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부리고 고의로 술수를 부리다니.”그러자 사운한은 염무현을 비웃기 시작했다.“일부러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 미녀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다니. 자네 득의양양한 계산이 너무 빈틈이 없어. 안타깝게도 지혜나 임천 씨 모두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사람인데 어떻게 당신 같은 잔꾀에 속아 넘어갈 수 있겠어? 너 같은 인간쓰레기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어린 아가씨들을 속일 뿐이지.”이 녀석은 낙무상을 풍자했을 뿐만 아니라 소정아까지 건드렸다.방금 염무현의 말을 임천은 똑똑히 들었다.그녀의 눈에서 불쾌한 기색이 스쳐 지나가며 아부를 떠는 여정산에게 물었다.“저자는 누구야?”여정산은 대답했다.“본 적 없어요. 모르겠네요.”“흥.”임천은 가볍게 흥얼거리더니 시선을 돌렸다.그러자 사운한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더라. 네 수법이 너무 저급해서 전혀 쓸모가 없어!”소정아는 짜증이 나서 사운한에게 따지려고 했다. “바보와 시시콜콜 따지지 마라.”염무현은 소정아의 손목을 잡아당기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여기에 그가 원하는 물건이 없다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소정아는 사운한을 부릅 쳐다보고는 염무현과 함께 떠났고 소천학은 그 뒤를 따랐다.남지혜는 몇 번이나 말하려다가 멈추었다.그녀는 염무현을 남겨두고 싶었지만 사운한을 좌우지할 수 없었고 그들 사이에 다시 충돌이 일어날까 봐 두려웠다. 만약 그때 가서 수습하지 못하면 큰 문제가 생길 게 뻔하다.연못 옆에서 노트북은 잠수함이 하강하는 모습을 보이며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표시되었다.여정산은 눈동자를 굴리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임천 씨, 작은 일 좀 처리하고 곧 돌아올게요.”“응.”임천이 가볍게 흥얼거리며 대답했다.여정산은 손을 흔들고 팀원 몇 명을 데리고 떠났다.염무현이 떠난 쪽을 바라보던 사천기의 눈에는 냉기가 흘렀다.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자 산속에 희뿌연 안개가 끼었다.공허한 공터에 도착한 세 사람의 옆쪽 앞에는 한겨울인데도 대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
“이미 짐작했네 뭐. 네 생각처럼 여정수는 이미 죽었어.”염무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여정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화를 냈다.“웃기지 마!”“너희 같은 실력으로 정수를 죽일 수 없어. 그 작전에 협조한 용병들은 모두 내가 직접 찾은 거란 말이야. 그렇게 예리하고 정확한 데다가 고대 무술 능력자를 상대할 무기도 들고 있었으니 임무를 완수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거라고.”“빨리 말해. 너희들은 무슨 신기한 수단을 써서 운 좋게 그 개같은 목숨을 건진 건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너희들을 죽기보다 더 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야.”소천학은 낯을 붉히며 말했다.“여정산, 우리 소씨 가문과 여씨 가문은 오랜 친구였고 지금까지도 우리는 백초당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 어른으로서 나는 너희 여씨 가문에 미안할 짓을 하지 않았고 거기다가 너희 형제를 상대로 한 일은 더더욱 없어. 그런데 너희 둘이 나와 정아을 죽이려 하다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니?”여정산의 표정은 험상궂었다.“영감아, 옛정을 들먹여 내 마음을 약하게 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그렇다고 네 목숨을 살릴 생각은 없으니까. 솔직히 말 안 한다는 거지? 그럼 먼저 이놈을 죽인 다음 네 사지를 부러뜨리고 네 눈앞에서 형제들이 네 손녀를 갖고 놀게 할 거야. 언제까지 입 다물고 있는지 지켜볼게.”소천학은 열불이 터졌다.“이 짐승 같은 새끼, 여정수 그 개돼지만도 못한 놈과 똑같구나.”“하하하. 급해졌어?”여정산은 자신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아직 멀었어. 더 멋진 건 아직 뒤에 있거든.”“처리해.”그의 명령과 함께 염무현을 노리는 세 명의 저격수가 방아쇠를 당겼다.하지만 염무현의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그가 손을 들어 허공을 몇 번 허우적거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는 대나뭇잎이 그의 조종으로 날카로운 표창이 되었다.대나무 표창이 허공을 가르며 잔상을 남겼다.슈슈슉.공기를 찢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급작스럽게 총
안개 속에서 높고 큰 그림자가 걸어 나왔다.바로 사운한 집의 배향인 사천기였다.그는 씩씩하고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안색이 어두웠으며 온몸에서 강한 기세를 뿜어냈다.“사 씨, 어서 날 살려줘.”여정산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기뻐하며 소리를 질렀다.“네가 내 목숨을 구해 준다면 백초당 여씨 가문은 반드시 후히 보답할게.”사천기의 눈에 탐욕스러운 빛이 연신 번쩍이며 웃었다.“여 도련님, 나중에 약속을 지키셔야 합니다.”“사 씨, 안심해. 목숨을 구해준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우리 여씨 가문은 결코 인색한 사람이 아니니 이 점은 안심하셔도 돼.”여정산은 가슴을 치며 말했다.사천기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합시다. 여긴 제가 처리할게요.”그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염무현이 크루즈 경매에서 얻은 정령의 보약 때문이었다.까놓고 말해서 물건을 강탈하러 온 것이다.황량한 허허벌판은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기 좋은 시기이다.거기다가 그저 은혜까지 베풀 수 있다니 일석이조였다.여정산은 스스로 꼼짝없이 죽겠거니 싶었는데 지금 기회가 날아왔으니 감격에 겨웠다. “고마워, 사 씨.”사천기가 손을 내젓자 여정산은 쏜살같이 달아났다.이것은 소씨 가문의 조손을 매우 화나게 하였다.“사 씨, 이것은 우리와 여씨 가문의 원한인데 너 같은 외부인이 쓸데없이 참견할 차례가 아니야.”소천학이 낯을 붉히며 말했다.“내가 오지랖 부린다고?”사천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그렇게 생각한다면 너희들은 큰 오산이야. 내가 이번에 온 것은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뺏으러 온 거야.”“염 씨 자식아, 죽기 전에 너무 많은 고통을 받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정령의 보약을 내놓아라. 네놈은 똑똑해 보이지만 어찌하여 재능이 있으면 그로 인해 피를 본다는 도리를 깨닫지 못하느냐? 정말 죽어도 싸다.”염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정령의 보약은 이미 썼다고. 네 속셈은 처음부터 헛수고였어. 내가 설령 안 써봤다고 해도 너 같은 뻔뻔
“신의님,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여자 때문에 포기할 자리가 아닙니다. 신의님만 원하시면 모델이고 배우고, 설사 한 나라의 공주라고 해도 다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서해 교도소,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거물만 가두기로 유명한 특별한 교도소이다.철창 앞에서 한 노인은 한참 젊은이에게 연신 굽신대면서 애원하고 있었다. 노인은 상업계의 선두 주자인 전태웅이었다. 그는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재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단호하고 매정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글쎄 염무현을 위해 아무 죄명이나 쓰고 복역하러 왔다. 정말이지 듣도 보도 못한 희귀한 상황이다.전태웅의 뒤로 교도소 내의 모든 교도관과 죄수들이 줄을 지어 한 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염무현을 붙잡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죄수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을 제패했다.염라대왕. 생사부와 같은 의술을 가졌다고 하여 붙여진 염무현의 별명이다. 그의 손에는 두 개의 검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목숨을 살리는 메스이고, 다른 하나는 목숨을 앗아가는 비수이다. 어쩌면 생사검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평화로운 세상에서 그는 생의 신이 될 것이고, 전란의 불꽃이 튀는 세상에서 그는 사의 신이 될 것이다.“하아, 당신은 몰라요...”철창 앞에서 염무현은 우뚝 서 있었다.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한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로 그의 아내 양희지의 모습 말이다.4년 전의 결혼식장에서 양희지는 흑심을 품고 신부 대기실에 쳐들어간 변태 때문에 험한 일을 당할 뻔했다. 다행히 처남이 술병으로 변태의 머리를 내리친 덕분에 그녀는 무사할 수 있었다.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 염무현은 처남 대신 교도소에 들어갔다. 지난 4년 동안 비웃음으로 가득한 세상을 혼자 버텨내야 했을 양희지를 떠올리면, 아무리 신으로 숭배받는 그라고 해도 가슴이 답답한 것이 숨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희지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그만큼 우리가 나누는 감정도 소중하죠. 명예와 권력같이 세속적인 것은 우리
“좀 늦네...”염무현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텅 빈 주변을 둘러봤다. 그가 4년 동안 그려오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희지도 약속처럼 그가 출소하자마자 달려와서 안아주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양희지가 괜히 급하게 운전하다가 사고라도 당하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기다렸다.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하늘에서는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야 차 한 대가 그의 앞으로 와서 멈춰 섰다.염무현은 빠른 걸음으로 마중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사람은 그가 기다리던 양희지가 아닌, 그녀의 친구 조윤미였다.“윤미 씨가 어떻게 왔어요? 희지는요?”조윤미는 한 손으로 우산을 든 채 차갑게 말했다.“양 대표님은 오지 않으셨어요. 저는 이제 대표님의 비서이니, 조 비서님이라고 불러줘요. 그리고 이건 대표님이 전해달라고 하신 물건이에요.”조윤미는 염무현에게 서류를 건네줬다. 이혼 합의서라는 커다란 다섯 글자는 눈이 아플 정도로 충격적이었다.염무현도 놀란 듯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금방 미소를 되찾으면서 말했다.“장난인 거 다 알아요. 희지한테 얼른 나오라고 해줘요.”조윤미의 얼굴에는 언짢은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장난 아니거든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있듯이, 4년도 마찬가지예요. 염무현 씨 당신은 이제 우리 대표님과 어울리지 않아요.”“그게... 무슨 말이죠?”염무현은 조윤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한결같이 냉정했다.“지금의 당신은 우리 대표님과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요. 양 대표님은 서해 최고 미녀 대표이사로 불리고 있어요. 당신의 존재는 대표님의 명성에 누가 될 뿐이에요. 대표님의 회사를 위해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떠나줘요. 괜히 근처를 맴돌면서 걸림돌이 되지 말고요.”“내 존재가 뭐 어떻다고요?”“염무현 씨는 전과자인 반면, 양 대표님은 대기업의 대표이사예요. 차도, 집도, 쓰는 물건도 전부 최고급이죠. 대표
양희지가 남도훈과 만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이때 벤츠 한 대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뒷좌석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걸친 아름다운 여자가 내렸다. 그녀의 쭉 뻗은 다리는 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인간계를 벗어난 우아한 아우라는 여신을 연상케 했다.4년의 세월은 마치 양희지만 피해 간 것 같았다. 아니, 커리어우먼 특유의 강한 기운만 남기고 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희지야...”염무현은 환한 표정으로 양희지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무의식으로 뒤로 피하면서 시선을 돌렸다.“미안, 급한 일이 있어서 좀 늦었어. 조 비서, 일은 어떻게 됐지?”양희지의 차가운 모습은 마치 낯선 이를 대하는 것 같았다. 조윤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부랴부랴 그녀를 향해 우산을 기울이며 말했다.“염무현 씨랑 얘기하는 중이었어요. 대표님은 남도훈 씨랑 만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여기까지 와도 괜찮으신 거예요?”“괜찮아. 이쪽 일 먼저 해결할 정도의 여유는 있어.”양희지는 이제야 염무현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의 옷이 비에 흠뻑 젖은 것을 보고 약간 복잡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금방 다시 차가워졌다.“오랜만이야, 무현아. 너도 알다시피 난 성격 급한 사람이니까,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네가 우리 집안을 위해 한 일은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우리가 함께 한 시간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가 부부로서 같이 지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양희지의 말투는 아주 단호했다. 마치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남편이 아닌 협력 상대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우리 이혼하자.”이는 상의도 통보도 아닌, 그냥 명령이었다.“연애할 때도, 결혼할 때도, 너희 집안사람이 내 앞에 무릎 꿇고 처남 대신 교도소에 가달라고 할 때도, 넌 가만히 있더니...”염무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결을 파고들고 있었지만, 그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지금 와서 좀 아닌 것 같다고?”양희지는 약간 주저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
양희지는 드디어 원하던 이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상상했던 것처럼 기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꿋꿋이 말했다.“내 앞에서 자존심 챙길 필요 없어. 체면 따위가 뭐라고 위자료를 거절해. 지금 거절하면 무조건 후회할 거야. 그러니 조 비서한테 남겨두라고 얘기할게. 필요할 때 조 비서한테 연락해서 받아 가면 돼.”양희지에게 완전히 실망한 염무현은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양희지는 가슴이 비수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팠다.“조 비서, 내가 과연 맞는 선택을 한 걸까?”“그럼요. 걸림돌을 차내야 대표님의 꿈을 이룰 수 있죠. 대표님은 업계 최고의 사업가가 될 분이세요. 반대로 염무현은 그냥 한낱 전과자일 뿐이고요. 대표님과는 말 섞을 자격도 없어요. 그런 사람은 대표님께 방해만 될 거예요.”조윤미의 말을 들은 다음에도 양희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어쩐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눈치 빠른 조윤미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대표님, SJ그룹의 아가씨를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죠? 이건 아주 중요한 기회예요. ZW그룹과 SJ그룹은 오래전부터 협력 관계였으니까, 남도훈 씨만 붙잡을 수 있다면... 참, 대표님 이제 출발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데이트에 지각하면 안 되죠.”양희지가 짧은 시간 동안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SJ그룹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녀는 SJ그룹이 자신에게 왜 이토록 잘해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의 YH그룹보다 잘난 회사는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어떤 프로젝트는 마치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런데도 돈을 벌지 못하면 바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양희지는 조윤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가족들에게 이혼 사실을 알렸다....서해시, 히스턴 호텔의 스위트룸.염무현은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침묵에 잠겼다.‘이혼이라니... 작은아버지랑 작은어머니한테는 어떻게 설명하지?’염무현은 서해에 따로 친
공혜리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지난번 신의님 덕분에 불치병을 치료한 뒤로 아버지는 줄곧 정정당당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셨어요. 그게 신의님의 당부라고 하시면서요. 해다마다 2000억 원씩 기부하는 건 물론이고, 보육원과 학교도 얼마나 지었는지 몰라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조만간 기부금도 늘일 생각이래요. 제 아버지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 이번에도 꼭 부탁드릴게요. 신의님께서 도움을 주실 수만 있다면, 저희 집안에서 세세 대대 은혜를 갚으면서 살게요.”지난 시간 동안 공혜리는 얼마나 많은 전문가를 찾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전부 실망스러운 대답만 돌아왔다.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공규석이 3년 전에는 어떻게 불치병을 치료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때는 잠깐 나갔다 들어오더니 운 좋게 완치됐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늘어놓았기 때문이다.공혜리는 당연히 그 핑계를 믿지 않았다. 공규석이 그날부터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생전 안 하던 일을 하는 것도 줄곧 이상하게 여겼다.그녀의 의문은 공규석의 금고 속에서 일기를 발견한 다음에야 완전히 풀렸다. 그 정도의 고수라면 정체를 숨기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공규석을 구하기 위해서는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은둔 고수의 연락처를 찾아야 했다.그녀는 일기를 한참 뒤진 다음에야 전태웅도 언급된 것을 발견했고, 그를 통해 염무현의 연락처를 받았다. 염무현이 순순히 응해줄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규석을 위해서는 어떠한 실례라도 범할 수 있었다.설명을 듣고 나서 약간 마음이 흔들린 염무현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요. 알겠어요, 우리 언제 한번 만나죠.”“감사합니다, 신의님!”공혜리는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반대로 염무현은 아주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다른 규정은 변함 없어요.”이 말인즉슨 병을 치료하고 싶다면 직접 찾아오라는 뜻이었다. 그는 종래로 누군가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가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