 상급자 마스터를 뛰어넘은 대마스터 수준이라고 했죠?”“이 정도 고수라면 코딱지만 한 서해시는 둘째치고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이 말을 들은 양희지의 얼굴이 돌변했다.그렇게 대단한 여자일 줄이야?하지만
한진영은 마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확인하려는 듯 눈을 부릅떴다.“여보, 대체 어쩌다가...”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구씨 가문은 비록 상위 1%에 속하는 재벌 집은 아니더라도 세인시만큼은 가뿐히 상위권을 꿰찰 수 있는 집안이다.왜냐하면 구천명의 아버지 세대부터 이미 사업에 몸담기 시작했다.나중에 구천명이 가문의 후계자가 되고 나서는 부잣집으로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그는 가업을 물려받아 규모를 키웠을뿐더러 수집광으로서 막강한 재력을 통해 단숨에 컬렉션계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금고에 차곡차곡 모아둔 소장품만 하더라도 부부가 평생을 먹고살기에 충분했다.설령 사업하다가 손해를 본다고 한들 구천명은 걱정이 들지 않았다.그 이유는 바로 수집품의 가치가 매년 상승하기에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보다 훨씬 더 쏠쏠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그런데 몇조의 막대한 재산을 하루아침에 탕진하다니?파산해서 재산을 압류한다는 게 당최 무슨 말인가?즉, 금고에 있는 보물들도 더는 구천명의 소유가 아니라는 뜻인가?가압류되고 나서 다음 단계는 합법적인 경매를 통해 거액의 빚을 갚는 것이다.아내의 물음에 구천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렇게 된 이상 일단 현실을 받아들여.”한진영은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하지만...”부부가 피땀 흘려 일군 가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으니 어찌 상심이 크지 않겠는가?“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자고.”이 말을 하는 구천명의 목소리에 허탈함이 가득했다.제복 차림의 무리는 집안의 물품을 기록하고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이내 두 사람은 정원으로 쫓겨났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초호화 별장은 그동안의 으리으리함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왠지 모르게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구천명은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전화를 걸었고, 분노를 애써 억누른 채 말했다.“내가 졌어요. 이제 모든 재산을 잃었으니 한낱 패배자에 불과하죠. 두손 두발을
구천명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끝까지 한 번 해보겠다는 건가? 내가 정녕 도마 위의 생선처럼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당장 장인어른한테 연락해서 효과적인 반격 방법을 의논하자고.”한진영이 서둘러 물었다.“화하 상업그룹을 상대하게요?”만약 사실이라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 따로 없었다.화하 상업그룹은 워낙 방대한지라 구씨 가문이 대항할 정도가 아니었다.“아니.”비록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구천명은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분석을 이어갔다.“솔직히 전태웅이 염무현을 위해 나설 줄은 생각지 못했어. 다만 둘이 각별한 사이는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해. 아마도 단지 도움을 주는 것에 불과할 뿐, 신세를 갚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는 나중에 천천히 알아보자고. 어쨌거나 화하 상업그룹은 비즈니스계에서 우세를 보이므로 우리는 다른 수단으로 염무현을 상대하는 거야. 그렇다면 속수무책이기 마련일 테니까.”한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여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아빠한테 연락할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한씨 가문이 차를 보내 두 사람을 데려갔다.세인시의 한 고급 찻집.우아한 분위기의 내부에 구수한 차향이 은은하게 퍼졌다.위층에 있는 VIP룸, 한수로가 예사롭지 않은 아우라를 풍기는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성의를 다해 소개했다.“딸, 구 서방, 이분이 바로 내가 여러 차례 언급했던 위석현 씨야. 세인시 수비대 총책임자로서 총사령관도 겸직하고 있어.”구천명과 한진영은 깜짝 놀라더니 동시에 감탄이 섞인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안녕하세요, 위석현 씨처럼 대단한 분을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아버지를 통해 성함은 익히 들었습니다. 뛰어난 인재는 물론 정의감이 넘치고 남 돕기를 좋아하는 본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종종 하셨죠.한진영의 칭찬에 위석현은 저도 모르게 어깨가 점점 올라갔다.네 사람은 자리에 앉았고, 한수로가 위석현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제 딸과 사위가 골치 아픈 일에
“이건 규칙에 어긋나는 거잖아.”고진성이 정색하며 말했다.“갑작스러운 통보는 둘째치고 심지어 구두로 전하다니? 이미 선을 넘었는데 무슨 사건인지도 말해주지 않고 대뜸 협조부터 하라는 게 말이 돼?”부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대장님, 직급이 높은 사람이 곧 왕이죠. 위석현 씨는 세인시의 총사령관도 겸직하고 있으니 대장님이 서해시 총사령관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그분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는 걸 잊었어요? 굳이 사사로운 규칙 때문에 꼬치꼬치 따질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냥 못 본 척 눈 감아 주셔야 상대방도 그렇고 본인도 편할 거예요.”고진성은 눈살을 찌푸린 채 곰곰이 생각하더니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사무실을 빌려주는 게 뭐 큰일이라고 마련하면 되지. 어차피 무슨 일인지 말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듯 행동하니 그냥 모른 척할래. 괜히 마주쳤다가 서로 뻘쭘한 바에는 오히려 잘됐네.”지금은 진급이 걸린 중요한 타이밍인지라 상사와 거리를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키지 않은 게 좋았다.게다가 그는 공로를 세워 승진하는 케이스라 상사에게 잘 보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단지 연차가 꽉 차서 진급이 필요한 사람만이 권세에 빌붙거나 돈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부하가 즉시 엄지를 치켜세웠다.“잘 생각하셨어요. 세인시 수비대에서 무슨 짓을 하든 어차피 우리 서해시 수비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죠.”...리버타운, 1호 별장.2층 서재.염무현은 책상 위에 미니미 버전의 오행 진법을 선보였다. 금, 목, 수, 화, 토를 대표하는 다섯 가지 재료 사이에 무형의 기운으로 이어져 오색찬란한 빛이 반짝였다.“와, 너무 신기해요! 사부님, 정말 대단해요.”연희주는 깜짝 놀란 얼굴로 옆에 서서 탄성을 질렀다.“별것도 아닌데 놀라기는!”염무현이 웃으면서 말했다.물론 겸손한 게 아니었고, 그녀의 앞에서 폼을 잡지도 않았다.왜냐하면 이런 쉬운 진법은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그가 마스터한 기묘한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