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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다음 날, 송아영은 육예찬의 널찍한 티셔츠를 입고 양반다리를 한 채로 소파에 앉아 누군가 옷을 가져오길 기다렸다.

초인종 소리를 들은 송아영은 기뻐하면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밖에 서 있는 여자가 명승희인 걸 확인하자 송아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왜 명승희 씨가 온 거예요?”

명승희는 송아영을 훑어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좋네요. 결혼해서 동거 시작한 거예요?”

송아영이 문을 닫으려는데 명승희가 그녀보다 한발 앞서 문을 잡았다.

곧이어 그녀는 고가 브랜드 옷을 송아영의 품에 안겨주며 말했다.

“받아요. 예찬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명승희는 웃으면서 선글라스를 끼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 송아영은 그곳에 몇 분 동안 굳어 서 있다가 쇼핑백을 바닥에 던지며 씩씩거리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육예찬! 널 죽이지 않으면 내 성을 바꾸겠어!”

한바탕 화풀이한 뒤 송아영은 말없이 쇼핑백을 주웠다. 옷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았다.

차 안으로 돌아온 명승희는 육예찬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육예찬은 옷을 보냈냐고 물었다.

“보냈어. 다음번에는 심부름시키지마. 좋은 일 했는데도 좋은 얘기 못 듣고 심지어 오해받을 뻔했잖아.”

“제대로 설명 안 했어?”

“내 설명이 귀에 들어가겠어? 네가 알아서 달래.”

“나 오늘 학원에 일찍 나왔는데.”

“미친. 육예찬, 너 내 데이트 방해했어! 네가 돈이라도 줬냐?”

“상대방이 입금했습니다.”

클릭해 보니 20만 원이 입금되었다.

로열 음악 학원.

송아영은 비싼 원피스를 입고 학원으로 향했다. 솔직히 얘기해서 그 옷은 그녀에게 무척 잘 어울렸다.

하지만 육예찬이 명승희에게 옷을 보내라고 한 걸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빌어먹을 자식, 나만 그곳에 가봤다고 했으면서. 명승희 씨도 그 주소를 알고 있었던 거잖아? 역시 남자의 말은 믿는 게 아니야!”

송아영이 민악과 사무실로 향하는데 여선생 몇 명이 그녀의 길을 막았다.

“송아영 씨, 송아영 씨 너무 건방진 거 아니에요?”

송아영은 의아했다.

“무슨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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