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7화

그들은 하지연이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이런 양심에 어긋나는 말로 염무현의 성희롱을 제지하려고 하는구나, 라고만 믿고 싶었다.

“워낙 작은 상처라 치료가 쉬워요.”

염무현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까지는 물 묻히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흉터가 남을 거예요. 내일부터는 샤워도 가능하고요.”

하지연은 병아리가 먹이를 쪼는 것처럼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네, 고마워요, 염무현 씨.”

“별말씀을요.”

염무현이 시원스럽게 웃었다.

다른 사람들의 추잡한 생각과는 달리, 우예원은 며칠 전부터 아빠, 엄마가 그녀 옆에서 귀에 딱지가 들어앉도록 중얼거리던 말들이 다시 떠올랐다.

염무현의 마사지를 받고 나서 아빠는 오락가락하지 않고 기억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고, 엄마는 아프던 다리와 허리가 안 아프다고 했다.

설마, 그가 진짜 의술이 있는 건가?

그리고 언제 무도를 익힌 거지? 그것도 저렇게 대단할 정도로? 감옥에서 저런 걸 가르친다는 소리는 들은 바 없는데?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에 둥둥 떠 있는 그때, 하지연이 물었다.

“염무현 씨, 아까 범식 형님이라는 그 분이 뭐라고 귓속말했길래, 말하고 나서 저리 기쁘게 갔어요?”

다들 이것이 궁금했던 터라 숨소리까지 죽이고 귀를 쫑긋 기울였다.

염무현은 가벼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공규석이 저랑 한잔하고 싶어 한다고 올라가자길래 거절했어요.”

이 말이 나오자, 모두의 눈빛이 이상하게 변했다.

“공 사장님이 너랑 한잔하고 싶어 한다고?”

도명철이 똥을 씹은 말투로 마뜩잖게 질의했다.

“너 참 거만 하다못해... 허풍도 정도껏 해야지. 김범식이 너랑 몇 마디 했다고 지가 뭐라도 된 줄 알아? 미친놈이네, 이거.”

지금의 공규석은 비록 과거를 접고 바른길로 사업을 전향했다지만 아직도 서해를 쥐락펴락하는 인물인 건 변함이 없고 과거에 지하 세계의 황제였던 풍채와 위세가 여전한데, 제아무리 세다고 해도 공규석의 일개 수하일 뿐인 김범식이 무슨 권리로 제 주인의 생각을 맘대로 대신한단 말인가.

여기 있는 사람 다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