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이 열 명은 모두 장차 진도하의 심복들이 될 것이므로 머지않아 진도하는 청풍각에서 누구보다 강력한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다.그리고 조진평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진도하에게 각주 자리를 넘기는 것은 단지 명의만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진도하에게 청풍각을 경영해 달라는 뜻이었다.바로 이때 저 멀리서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이 파리새끼들아, 또 우리 태초서원에 도둑질하려고 왔느냐? 우리 태초서원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구나!”이 목소리를 듣고 모두 흥분한 눈빛으로 목소리가 흘러나온 곳을 바라보았다.다들 태초서원 사람도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진도하를 붙잡으러 온 것이 틀림없다.청풍각의 각주 조진평과 무상파, 현광문의 장로들은 모두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그들은 확실히 사람을 빼앗으러 온 것이 맞았다. 비정상적인 방법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특히 수련의 세계에서는 이런 재능과 실력을 갖춘 청년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이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성장하면 문파에 무수한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므로 원하지 않더라도 억지로라도 사람을 빼앗아야 했다.진도하를 빼앗는다면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아무도 감히 그 문파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진도하가 성장하기도 전에 일찍 죽지 않는 한 말이다.곧 한 실루엣이 공중에 떠올랐다.그는 팔짱을 끼고 서서 짜증 섞인 표정으로 청풍각, 무상파, 현광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들도 모두 공중에 서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태초서원의 초대 장로 남궁 태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주변 사람들도 흥분한 표정으로 남궁 태일을 바라보았다.“이분이 초대 장로님이시다!”그들은 초대 장로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진도하가 이미 남궁 장로의 제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남궁 장로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생각하니 다들 이해했다.그리고 이제 진도하가 오늘 다른 문파를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았다.남궁 장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청풍각, 무상파, 현광문, 너희
조진평이 이렇게 말하자 모두 어리둥절해했다.“미쳤어요? 감히 남궁 장로님과 대치하다니...”여기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남궁 장로가 젊은 시절에 이룬 업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조진평이 남궁 장로를 완전히 화나게 할까봐 모두 걱정스럽게 남궁장로를 바라보았다.정말 그렇게 되면 남궁 장로는 조진평만 혼내지는 않을 것이다.무상파와 현광문의 두 장로도 조진평을 탓하는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남궁 장로를 바라보며 염려했다.하지만 남궁 장로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조진평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말이 일리가 있어. 진도하에게 학생증이 있기 전에 확실히 의사를 물어볼 수 있지.”말을 마친 남궁 장로는 잠시 멈칫하다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진도하에게 던졌다.진도하는 서둘러 그것을 잡았다.스승이 던진 것을 볼 겨를도 없이 남궁 장로가 먼저 말했다.“이제 내 제자가 학생증이 생겼는데 그래도 청풍각에 초대할 건가?”남궁 장로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그러나 그 차분한 어조 속에 분노가 숨겨져 있음을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조진평은 멈칫했다.태초서원이 진도하를 붙잡아두기 위해 진도하의 학생증을 미리 준비해 놓았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한참 후 조진평이 정신을 차리고 손을 번쩍 치켜들고 말했다.“실례했습니다. 저희 청풍각 일행은 이제 가겠습니다.”조진평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청풍각의 제자들을 이끌고 태초서원의 대문을 나섰다.그들이 떠난 후 남궁 장로는 무상파, 현광문 두 장로에게 시선을 돌렸다.두 장로는 즉시 말했다.“당장 떠나겠습니다!”그리고는 돌아서서 각자 문파의 제자들을 이끌고 모두 태초서원을 떠났다.그제야 남궁 장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남궁 장로는 구경꾼들 사이로 시선을 훑어보았다.“여러분은 또 뭐 할 말 있습니까? 다른 일이 없다면 제 제자를 데려가겠습니다.”남궁 장로가 친절하게 말했다.그러나 역시 남궁 장로의 명성이 앞섰던지 구경꾼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른
이때 독고 청의가 다가와서 말했다.“깊게 생각하지 마요, 방금 온 사람은 진짜 남궁 장로님이 아니에요.”“뭐요? 진짜 남궁 장로님이 아니라고요?”진도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독고 청의를 바라보았다.독고 청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도하 씨의 경지가 더 오르면 자연히 알게 될 거예요.”그러자 진도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다.대신 독고 청의에게 화난 척하며 말했다.“감히 나를 버리고 혼자 도망치다니! 내가 어떻게 처리할지 두고 봐요!” 이렇게 말한 후 진도하는 손을 뻗어 독고 청의를 잡으려고 했다.“아! 내가 잘못했어요!”독고 청의는 소리를 지르며 태초서원을 향해 달려갔다.진도하도 휘두르며 그를 쫓았다.“인정만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 내가 혼내 주겠어요!”진도하는 사실 마음속으로는 기뻐했지만 일부러 사나운 표정은 지었다.동시에 진도하는 이상하게도 이 세계에 온 이후로 왠지 마음이 달라진 것 같았다.더 이상 얼음장처럼 차갑지 않았고, 표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서 더 이상 사람을 밀어내는 듯한 표정이 아니었다.진도하는 자신에게 이런 변화가 어떻게 찾아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의 자신이 좋았다.진도하는 그렇게 독고 청의를 계속 쫓아다녔다.반면 독고 청의는 공포에 질려 태초서원 안으로 뛰어갔다.달리는 동안에도 그는 이렇게 외쳤다. “정말 사과할 게요! 방금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나는 원숭이처럼 구경당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게다가 도하 씨도 위험하지 않았잖아요. 설마 구경 당하는 것도 내가 같이 해줘야 해요?”진도하는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막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앞에 몇몇 사람들이 나타나 그의 앞길을 막았다.진도하는 자신을 막는 사람들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고 곧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보았다.진도하를 막은 사람은 다름 아닌 어제 시험장에서 류대현 앞에 서서 그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말했던 사람이었다.이름이 추기훈이었나?진도하는 어두운 얼굴
“하하. 겁 나냐고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코웃음을 쳤다.“나 진도하는 겁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몰라요.”이 소동은 서원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주위에 모였다.그러자 진도하는 눈살을 찌푸렸다.예전에는 사실 유명세를 타는 것을 꽤 좋아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좋아하지 않고 이 세계에서 그저 조용히 지내고 싶었다.하지만 하늘은 진도하의 이 작은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추기훈도 주변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도 보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러고는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서 어쩔 생각이에요? 내 도전을 받아들일 용기가 없는 거예요?”진도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용기가 없어서 못하겠다는 게 아니라 당신이 나랑 싸울 자격이 없다는 거예요!”이렇게 말한 후 진도하는 추기훈을 밀어내고 서원 안쪽으로 걸어갔다.그러자 추기훈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갛게 부풀어 올랐고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지만 추기훈은 화를 참으며 진도하를 쫓아가서 말했다.“겁 나면 말하지 왜 도망쳐요?”진도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시험에서 8초밖에 못 버틴 당신이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그러자 추기훈은 화를 내며 말했다.“그건 내가 잘하는 종목이 아닐 뿐이지 오늘 시험에서는 내가 1등이었어요.”하지만 진도하는 추기훈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추기훈은 뒤에서 음흉하게 말했다.“당신이 남궁 장로를 스승으로 모시지 않았더라면 오늘 시험에 합격하지 못 했을지 모르겠네요.”그리고 곧바로 덧붙였다.“어떻게 남궁 장로가 당신 같은 겁쟁이를 제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네요. 감히 내 도전조차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인 사람을.”“당신은 정말 남궁 장로를 욕되게 했어요!”그 말에 진도하는 걸음을 멈췄다.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만약 추기훈이 자신에 대해 함부로 말했다면 진도하는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전에 말했다싶이 등록 심사에서 추기훈은 8초밖에 못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도하 씨, 방금 너무 위압적이고 멋있던데요. 추기훈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게 보였어요.”진도하는 난감한 듯 웃었다.그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말이었는데 그렇게 위압적이었나?하지만 진도하는 신경 쓰지 않고 독고 청의에게 물었다.“그런데 저 사람은 나한테 원한도 없는데 왜 갑자기 나한테 도발한 거죠? 혹시 배후가 있는 것 아닐까요?” 진도하가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였다.어제 진도하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추기훈이 나서서 몇 마디 도발까지 했다. 진도하는 추기훈을 건드린 적도 없었고 심지어 어제 일로 따지지도 않았는데 왜 오늘 또다시 나타나서 도발한 것일까?진도하는 정말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내가 언제 실수로 심기를 건드렸나?’독고 청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사실 난 추기훈이 왜 도하 씨에게 도전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왜요?”진도하는 더욱 의아해졌다.독고 청의가 말했다.“두 사람 모두 이 시대 최고의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추기훈은 도하 씨를 이겨서 자신의 마음의 경지를 굳히고 싶어 하는 거 같아요.”“네?”독고 청의의 설명에 진도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독고 청의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이건 복잡한 문제이니 내가 먼저 짧게 설명해 줄게요.”“네. 말해 봐요.”독고 청의가 말했다.“한 시대에 강자는 한 사람밖에 있을 수 없는데 지금 도하 씨와 추기훈이 젊은이들 중 최고의 실력을 지녔잖아요. 도하 씨는 이미 무서운 실력을 보여주었으니 추기훈이 도하 씨에게 도전해서 이겨야만 태초서원 젊은 세대 중 최고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평생을 2인자로 억눌려 살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인상을 찌푸리는 진도하를 보며 독고 청의는 진도하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잠시 생각한 뒤 이어서 말했다.“이렇게 말할게요. 이 세계에 수련자는 많지만 한 시대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에요. 이 기회 때문에
진도하는 갑자기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원래 세계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두 사람은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다.도서관 입구에 다다랐을 때 두 사람은 잠시 헤어졌다. 독고 청의는 학생증을 받으러 갔다.진도하의 학생증은 태초서원 입구에 있을 때 이미 남궁 장로가 진도하에게 미리 주었다.독고 청의와 헤어진 후 진도하는 도서관으로 들어갔다.도서관 입구에서 한 청년이 말했다.“도서관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학생증을 착용하셔야 합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머니에서 학생증을 꺼냈다.학생증은 단추와 비슷했지만 단추보다 조금 컸고 ‘진도하’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 세 글자 아래에는 태초서원 1학년 학생이라는 작은 글자가 한 줄로 적혀 있었다.진도하는 학생증을 왼쪽 가슴에 걸고 순조롭게 도서관으로 들어갔다.들어가서 진도하는 도서관이 엄청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5층 건물 높이만큼이나 컸다.다만 진도하는 1학년이었기 때문에 1층에서만 책을 빌릴 수 있었다.그러나 진도하는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온 것이 아니라 남궁 장로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간단히 둘러보던 진도하는 도서관 직원을 발견하고 물었다.“안녕하세요. 남궁 장로님은 어디 계세요?”도서관 직원은 진도하를 위아래로 살피더니 말했다.“장로님은 뒷마당에 계십니다.”그렇게 말한 후 직원은 진도하에게 방향을 알려주었다. 진도하는 고맙다고 인사한 후 직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도서관 뒷문으로 갔다.뒷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문이 없고 커튼만 쳐져 있었다. 진도하는 커튼을 걷어내고 뒷마당으로 들어갔다.뒷마당은 그리 크지 않았고 화사한 색의 꽃과 식물들이 심어져 있어 마치 만화 속 세계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남궁 자로는 긴 의자에 느긋하게 누워 잠든 척 눈을 감고 있었고 그 옆에는 새장이 하나 있었는데 안에 새 한 마리가 지저귀고 있었다.새장 아래에는 돌로 만든 둥근 탁자가 있었고 탁자 위에는 낡은 주전자가 있었다. 주전자 옆에는 두 개의 컵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컵에는 뜨
대신 진도하는 호기심에 한동안 마당의 구조를 살폈다.남궁 장로는 살림을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마당에는 여러 가지 꽃과 풀이 심어져 있을 뿐 아니라 어항도 있었고 그 안에는 종도 모르는 물고기 몇 마리가 있었다.진도하는 마당에 있는 모든 것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날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남궁 장로는 눈을 떴다. 그리고 진도하를 본 남궁 장로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왜 아직도 여기 있어...?”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스승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알 수 없었고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감히 떠날 수 없었다.남궁 장로는 귀찮은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빨리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오게.”“알겠습니다, 스승님.”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도서관 뒷마당을 나와 조금 전에 왔던 길로 도서관 1층으로 돌아왔다.1층에 도착했을 때 옆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독고 청의가 보였다.진도하가 나오는 것을 본 독고 청의는 책을 치우며 물었다.“거기서 왜 그리 오래 있었어요? 남궁 장로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무 말씀도 없으셨어요.”“그럼 거기서 뭘 했어요?”독고 청의가 호기심에 물었다.진도하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뒷마당에서 남궁 장로님의 코고는 소리를 몇 시간 동안 듣고 있었다고 하면 믿겠어요?”그러자 독고 청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정말요?”“정말이에요!”진도하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남궁 장로가 자신을 불러 무슨 말을 하거나 정보라도 알려줄 줄 알았으나 결국 남궁 장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떤 암시도 없었다.독고 청의가 말했다.“혹시 남궁 장로님이 도하 씨를 시험하는 거 아니에요?”“모르겠어요.”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뭐가 됐든 간에 남궁 장로님의 그 작은 마당에 앉아 있으니 기분이 꽤 좋군요.”조금 전에 진도하는 그 작은 마당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마당의 꽃과 풀에서
하현진은 진도하를 보자 놀라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하현진이 말했다.“이미 설명해 주신 대로 했습니다. 태초서원을 떠나시면 저를 찾지 못할까 봐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기다렸습니다.”진도하는 그때서야 하현진에게 저택을 구입하라고 지시했던 것이 떠올랐다.그는 하현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고생했어. 이따가 주막에 가려고 했는데.”하현진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오늘 오후에 이미 일을 그만뒀어요.”“그럼 이제부터는 안심하고 내 옆에 있어도 되겠네.”진도하는 하현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그러고는 독고 청의에게 말했다.“청의 씨, 오늘은 안 되겠으니 내일 술 한잔 합시다.”“좋아요. 할 일이 있으면 먼저 일 봐요.”독고 청의가 손을 흔들었다.“그럼 먼저 갈게요.”진도하는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진도하는 하현진을 따라 함께 떠났다. 가는 길에 하현진은 앞에서 걷고 진도하는 뒤에서 따라갔다.곧 그들은 청룡시의 번화가에 도착했고 모퉁이를 몇 번 돌고 나서야 하현진은 멈췄다.그리고는 앞에 있는 마당을 가리키며 말했다.“바로 여기예요.” 진도하는 고개를 들어 살펴봤다.눈앞에 있는 저택은 원래 세계에 있던 고대의 저택과 똑같았다. 입구에는 커다란 사자 두 마리가 있었는데 매우 웅장했다.하현진은 열쇠를 꺼내고 돌아서서 저택의 문을 열었다.찌익--문이 열렸고 하현진은 문 앞에 서서 진도하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진도하는 걸음을 내딛고 문지방을 넘어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서자 생생한 벽화가 새겨진 돌담이 있었다. 그리고 돌담을 돌자 마당에 도착했다.안뜰은 넓었고 그 안에는 가짜 바위산뿐만 아니라 몇 그루의 나무도 심어져 있었다.바위 뒤에는 집들이 줄지어 있었다.하현진이 말했다.“형님, 여기가 앞마당이고 방이 총 6, 7개 있는데 모두 하인들이 살고 있어요.”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원래 세계에 있을 때도 고대의 저택에 가본 적이 있어서 저택의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앞마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