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강인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저녁, 송아영은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고, 저녁도 먹기 싫었다. 육예찬이 저녁을 준비한 후,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침대 옆으로 와 그녀를 안아 올렸다. 송아영은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투덜거렸다. “입맛 없어.”그는 그녀를 식탁으로 데려갔다. “입맛이 없어도 좀 먹어야지, 널 하루 종일 굶기고 싶지는 않아.” 송아영은 그를 끌어당겼다. “나 해고된 거야?” 육예찬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문지르며 몸을 숙여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아니, 내가 경찰에 조사 맡겼어.” 송아영은 깜짝 놀랐다. “경찰에 맡겼다고?” 육예찬은 국 한 그릇을 떠 그녀 앞에 놓았다. “경찰 쪽이 더 믿을만 해. 경찰이 너의 결백을 증명해야 그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어.” 송아영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너무 약한건가?” 육예찬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약하지 않아, 강해.”“놀리지 마.” 송아영이 얼굴을 돌리고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난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도 성연이처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육예찬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너가 굳이 뭘 할 필요 없어.너는 나만 믿으면 돼. 평생 나한테 의지해도 좋아.”송아영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진지하게 말했다. “안돼, 매번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수는 없어.내일 남은서를 보러 가야겠어.” 육예찬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고, 결국 동의했다. 다음 날, 송아영이 병원에 도착했다. 남은서는 그녀가 온 걸 보고 남몰래 웃었다. “정직이라고 들었어요.” 송아영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남은서는 침대에 기대어 의기양양한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말 했잖아요, 사람들은 약자 편이라고. 지금 사람들 눈에 나는 죄 없는 피해자고, 송아영 씨는… 악랄한 가해자죠.” 송아영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만족해요?” “내가 이걸로 만족하겠어요?” 남은
경찰은 교장을 찾아가 중재하였다. 교장은 진상을 파악한 뒤 대응을 시작했고, 이날 녹취록이 학원 홈페이지에 공개되자 학원생들은 깜짝 놀랐다. 남은서는 퇴원하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책상은 이미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위에는 사직서가 놓여져 있었다. 몇몇 여교사는 그녀를 보며 손가락질했다. “사람 좋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뒤에서 일을 벌일줄은 몰랐네.”“전에 계속 아영 씨를 의심한게 너무 미안해요. 저 사람 저렇게 된 것도 다 자업자득이죠.” “전에 학원에 재학 중이었을 때도 심보가 고약했다더라고. 육예찬한테 밉보인 것도 어쩌면 당연한 거지.” “......” 남은서는 자신에 대한 뒷담화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손이 떨렸다. 그녀는 긴 시간을 들여 연약한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그녀는 간신히 음악 학원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이 모든게 명승희와 송아영 때문에 망쳐버렸다. 그들이 그녀의 앞길을 막은거다! 남은서는 책상 위의 물건들을 챙기고 종이 상자를 안은 채 사무실을 떠났다. 평소 그녀를 좋아하던 학생들도 모두 그녀를 외면했다.남은서는 종이 상자를 아래층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 선생님, 저남은서예요… 저 결정했어요. 제가 선생님의 애인 중 한 명이 되겠어요.”상대방은 코웃음을 치며 천천히 술잔을 비웠다. “전에 애인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이렇게 빨리 생각을 바꾸다니.” 남은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애인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했을 뿐이었다. 여준우가 어떤 사람인가. y국의 재정 왕자로, 그녀 주변에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고귀한 사람이다. 그는 미혼이고, 공식적인 여자친구도 없다. 하지만 그의 애인들은 각 나라에 퍼져 있고, 나라마다 다른 여성들이 그의 곁을 지켰다. 그는 여자에게 돈을 쓰는 데 인색하지 않았고, 감정도 명분도 주지 않았다
여준우은 술병을 내려놓고 한쪽으로 밀어둔 채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진행한 z국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재욱은 멈칫하더니 눈살을 삐푸렸다. “그 프로그램에 관심 있으신가요?” 여준우는 앞으로 몸을 약간 기울였다. “페르시아만 연안입니다. Y국과 z국을 연결하는 해역 교통지이죠. 한 선생님은 안목이 좋으시니 해역 교통이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겠죠. 이런 고급 정보라면, 저도 당연히 관심있죠.” 한재욱이 웃었다. “다들 여 선생님의 투자 안목이 뛰어나다고 하더니, 제 프로젝트가 선생님 눈에 들지는 몰랐습니다.” 여준우는 팔을 팔걸이에 얹혔다. “저도 공짜로 받고 싶지는 않아요, 10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한재욱의 눈빛이 흔들렸다. 여준우가 큰 돈을 투자할 정도의 프로젝트라면, 페르시아만 연안이확실히 전망이 좋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하나와 아이의 행방을 맞바꾸는 거라면, 제가 손해 아니겠습니까.”여준우가 미소를 지었다. “공사도 5년 정도 걸리고 중간 중간 유동 자금이 필요할텐데, 한 가에서도 그런 일들이 생기니, 자금적인 문제도 결코 무시할 수 없죠.”한재욱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말이 맞았다. 한 가가 이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뒤에 있을 프로젝트에 있어 재정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그도 최근 두 달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되었고, 동임그룹과도 계약을 맺었다. 만약 오늘 여준우가 해당 프로젝트를 인수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이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내일 계약서를 보내드릴 테니 여 선생님께서는 그 아이를 데려오시죠.” 여준우는 그를 올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입니다.” 한재욱은 멈칫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입니까?” 여준우도 따라 일어섰다. “제가 모시고 아이를 보게 해 드리죠. 그럼 알게 되실 겁니다.” 차는 블랑 마을을 향했고 마을의 작은 요양원에 도착했다. 한재욱은 여준우와 경호원를 따라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원장이
그녀는 한태군을 껴안고 울며 말했다. “엄마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 지 알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한태군은 그녀에게 힘없이 안겼다. 눈빛은 공허했고 한 가와 부모님에 대한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 부인은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천천히 그를 놓아 손바닥으로 뺨을 어루만졌다. “태군아?” 한희운이 한재욱을 바라보았다. “삼촌, 태군이 왜 이래요?” 한재욱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기억을 잃었어.” 한희운이 흠칫했다. 한 부인은 눈물을 떨구었다. 떨리는 몸으로 한태군을 안아주었다. “괜찮아, 돌아왔으니 됐어. 천천히 기억이 돌아올거야.” ...... 서울시. Soul 주얼리 회사. 강성연은 주얼리 디자이너로 지원한 사람들의 이력서를 훑어보았다. 그들의 포토폴리오도 포함되어 있었다. 옆에서 이율이 그녀의 망설임을 알아차렸다. “대표님, 작품이 맘에 안드세요?”강성연은 턱을 괴고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만족스럽지는 못하네. 뭔가 부족한 것 같아.”글씨체를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듯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에는 많은 노력이필요하고, 인내심 역시 필요하다. 그녀가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조건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대담하고 세심하며 창의성을 가지고 자신의 개성을 녹여 낼 줄 알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색깔, 음영, 골동품 보석을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넘겨 받은 작품들 중에서 어느 하나도 그녀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율은 그 작품들을 집어 들고 쳐다보았다. “하지만 저는 꽤 괜찮은 것 같아요.” 강성연이 웃었다. “너가 보기에는 괜찮아도, 내가 원하는 영혼이 되기에는 부족해.”이율이 의아해했다. “영혼이요?” 강성연이 여러 장의 설계도를 바라보았다. “이 주얼리들은 모두 흔한 스타일이고, 창의성이 부족한 건 말할 것도 없어. 디자인이 거칠고 간략하고, 배색 문제도 있지. 컬러를 사용한 주얼리의 메인 컬러는 절대 다른 컬러들에게 밀리면 안돼.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시각 밸런스가 깨지고 정신 없이 복잡해져서 디자인
“아니에요.” 안예지가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 앉았다. “아빠, 사실 전 음악 학원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안지성은 당황했다. 안예지가 계속 말했다. “사실은 아영이가 음악적으로 저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대회 때 탈락할 각오가 돼 있었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제서야 그 일로 송아영이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안지성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예지는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응원해 주실 거죠?” 그는 멈칫 하다 활짝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아빠는 너를 항상 응원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리자 그는 화면에 뜬 외국 번호를 보고 전화를 받았다. “한 선생님?” 한재욱은 그와 무슨 말을 하자 안지성이 순간 멈칫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프로젝트에서 빠지시겠다고요?” “네, 하지만 안심하세요. 여진우 씨가 이어서 맡으시기로 했으니, 프로젝트는 분명 성공할 겁니다.” 한재욱과 그가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고, 통화가 종료되었다. 그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한재욱이 페르시아만 프로젝트에서 빠지고 여준우가 이어받는다? 여준우라는 이름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y국 재정 여가의 왕자. 여러 나라에서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재력과 능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가 한재욱을 대신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줄은 몰랐다. 과연 여준우와 잘 진행 할 수 있을지… 저녁, 블루 오션 별장. 강성연은 침대에 엎드려 노트북을 보고 있었고, 발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송아영이랑 문자를 주고 받고 있었다. [안예지가 이력서 넣었다고? 동명이인 아니야? ] [안예지 맞아. 이력서에 사진도 안예지였어]. [헐… 안예지가 주얼리 디자인 할 줄은 몰랐네.]강성연은 문뜩 생각에 잠겼다. 순간 뒤에서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녀가 놀라서 몸을 돌리자 눈앞은 흐려지며 따듯한 입술의 온기가 그녀를
그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매형 입니다.” 강성연은 다급하게 물었다. “강현이가 정말 절도를 저지른 건가요? 확실하신 거예요?” 경찰관은 난감해했다. “가방에서 도난당한 사람의 귀중품 시계가 발견되었고, 자세한 내용은 현재 조사 중입니다.” 강성연이 급히 취조실로 들어갔다. 강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시계는 내가 훔친 거 아니야.” 강성연이 그를 보았다. “나도 너가 훔쳤다고 생각 안 해. 근데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강현은 손을 꽉 쥐엇다. “편집장님 조수가 나한테 주려고 한거야.” 그는 이를 꽉 물었다. “회사에서 그 사람이 편집장 와이프 분이랑 바람피우는 걸 봤어. 시계로 날 매수하려 한거야. 어디가서 말 하지 말라고. 난 알겠다고 하지도 않았고, 시계도 받지 않았어. 근데 내 가방에서 그 시계가 나온거야.” 강성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건 분명 계획된 함정이다. 그녀는 이마를 짚었다. “그니까, 너가 그 일을 본 걸 그 사람한테 들켰다고?”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연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쩌다 들킨건데?” 강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난 그 여자가… 내가 들어가서 막았어.”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사람이 편집장 아내일줄 내가 어떻게 알겠어.” 강성연은 한숨을 참지 못했다. 그가 이런 일에 휘말린 것도 당연했다.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불륜은 모두가 쉬쉬하고 있었다. 직장인들은 이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고 일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다들 퇴근하기 바쁜데, 강현만 우직하게 굴다 휘말린 것이다. 하지만 강현을 탓할 수는 없다. 강현은 단지 의로운 일을 했을 뿐이다. 반지훈은 복도 밖에 서서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후 그가 안으로 들어왔다. “가자, 패션 잡지사의 편집장이 이 일을 알아볼거야.” 강성연이 그를 바라보았다. “회사 편집장한테 연락했어요?” 반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내가 강현이 매형인데, 이정도도 못해주겠어?” 강현은 천천히 일어섰다. “정말 돌아
하지만 편집장이 그를 지켜줄 줄은 몰랐다. 설마 편집장이 뭔가를 알고 있는 걸까? 이 생각을 하니, 그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편집장이 사람을 시켜서 CCTV를 확인하려 하자, 유 조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결…결국 오해였으니 그만 하시죠.” 옆에 있던 직원들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했다. 강현은 그를 보았다. “왜 CCTV를 확인하지 않으시려는 거죠? 저는 어제 당신 때문에 경찰서에 갔습니다. 이렇게 끝나면 저는 억울하죠. CCTV로 저의 결백을 증명해야 합니다.” “당신…” 유 조수의 눈은 분노로 타올랐고, 그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제가 오해 했습니다, 사과드리죠.” 강현이 미소를 지었다. “유 조수님이 오해하셨다고 하니, CCTV는 확인하지 않겠습니다.” 회의가 끝난 후, 유 조수는 강현을 비상 계단으로 불렀다. 그는 강현의 멱살을 잡고 이를 갈았다. “너 이새끼, 편집장님한테 일렀냐?” 강현의 표정은 침착했다. “편집장님께 뭘 일렀다는 거죠?” 그의 웃음은 유 조수를 자극했고, 유 조수는 그를 노려보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척 하지마. 너가 편집장한테 이르지 않고서야 왜 널 다시 회사로 불러들였을까?” 강현이 어깨를 으쓱댔다.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어쨌든 시계는 당신이 저한테 뒤집어씌운 거고, 편집장님께는 아직 말씀 안 드렸어요.” 유 조수는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켰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경고하는데, 회사에 계속 남고 싶으면 함부로 입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 회사 못 다니게 만들테니.” 유 조수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문을 열고 떠났다. 강현은 천천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CCTV 영상을 단체방에 전송했다. 그의 누나인 강성연이 말했었다. 만약 유 조수의 사과하는 태도가 진실되고 깍듯하며, 더 이상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는 강현에게 빚을 하나 진 것이고 나중에 언제가는 도움이 될 거라고. 하지만 유 조수의 여전히 오만한 태도
강현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할 기회를 드렸는데, 원치 않으셨잖아요.” 유 조수는 화를 내다 못해 웃었다. “나보고 너 같은 애송이한테 사과하라고?” 그의 손에 힘이 실렸다. “너 지금 꿈꾸냐? 넌 너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강현은 그의 손을 비틀었고, 그가 허둥대는 사이 옷깃을 정리했다. 그의 행동은 유 조수를 당황하게 했다. 강현이 그에게 다가갔다. 유 조수보다 강현의 키가 훨씬 컸고, 그 기세에 압도되었다. “내가 누군지 당신은 알 필요가 없죠.” 그는 손을 들어 유 조수의 뺨을 두드렸다. “유 조수님, 저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실패하셨으니, 포기하세요. 저는 당신의 일을 알고 있으니 저와 잘 지내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비밀을 제3자가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너… 너가 감히 날 협박해?” 유 조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도 강현의 앞에 서니 한없이 약해졌다. 강현은 미소 지었다. “유 조수님, 신입사원이라고 해서 조수님이 협박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절 협박하기엔 한참 멀었고요.” 말을 마친 후, 그는 유 조수를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서서 작업실로 갔다. 유 조수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고,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같은 시각, soul 주얼리 회사. 강성연은 강현의 전화를 받았고, 유 조수의 약점이 확실히 그에게 잡혀있다는 걸 들었다. 그는 강성연에게 물었다. “누나, 이게 먹힐 거라고 어떻게 알았어?” 강성연은 손에 든 펜을 돌리면서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이 현재 직장을 지키고 싶고 너의 정체와 신분을 알기 전이라면 함부로 손쓸 수 없을거야. 어쨌든 너 같은 신입이 그 사람 머리 위에 있고 약점을 쥐고 있으니, 그 사람이 아무리 분해도 참을 수밖에 없지.” 강현은 곰곰히 생각하다 말했다. “근데 나는 그 사람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아. 그 사람은 편집장도 안중에 없는 걸.” “그 사람이 편집장을 안중에 두지 않는 건 편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