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유죠?”진도하는 평온한 모습으로 자양파 노조를 바라보았다.자양파 노조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말을 했다. “보름 뒤 기주도에서 무술 고수 대회가 열립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면 바로… 무술을 비교하는 대회입니다. 저희 자양파도 당연히 참가합니다. 저는 비록 종사경을 돌파했지만, 몸 상태 때문에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 자양파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이렇게 말한 자양파 노조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진도하를 올려다보았다. 진도하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었지만, 진도하는 여전히 담담한 무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자양파 노조는 진도하의 표정을 읽을 수 없음에 약간 실망한 눈치였다. 그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 “무술 고수 대회는 저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제 실력이 절정일 때도 3위밖에 못 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진 선생님이 자양파의 대표로 출전해 줬으면 좋겠어요.”노조는 진도하가 스물여덟 진형을 쉽게 뚫는 것을 볼 때부터 이미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진도하를 자양파의 일원으로 들이려 했다. 그러나 진도하가 성월섬의 제일 고수인 염용춘마저 쉽게 내던지는 것을 보고 그 생각을 바로 단념했다.진도하는 무표정으로 살짝 입꼬리만 올리고 웃으며 물었다. “이것이 당신이 나에게 복종하려는 이유입니까?”자양파 노조는 진도하의 물음에 부인하지 않았고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 선생의 생각은 어떠한지요.”노조가 이렇게 직접 물은 것은 분명 일종의 도박이나 다름없다. 긍정의 대답 혹은 부정의 대답이 언제든지 진도하 입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박판에서 배팅하듯 전혀 머뭇거림이 없이 말을 내뱉었다. 자양파 수장인 노조는 자양파 향후의 발전을 위해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진도하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옆에 있는 의자를 찾아 앉더니, 잠시 생각한 후 노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무술 고수 대회에 대해 말해 보세요.”진도하
자양파 노조는 계속해서 말했다.“기주도의 자원은 이 몇 개 가문과 파벌의 손에 쥐어져 있었지만, 누가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이 몇 개 가문과 파벌들은 종종 자원 분할로 많이 싸웠었고 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지요. 그러다가 20년 전, 기주도에서 종사경의 초고수인 방천후가 가문과 파벌 사이의 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나섰고, 1년에 한 번 무술 고수 대회를 여는 것을 결정했어요. 그 후 여러 가문과 파벌은 무술 고수 대회의 순위에 따라 자원을 나누었어요. 처음에 무술 고수 대회는 네 개 가문과 세 개 파벌만 참석했는데 20년간의 발전을 거쳐 무술 고수들 사이에서의 큰 행사가 되었지요. 많은 가문, 그리고 파벌이 없는 무술 고수들도 전부 와서 참석해요. 물론 그들의 목적은 각기 달라요. 어떤 사람은 자원을 쟁취하기 위해서 참가하고 또 어떤 사람은 무술 고수 대회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내어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참가하죠. 한마디로 말해서, 이 성대한 행사는 모든 무술 고수들의 이익과 큰 관련이 있어요.”진도하는 노조의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상황파악은 되었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양파 노조는 긴장한 마음으로 진도하를 보며 물었다.“자양파를 대표해서 이번 무술 고수 대회에 참석해 주실 수 있을까요?”진도하에게 자양파를 대표하는 것을 요청한 이유는 진도하의 실력으로 충분히 좋은 순위에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네 개 가문과 다른 두 개의 파벌에 모두 젊은 고수들이 있지만, 자양파는 지금 실제 고수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다. 만약 노조가 참가하면 첫째,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상대로 겨루는 것 같아 보기가 안 좋았다. 둘째, 노조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전성기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에 혹시라도 지게 되면 자양파는 아마 기주도 전체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그러나 진도하가 참가하게 되면 상항은 달라진다.우선 진도하는 나이가 젊을 뿐만 아니라, 진도하가
“무슨 일입니까?”“진 선생, 말만 해 주세요.” 자양파 노조가 다급히 물었다.진도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바로 말하지 않고 되레 물었다. “자양에 많은 종류의 약초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죠?”자양파 노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이곳은 예전에 광산이었어요. 그래서 환경이 다 파괴되었었죠. 그러나 우리 자양파의 첫 수장이 이곳에 온 후, 이곳을 자양파의 근거지로 선정하면서 사람들을 이끌고 많은 나무와 약초를 심었어요. 그래서 우리 자양산에는 약초가 아주 많아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약초도 많이 있어요.”이 말을 하고 있는 자양파 노조는 어깨를 으쓱하며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다른 곳에서 구할 수 없는 약초라 할지라도 우리 자양산에서는 무조건 찾을 수 있어요. 만약 자양산에 없다면, 우리 자양파의 약 창고에 있을 겁니다.”말을 하고 있던 자양파 노조는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 선생님, 혹시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약초를 원하나요?”“맞습니다.”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진도하는 이미 태서경에 진입했기에 그다음 단계인 응단경에 진입하려 했다.그러나 이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어떤 사람은 평생 도달할 수 없기에 진도하는 약간의 약초를 사용함으로써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고 했다.사실 진도하는 경계를 진입하는 것에 조급함을 느낀 적이 없다. 그저 순리대로 따라가려고 했었다. 너무 급해 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느긋하지도 않게 천천히 진입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그저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양부모가 친부모와 관련된 소식을 알려준 것도 있고, 또 양부모의 얘기에 의하면 그날 이상한 일이 많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래서 진도하가 만약 음력 12월 29일에 용천섬에 오르려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자신의 경지를 높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도하는 친부모의 정보를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 섬은 진도하에게 왠지 모를 위험함이 있
진도하는 웃으며 서재의 문 쪽으로 걸어갔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그때, 자양파 노조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진 선생, 그러면… 무술 고수 대회 일은 어떻게…”“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참석할 테니.”진도하는 잠깐 걸음을 멈춰 말을 한 후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자양파 노조는 진도하의 뒷모습을 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혼자 중얼거렸다. “인생은 새옹지마라 했던가!”…성운시로 돌아오자마자 진도하는 강유진의 전화를 받았다.“우리 집에 잠깐 오세요.” 강유진이 말했다. “네. 유진 씨가 혼자 사는 집으로 갈까요? 아니면 강 씨 저택으로 갈까요?”진도하가 물었다.가끔 강유진이 어디에 있는지 예상하기 어렵다. 강 씨 저택에 있을 때도 있고 혼자 사는 집에 있을 때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강 씨 저택에 방이 그렇게 많은데 왜 굳이 혼자 분가해 사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제가 혼자 사는 곳으로요.” 강유진이 대답했다. “알겠어요. 곧 도착해요.”전화를 끊은 후 진도하는 바로 강유진이 혼자 사는 집으로 향했다.집 문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강유진이 먼저 문을 열었다. 진도하가 오는 것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은 그때의 키스 이후 처음 만났기에 진도하는 다소 어색해하며 강유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강유진은 진도하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듯, 문을 열어 진도하가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옆으로 비켰다.“왜요? 무슨 일이에요?”집에 들어온 진도하가 물었다. 진도하는 강유진이 이토록 급하게 자신을 부른 것은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강유진은 진도하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음료수 한 잔을 건네준 뒤 소파에 앉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요즘 무슨 일 있어요?”“별일 없어요. 왜 그래요?”진도하가 물었다.“그럼 나와 함께 기주도에 갔다 올래요?”강유진은 미안해하며 말했다.“네?”진도하는 의아한 눈길로 강유진을 바라봤다. 강유진은 물을
강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한 번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사실은… 기주도 강씨 집안에서 몇 달에 한 번씩 우리 집으로 이상한 것을 보냈어요. 그 안에는 일회용품, 진귀한 보물, 외국에서 가져온 과일 등등 정말 갖가지 물건들이 있었어요. 오늘 또 한 번 물건을 보내왔는데 마침 아빠와 허준 선생 두 분이 집에서 독소 근원을 조사하던 중, 그 물건들까지 같이 조사를 했어요. 그런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그 물건들 안에서 단서를 발견하게 된 거예요. 그 물건들은 전부 아주 약한 독성을 띠고 있었어요. 정말 아주 소량이어서 눈에 띄지 않아 모르고 스쳐 지날 뻔했는데 허준 선생이 내 몸속의 것과 같은 독소 성분을 검출해 냈어요.”진도하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강유진은 계속 말을 이었다.“그래서 아빠가 우리 몸속에 있는 독이 기주도의 강씨 집안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은 심증일 뿐이에요. 물건이 운송 과정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기 때문에 아빠가 일단 먼저 몰래 조사하기로 하셨어요. 괜히 일을 크게 만들면 안 되잖아요.”“그럼 유진 씨 집은 기주도 강씨 집안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진도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강유진은 진도하 말에 멈칫 놀란 듯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했다.진도하는 강유진의 이런 모습을 보고 바로 말했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별 뜻 없이 물은 거니까.”강유진은 한숨을 한번 길게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구체적인 것은 사실 나도 잘 몰라요. 내가 알고 있는 것만 말하자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유진을 바라보며 들을 준비를 했다.강유진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사실 구체적인 것은 나도 잘 몰라서 아빠에게 여쭤보았지만 알려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이곳저곳에서 여러 정보를 들었어요.”“유진 씨가 알고 있는 것만 말해 보세요.”진도하는 손에 쥐고 있던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했다.진도하가
강유진이 아무 말 없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자 진도하도 더는 묻지 않았다.두 사람이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강유진의 기분도 조금 나아진 듯 보였다.…저녁에 진도하는 강유진을 데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려고 했지만, 강유진은 아무 데도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진도하는 어쩔 수 없이 냉장고 안을 둘러보았고, 냉장고에 음식 재료가 몇 가지 있는 것을 본 후 직접 요리해서 강유진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 주기로 했다.진도하가 주방에서 한창 바쁘게 움직일 때, 강유진이 들어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요리도 할 줄 알아요?”“당연하죠.”진도하는 씻은 채소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썰기 시작했다.강유진은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진도하를 힐끗 보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요?”“괜찮아요.”진도하는 앞치마에 손을 닦은 다음 두 손으로 강유진의 어깨를 꼭 잡으며 말했다. “거실에 가서 텔레비전이나 봐요. 좀 이따 다 되면 부를게요.”강유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실로 향해 소파에 앉았다.진도하는 다시 부엌에서 채소를 썰기 시작했다.진도하가 한창 음식준비를 하고 있을 때, 강유진은 다시 부엌문 앞에 서서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니면… 내가 도와드릴게요.”“괜찮아요. 앉아서 쉬어요.” 진도하는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강유진은 부엌에서 나갔다.그러나 5분도 지나지 않아 강유진이 다시 부엌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그냥 여기서 도하 씨 도울래요. 나 혼자 거실에서 TV 보는 것도 지루해요.”강유진을 쫓아내봤자 무조건 다시 부엌으로 들어올 것을 진도하는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러면 저기 마늘이나 좀 까줘요.”그렇게 두 사람은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마음은 더없이 달콤했다.가끔 진도하는 강유진을 몰래 쳐다보기도 했고, 또 가끔은 강유진이 진도하를 몰래 훔쳐보기도 했다. 어쨌든 두 사람 사
차가 기주도에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은 쉬지 않고 한달음에 기주도의 강 씨 저택까지 왔다. 기주도의 강씨 가문은 기주도 4대 가문 중 하나로 재산은 놀라울 정도로 많고 권력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대단하다.강씨 가문의 저택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그 권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토지 면적만 2만 2천 평 이상인 저택 규모는 더없이 웅장했다. 진도하는 남진의 총수이자 신이지만 이렇게 호화로운 곳에 살았던 적이 없다.두 사람이 나란히 강 씨 저택으로 들어서자 문지기가 물었다. “누구십니까?”말투와 태도는 더없이 거만스러웠다.강유진은 문지기 하인을 흘끗 보고 말했다.“성운시 강씨 집안 강유진.”문지기 하인은 강유진의 이름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담담한 태도로 물었다. “누구 찾으세요?”“내가 누구를 찾는지 당신에게 보고할 필요가 있나요? 비켜요.” 강유진은 거만한 하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마디 쏘아붙였다.그러자 문지기 하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 강씨 저택에 소란 피우러 왔습니까?”누가 감히 이런 태도로 강유진을 대할 수 있겠는가? 고향 집에 오는 것조차 막으려고 하는 것에 강유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리 강씨 저택? 눈을 똑바로 뜨고 내가 누군지 똑똑히 보세요. ”하인이 강유진 말에 대답하려고 할 때, 누군가 집안에서 외쳤다. “누가 감히 강씨 저택 앞에서 소란을 피우나?”소리가 들렸던 곳에서 화려한 복장을 한 젊은이가 집안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대문 앞까지 걸어와 화를 내려 했으나 옆에 있던 강유진을 보고 살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유진 누나, 어떻게 왔어요? 미리 말이라도 하죠. 몰랐어요.”이렇게 말한 그는 바로 몸을 돌려 문지기 하인을 향해 호통을 쳤다. “멍청한 자식. 내 사촌 누나도 못 알아봐? 빨리 누나에게 사과해!”그러자 이 하인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고 못마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밥 안 먹었어? 목소리가 왜 이렇게
“그럼요. 설마 우리 유진 누나가 약혼하기로 한 거 모르시는 건 아니죠?” 강성호는 일부러 놀란 척했다.진도하는 마음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강유진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고 진도하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강성호는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 “허허… 설마 우리 누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죠?”진도하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강성호는 진도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기회가 없겠군요. 우리 유진 누나의 혼사는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이미 결정되었어요. 누구도 바꿀 수 없어요.”“그래요?” 진도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 부모님 사이의 약속 혹은 중매결혼 같은 이런 혼약은 이미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지 오래다.강성호는 진도하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자 고의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계속 말을 했다. “함부로 생각하면 안 돼요. 우리 누나의 혼약은 누나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그만해! 더 이상 말하지 마.” 강유진은 하던 생각을 멈추고 강성호를 향해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강성호는 혀를 내두르며 어깨를 한 번 들썩하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강유진은 강성호를 쳐다보지도 않고 돌아서서 문밖으로 나갔다. 이 모습에 진도하도 아무 말 없이 강유진을 따라 나갔다.강성호는 불 난 집에 부채질하듯 강유진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쳤다. “유진 누나, 화내지 말아요. 그리고 저녁에 같이 식사해요. 내가 할머니에게 얘기 잘할게요.”강유진은 아예 귀를 닫은 듯 강성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 강유진은 익숙한 길을 한 참 걸어 강 씨 저택에서 물려받은 한 채의 집 앞으로 왔다. 강유진은 익숙한 행동으로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진도하도 강유진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두 사람이 방으로 돌아온 후 그 누구도 먼저 말을 하지 않았고 분위기는 한 동안 매우 어색해 졌다.진도하가 아무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강유진은 이미 결혼할 상대가 정해졌다는 말이 진도하의 마음을 다소 불편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