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우는 김준휘의 인간 방패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사실 조금 전 친동생을 방패막이 삼아 끌어당겼을 때 잘못됐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고, 되레 김준휘의 빠른 반응 속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만 있다면 남을 희생하는 게 뭐가 그리 대수인가?만약 김준휘가 죽으면 부잣집 처남이라는 신분을 잃게 되지 않는가?따라서 김준휘와 김준영 중에서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그러나 이제 와서 크나큰 착각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동안 존경하고 우러러봤던 매형은 정녕 인간도 아니었다.본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친동생을 희생하는 건 물론 처남도 예외는 아니었다.심지어 아직 누나와 결혼하지도 않았고, 오늘은 단지 약혼식에 불과했다.신랑이 되려면 적어도 처남과 예비 장인 장모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써도 모자랄 판이지 않은가?따라서 무의식중으로 그가 설령 이 세상 모든 사람과 적이 되더라도 예비 처남만큼은 다치게 하는 일이 없을 거로 여겼다.하지만 사실이 증명하다시피 스스로 과대평가한 것은 물론 더욱이 김준휘의 파렴치함을 과소평가한 듯싶었다.물론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는 게 함정이었다.양희지와 서아란, 양문수 일가족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세 쌍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시무시한 장풍이 곧장 양준우의 몸을 강타했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양준우는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곧이어 무방비 상태에서 공중에 거꾸로 날아올랐고, 등 뒤에 숨은 김준휘도 공격을 피하지는 못했다.설령 육탄 방어해주는 방패가 막아주고 있더라도 고통스러운 건 매한가지였다.장풍의 막강한 파워는 육체를 뚫고 그에게 직격탄을 날렸다.김준휘는 무거운 망치로 가슴을 내린 친 듯싶었고, 복부에는 기운이 성난 파도처럼 난폭하게 일렁거렸다.쿨럭!이내 피를 토해낸 탓에 양준우의 등이 빨갛게 물들었다.쨍그랑!그리고 등이 유리창에 부딪히면서 양준우와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곧바로 ‘우당탕’하는 요란한 소
양문수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염무현, 너 때문에 우리 아들이 죽었잖아!”“이 늙은이가 눈이 멀었나?”백희연은 곧바로 큰소리로 반박했다.“당신 아들을 죽인 사람은 김준휘야! 인간 방패를 삼아 목숨을 건진 놈을 찾아가서 복수하는 게 아니라 되레 뻔뻔스럽게 주인님 탓을 해?”“그러니까, 어쩌면 이렇게 파렴치한지.”연희주가 맞장구를 쳤다.우예원이 콧방귀를 뀌었다.“온 집안이 정신병자인데 이런 일을 저지르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 게다가 욕심이 끝도 없는 배은망덕한 사람들이지.”양문수가 버럭 외쳤다.“염무현과 왜 상관없어? 도련님을 기습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아들이 죽었겠냐고!”서아란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맞아! 원흉은 바로 염무현이야.”백희연은 도무지 못 봐주겠다는 듯 씩씩거렸다.“뻔뻔스러운 사람은 봤어도 이 정도로 파렴치한 놈은 처음이네. 인간으로서 살아갈 자격도 없구먼! 주인님, 그냥 싹 다 죽여버릴까?”염무현은 양희지를 지그시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빛은 마찬가지로 원망이 가득했다.물론 증오의 대상이 자신인지 아니면 김준휘인지 직접 말하지 않은 이상 아무도 모른다.“격이 떨어지게 그런 짓을 왜 해?”염무현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가자.”말을 마치고 나서는 뒤도 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백희연은 양씨 일가족을 흘겨보며 으름장을 놓았다.“운이 좋은 줄 알아.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에는 꼭 죽여버릴 테니까.”양희지가 버럭 외치려는 순간 옆에 있던 사람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나 저 여자 알아요! 바로 우두머리 집회에서 염무현 대신 싸웠다가 무림 연맹 집법팀을 단 한 방에 해결한 마녀예요.”“맞네요, 저도 얼굴 보니까 기억나요.”“실력이 상급자 마스터를 뛰어넘은 대마스터 수준이라고 했죠?”“이 정도 고수라면 코딱지만 한 서해시는 둘째치고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이 말을 들은 양희지의 얼굴이 돌변했다.그렇게 대단한 여자일 줄이야?하지만
한진영은 마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환상이 아니라 현실임을 확인하려는 듯 눈을 부릅떴다.“여보, 대체 어쩌다가...”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구씨 가문은 비록 상위 1%에 속하는 재벌 집은 아니더라도 세인시만큼은 가뿐히 상위권을 꿰찰 수 있는 집안이다.왜냐하면 구천명의 아버지 세대부터 이미 사업에 몸담기 시작했다.나중에 구천명이 가문의 후계자가 되고 나서는 부잣집으로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다.그는 가업을 물려받아 규모를 키웠을뿐더러 수집광으로서 막강한 재력을 통해 단숨에 컬렉션계의 유명 인사가 되었다.금고에 차곡차곡 모아둔 소장품만 하더라도 부부가 평생을 먹고살기에 충분했다.설령 사업하다가 손해를 본다고 한들 구천명은 걱정이 들지 않았다.그 이유는 바로 수집품의 가치가 매년 상승하기에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보다 훨씬 더 쏠쏠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그런데 몇조의 막대한 재산을 하루아침에 탕진하다니?파산해서 재산을 압류한다는 게 당최 무슨 말인가?즉, 금고에 있는 보물들도 더는 구천명의 소유가 아니라는 뜻인가?가압류되고 나서 다음 단계는 합법적인 경매를 통해 거액의 빚을 갚는 것이다.아내의 물음에 구천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렇게 된 이상 일단 현실을 받아들여.”한진영은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렸다.“하지만...”부부가 피땀 흘려 일군 가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었으니 어찌 상심이 크지 않겠는가?“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자고.”이 말을 하는 구천명의 목소리에 허탈함이 가득했다.제복 차림의 무리는 집안의 물품을 기록하고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이내 두 사람은 정원으로 쫓겨났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초호화 별장은 그동안의 으리으리함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왠지 모르게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구천명은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전화를 걸었고, 분노를 애써 억누른 채 말했다.“내가 졌어요. 이제 모든 재산을 잃었으니 한낱 패배자에 불과하죠. 두손 두발을
구천명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끝까지 한 번 해보겠다는 건가? 내가 정녕 도마 위의 생선처럼 마음대로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당장 장인어른한테 연락해서 효과적인 반격 방법을 의논하자고.”한진영이 서둘러 물었다.“화하 상업그룹을 상대하게요?”만약 사실이라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 따로 없었다.화하 상업그룹은 워낙 방대한지라 구씨 가문이 대항할 정도가 아니었다.“아니.”비록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구천명은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분석을 이어갔다.“솔직히 전태웅이 염무현을 위해 나설 줄은 생각지 못했어. 다만 둘이 각별한 사이는 아니라는 사실은 명확해. 아마도 단지 도움을 주는 것에 불과할 뿐, 신세를 갚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는 나중에 천천히 알아보자고. 어쨌거나 화하 상업그룹은 비즈니스계에서 우세를 보이므로 우리는 다른 수단으로 염무현을 상대하는 거야. 그렇다면 속수무책이기 마련일 테니까.”한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여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아빠한테 연락할게요.”얼마 지나지 않아 한씨 가문이 차를 보내 두 사람을 데려갔다.세인시의 한 고급 찻집.우아한 분위기의 내부에 구수한 차향이 은은하게 퍼졌다.위층에 있는 VIP룸, 한수로가 예사롭지 않은 아우라를 풍기는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성의를 다해 소개했다.“딸, 구 서방, 이분이 바로 내가 여러 차례 언급했던 위석현 씨야. 세인시 수비대 총책임자로서 총사령관도 겸직하고 있어.”구천명과 한진영은 깜짝 놀라더니 동시에 감탄이 섞인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안녕하세요, 위석현 씨처럼 대단한 분을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아버지를 통해 성함은 익히 들었습니다. 뛰어난 인재는 물론 정의감이 넘치고 남 돕기를 좋아하는 본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종종 하셨죠.한진영의 칭찬에 위석현은 저도 모르게 어깨가 점점 올라갔다.네 사람은 자리에 앉았고, 한수로가 위석현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제 딸과 사위가 골치 아픈 일에
“이건 규칙에 어긋나는 거잖아.”고진성이 정색하며 말했다.“갑작스러운 통보는 둘째치고 심지어 구두로 전하다니? 이미 선을 넘었는데 무슨 사건인지도 말해주지 않고 대뜸 협조부터 하라는 게 말이 돼?”부하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대장님, 직급이 높은 사람이 곧 왕이죠. 위석현 씨는 세인시의 총사령관도 겸직하고 있으니 대장님이 서해시 총사령관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그분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는 걸 잊었어요? 굳이 사사로운 규칙 때문에 꼬치꼬치 따질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냥 못 본 척 눈 감아 주셔야 상대방도 그렇고 본인도 편할 거예요.”고진성은 눈살을 찌푸린 채 곰곰이 생각하더니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사무실을 빌려주는 게 뭐 큰일이라고 마련하면 되지. 어차피 무슨 일인지 말할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듯 행동하니 그냥 모른 척할래. 괜히 마주쳤다가 서로 뻘쭘한 바에는 오히려 잘됐네.”지금은 진급이 걸린 중요한 타이밍인지라 상사와 거리를 두고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키지 않은 게 좋았다.게다가 그는 공로를 세워 승진하는 케이스라 상사에게 잘 보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단지 연차가 꽉 차서 진급이 필요한 사람만이 권세에 빌붙거나 돈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부하가 즉시 엄지를 치켜세웠다.“잘 생각하셨어요. 세인시 수비대에서 무슨 짓을 하든 어차피 우리 서해시 수비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죠.”...리버타운, 1호 별장.2층 서재.염무현은 책상 위에 미니미 버전의 오행 진법을 선보였다. 금, 목, 수, 화, 토를 대표하는 다섯 가지 재료 사이에 무형의 기운으로 이어져 오색찬란한 빛이 반짝였다.“와, 너무 신기해요! 사부님, 정말 대단해요.”연희주는 깜짝 놀란 얼굴로 옆에 서서 탄성을 질렀다.“별것도 아닌데 놀라기는!”염무현이 웃으면서 말했다.물론 겸손한 게 아니었고, 그녀의 앞에서 폼을 잡지도 않았다.왜냐하면 이런 쉬운 진법은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그가 마스터한 기묘한 진
그의 예측에 따르면 둘이서 족히 7번은 흡수할 듯싶었다.두 사제는 곧 무아지경에 빠졌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한편, 검은색 지프차로 이룬 차량 행렬이 기세등등하게 리버타운으로 들어섰다.보닛 앞에 수비대 로고가 떡하니 붙어 있기에 경비들은 막아설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끼익!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에 염무현과 연희주는 눈을 번쩍 떴다.수비대?몇십대의 차량이 집 앞에 멈춰 있는 광경을 보자 염무현은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고진성은 간덩이가 붓지 않은 이상 올 리가 없었다. 매번 그를 마주할 때마다 세상 공손했을뿐더러 방문 전에 항상 미리 연락해서 허락받은 다음 찾아왔다.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왔단 말이지?차 문이 열리면서 제복 차림의 남자들이 우르르 내려와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정원에 들어섰다.선두에서 걸어오는 남자는 얼굴에 짜증이 가득했고, 마치 이 세상에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처럼 항상 화가 나 있었다.염무현은 처음 보는 얼굴이라고 확신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딩동!선두에 있는 남자가 초인종을 누르자마자 고래고래 외쳤다.“얼른 문 열어! 안에 있는 사람은 똑똑히 들어라! 수비대가 사건을 조사하는 현장에서 감히 협조하지 않는 자는 법을 어기는 행동으로 간주하니 무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고. 염무현! 당장 나와! 집에 숨어서 찍소리 안 하면 모를 것 같아? 안에 있는 거 다 알...”철컥.문이 열리면서 염무현이 나타났다.“네가 바로 염무현이야?”상대방이 물었다.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맞아,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찾아왔지?”“난 세인시 수비대 제1 특공대 대장 마정식이라고 해.”이내 의기양양한 얼굴로 명패를 꺼내 보여주었다.“그쪽이 진귀한 약재를 훔쳤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왔으니까 따라와!”“진귀한 약재를 훔치다니? 내가? 지금 장난해?”염무현이 눈살을 찌푸렸다.마정식은 마치 그의 답변을 예상이라도 한 듯 싸늘하게 웃었다.“현염초 말이야.
“피...!”얼굴에서 느껴지는 끈적이는 촉감에 마정식은 손가락을 내려다보더니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그의 볼에 족히 3cm 가 넘는 상처가 생겼는데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누구야?! 감히 날 기습해?”마정식은 조금 전에 봤던 흰색 그림자가 떠올랐지만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정확히 뭔지 알 수가 없었다.이내 대원들에게 물었지만 다들 어리둥절했고, 아예 눈치채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너희 둘이 한 짓이지?”마정식은 볼을 부여잡고 염무현과 연희주를 향해 버럭 외쳤다.“수비대 대원을 공격하면 무슨 죄를 짓는지 정녕 몰라? 이점만으로도 평생 감옥에 가둬둘 수 있거든? 어디 한번 해 봐?”연희주는 그들의 가슴 앞에 달린 뺏지를 가리키며 되받아쳤다.“공직자로서 함부로 남을 비방하면 더 엄중한 처벌을 받을 텐데,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우리가 그랬다는 거지? 증거 있어?”마정식의 화가 한풀 꺾였다. 얼굴에 흉터가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으니 미치고 팔짝 뛰었다.“얼른 수갑 채워!”마정식이 큰 소리로 외쳤다.연희주가 반항하려는 순간 염무현이 그녀를 제지했다.대체 어떤 간덩이가 부은 놈이 감히 염라대왕을 건드리는지 두고 볼 작정이었다.“흰둥이, 넌 집 지켜.”백희연이 공격하기 전에 염무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니면 이 사람들은 죽고도 남을 것이다.마정식을 포함하여 다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남은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염무현과 연희주는 차에 실려 빠르게 떠나갔다.이내 별장 후문에 날카롭게 번뜩이는 새빨간 눈동자가 나타났다.“왜 가만히 있으라는 거야! 고작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들을 봐주는 이유는 대체 뭐람?”백희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인간은 정말 복잡하고 알 수 없는 뇌 구조를 가졌군. 나라면 바로 죽였을 텐데, 시간도 아끼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도 줄이고, 성가심도 모면하고 얼마나 깔끔해!”서해시 수비대.2층 회의실과 옆에 있는 취조실은 세인시에서 온 사람들이 차지했다.고진성은 관계
마정식이 싸늘하게 웃었다.“지금 어떤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지 아직 모르나 본데, 난 세인시는 물론 전국 수비대를 통틀어 한자리하는 거물이야. 게다가 동료들이 높이 평가해준 덕분에 냉혈 판사라는 존칭을 얻게 되었어. 세인시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하가 아니라 윗선을 만나야 하며, 판사 앞에서는 괜히 나대지 말라는 소리를 알 거야. 물론 그 사람은 바로 나, 마정식을 가리키지.”상대방이 이 정도로 떠들어 댔는데 어찌 마냥 무시하겠는가? 염무현이 이내 한마디 보탰다.“그래서?”“즉, 내 손에 붙잡힌 놈들은 어느 하나 빠짐없이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했다는 뜻이지.”마정식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대답했다.“따라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 싫다면 죄를 인정하는 선택지밖에 없어. 절대로 버틸 생각하지 마. 나한테 죄를 인정하게 할 방법은 차고 넘쳤거든? 물론 그 과정에서 인도주의를 실천할 거로 보장하기는 힘들어. 무슨 뜻인지 이해했지?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심문을 시작할게. 염무현, 귀한 약재인 현염초를 훔쳐 간 죄행을 인정해?”염무현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아니, 원래 내 거야. 자기 물건을 도로 가져가는 건 당연한 일이야.”“헛소리하지 마!”마정식이 테이블을 세게 내리치며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방금 한 말을 이해 못 한 거야? 아니면 귀가 먹어서 듣지를 못한 거야?”“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는데 들어줘야 할 이유라도 있나?”염무현이 되묻자 마정식이 비열하게 웃었다.“끝을 보기 전에 포기할 생각이 없나 보네? 지금까지 했던 말이 장난처럼 들려? 물론 본인은 끝까지 잡아뗄 수 있지만 여자친구도 큰코다치게 놔둘 거야?”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음흉한 눈빛으로 연희주를 훑어보았다.“날 협박하는 건가?”염무현의 물음에 마정식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어쩔래? 여긴 내가 왕이고, 칼자루는 나한테 쥐어져 있어! 알겠냐? 넌 고작 도마 위의 생선에 불과할 뿐 설령 빠져나갈 구멍이 있더라도 어차피 죽게 될 운명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