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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그래도 결국에는 외국인들의 악기예요. 우리나라 사람이 그들의 악기를 배우는 게 체면이 서는 일인가요? 그래서 자랑스럽게 우리나라는 내놓을 만한 악기가 없다고 말할 건가요?”

송아영은 자조하듯 웃었다.

“해금은 고려 예종 때 우리나라에 들어와 개량, 제작되어 사용되었어요. 그리고 거문고는 삼국시대 고구려에서 만든 대표적인 악기로 긴 역사가 있고 많은 사랑을 받았죠.

거문고는 힘 있고 웅장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색을 띠고 있어요. 또 소리가 크고 우렁차며 강하면서도 부드럽죠. 서양 악기 중 거문고와 비슷한 음색과 가락을 가진 악기가 있나요? 첼로를 거문고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

첼로를 배우는 서양 음악 학생이 흠칫하더니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송아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나라 악기는 서양 악기와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왜 남에게 무시당해야 하죠?”

송아영은 무대에서 내려와 두 선생님에게 다가갔다.

“서양 악기가 민악보다 더 널리 발전할 수 있던 건 주관적 문화 측면에서 보면 듣기 좋아서고, 객관적 기술 측면에서 보면 과학 기술이 선진적이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죠. 당신들의 심미는 서양 음악 체계에서 길러졌으니 당연히 민악이 듣기 싫겠죠.”

잠깐 뜸을 들인 뒤 송아영은 손가락으로 그 여선생의 어깨를 힘주어 꾹 눌렀다.

“그래서 난 모든 사람이 민악을 좋아하길 강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악기를 폄하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

여선생은 몸을 살짝 떨었다. 그녀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

다른 학생들은 넋이 나갔다. 민악과 학생들이 박수를 치면서 감탄하자 그 여선생은 정신을 차린 건지 송아영을 밀쳤다.

“우리한테 그런 얘기 한다고 뭐가 달라져요? 그렇게 잘났으면 학원이 인정하게 만들어요. 우리 학원은 서양 음악만 중요시하는데 송아영 씨가 말 몇 마디로 그걸 바꿀 수 있을까요?”

여선생은 송아영의 어두워진 안색을 보면서 냉소를 흘렸다.

“중요한 공연이나 파티에서는 항상 우리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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