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진은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왜 긴장해요?”“아닙니다.” 진도하는 숨을 죽이고 곁눈질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강유진도 더 캐묻지 않았고,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회사 근처 작은 식당에 왔다.앉아서 몇 숟가락 뜨지 않았을 때 진도하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낯선 전화였다.진도하가 전화를 받지 않으려 하자 옆에 있던 강유진이 물었다. “왜 안 받아요? 내가 들을까 봐?"진도하는 강유진을 한 번 보고 나서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진도하, 드디어 왔구나! 왜 나를 찾으러 안 왔어. 방금 강 아저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네가 돌아온 줄도 몰랐을 거야.”진도하는 순간 전화 속의 사람이 같이 학교를 다녔던 오랜 친구 한준우라는 것을 알았다.진도하는 미안해하며 대답했다. “돌아온 지 며칠 안 됐어. 조만간 찾으러 갈까 생각 중이었어.”한준우는 진도하의 설명을 생각이 없는 듯 바로 거칠게 말했다. “이 자식, 그만 좀 해, 내가 전화하지 않으면 너는 언제 내 생각을 하겠어!”진도하는 어색하게 웃었다.진도하가 5년 동안이나 연락하지 않아 한준우는 기분이 상당히 나쁜 상태였다.한준우는 계속해서 말했다.“오늘 저녁 동창회인데, 너도 같이 참석해. 동창회 끝나고 우리 둘이 한 잔 더 하면서 옛날얘기나 하자.”진도하는 오늘 다른 일이 있다고 거절하려고 했지만, 한준우는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수화기 너머로 말했다. “다른 일이 있다고 말하지 마. 그 어떤 일도 오늘 동창회보다 중요하지 않으니. 오늘 동창회에 너는 꼭 와야 해.”말을 마치자마자 한준우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곧이어 한준우는 문자로 약속장소와 시간을 보내왔다.진도하는 멋쩍은 듯 코를 찡긋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이 자식… 동창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졸업 후 진도하는 동창회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다. 참석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은 영원히 사이가 좋을
진도하는 한눈에 알아봤다. 이 사람은 바로 고등학교 시절 반장이었던 이민성이다.당시 두 사람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았다.학교 다닐 때도 서로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다.오늘도 마주치자마자 일반적인 대화가 아닌 이상한 말부터 던지는 이민성에 진도하는 그저 입을 삐죽거리며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민성은 계속해서 물었다. “진도하, 요즘 어떻게 지내? 졸업 후에 사람이 증발한 것처럼 우리 단톡방에서 아무 말도 없고, 동창회도 참석 안 하고, 우리 오랜 친구들을 무시하는 거야?”진도하는 입을 삐죽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나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아.”“일을 안 해? 그럼 어떻게 살아? 지금 물가 때문에 소비 스트레스가 장난 아닌데, 아니면 우리 회사에 출근하지 않을래? 우리 회사에 경비원이 부족해, 네가 오면 내가 널 바로 보안요원 팀장 시켜줄게.”이민성은 웃으며 말했고 진도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민성은 진도하를 생각하는 척하며 계속 말했다. “참, 네 절친 한준우. 지금 우리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어. 내가 한 달에 월급 100에서 120만 원을 주거든.”이 말을 하고 있는 이민성은 온몸으로 자신의 우월감을 표현하고 있었다.진도하는 눈살을 찌푸렸고 기분이 언짢아졌다.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진도하가 이민성 말에 대답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진도하!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 해.”진도하는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바로 한준우라는 것을 알아챘다. 한준우는 킥보드를 탄 채 진도하 옆으로 왔고 오랜만에 만난 재회의 기쁨에 진도하의 어깨를 힘껏 때렸다.“그동안 어디 갔어! 나에게 전화 한 통도 없고 말이야.”이 말을 하고 나서야 한준우는 차에 타고 있는 이민성을 보았고, 한준우의 얼굴도 점차 굳어졌다. 그리고 바로 이민성에게 인사를 했다. “이 대표님도 있었네요.”이민성은 한준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짜증 섞인 얼굴로
진도하와 한준우 두 사람도 주위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알아서 구석 쪽으로 앉았고, 그들이 자리에 앉자마자 이민성도 룸에 들어 왔다.이민성이 들어오자 모든 사람은 순간 수다를 멈추고 반갑게 인사했다.“이 대표님, 이제 오셨네?”“우리 오래 기다렸는데.”이민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장난치지 마. 우리 다 친구인데 이 대표라고 부르지 마. 어려워하는 것 같잖아.”“네가 우리 친구들 중에서 제일 잘 됐어. 이 대표라 부르는 게 당연한 거야.” 누군가가 아부하는 모습으로 이민성을 향해 말했다. “맞아, 맞아. 이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이 대표에 대한 존칭이지. 누가 너더러 우리 반 친구들 중에서 제일 잘 되래?” 주위의 또 다른 친구가 맞장구를 쳤다.“맞아. 나는 이 대표가 언제 나를 써주시나 기다리고 있어.” 이민성 앞에서 아부하는 사람들이 한둘씩 늘었다. 그들은 서로 앞다투어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알겠어, 알겠어. 그래 약속할게.”이민성은 자연스럽게 테이블센터 자리에 앉았다.곧이어 누군가가 이민성에게 술을 가득 따라주었고 모두가 그를 향해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이민성은 한 잔도 거절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권하는 한 잔 한잔 전부 같이 마셨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민성의 얼굴은 술에 취해 빨개졌다. 다른 친구들과 어느 정도 술을 마신 이민성은 잔을 들더니 진도하를 향해 말했다. “우리 둘이 한잔하자.”진도하는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테이블 앞에 놓인 물컵을 들고 말했다. “미안,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술을 못 마시니 차로 대신할게.”차를 운전하고 온 데다가 평소에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진도하는 이곳에 도착한 후 계속 물만 마셨다. 이민성은 눈살을 찌푸리며 언짢아했지만, 많은 친구들 앞이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전한 것도 아닌데 술을 왜 못 마셔? 나를 봐. 운전하고 와도 그냥 마시잖아. 좀 있다 대리운전 부르면 돼.”“맞아. 너 진짜 너무하네. 이 대표에게 술을 따르지 않는 것은 뭐라 안 하겠는데 이사장
한준우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도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얼굴을 찡그리며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또 뭔데?”진도하는 주위 사람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자신의 절친을 비난하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 한준우는 황급히 진도하의 팔을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하야, 그만해, 박조운은 우리 부서 매니저야.”진도하는 그제야 한준우가 왜 반박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진도하도 잠시 옛날 일들을 생각해 보니 뭔가 알 것 같았다. 학교 다닐 때 박조운은 이민성의 셔틀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민성이 회사를 차렸으니 박조운은 자연스럽게 회사에서 한자리 얻을 수 있다. 두 사람의 관계로 보아 이민성은 분명 박조운에게 높은 자리를 줬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진도하는 한준우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박조운도 한준우가 낮은 목소리로 한 말을 듣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 옛 친구의 정 때문에 이 대표가 너를 봐주지 않았으면 나는 너를 진작에 해고했을 거야.”이때 다른 한 친구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는지 한마디 했다.“박조운, 우리 다 친구야. 그만해. 좀 적당히 하자.”그 말에 박조운이 오히려 반박하듯 말했다. “친구니까 저 두 사람 배려해서 봐주는 거잖아.”“지금의 이 대표와 식사를 같이 하려면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줄 알아?”박조운은 진도하를 시큰둥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설마 네가 이 대표보다 더 잘났다고 생각해?”진도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박조운은 의미심장한 말투로 계속 얘기했다. “우리 다 성인이고, 어떤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서로 알잖아. 이 대표에게 술을 따르지 않는 것까지 뭐라 하지는 않겠는데, 이 대표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먼저 술을 권하는데 너는 감히 물을 마셔? 진짜 너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거야?”박조운은 진도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계속 말했다. “지금 입은 옷을 봐서는 그렇게 잘
이윽고 밖으로 나갔던 친구들이 자리로 돌아왔다.“진도하, 저 차 진짜 네 것이네!”첫 번째로 들어온 사람이 차 키를 진도하에게 돌려주며 말했다.“너 요즘 잘 나가나 보다. 왜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어. 설마 우리가 너에게 돈을 빌리기라도 할까 봐 걱정됐어?” 장난 섞인 말투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나무라는 얼굴로 진도하를 향해 말했다. “진도하, 잘 지내고 있으면서 왜 이렇게 조용히 있었어!”모두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 적극적으로 진도하에게 말을 건넸다.심지어 몇몇 남자 동창생들은 진도하 옆으로 다가와 술을 권하며 말했다. “진 대표, 오랜만이야. 내가 한잔 따를게.”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너는 물만 마시면 돼…”진도하는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그들은 진도하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떻게든 진도하와 친해지려고 했다.그리고 전체 룸에서 두 명만 그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보고만 있었다. 한 명은 진도하 옆에 있는 한준우, 진도하를 보고 있는 한준우 눈은 그 어떤 질투도 아부도 없이 그저 친한 친구가 잘 살고 있는 것에 대한 기쁨과 축복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와 반면, 다른 한 명은 방금까지 주인공이었던 이민성이다. 이민성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마음속으로 주위 사람들이 소신도 없이 권력 앞에 빌붙는다고 꾸짖었다.또한, 그는 진도하가 극도로 미웠다.자신에게 기울었던 모든 관심을 진도하에게 뺏겼기 때문이다!아니꼽게 생각한 이민성은 휴대전화를 꺼내 아는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차 번호가 8이 여섯 개인 차주가 누구인지 알아봐 줘.”잠시 후,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고, 이를 본 이민성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하하하, 진도하, 너 정말 있는 척 연기 잘하는구나!”룸 안의 떠들썩하던 소리가 갑자기 멈췄고, 옆에 친구들도 진도하와 대화를 멈춘 채 의아한 눈빛으로 이민성을 바라봤다.진도하조차 이민성이 왜 자신을 그렇게 말하는지 몰라 의아한 얼굴로 이민성을 쳐다보았다.그러
이때 누군가가 의아한 말투로 물었다. “이 차, 설마 진도하가 훔친 것은 아니겠지? 우리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이 물음에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그만둬, 우리 다들 오랜 친구들인데 신고할 필요까지 없어.”어떤 사람은 진도하 앞에 다가와 말했다. “진도하, 우리 서로 친구들인데 이러면 안 되지. 빨리 차를 강 대표에게 돌려줘.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맞아, 해성그룹은 쉽게 건드리면 안 돼. 강 대표 차를 훔쳤으니 너를 절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은 진도하를 타이르기도 했다.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어떤 설명도 없이 그저 조용히 보고만 있었다.그러자 한준우가 일어서며 말했다. “무슨 증거라도 있어? 증거도 없으면서 진도하 함부로 모욕하지 마! 설사 진도하 차가 아니어도 절대 훔친 것은 아니야! 나를 걸고 장담하지, 진도하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야!”한준우는 사실 최대한 참으려고 했다. 왜냐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웃는 얼굴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친한 친구를 조롱하고, 진도하 또한 아무런 변명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답답해 견디지 못했고 진도하를 대신해 변명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진도하와 아주 어릴 때부터 함께 했었기에 진도하가 어떤 사람인지 한준우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진도하를 믿고 있었다.박조운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하하, 너를 걸고 장담한다고? 네가 그럴 만한 인품은 되고? 네가 그럴만한 사람이면 매일 회사 식당의 남은 음식들을 훔쳐 가지 않았겠지!”박조운은 한준우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는다고 모르는 줄 알았어?”“나… 훔치지 않았어.”한준우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의기소침하게 자리에 앉았다.이 순간, 진도하는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그만해. 됐어. 싸우지 마.”“이 차는 확실히 내 차는 아니야! 하지만 절대 내가 훔친
이 사람이 바로 강유진이다.그녀는 회의를 마친 후 서둘러 제호 호텔로 와서 진도하가 있는 룸을 찾았다.원래 강유진은 들어갈 생각이 없었지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미친 듯이 진도하를 조롱하는 소리를 들었다.그래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룸으로 들어갔다.강유진의 남자가 어떻게 함부로 이런 사람들한테 조롱당할 수 있겠는가!!룸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한눈에 이 여자가 해성 그룹의 대표 강유진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비록 현실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더라도 티브이에서 본 적은 있다.그리고 강유진이 자주 말하던 것처럼 그녀가 성운시 모든 남자들의 여신이라는 것은 하나도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이민성은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진도하가 진짜 해성 그룹의 대표 강유진을 알다니! 게다가 둘이 연인 사이라고?!’이민성은 진도하가 거짓말하는 걸로 여겼었다!그렇게 생각하자 이민성은 마음속으로 너무 뻘쭘했고 동시에 약간 걱정도 되었다.박조운도 머리를 숙이고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강유진을 몰래 힐끔 쳐다보고 의아해했다.‘진도하 이 자식이 어떻게 강유진이랑 아는 사이인 거지?’‘강유진은 성운시 모든 남자들이 꿈에 그리는 여신인데, 어떻게 진도하 같은 놈을 좋아하게 된 거야?’다른 사람들도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들은 해성 그룹의 강 대표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순간 긴장한 그들은 찍소리도 못 냈다.오직 한준우만 차분해 보였는데, 그도 자신의 친구가 강유진과 연인 사이라는 것에 많이 놀랐다. 도대체 얼마나 깊게 숨겼으면 말이다.“왜 다들 말이 없어? 당신들 엄청 당당했었잖아? 그 차가 진도하가 훔친 거라고 했다며?”강유진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는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말투는 엄숙했다.강유진은 화가 잔뜩 났다. 그녀는 진도하의 친구들이 이런 사람들일 줄 몰랐다.진도하를 비웃는 것도 모자라 그가 차를 훔친 도둑이라고 비방까지 하다니!강유진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룸 안은 고요했다.그들은 감히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제호 호텔에서 나오자 강유진은 숨을 길게 내쉬고 말했다.“너무 화나요. 도하 씨 친구들 다 뭐 하는 사람들이에요!”진도하는 크게 실망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졸업한 지 오래되었는데 다들 많이 변했다.하지만 그중에 안 변한 사람도 한 명 있었는데 그가 바로 진도하의 소꿉친구인 한준우이다.이렇게 생각하자 진도하는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한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 연결이 되자마자 한준우가 호텔에서 뛰어나오는 게 보였다.“진도하, 너 이 여자밖에 모르는 자식, 나가면서 날 기다리지도 않냐.”한준우는 나오자마자 진도하의 가슴을 퍽 쳤다.진도하는 한준우의 팔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뭘, 마침 너에게 전화하고 있었어.”한준우는 더 꼬치꼬치 캐묻지 않고 팔을 거두며 설레발치면서 물었다.“너 이 자식 여자 복이 있네! 언제부터 강 대표랑 사귄 거야? 너무 철저하게 비밀 지킨 거 아니냐? 어머님 아버님은 아셔?”진도하는 난감한 듯 웃었다.갑자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다행히 한준우는 더 캐묻지 않았고 살짝 아쉬운 듯 말했다.“오늘 동창회는 예전과 많이 다르네. 다들 너무 변했어. 너무 이득만 찾아. 자기보다 잘 나가는 사람에게는 자존감도 상관없이 잘 보이려고 하고 자기보다 못 나가는 사람에게는 끝없이 비난하지.”진도하는 그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곧바로 진도하가 말했다.“가자. 이런 건 생각하지 말자. 우리 둘이 어디 가서 옛이야기나 하자.”한준우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오늘은 됐어. 난 얼른 출근해야 해.”“출근한다고? 너 퇴근했잖아?”진도하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한준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나 아르바이트 찾았어. 경비 보는 건데 사실 가서 한 잠 자면 돼.”진도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한준우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만 말하자. 나중에 내가 쉬는 날에 만나서 다시 얘기해.”그리고 곧 한준우는 강유진을 보며 말했다.“형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