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대회의 우승자인 유승우는 자부심이 아주 컸다. 그는 진도하를 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진도하는 유성우의 말에서 적대감을 느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고 조금 불쾌해 보였다.유성우는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 어디서 나타났든 간에, 감히 우리 유씨 가문의 사람을 건드렸다면 그 끝은 죽음뿐이야!”진도하는 그제야 생각났다. 자신이 성운시에서 유현빈의 팔을 부러트렸었고 아마 그가 바로 기주도 유씨 가문의 도련님일 터였다. 그래서 지금 이 사람이 자신에게 이렇게 큰 적개심을 보이는 걸까?하지만, 그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가 있든 없든 개의치 않았고 싸늘하게 말했다. “그래서?”유성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진도하를 보며 말했다. “네놈이 한 가지 신통력을 가지고 있다고 아주 대단한 듯 마치 천하무적이라도 되는 줄 아는구나! 내가 오늘 네놈에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가르쳐 주지! 네 신통력은 내 앞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단 말이다!”진도하는 비록 신통력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눈앞의 상대와 전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유성우는 어두운 눈빛으로 진도하를 보며 계속 말했다. “만약 네놈이 지금 무릎을 꿇고 자신의 양팔을 부러트린다면 내가 네놈의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게 아니라면 날 원망하지 마!”“진짜 주제넘네?” 싸늘하게 유성우를 바라보는 진도하의 눈에는 살의가 흘러넘쳤다. 그는 오늘 무술 고수 대회에 참가해 이 괴물들을 죽일 생각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매번 공격할 때마다 그저 상대가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사람은 극도로 혐오스러웠다.유성우는 여전히 쉴 새 없이 지껄였다. “내가 바로 지난번 대회의 우승자 유성우다. 만약 네놈이 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야. 나에게 도전했던 자들은 모두 죽거나 크게 다쳤다는 걸. 마지막으로 너에게 일 분의 시간을 줄 테니 만약 네가 무릎 꿇고 스스로 양팔을 부러트리지 않는다면 내가 직
진도하는 차분하고 여유롭게 이 투명 큐브 안에 서서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 “네가 말한 신통력은 뭐야?”“너 신통력이 뭔지도 몰라?"진도하의 의아한 표정을 본 유성우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 같은 놈한테도 신통력이 있다니!”그는 진도하가 강씨 가문의 강고수와 풍뢰파의 남궁 수화를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패배를 인정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가 신통력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진도하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유성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유성우는 자랑이라도 하듯 손에 있는 반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바로 나의 신통력이야.”진도하는 한번 눈여겨보고 그 반지가 눈에 익다고 생각했고 곧 생각났다. 그는 무술 고수 대회가 시작하기 바로 전날, 이런 스타일의 팔찌를 받은 적이 있었다.그런데 유성우가 손에 쥐고 있는 반지가 바로 그 팔찌와 같은 재질이었다. 모두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겉모습이 아주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또 신비로움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디자인은 마치 부족의 토템 같기도 하고 고대의 제사용 도구 같기도 했다.진도하는 문득 깨달았다. 이 순간, 그는 이른바 신통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유성우는 아직도 재잘재잘 지껄이며 말했다. “네놈은 신통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신통력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것 같군.”진도하는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이 그냥 웃었다.유성우는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곧 죽게 될 놈이니 말해줘도 상관없을 테지. 이 신통력을 담은 물건은 모두 36가지가 있는데, 모두 신선 수련자들이 만들어서 속세에 남겨 놓은 것이야. 모든 물건에는 특별한 능력들이 있지.”그러더니 유성우는 다시 한번 자기 반지를 치켜들며 이렇게 말했다. “내 반지는 공기벽을 만들어 공격할 수도 있고 사람을 안에 가두어 둘 수도 있어.”이때 진도하는 이미 유성우가 어떤 수단으로 자신을 공격했는지 알았다. 그러나 그는 신통력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일부러 유성우의 말을 끊지
진도하는 재차 웃으며 말했다. “누가 너한테 내가 종사경이래?”말을 마친 진도하의 몸이 갑자기 기세가 천지개벽이라도 하듯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그 기세는 진도하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하늘로 치솟았다.유성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 “어? 너 혹시 종사경을 뛰어넘은 거야?”진도하는 말이 없었고 유성우는 계속 말했다. “네놈이 종사경을 뛰어넘었다 한들 어쩔 건데? 무술 성인이 아닌 이상 어차피 내 신통력을 쳐부술 수 없어.”“그래?” 진도하는 그냥 웃었다. 그리고 온몸의 기운을 끌어모아 앞에 있는 공기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이 주먹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질 것 같은 위력을 지녔다.펑!그의 주먹이 공기벽에 닿는 순간 공기벽은 엄청난 진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조금 흔들릴 뿐이었다.“어?”진도하는 눈썹을 찡그리며 기운을 한층 더해 주먹으로 눈앞의 공기벽을 향해 한 방 날렸지만, 공기벽은 여전히 조금 흔들리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돌멩이를 물에 집어 던지듯이 잠깐의 파동만 일 다 곧 다시 고요해지는 것처럼 말이다.이는 진도하로 하여금 신통력에 깊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가 두 층의 기운을 끌어모아 주먹에 집중시킨 위력은 종사경을 초월한 무술 고수를 순식간에 죽여버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러나 공기벽에 날린 그 한방은 그저 약간의 파동만 일으킬 뿐이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신통력의 강대함을 알았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신통력을 수집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또 한 층의 기운을 더해 공기벽을 향해 한 방 날렸다.유성우는 옆에서 싸늘하게 바라보며 경멸하는 시선을 보였다.“허허... 진도하, 그만 힘 빼. 넌 이걸 부술 수 없어.”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연속 주먹을 날렸다. 그는 한층 한층 기운을 더해 가며 이 신통력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보고 싶었다.하지만 진도하의 이러한 행동은 대회장에 있던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공기벽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유성우의 안색이 매우 흉하게 변했다. 특히 진도하가 자신을 희롱하는 표정을 보고 그는 환장할 것 같았다. 분노로 인해 그의 표정은 무시무시하게 변했고, 사악한 눈빛과 기괴한 웃음소리는 대회장에 있는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진도하, 정말 내가 이 정도 수단밖에 없으면서 지난번 무술 고수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생각해?”진도하는 담담하게 유성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슨 수단이든 얼마든지 써봐!”그는 오히려 유성우가 무슨 근거로 이렇게 날뛰는지 보고 싶었다!유성우는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고 몸을 움직였다.“그래, 그렇다면 너에게 종사경을 뛰어넘은 나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줄게!”그 순간, 그는 진도하에게 손바닥을 날렸다. 진도하는 침착하게 그 손바닥을 보았고 여전히 피할 생각이 없었다.유승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너의 신통력을 쓰고 싶어? 하지만 그럴 기회는 없을 거야.”유성우의 손바닥이 진도하의 눈앞에 거의 다가왔을 때, 그는 갑자기 멈췄다. 분명 진도하의 신통력을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진도하는 이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그에게 무슨 신통력이 있을까? 그냥 힘으로 압도했을 뿐인데. 하지만 유성우가 이렇게 경계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바로 이때 유성우가 다시 자세를 잡았고 순간 그의 소매 속에서 한 자루의 검이 튀어나왔다.유성우는 검으로 휙!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진도하를 향해 찔렀다. 진도하의 동공이 갑자기 수축하더니 그는 머리를 조금 기울여 검을 피했다. 진도하가 검을 피하자 유성우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재빨리 뒤로 물러나 진도하에게서 10미터 떨어진 위치에 섰다.진도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네가 말하는 종사경을 뛰어넘은 실력이 기습을 말하는 거야?”“키키킥...” 유성우는 음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이것은 단지 수단일 뿐이야. 네가 이것을 비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진도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유성우를 냉담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어떤 반응도 할 겨를이 없었다. 이 발차기는 유성우의 등을 제대로 걷어차 넘어뜨렸다. 유성우는 다시 땅에 넘어지고 말았으며, 얼굴은 계속 바닥을 향해 있었다.유성우가 허우적거리며 일어났을 때,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고 분노에 차서 진도하를 노려보았다.진도하는 서둘러 공격하지 않았고 그저 담담하게 물었다. “이 정도의 수단밖에 없어?”유성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진도하를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진도하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더 강할 줄 몰랐고 진도하의 스피드도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한참 많이 빠를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진도하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설마 내공을 겨뤄야 하나?’ 이렇게 생각한 그는 재빨리 단약을 삼키고 다시 진도하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는 비열하고 오만하지만, 그의 공격은 매우 과감하고 결단력 있었으며, 매번 일격에 진도하를 죽일 생각만 했다.이번에는 모든 수단을 버리고 내공을 겨루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두 사람의 내공이 서로 얽히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상처를 입는다. 그는 이것에 대해 매우 자신이 있었다. 지난번 대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이 방법으로 이긴 적이 있었다.진도하는 유성우가 내공을 겨루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정말 죽음을 자초하는구나!”그의 몸에는 비록 내공이 없지만 기운이 매우 풍부하여 유성우가 그와 내공을 겨루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았다.유성우도 똑같이 대꾸했다. “너야말로 죽을 것이야!”“그래?”진도하는 웃으며 무심코 손바닥을 휘둘렀고, 손바닥에는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 유성우의 내공과 부딪히자 서로 엉키지 않았고 대신에 격렬한 소리가 났다.펑!이어 유성우의 몸은 다시 날아갔다. 그의 몸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고 그는 입으로 피를 토했다.“푸!”“푸!”유성우는 피를 여러 번 토하며 몸을 계속 떨고 있었다. 진도하의 이 일격은 너무나 격렬하였다. 유성우는 진도하와 내공을
이 소리는 대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고 수많은 사람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목소리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방천후입니다.”“이십 년 전에 이미 종사경을 돌파한 고수 방천후 말이에요!”“무술 고수 대회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죠!”어떻게 그들이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방천후는 무술 고수 대회를 개최한 후부터 기주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방천후를 스승으로 모시려는 많은 무술 고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방천후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 나중에는 그가 죽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하지만 방천후는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년에 모든 사람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유씨 가문의 자제 유성우의 스승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어쩐지 유성우가 젊은 나이에 종사경을 초월한 고수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훌륭한 스승님이 계셨군요!”“네. 20년 전 방천후는 기주 제일의 고수이자 유일하게 종사경을 초월한 고수였습니다. 이제 20년이 지났으니 아마도 그는 이미 무성의 경지를 돌파했겠죠! 유성우가 방천후를 스승으로 모시다니, 그는 정말 행운스럽군요.”모든 사람이 목소리의 주인에 대해 끊임없이 의논하고 있었다.진도하는 여전히 침착하게 유성우를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아, 그럼, 당신은 지금 유성우가 아니라 유성우 스승님의 투영인가요?”“그렇다네. 이것은 이 늙은이가 제자에게 남긴 생명 보호 수단이라네.” 방천후는 웃으며 말했다.진도하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천후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젊은이 손을 써보시게. 이 늙은이는 자네가 도대체 어떤 실력인지 보려고 제자에게 생명을 지키는 수단을 쓰게 되었다네.”진도하는 무심하게 말했다. “먼저 공격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투영이 오래가지 못할까 봐 걱정됩니다.”그는 이러한 투영 수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현재 그의 능력으로도 그 수단을
방천후는 알겠다고 말한 후, 바로 손을 쓰기 시작했고 그 위력은 역시 대단했다.그가 손을 올린 순간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쳤고 한 줄기의 회오리바람이 공중에서 에너지를 응집시키고 있었다.회오리바람의 변두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그 힘은 더없이 강하고 거셌다.회오리바람은 거센 소용돌이을 휘몰아치며 곧바로 진도하를 향해 공격했다. 이 순간, 보이지 않는 힘이 진도하를 감쌌고 모든 사람은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이 광경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세상에, 방천후가 무성을 돌파했군요!!”“맞아요! 그러면 방천후는 기주에서 백 년 이래 처음으로 무성을 돌파한 사람이 되는 거네요?”모두가 방천후의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강씨 가문과 강고수는 방천후의 공격을 지켜보며 만약 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면 이 공격을 피할 수 있었을지, 방천후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을 수 있었을지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며 계산을 해도 강고수는 자신이 결코 피하고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여기까지 생각한 강고수는 기대에 찬 눈으로 진도하를 바라봤다. 자신을 일도 반항할 수 없게 만들었던 진도하가 무성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풍뢰문 관전 구역에 있는 남궁 수화는 경기장을 향해 옆으로 서 있었고 경기장의 상황을 볼 수 있을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또한 강고수와 마찬가지로 마음속으로 자신이 방천후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었다.방천후가 이미 무성의 경지에 이르렀기에 그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비록 지금은 투영에 불과했지만, 실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남궁 수화는 자신이 절대 방천후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자신의 몸놀림보다 훨씬 빠른 진도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진도하는 과연 피할 수 있을까?자양파 관전 구역의 분위기는 매우 엄숙했고 자양파 노조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노조는 마음속으로 혼자 되뇌었다.“진 선생, 절대 다치면 안 돼요.”그는 마음속으로 진도하에 대해 죄
대회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 수많은 회오리바람은 한데 모이더니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무서운 소용돌이를 형성했다.윙윙!회오리바람은 무서운 소리를 냈다.“여기에 말려들면 사람도 전부 한 줌의 재가 되겠죠?” 누군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회오리바람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진도하를 향해 다가왔다.지나가는 곳마다 풀 한 포기 남지 않았고 회오리바람 주변 가까이에 있는 것들은 전부 가루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어떤 겁쟁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장을 탈출할 준비를 항시 하고 있었다.한마디로 회오리바람의 위력은 엄청났다.다행히 방천후는 회오리바람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만약 이 무술 고수 대회장을 전부 휩쓸면 여기 있는 사람 절반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진도하는 여전히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밀려오는 회오리바람을 차분히 바라보며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이 정도 실력밖에 안 되나?”진도하는 천천히 입을 열었고 그 목소리는 대회장 안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굵직하고 강렬했다.방천후는 공중에 뛰어올라 회오리바람 아래에 있는 진도하를 보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이 개미 같은 땅강아지야, 당신은 입만 살아 있네!”“곧 무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방천후의 말이 끝나자마자 회오리바람은 갑자기 빠른 속도로 진도하를 삼켰다.회오리바람은 여전히 거침없이 돌고 있었고 진도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끝났네, 끝났어. 진도하가 죽었겠네!”누군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그러게요. 틀림없이 죽었을 거예요. 회오리바람의 바깥 위력도 이렇게 무서운데 안은 더 말할 것도 없겠네요.”일각에서는 토론이 분분했다.또 어떤 사람은 아쉬워하며 말했다. “방천후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이번 우승은 진도하였을 거예요.”이 말은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았다.그러나 또 어떤 사람은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유성우에게 좋은 사부가 있는 것도 능력이죠.”그때 강씨 가문 관전 구역에 있던 강유진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