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할 기회를 드렸는데, 원치 않으셨잖아요.” 유 조수는 화를 내다 못해 웃었다. “나보고 너 같은 애송이한테 사과하라고?” 그의 손에 힘이 실렸다. “너 지금 꿈꾸냐? 넌 너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강현은 그의 손을 비틀었고, 그가 허둥대는 사이 옷깃을 정리했다. 그의 행동은 유 조수를 당황하게 했다. 강현이 그에게 다가갔다. 유 조수보다 강현의 키가 훨씬 컸고, 그 기세에 압도되었다. “내가 누군지 당신은 알 필요가 없죠.” 그는 손을 들어 유 조수의 뺨을 두드렸다. “유 조수님, 저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실패하셨으니, 포기하세요. 저는 당신의 일을 알고 있으니 저와 잘 지내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비밀을 제3자가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너… 너가 감히 날 협박해?” 유 조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도 강현의 앞에 서니 한없이 약해졌다. 강현은 미소 지었다. “유 조수님, 신입사원이라고 해서 조수님이 협박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절 협박하기엔 한참 멀었고요.” 말을 마친 후, 그는 유 조수를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서서 작업실로 갔다. 유 조수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고,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같은 시각, soul 주얼리 회사. 강성연은 강현의 전화를 받았고, 유 조수의 약점이 확실히 그에게 잡혀있다는 걸 들었다. 그는 강성연에게 물었다. “누나, 이게 먹힐 거라고 어떻게 알았어?” 강성연은 손에 든 펜을 돌리면서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이 현재 직장을 지키고 싶고 너의 정체와 신분을 알기 전이라면 함부로 손쓸 수 없을거야. 어쨌든 너 같은 신입이 그 사람 머리 위에 있고 약점을 쥐고 있으니, 그 사람이 아무리 분해도 참을 수밖에 없지.” 강현은 곰곰히 생각하다 말했다. “근데 나는 그 사람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아. 그 사람은 편집장도 안중에 없는 걸.” “그 사람이 편집장을 안중에 두지 않는 건 편
강성연과 이율이 디자인 기획 부서 앞에 도착했다. 부장이 안예지를 데리고 부서를 소개하는 걸 보았다. 안예지는 부장의 뒤에 서있었다. 비록 부잣집 딸이었지만 soul 주얼리 회사로 출근한 그녀는 얌전했으며, 옷도 단정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아니었고 어떤 비싼 악세사리도 착용하지 않았다. 부장이 그녀에게 말을 걸며 소통했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한 표정이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안예지의 인품은 매우 훌룡했다. 그것은 보통의 명문가 딸들이 가진 응석받이 같은 성격과는 달랐다. 부장은 강성연을 보고 웃으며 다가왔다. “대표님.” 안예지는 강성연을 보고 역시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강성연도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첫 날인데, 익숙해지셨나요?” 안예지는 잠시 멈칫 하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걱정마세요, 금방 적응 하겠습니다.”강성연은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 “그럼 믿고 있겠습니다.”안예지는 그녀를 병원에서 본적이 있었고, soul 주얼리 회사에서 다시 만나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미 여러 차례 soul 주얼리 회사에 관한 모든 자료를 훑어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강성연에게 존칭을 썼고, 송아영과의 친분이나 동임 그룹의 딸이라는 신분으로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역시 안예지는 다른 부잣집 딸들과 달랐다. 이렇게 친화적이고 시원시원한 성격은 미움을 사기 힘들다. 안예지는 부장을 따라 떠났고, 강성연은 이율에게 물었다. “어떤 거 같아?” 이율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제 생각에 안예지 씨는 품행이 단정하시고 친절하신 것 같아요.” 강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키우면 앞으로 훌륭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될지도 모르겠어.” 안예지의 뛰어난 재능이라면, 5년 안에 훌룡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문제 없어 보였다. 이틀 후. 서울의 고급 레스토랑. 식당 전체가 대절되었고 십여 명의 종업원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식당 매니저는 고개를 숙인 채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아 있
여준우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아무래도 나중에 한 인물 할 것 같다. 우리 여씨 집안이랑 엮이는 것도 나쁘진 않아보여. 언젠가 아들이나 딸 하나 낳으면 그애랑 형제를 맺게 하거나 결혼시키면 손해 볼 것은 없어보여.” 반지훈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했다. “그럼 미리 축하해.” 여준우는 잠시 멈칫하고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 “너네 딸이 그 녀석이랑 나이가 비슷하니, 먼저 찜해 놓는게 좋지 않겠어?” “관심 없어.” 반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우리 딸은 평생 결혼 안 해도 내가 키울 수 있어.” 여준우가 웃었다. “그건 모르는 거지.” 웨이터가 요리를 식탁에 올렸고, 여준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가 화면을 보고 휴대폰을 경호원에게 건네주었다. “여자를 처리해.” 경호원이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전화를 받아 들고 나가 전화를 받았다. 한편, 경호원이 전화를 받자 남은서는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처음에는 여준우 먼저 그녀에게 접근하더니, 이제는 그녀가 건 전화조차 남을 시켜 받으라 하다니! 여준우가 원래 잘생기고 다정해 여자에 대한 관심이 오래가지 못한 다는 걸 알았으면 애초에 이 밀당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른 남자들은 밀당에 넘어왔다. 남자들은 자신이 함부로 못하는 여자가 끌리기마련이니까. 하지만 여준우 같은 신분의 남자에게 밀당을 하면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모른 그녀는 무척 후회했다, 그는 여자를 수없이 만나 봤을테니 밀당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같은 수법을 그에게 쓰면 그는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남은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가 다음 단계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생각하던 중, 한 어린 소녀와 부딪혔고 휴대전화는 바닥에 떨어졌다. 강유이는 아픈 소리를 내며 뒤로 넘어졌다. 남은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아이 옷이 전부 명품인 걸 보고는 꾹 참았다. 그녀는 친절한 미소로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꼬마야, 괜찮니?” 그리고 그때 송아영이
남은서가 주먹을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그녀가 보기에 송아영은 그녀를 조롱했고, 그녀를 비웃었다!그들이 그녀 옆을 지날 때, 남은서는 싸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팔찌를 풀어 강유이의곁으로 다가가 소리 없이 그녀의 후드에 팔찌를 넣었다. 그리고 갑자기 소리쳤다. “내 팔찌가 없어졌어!” 뒤에서 나는 소리에 송아영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남은서는 억울한 표정으로 로비 매니저에게 팔찌를 잃어버렸다고 말했고, 시선이 송아영을 향했을 때 무언가가 생각난 듯 그녀를 가리켰다. “저 여자가 데리고 있는 두 아이, 방금 저 여자애랑 내가 부딪혔어요. 저 여자애가 가져간 것이 틀림없어요.” 로비 매니저가 종업원에게 가보라고 했다. 종업원은 송아영을 향해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 아가씨께서 팔찌를 잃어버렸다고 하셔서 죄송하지만 두 아이를...” 송아영은 순간 깨달았다! 이건 또 함정이다! 종업원은 강유이를 검사 하려했고, 강해신은 그를 막아서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아저씨, 제대로 생각하셔야 해요. 만약 제 동생이 팔찌를 훔친 게 아니라면, 책임 지셔야 합니다.” 종업원은 순간 멈칫 하였다. 아이가 이런 위압감을 갖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남은서는 종업원이 몸 수색을 하지 않자 앞으로 다가가 강해신에게 손을 뻗어 그를 밀치고 강유이를 끌어당겼다. 송아영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남은서 씨, 정말 뻔뻔하시네요. 이렇게 아이한테 누명을 씌우다니!” “누명인지 아닌지는 찾아보면 알겠죠?” 남은서는 강유이의 후드를 뒤집었다. 보랏빛 다이아몬드 팔찌가 강유이의 후드에서 떨어졌다. 강해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로비 매니저는 허리를 굽혀 팔찌를 집어들고 남은서에게 물었다. “이건가요?”남은서는 팔찌를 받고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이거예요.” 그 후 송아영과 강해신, 강유이를 쳐다보았다. “당신 송 가네 아이들은 어렸을 때 교육을 잘 못 받았나봐요, 도둑질이나 하고. 이 팔찌가 증거니까 변명하려 하지 마요.” 강해신은 팔
“뭔 헛소리야!” 남은서의 안색이 바뀌었다. 저 녀석이 어떻게 이 다이아몬드가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이 다이아몬드 팔찌는 그녀가 산 모조품이었다. 비록 진짜는 아니지만, A급 짝퉁이라 백만원은 줬다! 송아영은 그녀를 무시한 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리 해신이 대단하네.”로비 매니저는 깜짝 놀라 아이를 쳐다보았다. “이 다이아몬드가 진짜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았니?”다들 전혀 구별하지 못했다. 강해신은 콧방귀를 뀌고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우리 엄마가 주얼리 디자이너예요. 그래서 다이아몬드를 만져본 적이 있어요. 예전에 엄마한테서 들은 적도 있고요.” 그는 진지하게 분석했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자연에서 나오는 가장 단단한 돌로, 사포로 다듬어도 흔적이 남지 않죠. 제가 방금 밟은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야 정상이예요. 근데 이것 좀 보세요.” 그는 다이아몬드 팔찌를 눈앞에 내밀었다. “몇 번 밟았더니 긁힌 자국이 생겼잖아요. 이건 분명 가짜예요.” 로비 매니저는 팔찌를 받아 들고 자세히 보았고, 종업원이 후레쉬를 비춰보니 표면이 매우 뚜렷하게 보였다. 정말로 긁힌 자국이 있었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누구나 알다시피 가장 단단한 물건이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부서졌으면 부서졌지 몇 번 밟았다고 해서 긁힌 자국이 생길 리는 없었다. 남은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고 다이아몬드를 빼앗으며 이를 갈았다. “진짜든 아니든, 너희는 물건을 훔친거야. 게다가 진짜가 아니여도 네 여동생이 이 팔찌가 예쁘다고 생각했을 수 있고, 일부러 나한테 부딪힌 후 가져간 걸 지도 모르잖아!” 강유이는 한숨을 쉬며 질색했다. “아줌마, 제가 이쁜 팔찌가 없는 것도 아니고, 무슨 근거로 제가 훔쳤다고 하시는 거예요? 게다가 제가 팔찌 훔쳐서 후드안에 넣은건 어떻게 아셨어요? 알고 뒤집으신 거 아니에요?” 남은서는 다급하게 변명했다. “그.. 그야 뭐 후드에 주머니가 있었으니까!” 그녀는 말을 마치고 로비 매니저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저는 여기 손님으로 온
로비 매니저는 반지훈을 보는 순간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하필 회장님의 아이였다니! 남은서는 당황했다.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외모가 매우 준수했고, 분위기는 차가웠으며, 비싼 맞춤 양복을 입고 주름 하나 없이 반듯했다. 이런 사람이라면 분명 부자 아니면 귀하신 분일 거다. 송아영은 반지훈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훈 씨, 여기 계셨네요. 마침 잘 오셨어요. 유이가 괴롭힘을 당하다 울 뻔 했어요.” 로비 매니저는 종업원을 밀치고 앞으로 가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따님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 남자가 서울에서 명성이 자자한 그 반 회장이라니! 남은서는 잠시 휘청거렸다. 얼굴엔 혈색이 없었고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반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남은서는 당황했다. 그는 그저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그의 기세에 압도당해 어깨를 떨었다. “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시군요.” 반지훈의 눈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그는 연희승에게 말했다. “한 대 쳐.” 연희승은 원래 여자를 때리지 않았으나 회장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남은서에게 다가가 남은서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뺨을 때렸다. 남은서는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가 윙윙거리고 머리카락은 아래로 흘러내렸고 뺨은 약간 부어올랐다. 송아영은 남은서가 세게 맞은 걸 보고 아프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싸다 생각했다. 그러게 왜 입을 함부로 놀렸을까. 반지훈 딸을 도둑으로 몰다니. 강성연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만약 강성연이 있었다면, 연희승이랑은 비교도 안되게 당했을 것이다. 반지훈은 바닥에 쓰러진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다음부터는 입 조심하세요.” 그는 강유이와 강해신을 데리고 떠났다. 로비 매니저와 종업원이 머리를 숙여 공손히 배웅했다. 송아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비참한 남은서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서 떠났다.남은서가 반지훈의 미움을 샀기에 로비 매니저
“이 프로젝트의 발전 가능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여준우는 다리를 꼬고 편한 자세로 앉았다. “페르시아만 프로젝트는 막대한 투자, 긴 공사 기간, 그리고 많은 유동 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재정적 위험 가능성도 제거해야 하죠. 한 선생님은 지금 신경 쓰실 겨를이 없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어떠한 문제도 생기는 것을 원치 않으세요.”“회장님의 회사도 이 프로젝트에 많은 달러를 투자하셨고, 예정대로 완공하지 못하면 엄청난 손실입니다. 페르시아 섬이 황폐해지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가는 걸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제가 이어서 하는 편이 더 낫죠.”안지성의 머뭇거림을 보고 여준우는 찻잔을 들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안 선생님, 제가보장해 드리죠. 페르시아만 프로젝트는 어떠한 문제도 없을 겁니다.” 안지성이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여 선생님의 조건은 뭐죠?” 여준우는 천천히 차를 마셨다. 그는 손끝으로 찻잔을 매만졌다. “제 조건은 간단합니다. 앞으로 있을 동임 그룹 해외 프로젝트에 저를 우선 순위로 고려해 주세요.” 안지성은 당황했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 선생님, 선생님 정도의 위치라면 TG 그룹을 먼저 생각해 보실텐데요.” 여준우는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런거 상관없이 저는 그저 제 눈에 든 사람과 협업합니다.” 반지훈 그 “악덕 상인”과 협업을 하라니, 반지훈이 뒤통수를 치도록 가만둘 리가… 협업은 절대 안 될 일이다, 평생. 그는 안지성에 대해 조사했다. 안지성 역시 보기 드문 똑똑한 사람이다. 성격이 둥글지는 않아도 꼼수를 부리지 않고 당당하며, 금융 시장에 대한 안목이 뛰어났다. 게다가 젊었을 때 영황 엔터테이먼트에서 알아주던 브로커로 활동해 연예계에도 인맥이 많았다. 이런 사람과 사업을 하면 그는 상대방이 어떤 꼼수를 쓰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전혀 재지 않는다. 그게 그가 동임 그룹을 선택한 이유다.여준우는 경호원에게 서류를 가져오라고 손을 흔들었고, 경호원은 서류를 안지성 앞에 두었다. “안 선생님
해신이 고개를 들었다.“아빠 저희가 말썽을 일으켰는데 화 안 내세요?”반지훈이 피식 웃었다.“내가 왜 화를 내겠어.”그가 커피를 내려놓았다.“너희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 가장 좋겠지만, 해결하지 못해도 이 아빠가 있는걸.”강유이가 그의 곁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팔을 붙잡고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아빠가 화를 내시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오늘 오빠가 저를 도와줬어요. 그 나쁜 여자가 가짜 다이아로 저를 모함하지 뭐예요. 누군 다이아가 없는 줄 아나.”반지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이 계집애가 은근히 자신한테 뭔가 다른 걸 어필하는 듯한 기분이 들지?두 아이가 위층으로 올라간 후 희승이 황급히 밖에서 걸어 들어와 반지훈 앞에 멈춰 섰다.“대표님 방금 희호 형한테서 전화 왔는데 큰 어르신이 쓰러지셨답니다.”반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아버지는 알고 계셔?”희승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계십니다. 어르신께서는 이미 아침에 S 국으로 출발하셨습니다.”반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서 내일 S 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 두 장 예매해.”희승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저녁 무렵 노을에 의해 새빨갛게 물든 구름들이 온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블루 오션에 돌아온 강성연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으며 반지훈이 이미 돌아왔음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문을 열고 안방에 들어서다 반지훈이 옷을 정리하며 가방에 짐을 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디 가려고요?”“S 국에.”반지훈이 옷을 개며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쓰러지셨어.”그녀가 얼어붙었다.“네?”그러다 곧바로 옷장으로 걸어가더니 장문을 열며 말했다.“나도 함께 가요.”반지훈이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당신 옷도 이미 정리해 넣었어.”“이렇게 빨리요?”그녀는 다시 한번 놀라 얼어붙었다. 고개를 돌리니 자그마한 트렁크가 그의 검은색 트렁크 옆에 가지런히 세워져있었다.“빨리?”반지훈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손을 뻗어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빨리 뭐?”강성연은 반
”유이야.”조민과 소찬이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오늘 너무 예쁘다!”강유이가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조민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이건 나와 소찬 씨가 축하의 의미로 권하는 거야. 너와 한태군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래.”강유이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저도 선배와 소찬 씨의 앞날에 행복할 일만 가득하길 바랄게요.”곧이어 남우와 반재언이 다가왔다. 두 사람의 뒤에는 진예은과 반재신 그리고 강성연과 반지훈까지 있었다.강성연이 유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오늘 우리 유이 너무 잘했어!”그녀가 미소 지었다.“진짜요?”반지훈이 말했다.“우리 딸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어. 넌 우리의 자랑이야.”강유이가 한 떨기 꽃처럼 어여쁘게 미소를 지었다.한태군이 그들 쪽으로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아버님, 어머니, 두 분께서 유이를 제가 주신 것에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이 잔 올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었다.“네놈 운 좋은 줄 알아!”그가 술잔을 들고 한태군이 내민 잔에 부딪혔다.“앞으로 내 딸한테 정말 잘해줘야 해.”한태군이 강유이를 바라보았다.“걱정 마세요. 제 생에 여자는 오직 유이 한 사람뿐입니다.”강성연도 미소 지었다.여준우와 진예은의 아버지도 인사를 건네러 다가왔다. 그들과 함께 정연 여왕과 한희운도 다가왔다. 여준우가 말했다.“아직 의식 하나 남았지?”강유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남은 의식이 또 있어요?”그가 말했다.“베란다에서 하는 세기말 키스가 남았잖니. 너희 아직 그거 못했어.”한희운이 웃으며 말했다.“여준우 경, 어째 가족들보다 경이 더 조급해 하는 것 같습니다.”여준우가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전설 속의 세기말 키스. 우리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 장면을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군요.”그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남우가 의문스러운 듯이 물었다.“세기말 키스가 뭐야?”반재언이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오래전 첫 번째
웨딩카가 지나가야 했기에 궁에서부터 대성당까지 가는 길에 기타 차량은 통행을 금지 시켰다.강유이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길에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 성대하고 엄청난 장면을 구경하러 몰려든 것이였다.그녀의 곁에 앉아있는 한태군은 네이비 더블 버튼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늠름해 보였다. 어깨에는 성 패트릭 훈장과 로열 빅토리아 훈장 등 여러 훈장이 달려있었다.그가 강유이의 손을 잡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에서 땀이 나는데?”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긴장돼.”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내가 있잖아. 긴장할 것 없어. 마음을 편하게 가져.”강유이의 시선이 그가 입은 제복으로 향했다.“이 옷 오빠한테 너무 잘 어울린다!”한태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 신부도 오늘 너무 아름다워.”성당에 도착하자 한태군은 강유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 한희운과 함께 여준우, 진예은의 아버지 등 황실 성원들 그리고 내각 대신들까지 함께 성당 서쪽 문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 있는 광장에는 이미 수천 명의 초대 관객들이 몰려있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웅장했다.여준우가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고, 결혼식도 전부 라이브로 방송되겠는데 유이 그 계집애 아마 지금쯤 우리보다 더 긴장하고 있겠죠?”진예은의 아버지가 그를 바라보았다.“하하. 내 눈에는 네가 더 긴장한 것 같은데?”그가 웃으며 말했다.“황실 결혼식은 처음이라서요.”열한 시 반이 되자 정연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신랑 한태군 일행이 도착할 때까지 대표로 성당에서 각 귀빈들과 인사를 나눴다.남우가 반재언 곁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저분이 바로 여왕 폐하셔? 엄청 예쁘시다. 나 실제로 처음 봐.”반재언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나도 처음 뵙는 거야.”“뭐?”남우가 깜짝 놀랐다.“그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어?”“재신이
”참 형수님은?”소찬이 묻자 반재언이 대답했다.“지금 아버님 모시고 돌아다니고 있어. 나도 이제 가야겠네. 두 사람 편히 쉬고 있어요.”반재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떠났다.소찬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와이프가 생기더니 변했어!”“하하. 당신은 뭐 재언 씨와 다른 것처럼 말하네요.”조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찬도 얼른 잔을 놓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잠깐만요. 왜 나 버리고 혼자 가요! 같이 가요.”강성연과 지윤이 룸에서 나와 걸어가다 마침 복도에서 반지훈과 희승과 마주쳤다. 희승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오랜만이에요, 사모님.”강성연이 반지훈 앞에 멈춰 서자 반지훈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랜만에 만났는데 얘기는 잘 했어?”“그럼요. 근데 당신 오후에 아버님과 여씨 가문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반지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당신 기다리고 있었지. 가서 밥 먹자.”희승이 지윤의 곁에 나란히 서며 그들을 바라보았다.“회장님 사모님, 그럼 저희들은 먼저 아버님한테 가볼게요.”반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강성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와 나란히 복도를 걸어갔다. 포근한 햇살이 통유리로 된 창문으로 들어와 바닥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한데 꼭 붙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이틀 후, 드디어 모든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말 황실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식은 아홉 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침 일곱 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궁에 도착해 있었다. 강유이는 커다란 메이크업 룸을 혼자 썼다. 네다섯 명의 탑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주고 머리를 만져주었다.여덟 시가 되어서야 강유이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었다. 순백의 새하얀 드레스는 과한 보석과 레이스가 아닌 천연 실크 소재로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오프숄더 형 넥 라인으로 간단하지만 파격적인 미를 추가했고 소매는 칠부 정도 되었다.면사포 길이만 16피트 정도 되었는데 변두리가 레이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나 결혼식 당일에 이 티아라 쓸래. 그러면 엄마의 디자인을 홍보해 줄 수도 있잖아.”한태군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도 돼.”…반씨 가문 사람들은 결혼식 이틀 전에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태군이 안배한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황실에서는 호텔을 통으로 빌려 결혼식 때문에 일부러 해외에서 온 귀빈들을 위한 장소로 마련했다.구씨 집안사람들과 육씨 집안사람들도 왔고, 남강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연예계에서 강유이와 친분을 유지했던 윤수아, 우영, 주계진, 임석진도 초대되었다. 조민과 소찬은 당연히 초청자 명단에 속해 있었다.강성연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그녀를 룸으로 안내했다. 룸 안에 앉아있는 남자를 발견한 그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갔다.“삼촌.”헨리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못 본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그는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강성연이 다가가 그와 포옹했다.“오셨어요.”헨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예전에 내가 네 결혼식도 참석 못 하고, 또 네 두 아들의 결혼식도 참석 못 했었잖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마침 영국에 출장 올 일이 있어서 이렇게 너를 만나러 왔단다.”그녀가 시선을 내려뜨리며 말했다.“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몸은 좀 어떠세요?”그가 미소 지었다.“많이 괜찮아졌다. 지윤이와 희승이가 돌봐주고 있어서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그때 지윤이 문을 열고 룸으로 들어왔다.강성연이 고개를 돌려 지윤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놀라던 그녀가 다음 순간 눈물을 글썽였다.“두 사람도 와줬네요.”지윤이 그녀한테 다가갔다.“유이가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듣고 저와 희승 씨도 아버지 따라왔어요. 희승 씨는 지금 반 회장님과 같이 있어요.”헨리가 경호원에게 선물을 갖고 오라고 지시한 후 강성연에게 선물을 건넸다.“리비어가 올 수 없어서 참 안타까워했단다. 이건 걔가 너
한태군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웃었다.어느덧 밤이 깊어졌다. 온 도시가 화려한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강유이와 한태군은 저녁을 먹은 후 진원으로 돌아갔다.이제 막 샤워를 마친 탓에 강유이의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러자 한태군이 그녀의 손에서 타월을 가져가더니 대신 머리를 닦아주었다.그녀는 화장대 거울 앞에 앉아 거울 속 남자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태군 오빠, 나 결혼식이 너무 기대가 돼.”“그래?”한태군이 부드러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나 역시 기대돼!”“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성스러운 결혼식장에 들어서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그가 소리 내어 웃더니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그거 알아? 난 한평생 내가 꿈꿨던 모든 소원들을 이미 다 이뤘어.”강유이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원인데?”한태군이 여전히 그의 귓가에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를 아내로 맞이하고, 너와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우리 두 사람의 아이까지 만나게 된 거.”그녀가 멈칫거렸다. 따듯한 조명 아래 그녀의 볼이 붉게 피어올랐다.“설마 처음부터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야?”그가 대답했다.“어쩌면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난 너를 아내로 맞이할 줄 알았던 것 같아.”강유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안았다.“나도 이번 생에는 오빠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한태군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따듯한 마음이 뼛속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정말 영광이야.”…이틀 후, 한태군과 강유이는 영국으로 돌아갔고, 황실은 결혼식 준비로 한창이었다. 화제의 결혼식이다 보니 모든 언론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었다.패션 계와 주얼리 계의 최상급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줄지어 강유이한테 전해졌다. 명품 맞춤 드레스와 결혼식 때 사용할 각종 보석들이 발 디딜 곳 없게 전시된 채 그녀가 고
그러자 민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여행 좀 다녀오니까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어요.”안예지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네가 원하는 일이 다 잘 되길 바랄게.”그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월말이 되었다. 강유이 일행들의 여행도 어느새 끝이 나고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다.강성연과 반지훈은 정원 밖에 나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도착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차에서 내렸다. 강유이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갔다.“아빠, 엄마!”그녀가 두 사람을 동시에 끌어안았다.반지훈이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이렇게 안겨?”강유이가 눈초리를 휘며 대답했다.“엄마 아빠한테 저는 영원한 어린애죠.”강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나머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재밌게 놀았으면 됐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지. 오늘 저녁은 다 같이 모여 떠들썩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겠구나.”진예은과 남우는 집안으로 들어간 후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을 살폈다. 희망이는 두 남동생과 함께 있었다. 세 아이는 깊은 잠에 빠져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따뜻하게 느껴졌다.아래층에서는 반재신 반재언 형제가 외출을 하고, 한태군이 거실에서 반지훈가 바둑을 두고 있었다.“아버님 이번 판은 제게 양보해 주십시오!”반지훈이 흰색 바둑알을 들고 판을 들여다보다 결심한 듯이 바둑알을 내려놓았다.“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게.”한태군이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에는 제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반지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허튼수작 부리지 말거라. 난 네 양보 따위 필요 없다.”주방에서 과일을 깎고 있던 강성연이 거실에 있는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본 후 다시 커피를 타고 있는 강유이를 바라보았다.“이제 곧 결혼식을 올리겠구나. 엄마가 너를 위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했어.”강유이가 멈칫거리더니 강성연을 돌아보았다.“어떤 서프라이즈 선물이요?”“아직은 안 가르쳐 줄 건데?”강유이가 조금
한태군이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두 사람을 여기에서 만날 줄은 몰랐네.”조민이 대답했다.“나랑 소찬 씨는 이곳에 온 지 좀 됐어. 유이가 인스타에 사진을 올려서 알았어. 너희들도 여기 왔다는걸.”강유이가 조민의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 앉혔다.“그럼 우리랑 며칠 더 같이 놀아요.”소찬까지 자리에 착석한 후 반재언은 그에게 진예은과 강유이를 소개했다.“여기는 우리 제수씨인 진예은씨고, 이쪽은 내 동생 유이야.”“형 결혼식 때 봤었어.”소찬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형 동생이 내 와이프랑 같은 학교 출신이라면서? 와이프한테서 얘기 들었어.”조민이 그를 보며 말했다.“누구보고 와이프래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하거든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약혼까지 다 했는데 다른 남자한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두 사람의 티격태격한 모습에 다른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유독 강유이만 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지금 무슨 소리들 하는 거예요! 약혼이라니. 선배 약혼했어요?”조민이 작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응, 너한테 말하는 걸 깜빡했어.”“너무해요.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일을 나한테 말하지 않을 수 있어요.”강유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녀는 조민이 약혼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민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말했다.“너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그랬지.”그녀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저 이제 선배랑 안 놀거예요.”조민이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옆에 앉아있는 한태군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빨리 네 와이프 좀 달래 봐.”한태군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강유이도 그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민의 약혼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적어도 이제 그녀는 자기만의 행복을 찾았다.…..한편, 서울 병원.민서율은 복도에서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있는 어머니는 많이 초췌해진 상태였다.“어머니, 몸은 좀 어떠
투호 판을 벌인 사장이 말했다.“오천 원에 세 번 던질 수 있어요.”“그렇게나 비싸요? 오천 원에 세 번밖에 던지지 못하다니!”진예은은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투호 판 사장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희가 여기서 제일 쌉니다. 다른 집에서는 만 원에 세 번 던지게 하는걸요.”강유이가 진예은을 잡아끌며 말했다.“오천 원에 하자. 사장님도 장사하는 게 어려우실 거 아니야. 우리 재미로 한 번 해보자.”결국 그녀는 사장에게 만 원을 건넸다.“기회는 총 여섯 번입니다.”사장이 화살 여섯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 가지런히 놓인 여러 개의 항아리 옆에는 명중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선물이 놓여있었다. 강유이는 그중 팔찌가 갖고 싶었다. 비록 가짜겠지만 디자인이 예뻤다.그녀가 고심 끝에 화살을 던졌다. 하지만 화살은 항아리를 빗나가고 말았다.그 뒤로 연속 두 번 더 던졌으나 모두 다 실패했다.이제 화살은 세 개 밖에 남지 않았다.강유이의 자신 없는 모습을 본 남우가 그녀의 손에서 화살을 가져가며 말했다.“내가 할게요.”그녀가 팔찌 옆에 놓인 항아리로 화살을 던졌고, 화살은 단번에 항아리 안으로 들어갔다.성공이다!흥분한 강유이가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새언니 정말 대단해요!”“훗. 이 정도쯤이야.”남우가 눈을 찡긋해 보이며 물었다.“또 어떤 게 갖고 싶어요?”강유이가 진예은에게 물었다.“예은아, 어떤 게 마음에 들어?”진예은이 선물을 살피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머리핀이요. 저게 제일 예쁜 것 같애요.”남우가 다시 머리핀 옆에 있는 항아리를 향해 화살을 던졌다. 그리고 정말로 그 머리핀을 명중했다.강유이가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잔뜩 흥분하며 말했다.“진짜 백발백중이네요. 새언니, 이제는 새언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요.”남우가 턱을 쓰담으며 말했다.“그러면 저는…”그녀의 시선에 백옥 청자가 들어왔다.“저걸로 하죠.”그녀가 들고 있던 화살을 슝 던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항아리 안으로 빨려
늦은 밤의 산속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평안한 야영장에는 오직 풀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들려왔다.텐트 밖 잔디 위에는 랜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빛을 밝히고 있었다. 평온하고도 아늑한 분위기였다.강유이는 몸을 뒤척거리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한태군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에 안았다.“잠이 안 와?”“응.”그녀가 그의 품에 가만히 기댔다.“태군 오빠, 나 화장실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 가겠어.”한태군이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두 사람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한태군이 손전등을 들고 그녀와 함께 한참을 걸었다. 두 사람은 우거진 숲 앞에 도착했다. 강유이가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여기서 기다리고 있어.”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일 있으면 불러.”그녀는 숲 안으로 들어갔지만 무서워서 멀리 가지는 못했다.볼일을 본 후 강유이가 서둘러 달려와 그의 팔짱을 꼈다.“됐어.”한태군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텐트로 돌아가던 중 그녀가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바라보며 손으로 가리켰다.“저게 북두칠성인가?”한태군도 고개를 들었다.“응, 맞아.”강유이가 배시시 웃었다.“역시 산속이니까 별이 엄청 잘 보이는 것 같아.”“두 사람 밤늦게 자지도 않고 별구경 하는 거예요?”남우가 텐트 안에서 나오며 묻자 강유이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새언니도 아직 안 잤어요?”“네. 아까 귀신 이야기한 것 때문에 무서워 잠을 못 자겠잖아요…!”남우가 생수 한 병을 따서 마셨다.강유이와 한태군이 서로를 마주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새언니 설마 그런 이야기에 무서워해요?”남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산골짜기라고요! 보통 때와는 다르잖아요.”강유이가 포도 한 송이를 들며 말했다.“걱정 마요. 우리 큰오빠가 새언니를 지켜줄 거예요.”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한태군과 함께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개를 돌린 남우는 그제야 두 사람이 들어가 버린 것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