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헛소리야!” 남은서의 안색이 바뀌었다. 저 녀석이 어떻게 이 다이아몬드가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이 다이아몬드 팔찌는 그녀가 산 모조품이었다. 비록 진짜는 아니지만, A급 짝퉁이라 백만원은 줬다! 송아영은 그녀를 무시한 채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리 해신이 대단하네.”로비 매니저는 깜짝 놀라 아이를 쳐다보았다. “이 다이아몬드가 진짜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알았니?”다들 전혀 구별하지 못했다. 강해신은 콧방귀를 뀌고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우리 엄마가 주얼리 디자이너예요. 그래서 다이아몬드를 만져본 적이 있어요. 예전에 엄마한테서 들은 적도 있고요.” 그는 진지하게 분석했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자연에서 나오는 가장 단단한 돌로, 사포로 다듬어도 흔적이 남지 않죠. 제가 방금 밟은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야 정상이예요. 근데 이것 좀 보세요.” 그는 다이아몬드 팔찌를 눈앞에 내밀었다. “몇 번 밟았더니 긁힌 자국이 생겼잖아요. 이건 분명 가짜예요.” 로비 매니저는 팔찌를 받아 들고 자세히 보았고, 종업원이 후레쉬를 비춰보니 표면이 매우 뚜렷하게 보였다. 정말로 긁힌 자국이 있었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누구나 알다시피 가장 단단한 물건이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부서졌으면 부서졌지 몇 번 밟았다고 해서 긁힌 자국이 생길 리는 없었다. 남은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고 다이아몬드를 빼앗으며 이를 갈았다. “진짜든 아니든, 너희는 물건을 훔친거야. 게다가 진짜가 아니여도 네 여동생이 이 팔찌가 예쁘다고 생각했을 수 있고, 일부러 나한테 부딪힌 후 가져간 걸 지도 모르잖아!” 강유이는 한숨을 쉬며 질색했다. “아줌마, 제가 이쁜 팔찌가 없는 것도 아니고, 무슨 근거로 제가 훔쳤다고 하시는 거예요? 게다가 제가 팔찌 훔쳐서 후드안에 넣은건 어떻게 아셨어요? 알고 뒤집으신 거 아니에요?” 남은서는 다급하게 변명했다. “그.. 그야 뭐 후드에 주머니가 있었으니까!” 그녀는 말을 마치고 로비 매니저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저는 여기 손님으로 온
로비 매니저는 반지훈을 보는 순간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하필 회장님의 아이였다니! 남은서는 당황했다.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외모가 매우 준수했고, 분위기는 차가웠으며, 비싼 맞춤 양복을 입고 주름 하나 없이 반듯했다. 이런 사람이라면 분명 부자 아니면 귀하신 분일 거다. 송아영은 반지훈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훈 씨, 여기 계셨네요. 마침 잘 오셨어요. 유이가 괴롭힘을 당하다 울 뻔 했어요.” 로비 매니저는 종업원을 밀치고 앞으로 가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따님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 남자가 서울에서 명성이 자자한 그 반 회장이라니! 남은서는 잠시 휘청거렸다. 얼굴엔 혈색이 없었고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반지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남은서는 당황했다. 그는 그저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그의 기세에 압도당해 어깨를 떨었다. “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시군요.” 반지훈의 눈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그는 연희승에게 말했다. “한 대 쳐.” 연희승은 원래 여자를 때리지 않았으나 회장의 명령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남은서에게 다가가 남은서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뺨을 때렸다. 남은서는 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가 윙윙거리고 머리카락은 아래로 흘러내렸고 뺨은 약간 부어올랐다. 송아영은 남은서가 세게 맞은 걸 보고 아프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싸다 생각했다. 그러게 왜 입을 함부로 놀렸을까. 반지훈 딸을 도둑으로 몰다니. 강성연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만약 강성연이 있었다면, 연희승이랑은 비교도 안되게 당했을 것이다. 반지훈은 바닥에 쓰러진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 “다음부터는 입 조심하세요.” 그는 강유이와 강해신을 데리고 떠났다. 로비 매니저와 종업원이 머리를 숙여 공손히 배웅했다. 송아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비참한 남은서를 보고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서 떠났다.남은서가 반지훈의 미움을 샀기에 로비 매니저
“이 프로젝트의 발전 가능성을 봤기 때문입니다.” 여준우는 다리를 꼬고 편한 자세로 앉았다. “페르시아만 프로젝트는 막대한 투자, 긴 공사 기간, 그리고 많은 유동 자금을 필요로 합니다. 재정적 위험 가능성도 제거해야 하죠. 한 선생님은 지금 신경 쓰실 겨를이 없겠지만, 이 프로젝트에 어떠한 문제도 생기는 것을 원치 않으세요.”“회장님의 회사도 이 프로젝트에 많은 달러를 투자하셨고, 예정대로 완공하지 못하면 엄청난 손실입니다. 페르시아 섬이 황폐해지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가는 걸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제가 이어서 하는 편이 더 낫죠.”안지성의 머뭇거림을 보고 여준우는 찻잔을 들고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안 선생님, 제가보장해 드리죠. 페르시아만 프로젝트는 어떠한 문제도 없을 겁니다.” 안지성이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여 선생님의 조건은 뭐죠?” 여준우는 천천히 차를 마셨다. 그는 손끝으로 찻잔을 매만졌다. “제 조건은 간단합니다. 앞으로 있을 동임 그룹 해외 프로젝트에 저를 우선 순위로 고려해 주세요.” 안지성은 당황했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 선생님, 선생님 정도의 위치라면 TG 그룹을 먼저 생각해 보실텐데요.” 여준우는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런거 상관없이 저는 그저 제 눈에 든 사람과 협업합니다.” 반지훈 그 “악덕 상인”과 협업을 하라니, 반지훈이 뒤통수를 치도록 가만둘 리가… 협업은 절대 안 될 일이다, 평생. 그는 안지성에 대해 조사했다. 안지성 역시 보기 드문 똑똑한 사람이다. 성격이 둥글지는 않아도 꼼수를 부리지 않고 당당하며, 금융 시장에 대한 안목이 뛰어났다. 게다가 젊었을 때 영황 엔터테이먼트에서 알아주던 브로커로 활동해 연예계에도 인맥이 많았다. 이런 사람과 사업을 하면 그는 상대방이 어떤 꼼수를 쓰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전혀 재지 않는다. 그게 그가 동임 그룹을 선택한 이유다.여준우는 경호원에게 서류를 가져오라고 손을 흔들었고, 경호원은 서류를 안지성 앞에 두었다. “안 선생님
해신이 고개를 들었다.“아빠 저희가 말썽을 일으켰는데 화 안 내세요?”반지훈이 피식 웃었다.“내가 왜 화를 내겠어.”그가 커피를 내려놓았다.“너희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 가장 좋겠지만, 해결하지 못해도 이 아빠가 있는걸.”강유이가 그의 곁으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팔을 붙잡고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아빠가 화를 내시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오늘 오빠가 저를 도와줬어요. 그 나쁜 여자가 가짜 다이아로 저를 모함하지 뭐예요. 누군 다이아가 없는 줄 아나.”반지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이 계집애가 은근히 자신한테 뭔가 다른 걸 어필하는 듯한 기분이 들지?두 아이가 위층으로 올라간 후 희승이 황급히 밖에서 걸어 들어와 반지훈 앞에 멈춰 섰다.“대표님 방금 희호 형한테서 전화 왔는데 큰 어르신이 쓰러지셨답니다.”반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아버지는 알고 계셔?”희승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고 계십니다. 어르신께서는 이미 아침에 S 국으로 출발하셨습니다.”반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서 내일 S 국으로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 두 장 예매해.”희승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저녁 무렵 노을에 의해 새빨갛게 물든 구름들이 온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블루 오션에 돌아온 강성연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으며 반지훈이 이미 돌아왔음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문을 열고 안방에 들어서다 반지훈이 옷을 정리하며 가방에 짐을 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디 가려고요?”“S 국에.”반지훈이 옷을 개며 말했다.“할아버지께서 쓰러지셨어.”그녀가 얼어붙었다.“네?”그러다 곧바로 옷장으로 걸어가더니 장문을 열며 말했다.“나도 함께 가요.”반지훈이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당신 옷도 이미 정리해 넣었어.”“이렇게 빨리요?”그녀는 다시 한번 놀라 얼어붙었다. 고개를 돌리니 자그마한 트렁크가 그의 검은색 트렁크 옆에 가지런히 세워져있었다.“빨리?”반지훈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손을 뻗어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빨리 뭐?”강성연은 반
“그렇죠?”이율도 함께 기뻐했다.“강 대표님은 디자인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세요. 정교함도 중요하지만 창의성도 있어야 하고, 작품 자체에 영혼이 담겨야 한다고 하셨어요.”“영혼이요?”안예지가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율이 설명했다.“비록 저도 작품의 영혼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지만 soul 브랜드의 최초의 정의가 바로 ‘영혼’을 주입하는 브랜드였어요. 강 대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보석은 다 죽어있는 물건이지만 디자인을 거치고 나면 그 존재의 의미가 생겨난다고 하셨어요.”안예지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이율이 그녀를 돌아보았다.“강 대표님께서는 안예지 씨를 높게 보고 계세요.”그녀가 놀라 물었다.“저를요?”이율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는 진열장에 있는 주얼리에 시선을 돌렸다.“강 대표님께서는 당신도 미래에 성공한 주얼리 디자이너가 될 거라고 말씀하셨어요.”안예지는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전화를 받던 이율이 안예지에게 말했다.“먼저 둘러보고 계세요. 저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율이 자리를 떠난 후 안예지는 여전히 전시장에 남아서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주얼리를 구경했다. 현대적인 다크 계열과 채색 계열 외에도 고딕 양식의 복고풍인 앤티크 주얼리도 있었다.그녀는 감탄했다. 한 명의 주얼리 디자이너가 이렇게 다양한 계열의 주얼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니. 매 작품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있는 존재인 것처럼 그녀의 가슴에 새겨졌다.‘영혼’이 없는 작품은 그저 아름다운 죽은 것일 뿐이다. ‘영혼’을 주입해 넣은 작품이야말로 아름다움을 넘어 사람들에게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그녀는 생각을 멈췄다. 휴대폰을 꺼내보니 그녀의 아버지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서둘러 통화 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귓가에 가져갔다.“아빠?”“예지야, 아빠 오늘 저녁에 회식 있어서 늦게 들어갈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저녁 먹어.”아버지의
반지훈과 강성연의 모습을 확인한 그가 멈춰 섰다.“너희들은 왜 왔어.”“할아버지 뵈로 왔어요.”반지훈이 병실을 힐끗 바라보았다.“할아버지는 좀 어떠세요?”반지훈의 아버지가 콧방귀를 뀌었다.“어떻겠어. 이만큼 나이를 드시고도 고집은 어찌 황소 같으신지. 일찍부터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도 병원에 오지 않고 말이야.”말을 마치자마자 병실에서 큰 어르신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썩을 놈아. 그냥 고혈압일 뿐이잖아. 내 몸 아직 건강하다고.”반지훈의 아버지는 반지훈을 향해 “거봐.”라고 하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의사가 큰 어르신은 고혈압에 연세도 많으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혈압이 오르는 건 노인한테 엄청 좋지 않다고 말했다.반지훈의 아버지 역시 의사의 말에 동의했다. 의사가 자리를 떠난 후 아버지가 반지훈한테 말했다.“네가 들어가서 저 늙은이를 좀 달래줘.”반지훈은 옷을 여민 후 병실로 들어갔다.큰 어르신은 침대에 기대앉아 수액을 맞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눈을 뜬 후 반지훈과 강성연이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했다.“이렇게 빨리 죽을 일 없으니까 걱정들 하지 말거라.”반지훈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반평생 들볶는 걸로 모자라셨어요?”큰 어르신이 눈을 부릅뜨고 성을 냈다.“이 썩을 놈이. 너 지금 그게 이 할아비한테 할 말이냐?”“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죠.”그가 정장 외투를 벗더니 간병인 의자 등받이에 걸쳐놓았다.“할아버지 같은 옹고집을 할머니께서는 어떻게 받아주신대요.”큰 어르신이 혀를 차며 얼굴을 휙 돌렸다.“제 아비 닮아서 잔소리만 많아서는.”반지훈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저랑 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할아버지를 케어 못하겠어요.”그가 휴대폰 버튼을 누르자 큰 어르신이 놀라 굳어버렸다.“너 이 자식 지금 뭐 하는 거야.”그가 큰 어르신을 힐끔 바라보더니 휴대폰을 귓가에 댔다.“할머니 여기 성질 고약하고 고집불통인 늙은이가 고혈압이 도졌는데요. 저랑 할머니 아들을 엄청 욕하고 있어요.”“
그들은 감히 뭐라 대꾸할 수 없었다. 상대는 Y 국의 재벌이었고 재산이 어마어마했다. 귀족들과도 친밀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일반 부잣집 아가씨가 눈에 찰 리가 없었다.그 정도의 인물이라면 황실 공주와 결혼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여준우가 그들한테 인사를 건넨 후 술잔을 들고 안지성한테 다가갔다. 그가 술을 권하자 뜻밖의 호의에 놀란 안지성이 웃으며 말했다.“여 선생님, 원래는 제가 먼저 권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여준우가 정중하게 말했다.“이제 저희는 협력 관계지 않습니까. 당연히 아랫사람인 제가 먼저 권하는 게 맞습니다.”안지성은 더 이상 뭐라 말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불필요한 인사를 원하지 않으니 그도 자연스럽게 넘어가기로 했다. 안지성이 그의 술을 받았다.안지성의 곁에 있던 회장이 웃으며 물었다.“안 회장님 따님분은 왜 같이 안 오셨습니까?안지성이 답했다.“제 딸은 이런 장소가 익숙지 않습니다.”다른 한 고위 임원이 그에게 아첨하며 말했다.“듣기로 안 회장님의 따님분께서는 사고로 11년간 누워있었다지요. 따님분이 이제라도 눈을 뜨신 건 다 안 회장님께서 수년간 꾸준히 선행을 해오셨기 때문일겁니다. 그 따뜻한 마음에 하느님도 감동받지 않았겠습니까.”안지성은 그저 미소 지으며 답을 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이 자신의 딸을 이런 장소에 데리고 오는 건 결국 딸을 이용해 더 높은 권력에 기생하려고 하기 위함이다.그가 자신의 딸을 이런 장소에 데려오지 않는 건 자신의 딸을 거래 도구로 취급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었다.연회가 끝난 후 얼큰하게 취한 안지성은 걸음도 바로 걷지 못하고 있었다.여준우는 보디가드한테 그를 집에까지 데려다주도록 명령하고 먼저 돌아섰다. 잠시 후 두 보디가드가 안지성을 부축하며 호텔을 나섰다.홀로 호텔로 돌아온 여준우는 복도에서 자신한테 귀신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남은서와 마주쳤다.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남은서는 오랜 기다림
“당신 어쩜 이렇게 여자를 제멋대로 갖고 놀 수 있어요. 전 진심으로 생각했다고요.”남은서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지만 불쌍한척하는 건 그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넌 진심이라 나랑 밀당하려는 그런 수작을 부린 건가?”당황한 그녀가 열심히 핑곗거리를 생각했다.“그… 그때는 제가 확신이 없어서… 밀당 같은 게 아니었어요.”여준우가 피식 웃었다.“그럼 지금은 확신이 있다는 거야?”“네.”남은서가 대담하게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그의 손을 잡아당겨 자신의 심장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전 진심이에요. 당신만 원한다면 오늘 밤 전 당신의 것이에요.”하필 바로 그때, 옆방 문이 활짝 열렸다. 금방 샤워를 마친 명승희가 생얼에 젖은 머리로 샤워 가운을 걸친 채 배달 전화를 받으며 나오다 마침 그 장면과 맞닥뜨린 것이다.세 사람의 시선이 부딪혔다.명승희의 시선이 남은서가 자신의 심장 부근에 갖다 대고 있는 손에 이르렀다. 그녀가 쯧 하고 혀를 찼다.“어머 남은서 너는 이런 복도에서도 그렇게 애가 타나 봐?”하필 명승희에게 이런 난감한 모습을 들킨 남은서는 얼굴이 다 파래졌다.여준우가 남은서를 뿌리치더니 미소를 지으며 명승희한테 다가갔다.“자기야, 미안 오래 기다렸지.”그가 명승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명승희가 미처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여준우가 그녀를 방안으로 끌고 가더니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문밖에 홀로 남은 남은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오늘 밤 여준우와 선약이 있다던 여자가 명승희라고?방안, 여준우는 명승희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게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는 도어 스코프로 남은서가 돌아서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 여준우는 자신의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에서 나쁜 남자의 매력이 물씬 풍겼다.“죄송합니다 아가씨. 아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습니다.”명승희가 팔짱을 끼고 그를 쓱 훑어보았다.“나 참, 당신 같은 남자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