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염무현이 아닌 이들이 남지혜 곁에 서 있었던 게 아니라 남지혜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보호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그들 셋에게 달려간 것이었다.산민들은 그렇게 많은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미녀를 그들이 중점적으로 보호하는 걸 보아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자연히 모두 한패라고 생각할 것이다.“나는 이 세 사람을 전혀 몰라.”사운한은 다급해졌다.“저들은 우리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아니야. 빨리 환불해 줘.”“우리는 돈만 받을 뿐 환불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노인은 거만해서 분통을 터뜨렸다.“누가 처음에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잘못을 저질렀으면 용감하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게다가 6,000만 원을 위해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정말 체통을 잃고 교양도 없는 일 아닙니까? 만약 당신이 손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앞에서 구시렁거리지 말고 저들에게 돈을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사운한이 화를 내려고 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관문요가 비아냥거렸다.“이러고도 자신이 인색하지 않다니. 치사하다 못해 못 봐주겠네요.”“나 같으면 지혜 씨가 먼저 접근한 사람은 모두 내가 극구 비위를 맞추려고 했을 거예요.”이 녀석은 사운한을 난처하게 만드는 데 열중하는 것 같았다.“관 씨. 본 도련님이 네 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수가 있어.”사운한은 다시 한번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십여 명이 기세등등하여 마치 자기 도련님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크게 싸울 것 같았다.“이리 와서 해봐. 내가 널 무서워할까 봐?”관문요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고 그 뒤로도 십여 명의 무술 고수들이 걸어 나왔다.인원수로 보나 등급으로 보나 사운한 쪽에 뒤지지 않는다.“일 대 일이든 패싸움이든 본 도련님은 끝까지 함께하겠다.”관문요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사운한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아졌다.이게 만약 싸우기 시작하면 반드시 둘 다 손해 보는 국면이 될 것이다.덕을 보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이다.어쩐지 관문요가 계속 도발하더라니 알고 보니 실력이
관문요는 매우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가격은 협상하기 쉬워요. 본 도련님은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 당신이 마음대로 가격을 불러도 전 절대 흥정하지 않을 것입니다.”“별말씀을요, 별말씀을요.”어르신들의 웃음은 갈수록 환해졌다.관문요는 또 물었다.“참, 요즘 몇 명이 들어갔어요? 그때 가서 좋은 보물을 못 가져와서 실망하게 하는 일 없도록 하세요.”노인이 뜸을 들이려 할 때 POS기를 책임지는 주민이 먼저 말했다.“벌써 300명이 넘습니다.”이것들은 모두 중요한 내용이다.사운한은 자신이 또 한 번 졌다고 느꼈다.관문요는 생각할 수 있었고 물어볼 수 있었지만 사운한은 그것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누가 나왔나요?”“아직이요.”앞서가던 남지혜도 이를 듣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마치 물러설 기세였다.염무현을 알기 전이라면 어김없이 산을 들어갔을 것이다.천신만고 끝에라도 진원천정을 찾으려고 했다.이것은 가족 모두의 희망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진원천정보다 더 믿을 만한 선택이 생겼으니 그것이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았다.염무현이 산을 들어가지 않았다면 남지혜는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그녀는 염무현 곁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도와야 했다.그래서 염무현의 호감을 사고 나가서 가족을 치료할 생각이었다.일출이 아직 한참 남아서 온 산이 캄캄하다.거기다가 길이 험하여 남지혜는 무척 조심하며 발을 내디뎠고 얼굴은 창백했다.“언니, 무서워요?”소정아가 물었다.남지혜도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무서워. 너는?”“전 두렵지 않아요. 사형이 있으니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소정아가 염무현의 팔을 살짝 껴안았다.남지혜는 이를 보고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뒤에서 따라오는 사운한을 곁눈질하며 자신도 모르게 혐오감을 드러냈다.사운한 이 자식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알랑거리는 모습이다.아부를 계속 떠는 그 끝엔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역시 염무현 같은 남자가 여자들에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빨리 우리 도련님을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죽을 것이야.”사천기는 성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를 갈며 소리쳤다.키가 크고 건장한 남자가 한 손에 분무기 한 자루를 들고 사운한의 이마에 조준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사운한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한번 해보시겠어요?”사내는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운한의 이마에 힘을 주었다.“당신 칼이 빠른지 내 총이 빠른지?”사운한은 다급하게 말했다.“배향, 조급해하지 마.”사천기는 이 남자를 죽일 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전에 사운한의 머리에 큰 구멍이 뚫릴 것이다.사운한의 고대 무술 능력자 등급으로는 분무기 같은 큰 무기에 대항할 수 없다.하물며 이마를 겨누고 총을 쏘면 숨어버릴 기회도 없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남자는 손에 든 총 외에도 고대 무술 능력자 고수로서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여정산!”소천학은 깜짝 놀라 이 남자를 알아보았다.“소천학!”이 남자도 놀라서 눈빛에 살기가 저절로 묻어났다.이 상황은 염무현의 눈을 피해 가지 못했다.소천학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사람이 여씨 가문의 맏아들이자 예정수의 형 여정산이야.”“여정산?”소정아는 놀랐다.여정산은 일찍이 집을 떠나 무술을 배웠기 때문에 가족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소정아가 그를 모르는 건 당연하다.방금 여정산의 반응을 보면 예정수의 암살을 알고 있을 것이다.암살 표적으로 삼은 소씨 가문의 조손은 지금 조금도 손상이 없이 여기에 서 있었다.그 말은 미션을 실패했다는 소리다.여정산의 손아귀에는 삼사십 명이 있었다. 그들은 완전무장을 하고 있었고 여정수가 이끄는 용병들보다 더 정밀해 보였다.그들은 손에 총을 들고 있었는데 흉악한 귀신과 같았다.이 사람들 뒤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있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연못에서 희뿌연 김이 피어오르고 사람들은 몇십 미터 떨어져 있어도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물가에는 아름다운 한 줄기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늘씬
“신의님, 부디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여자 때문에 포기할 자리가 아닙니다. 신의님만 원하시면 모델이고 배우고, 설사 한 나라의 공주라고 해도 다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서해 교도소, 이곳은 세계적으로도 대단한 거물만 가두기로 유명한 특별한 교도소이다.철창 앞에서 한 노인은 한참 젊은이에게 연신 굽신대면서 애원하고 있었다. 노인은 상업계의 선두 주자인 전태웅이었다. 그는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재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단호하고 매정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글쎄 염무현을 위해 아무 죄명이나 쓰고 복역하러 왔다. 정말이지 듣도 보도 못한 희귀한 상황이다.전태웅의 뒤로 교도소 내의 모든 교도관과 죄수들이 줄을 지어 한 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염무현을 붙잡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죄수인데도 불구하고 이곳을 제패했다.염라대왕. 생사부와 같은 의술을 가졌다고 하여 붙여진 염무현의 별명이다. 그의 손에는 두 개의 검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목숨을 살리는 메스이고, 다른 하나는 목숨을 앗아가는 비수이다. 어쩌면 생사검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평화로운 세상에서 그는 생의 신이 될 것이고, 전란의 불꽃이 튀는 세상에서 그는 사의 신이 될 것이다.“하아, 당신은 몰라요...”철창 앞에서 염무현은 우뚝 서 있었다.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한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바로 그의 아내 양희지의 모습 말이다.4년 전의 결혼식장에서 양희지는 흑심을 품고 신부 대기실에 쳐들어간 변태 때문에 험한 일을 당할 뻔했다. 다행히 처남이 술병으로 변태의 머리를 내리친 덕분에 그녀는 무사할 수 있었다.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 염무현은 처남 대신 교도소에 들어갔다. 지난 4년 동안 비웃음으로 가득한 세상을 혼자 버텨내야 했을 양희지를 떠올리면, 아무리 신으로 숭배받는 그라고 해도 가슴이 답답한 것이 숨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희지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그만큼 우리가 나누는 감정도 소중하죠. 명예와 권력같이 세속적인 것은 우리
“좀 늦네...”염무현은 약간 의외라는 표정으로 텅 빈 주변을 둘러봤다. 그가 4년 동안 그려오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희지도 약속처럼 그가 출소하자마자 달려와서 안아주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양희지가 괜히 급하게 운전하다가 사고라도 당하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기다렸다.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무렵 하늘에서는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야 차 한 대가 그의 앞으로 와서 멈춰 섰다.염무현은 빠른 걸음으로 마중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사람은 그가 기다리던 양희지가 아닌, 그녀의 친구 조윤미였다.“윤미 씨가 어떻게 왔어요? 희지는요?”조윤미는 한 손으로 우산을 든 채 차갑게 말했다.“양 대표님은 오지 않으셨어요. 저는 이제 대표님의 비서이니, 조 비서님이라고 불러줘요. 그리고 이건 대표님이 전해달라고 하신 물건이에요.”조윤미는 염무현에게 서류를 건네줬다. 이혼 합의서라는 커다란 다섯 글자는 눈이 아플 정도로 충격적이었다.염무현도 놀란 듯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금방 미소를 되찾으면서 말했다.“장난인 거 다 알아요. 희지한테 얼른 나오라고 해줘요.”조윤미의 얼굴에는 언짢은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여전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장난 아니거든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있듯이, 4년도 마찬가지예요. 염무현 씨 당신은 이제 우리 대표님과 어울리지 않아요.”“그게... 무슨 말이죠?”염무현은 조윤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한결같이 냉정했다.“지금의 당신은 우리 대표님과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요. 양 대표님은 서해 최고 미녀 대표이사로 불리고 있어요. 당신의 존재는 대표님의 명성에 누가 될 뿐이에요. 대표님의 회사를 위해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떠나줘요. 괜히 근처를 맴돌면서 걸림돌이 되지 말고요.”“내 존재가 뭐 어떻다고요?”“염무현 씨는 전과자인 반면, 양 대표님은 대기업의 대표이사예요. 차도, 집도, 쓰는 물건도 전부 최고급이죠. 대표
양희지가 남도훈과 만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이때 벤츠 한 대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뒷좌석에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걸친 아름다운 여자가 내렸다. 그녀의 쭉 뻗은 다리는 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인간계를 벗어난 우아한 아우라는 여신을 연상케 했다.4년의 세월은 마치 양희지만 피해 간 것 같았다. 아니, 커리어우먼 특유의 강한 기운만 남기고 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희지야...”염무현은 환한 표정으로 양희지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무의식으로 뒤로 피하면서 시선을 돌렸다.“미안, 급한 일이 있어서 좀 늦었어. 조 비서, 일은 어떻게 됐지?”양희지의 차가운 모습은 마치 낯선 이를 대하는 것 같았다. 조윤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부랴부랴 그녀를 향해 우산을 기울이며 말했다.“염무현 씨랑 얘기하는 중이었어요. 대표님은 남도훈 씨랑 만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여기까지 와도 괜찮으신 거예요?”“괜찮아. 이쪽 일 먼저 해결할 정도의 여유는 있어.”양희지는 이제야 염무현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의 옷이 비에 흠뻑 젖은 것을 보고 약간 복잡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금방 다시 차가워졌다.“오랜만이야, 무현아. 너도 알다시피 난 성격 급한 사람이니까,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네가 우리 집안을 위해 한 일은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우리가 함께 한 시간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어. 하지만 우리가 부부로서 같이 지내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양희지의 말투는 아주 단호했다. 마치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남편이 아닌 협력 상대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우리 이혼하자.”이는 상의도 통보도 아닌, 그냥 명령이었다.“연애할 때도, 결혼할 때도, 너희 집안사람이 내 앞에 무릎 꿇고 처남 대신 교도소에 가달라고 할 때도, 넌 가만히 있더니...”염무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결을 파고들고 있었지만, 그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지금 와서 좀 아닌 것 같다고?”양희지는 약간 주저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
양희지는 드디어 원하던 이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상상했던 것처럼 기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꿋꿋이 말했다.“내 앞에서 자존심 챙길 필요 없어. 체면 따위가 뭐라고 위자료를 거절해. 지금 거절하면 무조건 후회할 거야. 그러니 조 비서한테 남겨두라고 얘기할게. 필요할 때 조 비서한테 연락해서 받아 가면 돼.”양희지에게 완전히 실망한 염무현은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양희지는 가슴이 비수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팠다.“조 비서, 내가 과연 맞는 선택을 한 걸까?”“그럼요. 걸림돌을 차내야 대표님의 꿈을 이룰 수 있죠. 대표님은 업계 최고의 사업가가 될 분이세요. 반대로 염무현은 그냥 한낱 전과자일 뿐이고요. 대표님과는 말 섞을 자격도 없어요. 그런 사람은 대표님께 방해만 될 거예요.”조윤미의 말을 들은 다음에도 양희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어쩐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눈치 빠른 조윤미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대표님, SJ그룹의 아가씨를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죠? 이건 아주 중요한 기회예요. ZW그룹과 SJ그룹은 오래전부터 협력 관계였으니까, 남도훈 씨만 붙잡을 수 있다면... 참, 대표님 이제 출발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데이트에 지각하면 안 되죠.”양희지가 짧은 시간 동안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SJ그룹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었다. 지금도 그녀는 SJ그룹이 자신에게 왜 이토록 잘해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의 YH그룹보다 잘난 회사는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어떤 프로젝트는 마치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런데도 돈을 벌지 못하면 바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양희지는 조윤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가족들에게 이혼 사실을 알렸다....서해시, 히스턴 호텔의 스위트룸.염무현은 창밖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침묵에 잠겼다.‘이혼이라니... 작은아버지랑 작은어머니한테는 어떻게 설명하지?’염무현은 서해에 따로 친
공혜리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이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지난번 신의님 덕분에 불치병을 치료한 뒤로 아버지는 줄곧 정정당당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셨어요. 그게 신의님의 당부라고 하시면서요. 해다마다 2000억 원씩 기부하는 건 물론이고, 보육원과 학교도 얼마나 지었는지 몰라요.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조만간 기부금도 늘일 생각이래요. 제 아버지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 이번에도 꼭 부탁드릴게요. 신의님께서 도움을 주실 수만 있다면, 저희 집안에서 세세 대대 은혜를 갚으면서 살게요.”지난 시간 동안 공혜리는 얼마나 많은 전문가를 찾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전부 실망스러운 대답만 돌아왔다.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공규석이 3년 전에는 어떻게 불치병을 치료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때는 잠깐 나갔다 들어오더니 운 좋게 완치됐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늘어놓았기 때문이다.공혜리는 당연히 그 핑계를 믿지 않았다. 공규석이 그날부터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생전 안 하던 일을 하는 것도 줄곧 이상하게 여겼다.그녀의 의문은 공규석의 금고 속에서 일기를 발견한 다음에야 완전히 풀렸다. 그 정도의 고수라면 정체를 숨기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도 공규석을 구하기 위해서는 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은둔 고수의 연락처를 찾아야 했다.그녀는 일기를 한참 뒤진 다음에야 전태웅도 언급된 것을 발견했고, 그를 통해 염무현의 연락처를 받았다. 염무현이 순순히 응해줄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규석을 위해서는 어떠한 실례라도 범할 수 있었다.설명을 듣고 나서 약간 마음이 흔들린 염무현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요. 알겠어요, 우리 언제 한번 만나죠.”“감사합니다, 신의님!”공혜리는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 반대로 염무현은 아주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다른 규정은 변함 없어요.”이 말인즉슨 병을 치료하고 싶다면 직접 찾아오라는 뜻이었다. 그는 종래로 누군가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가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