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썩!”오명훈은 다리가 후들거려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았고 얼굴은 잿더미처럼 변했다.오명훈은 이주성이 진도하의 손아귀에서 주먹 한 번 날리지 못할 정도로 진도하가 대단한 사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오명훈은 갑자기 조 관장이 너무 미웠다.아무도 이주성에게 세 번 이상 공격을 못 한다고 조 관장이 자신만만하게 말했었는데 예상했던 결과가 물거품이 되었고 계획도 산산조각이 났다.조 관장의 말을 그대로 믿은 자신이 그야말로 바보 멍청이나 다름없었다!진도하는 무릎을 꿇고 있는 오명훈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꺼져!”해야 할 말은 이미 다 했다. 하지만 오명훈이 여전히 고집부리고 깨닫지 못한다면 황천길로 보내는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다!오명훈은 바닥에서 기어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냅다 앞으로 달렸다.진도하는 그 모습을 보고 그저 고개를 저으며 계룡산을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도하는 강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때요? 거래가 잘 됐나요?” 강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물었다.진도하의 전화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강유진의 물음에 진도하가 대답했다. “아니요. 오명훈이 약을 빼앗으려 했는데 저에게 몇 대 맞고 도망갔어요.”강유진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뭐라고요? 빼앗으려 했다고요??”하지만 평소에도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교묘하게 강탈하는 일을 많이 한 오명훈을 생각해 보니 이상할 일도 아니었다.강유진은 다시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없어요.” 강유진이 자신을 관심해주는 게 느껴지자 진도하의 마음도 따뜻해졌다.“오명훈은 저를 어떻게 하지 못해요.”진도하는 자신 있게 말했다.진도하는 한 번도 오명훈을 신경 쓴 적이 없다. 전혀 상대도 되지 않는 수준 차이 때문에 오명훈은 적이 될 자격조차 없었다.강유진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앞으로 조심해야 해요. 오명훈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그의
진도하의 말은 조금강과 뒤에 있는 제자들을 더 격분하게 했다.그들은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당신 미쳤어요?”“허허… 정말 자신이 조선 시대 무사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다 같이 덤비라고요?”“우리 한 무리는 고사하고 여기 아무나 한 명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을 죽일 수 있어요!”조금강도 분노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조금강은 잔뜩 화가 난 말투로 말했다. “이보세요,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을 모르시네요!!”“오늘 내가 당신을 죽여 시체조차 못 찾게 하겠소!”“쓸데없는 말이 많군요!” 진도하는 귀를 후비며 짜증 섞인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할게요. 다 같이 덤벼요! 계속 그대로 있을 거면 내가 먼저 공격했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그때는 당신들이 손을 쓸 기회조차 없을 거니까!”조금강은 여태껏 진도하처럼 거만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특히 느긋한 표정으로 일괄하는 진도하 모습에 조금강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알겠어요! 좋아요! 그렇게 하지요!“연속 세 번 알겠다고 대답한 조금강은 칼자루를 움켜쥐며 분노가 가득 섞인 말투로 외쳤다. “제 발로 죽으러 온 거니까 사양하지 않겠어요!”말을 마치자마자 조금강은 진도하를 향해 칼을 흔들었다.“죽어!!”뜨거운 분노와 함께 조금강은 가장 날카로운 각도로 칼을 들고 진도하를 향해 돌진했다.“너무 느리네요.”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손가락 두 개를 펴서 본인을 향해 거침없이 오는 칼을 젓가락 집듯이 잡았다.조금강은 깜짝 놀랐다!무술을 익힌 20년 동안 강자를 수도 없이 만났었지만, 두 손가락으로 칼을 집는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아마 백 선생도 절대 이런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조금강은 급히 칼을 거두려 했다.그러나 진도하의 두 손가락은 펜치처럼 칼을 꽉 잡고 있어 도저히 거둘 수가 없었다.조금강의 얼굴과 귀가 순식간에 빨개졌다.조금강은 할 수 없이 칼을 버리고 뒤로 몇 발짝 물러서려 했다.그러나 진도하는 조
조금강은 깜짝 놀랐다!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조금강은 입을 벌리며 무슨 말이라도 하려 했으나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진도하도 더 이상 조금강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바로 조금강의 목숨을 끊어버렸다.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금강무술관 관장 조금강이 죽었다.진도하는 무술관에 가기 전에 이미 허윤겸을 통해 금강무술관의 내막을 조사했다.최근 몇 년 동안, 조금강은 오씨 가문에 들러붙기 위해 오명훈을 대신하여 도리에 어긋나는 일들을 많이 했다.이 때문에 조금강은 죽어도 억울할 게 전혀 없었다. 천벌을 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진도하는 조금강의 제자들을 향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당신들은 이런 사부님을 따라 배우지 않기를 바랄게요!”“혹시라도 내 귀에 당신들이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했다는 게 들려오면, 사부님과 같이 황천길로 보내드릴 테니 그때 가서 내 탓하지 마세요.”말을 마치고 진도하는 금강무술관을 떠났다.진도하가 떠난 후, 조금강의 제자 유호빈은 조금강 옆에서 울며 외쳤다. “사부님, 제가 반드시 복수하겠습니다!!”그리고 돌아서서 다른 제자들을 향해 말했다“빨리 오 도련님에게 이 상황을 전해!”“네!” 상대적으로 적게 다친 한 제자가 대답했고, 오 씨 집으로 향했다.잠시 후, 오명훈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조 관장이 어떻게 죽어?”조금강의 제자 유호빈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조금 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했다.오명훈은 그 말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진도하, 내 팔 하나 망친 것도 모자라 내 사람까지 죽이다니!”“오씨 가문이 안중에도 없구나!”“그렇다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열 배, 백 배로 갚아줄게!”“아주 산산조각을 내버리고 말 거야!!”오명훈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끊임없이 외쳤다.하지만 옆에 있던 유호빈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며 말했다. “오 도련님, 진도하의 무예가 너무 대단합니다. 우리는 그를 이길 수 없습니다!”
강유진은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왜 긴장해요?”“아닙니다.” 진도하는 숨을 죽이고 곁눈질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강유진도 더 캐묻지 않았고,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회사 근처 작은 식당에 왔다.앉아서 몇 숟가락 뜨지 않았을 때 진도하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낯선 전화였다.진도하가 전화를 받지 않으려 하자 옆에 있던 강유진이 물었다. “왜 안 받아요? 내가 들을까 봐?"진도하는 강유진을 한 번 보고 나서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진도하, 드디어 왔구나! 왜 나를 찾으러 안 왔어. 방금 강 아저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네가 돌아온 줄도 몰랐을 거야.”진도하는 순간 전화 속의 사람이 같이 학교를 다녔던 오랜 친구 한준우라는 것을 알았다.진도하는 미안해하며 대답했다. “돌아온 지 며칠 안 됐어. 조만간 찾으러 갈까 생각 중이었어.”한준우는 진도하의 설명을 생각이 없는 듯 바로 거칠게 말했다. “이 자식, 그만 좀 해, 내가 전화하지 않으면 너는 언제 내 생각을 하겠어!”진도하는 어색하게 웃었다.진도하가 5년 동안이나 연락하지 않아 한준우는 기분이 상당히 나쁜 상태였다.한준우는 계속해서 말했다.“오늘 저녁 동창회인데, 너도 같이 참석해. 동창회 끝나고 우리 둘이 한 잔 더 하면서 옛날얘기나 하자.”진도하는 오늘 다른 일이 있다고 거절하려고 했지만, 한준우는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수화기 너머로 말했다. “다른 일이 있다고 말하지 마. 그 어떤 일도 오늘 동창회보다 중요하지 않으니. 오늘 동창회에 너는 꼭 와야 해.”말을 마치자마자 한준우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곧이어 한준우는 문자로 약속장소와 시간을 보내왔다.진도하는 멋쩍은 듯 코를 찡긋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이 자식… 동창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졸업 후 진도하는 동창회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다. 참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은 영원히 사이가 좋을
진도하는 한눈에 알아봤다. 이 사람은 바로 고등학교 시절 반장이었던 이민성이다.당시 두 사람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았다.학교 다닐 때도 서로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다.오늘도 마주치자마자 일반적인 대화가 아닌 이상한 말부터 던지는 이민성에 진도하는 그저 입을 삐죽거리며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민성은 계속해서 물었다. “진도하, 요즘 어떻게 지내? 졸업 후에 사람이 증발한 것처럼 우리 단톡방에서 아무 말도 없고, 동창회도 참석 안 하고, 우리 오랜 친구들을 무시하는 거야?”진도하는 입을 삐죽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나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아.”“일을 안 해? 그럼 어떻게 살아? 지금 물가 때문에 소비 스트레스가 장난 아닌데, 아니면 우리 회사에 출근하지 않을래? 우리 회사에 경비원이 부족해, 네가 오면 내가 널 바로 보안요원 팀장 시켜줄게.”이민성은 웃으며 말했고 진도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민성은 진도하를 생각하는 척하며 계속 말했다. “참, 네 절친 한준우. 지금 우리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어. 내가 한 달에 월급 100에서 120만 원을 주거든.”이 말을 하고 있는 이민성은 온몸으로 자신의 우월감을 표현하고 있었다.진도하는 눈살을 찌푸렸고 기분이 언짢아졌다.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진도하가 이민성 말에 대답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진도하!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 해.”진도하는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바로 한준우라는 것을 알아챘다. 한준우는 킥보드를 탄 채 진도하 옆으로 왔고 오랜만에 만난 재회의 기쁨에 진도하의 어깨를 힘껏 때렸다.“그동안 어디 갔어! 나에게 전화 한 통도 없고 말이야.”이 말을 하고 나서야 한준우는 차에 타고 있는 이민성을 보았고, 한준우의 얼굴도 점차 굳어졌다. 그리고 바로 이민성에게 인사를 했다. “이 대표님도 있었네요.”이민성은 한준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짜증 섞인 얼굴로
진도하와 한준우 두 사람도 주위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알아서 구석 쪽으로 앉았고, 그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이민성도 룸에 들어 왔다.이민성이 들어오자 모든 사람은 순간 수다를 멈추고 반갑게 인사했다.“이 대표님, 이제 오셨네?”“우리 오래 기다렸는데.”이민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장난치지 마. 우리 다 친구인데 이 대표라고 부르지 마. 어려워하는 것 같잖아.”“네가 우리 친구들 중에서 제일 잘 됐어. 이 대표라 부르는 게 당연한 거야.” 누군가가 아부하는 모습으로 이민성을 향해 말했다. “맞아, 맞아. 이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이 대표에 대한 존칭이지. 누가 너더러 우리 반 친구들 중에서 제일 잘 되래?” 주위의 또 다른 친구가 맞장구를 쳤다.“맞아. 나는 이 대표가 언제 나를 써주시나 기다리고 있어.” 이민성 앞에서 아부하는 사람들이 한둘씩 늘었다. 그들은 서로 앞다투어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알겠어, 알겠어. 그래 약속할게.”이민성은 자연스럽게 테이블센터 자리에 앉았다.곧이어 누군가가 이민성에게 술을 가득 따라주었고 모두가 그를 향해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이민성은 한 잔도 거절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권하는 한 잔 한잔 전부 같이 마셨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민성의 얼굴은 술에 취해 빨개졌다. 다른 친구들과 어느 정도 술을 마신 이민성은 잔을 들더니 진도하를 향해 말했다. “우리 둘이 한잔하자.”진도하는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테이블 앞에 놓인 물컵을 들고 말했다. “미안,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술을 못 마시니 차로 대신할게.”차를 운전하고 온 데다가 평소에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진도하는 이곳에 도착한 후 계속 물만 마셨다. 이민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언짢아했지만, 많은 친구들 앞이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전한 것도 아닌데 술을 왜 못 마셔? 나를 봐. 운전하고 와도 그냥 마시잖아. 좀 있다 대리운전 부르면 돼.”“맞아. 너 진짜 너무하네. 이 대표에게 술을 따르지 않는 것은 뭐라 안 하겠는데 이사장
한준우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도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얼굴을 찡그리며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또 뭔데?”진도하는 주위 사람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자신의 절친을 비난하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 한준우는 황급히 진도하의 팔을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하야, 그만해, 박조운은 우리 부서 매니저야.”진도하는 그제야 한준우가 왜 반박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진도하도 잠시 옛날 일들을 생각해 보니 뭔가 알 것 같았다. 학교 다닐 때 박조운은 이민성의 셔틀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민성이 회사를 차렸으니 박조운은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한자리 얻을 수 있다. 두 사람의 관계로 보아 이민성은 분명 박조운에게 높은 자리를 줬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한준우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박조운도 한준우가 낮은 목소리로 한 말을 듣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 옛 친구의 정 때문에 이 대표가 너를 봐주지 않았으면 나는 너를 진작에 해고했을 거야.”이때 다른 한 친구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는지 한마디 했다.“박조운, 우리 다 친구야. 그만해. 좀 적당히 하자.”그 말에 박조운이 오히려 반박하듯 말했다. “친구니까 저 두 사람 배려해서 봐주는 거잖아.”“지금의 이 대표와 식사를 같이 하려면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줄 알아?”박조운은 진도하를 시큰둥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네가 이 대표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해?”진도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박조운은 의미심장한 말투로 계속 얘기했다. “우리 다 성인이고, 어떤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서로 알잖아. 이 대표에게 술을 따르지 않는 것까지 뭐라 하지는 않겠는데, 이 대표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먼저 술을 권하는데 너는 감히 물을 마셔? 진짜 너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거야?”박조운은 진도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계속 말했다. “지금 입은 옷을 봐서는 그렇게 잘
이윽고 밖으로 나갔던 친구들이 자리로 돌아왔다.“진도하, 저 차 진짜 네 것이네!”첫 번째로 들어온 사람이 차 키를 진도하에게 돌려주며 말했다.“너 요즘 잘 나가나 보다. 왜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어. 설마 우리가 너에게 돈을 빌리기라도 할까 봐 걱정됐어?” 장난 섞인 말투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나무라는 얼굴로 진도하를 향해 말했다. “진도하, 잘 지내고 있으면서 왜 이렇게 조용히 있었어!”모두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 적극적으로 진도하에게 말을 건넸다.심지어 몇몇 남자 동창생들은 진도하 옆으로 다가와 술을 권하며 말했다. “진 대표, 오랜만이야. 내가 한잔 따를게.”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너는 물만 마시면 돼…”진도하는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그들은 진도하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떻게든 진도하와 친해지려고 했다.그리고 전체 룸에서 두 명만 그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보고만 있었다. 한 명은 진도하 옆에 있는 한준우, 진도하를 보고 있는 한준우 눈은 그 어떤 질투도 아부도 없이 그저 친한 친구가 잘 살고 있는 것에 대한 기쁨과 축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와 반면, 다른 한 명은 방금까지 주인공이었던 이민성이다. 이민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마음속으로 주위 사람들이 소신도 없이 권력 앞에 빌붙는다고 꾸짖었다.또한, 그는 진도하가 극도로 미웠다.자신에게 기울었던 모든 관심을 진도하에게 뺏겼기 때문이다!아니꼽게 생각한 이민성은 휴대전화를 꺼내 아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차 번호가 8이 여섯 개인 차주가 누구인지 알아봐 줘.”잠시 후,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고, 이를 본 이민성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진도하, 너 정말 있는 척 연기 잘하는구나!”룸 안의 떠들썩하던 소리가 갑자기 멈췄고, 옆에 친구들도 진도하와 대화를 멈춘 채 의아한 눈빛으로 이민성을 바라봤다.진도하조차 이민성이 왜 자신을 그렇게 말하는지 몰라 의아한 얼굴로 이민성을 쳐다보았다.그러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