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밖에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현대풍 악기가 민악에 녹아드는 광경은 놀라웠다.‘춤’이라는 곡이 베이스와 일렉트로닉 오르간과 함께 시작되었다. 중간에는 쟁과 피리, 드럼이 곁들여져 심금을 울렸다.곡 스타일이 바뀌면서 ‘네온사인’과 ‘정’으로 이어졌다. 전자는 소와 기타, 쟁으로 이루어졌고 후자는 해금이 바이올린을 대체한 것으로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구경꾼들이 점점 더 많아졌고 강성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를 켰다. 시청자는 원래 100명이던 데로부터 거의 1000명 가까이 되었고 계속 증가하여 10만 명을 넘었다.#원곡 알려주세요!##팝과 민악의 조화라니, 너무 좋아요!##쟁 연주하는 언니 고풍스러운 분위기 있는 것 같아요!##어? 쟁 연주하는 언니 로열 음악 학원의 민악 선생님이에요!##저도 지금 쟁 배우고 있어요. 저도 민악 무지 좋아해요.##노이즈마케팅인가?##그냥 홍보의 일종인 듯한데요. 팝이랑 민악의 조화 진짜 너무 좋아요!#끝난 뒤 송아영은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강성연의 앞에 섰다.“어때? 어때?”강성연은 그녀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네가 확인해 봐.”송아영은 곧바로 휴대전화를 들어 확인하더니 깜짝 놀랐다.“이렇게 많아?”강성연은 참지 못하고 웃었다.“이제 마음이 좀 놓이지? 그러니까 음악 홍보할 때 잘해야 해.”송아영은 기쁜 표정으로 강성연을 끌어안았다.“성연아, 고마워!”같은 시각, 음악 학원. 육예찬은 사무실 안에서 커피를 타고 있었는데 휴대전화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메시지를 확인한 육예찬은 흠칫했다. 강성연이 그에게 송아영의 버스킹 영상을 보낸 것이다.그는 영상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영상을 저장했다.학원에 도착한 송아영은 강성연과 손을 흔들며 헤어진 뒤 기쁜 얼굴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계단을 오른 송아영은 계단 입구에서 남은서를 마주쳤다.송아영은 걸음을 멈췄다. 못 본 척하고 지나칠 생각이었지만 남은서의 곁을 지나갈 때 남은서가 갑자기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녀는 냉소했다. 송아영이 그녀 말의 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녀는 갑자기 손을 떼었고, 뒤로 넘어졌다. 송아영의 안색은 순식간에 변했고,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할 때, 남은서는 계단에서 떨어졌다. 송아영은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이 장면은 그녀로 하여금 그녀가 모함을 당하고 안예지가 계단 아래로 떨어져 누워있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계단을 오르고 있는 몇몇 학생들은 남은서가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 학생들이 고개를 들었을 때, 허공에 뻗어져 있는 송아영의 손이 보였다. 남은서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몇몇 목격자들은 모두 송아영을 현장에서 봤다고 했고, 송아영이 손을 뻗고 있었다고 했다. 교장과 몇몇 학생 주임들은 사무실에 앉아 심문을 받고 있는 송아영을 쳐다보았다. 육예찬이 달려왔고, 동시에 우강인도 달려왔다. 그들은 교장에게 상황을 물었고 교장은 주저하며 송아영을 바라보았다. 육예찬은 즉각 부정하였다. “송아영은 그런 짓 할 사람이 아닙니다.”교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이 말하길, 남은서 선생이 계단에서 떨어졌을 때 송아영 선생이 현장에 있었다고 해요. 그 두 명 밖에 없었는데, 남선생이 고의로 사고를 내지는 않았테고…”육예찬이 눈살을 찌푸렸다. 표정은 싸늘했다. 우강인은 잠시 고민하다 교장에게 말했다. “저도 이 아이가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두 사람 밖에 없었다고 하니, 분명 그 둘이 어떤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 남은서가 깨어나면 물어보죠.” 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밖에 없겠네요.” 사무실로 돌아가서 그는 송아영 앞에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아 그녀의 손등 위로 손을 포개었다. “난 널 믿어.” 송아영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정신이 돌아오지는 못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육예찬은 그녀를 끌어안고 조용히 위로했다. “괜찮아, 난 너가 결백하다고 믿고 있어. 내가 너의 결백을 증명할게.” 송아영이 얼굴을
우강인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저녁, 송아영은 침대에 웅크리고 있었고, 저녁도 먹기 싫었다. 육예찬이 저녁을 준비한 후,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침대 옆으로 와 그녀를 안아 올렸다. 송아영은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투덜거렸다. “입맛 없어.”그는 그녀를 식탁으로 데려갔다. “입맛이 없어도 좀 먹어야지, 널 하루 종일 굶기고 싶지는 않아.” 송아영은 그를 끌어당겼다. “나 해고된 거야?” 육예찬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를 문지르며 몸을 숙여 이마에 입을 맞췄다. “아니, 내가 경찰에 조사 맡겼어.” 송아영은 깜짝 놀랐다. “경찰에 맡겼다고?” 육예찬은 국 한 그릇을 떠 그녀 앞에 놓았다. “경찰 쪽이 더 믿을만 해. 경찰이 너의 결백을 증명해야 그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어.” 송아영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내가 너무 약한건가?” 육예찬이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약하지 않아, 강해.”“놀리지 마.” 송아영이 얼굴을 돌리고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난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도 성연이처럼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육예찬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너가 굳이 뭘 할 필요 없어.너는 나만 믿으면 돼. 평생 나한테 의지해도 좋아.”송아영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진지하게 말했다. “안돼, 매번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수는 없어.내일 남은서를 보러 가야겠어.” 육예찬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고, 결국 동의했다. 다음 날, 송아영이 병원에 도착했다. 남은서는 그녀가 온 걸 보고 남몰래 웃었다. “정직이라고 들었어요.” 송아영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남은서는 침대에 기대어 의기양양한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말 했잖아요, 사람들은 약자 편이라고. 지금 사람들 눈에 나는 죄 없는 피해자고, 송아영 씨는… 악랄한 가해자죠.” 송아영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만족해요?” “내가 이걸로 만족하겠어요?” 남은
경찰은 교장을 찾아가 중재하였다. 교장은 진상을 파악한 뒤 대응을 시작했고, 이날 녹취록이 학원 홈페이지에 공개되자 학원생들은 깜짝 놀랐다. 남은서는 퇴원하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책상은 이미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위에는 사직서가 놓여져 있었다. 몇몇 여교사는 그녀를 보며 손가락질했다. “사람 좋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뒤에서 일을 벌일줄은 몰랐네.”“전에 계속 아영 씨를 의심한게 너무 미안해요. 저 사람 저렇게 된 것도 다 자업자득이죠.” “전에 학원에 재학 중이었을 때도 심보가 고약했다더라고. 육예찬한테 밉보인 것도 어쩌면 당연한 거지.” “......” 남은서는 자신에 대한 뒷담화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고 손이 떨렸다. 그녀는 긴 시간을 들여 연약한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그녀는 간신히 음악 학원에 돌아올 수 있었지만, 이 모든게 명승희와 송아영 때문에 망쳐버렸다. 그들이 그녀의 앞길을 막은거다! 남은서는 책상 위의 물건들을 챙기고 종이 상자를 안은 채 사무실을 떠났다. 평소 그녀를 좋아하던 학생들도 모두 그녀를 외면했다.남은서는 종이 상자를 아래층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 선생님, 저남은서예요… 저 결정했어요. 제가 선생님의 애인 중 한 명이 되겠어요.”상대방은 코웃음을 치며 천천히 술잔을 비웠다. “전에 애인이 되고 싶지 않다고 하지 않았나?이렇게 빨리 생각을 바꾸다니.” 남은서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애인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했을 뿐이었다. 여준우가 어떤 사람인가. y국의 재정 왕자로, 그녀 주변에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고귀한 사람이다. 그는 미혼이고, 공식적인 여자친구도 없다. 하지만 그의 애인들은 각 나라에 퍼져 있고, 나라마다 다른 여성들이 그의 곁을 지켰다. 그는 여자에게 돈을 쓰는 데 인색하지 않았고, 감정도 명분도 주지 않았다
여준우은 술병을 내려놓고 한쪽으로 밀어둔 채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진행한 z국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재욱은 멈칫하더니 눈살을 삐푸렸다. “그 프로그램에 관심 있으신가요?” 여준우는 앞으로 몸을 약간 기울였다. “페르시아만 연안입니다. Y국과 z국을 연결하는 해역 교통지이죠. 한 선생님은 안목이 좋으시니 해역 교통이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시겠죠. 이런 고급 정보라면, 저도 당연히 관심있죠.” 한재욱이 웃었다. “다들 여 선생님의 투자 안목이 뛰어나다고 하더니, 제 프로젝트가 선생님 눈에 들지는 몰랐습니다.” 여준우는 팔을 팔걸이에 얹혔다. “저도 공짜로 받고 싶지는 않아요, 10억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한재욱의 눈빛이 흔들렸다. 여준우가 큰 돈을 투자할 정도의 프로젝트라면, 페르시아만 연안이확실히 전망이 좋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하나와 아이의 행방을 맞바꾸는 거라면, 제가 손해 아니겠습니까.”여준우가 미소를 지었다. “공사도 5년 정도 걸리고 중간 중간 유동 자금이 필요할텐데, 한 가에서도 그런 일들이 생기니, 자금적인 문제도 결코 무시할 수 없죠.”한재욱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말이 맞았다. 한 가가 이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뒤에 있을 프로젝트에 있어 재정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그도 최근 두 달 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되었고, 동임그룹과도 계약을 맺었다. 만약 오늘 여준우가 해당 프로젝트를 인수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이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내일 계약서를 보내드릴 테니 여 선생님께서는 그 아이를 데려오시죠.” 여준우는 그를 올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입니다.” 한재욱은 멈칫하고 그를 쳐다보았다. “무슨 뜻입니까?” 여준우도 따라 일어섰다. “제가 모시고 아이를 보게 해 드리죠. 그럼 알게 되실 겁니다.” 차는 블랑 마을을 향했고 마을의 작은 요양원에 도착했다. 한재욱은 여준우와 경호원를 따라 요양원으로 들어갔다. 원장이
그녀는 한태군을 껴안고 울며 말했다. “엄마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 지 알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한태군은 그녀에게 힘없이 안겼다. 눈빛은 공허했고 한 가와 부모님에 대한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 부인은 무언가를 알아차리고 천천히 그를 놓아 손바닥으로 뺨을 어루만졌다. “태군아?” 한희운이 한재욱을 바라보았다. “삼촌, 태군이 왜 이래요?” 한재욱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기억을 잃었어.” 한희운이 흠칫했다. 한 부인은 눈물을 떨구었다. 떨리는 몸으로 한태군을 안아주었다. “괜찮아, 돌아왔으니 됐어. 천천히 기억이 돌아올거야.” ...... 서울시. Soul 주얼리 회사. 강성연은 주얼리 디자이너로 지원한 사람들의 이력서를 훑어보았다. 그들의 포토폴리오도 포함되어 있었다. 옆에서 이율이 그녀의 망설임을 알아차렸다. “대표님, 작품이 맘에 안드세요?”강성연은 턱을 괴고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만족스럽지는 못하네. 뭔가 부족한 것 같아.”글씨체를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듯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에는 많은 노력이필요하고, 인내심 역시 필요하다. 그녀가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는 조건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대담하고 세심하며 창의성을 가지고 자신의 개성을 녹여 낼 줄 알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색깔, 음영, 골동품 보석을 모두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넘겨 받은 작품들 중에서 어느 하나도 그녀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율은 그 작품들을 집어 들고 쳐다보았다. “하지만 저는 꽤 괜찮은 것 같아요.” 강성연이 웃었다. “너가 보기에는 괜찮아도, 내가 원하는 영혼이 되기에는 부족해.”이율이 의아해했다. “영혼이요?” 강성연이 여러 장의 설계도를 바라보았다. “이 주얼리들은 모두 흔한 스타일이고, 창의성이 부족한 건 말할 것도 없어. 디자인이 거칠고 간략하고, 배색 문제도 있지. 컬러를 사용한 주얼리의 메인 컬러는 절대 다른 컬러들에게 밀리면 안돼.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시각 밸런스가 깨지고 정신 없이 복잡해져서 디자인
“아니에요.” 안예지가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 앉았다. “아빠, 사실 전 음악 학원에 가고 싶지 않았어요.” 안지성은 당황했다. 안예지가 계속 말했다. “사실은 아영이가 음악적으로 저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대회 때 탈락할 각오가 돼 있었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이제서야 그 일로 송아영이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안지성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예지는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응원해 주실 거죠?” 그는 멈칫 하다 활짝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아빠는 너를 항상 응원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리자 그는 화면에 뜬 외국 번호를 보고 전화를 받았다. “한 선생님?” 한재욱은 그와 무슨 말을 하자 안지성이 순간 멈칫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프로젝트에서 빠지시겠다고요?” “네, 하지만 안심하세요. 여진우 씨가 이어서 맡으시기로 했으니, 프로젝트는 분명 성공할 겁니다.” 한재욱과 그가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고, 통화가 종료되었다. 그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한재욱이 페르시아만 프로젝트에서 빠지고 여준우가 이어받는다? 여준우라는 이름을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y국 재정 여가의 왕자. 여러 나라에서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재력과 능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가 한재욱을 대신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줄은 몰랐다. 과연 여준우와 잘 진행 할 수 있을지… 저녁, 블루 오션 별장. 강성연은 침대에 엎드려 노트북을 보고 있었고, 발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송아영이랑 문자를 주고 받고 있었다. [안예지가 이력서 넣었다고? 동명이인 아니야? ] [안예지 맞아. 이력서에 사진도 안예지였어]. [헐… 안예지가 주얼리 디자인 할 줄은 몰랐네.]강성연은 문뜩 생각에 잠겼다. 순간 뒤에서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녀가 놀라서 몸을 돌리자 눈앞은 흐려지며 따듯한 입술의 온기가 그녀를
그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매형 입니다.” 강성연은 다급하게 물었다. “강현이가 정말 절도를 저지른 건가요? 확실하신 거예요?” 경찰관은 난감해했다. “가방에서 도난당한 사람의 귀중품 시계가 발견되었고, 자세한 내용은 현재 조사 중입니다.” 강성연이 급히 취조실로 들어갔다. 강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시계는 내가 훔친 거 아니야.” 강성연이 그를 보았다. “나도 너가 훔쳤다고 생각 안 해. 근데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강현은 손을 꽉 쥐엇다. “편집장님 조수가 나한테 주려고 한거야.” 그는 이를 꽉 물었다. “회사에서 그 사람이 편집장 와이프 분이랑 바람피우는 걸 봤어. 시계로 날 매수하려 한거야. 어디가서 말 하지 말라고. 난 알겠다고 하지도 않았고, 시계도 받지 않았어. 근데 내 가방에서 그 시계가 나온거야.” 강성연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건 분명 계획된 함정이다. 그녀는 이마를 짚었다. “그니까, 너가 그 일을 본 걸 그 사람한테 들켰다고?” 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성연이 그를 바라보았다. “어쩌다 들킨건데?” 강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난 그 여자가… 내가 들어가서 막았어.”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사람이 편집장 아내일줄 내가 어떻게 알겠어.” 강성연은 한숨을 참지 못했다. 그가 이런 일에 휘말린 것도 당연했다.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불륜은 모두가 쉬쉬하고 있었다. 직장인들은 이를 이상하게 보지 않았고 일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다들 퇴근하기 바쁜데, 강현만 우직하게 굴다 휘말린 것이다. 하지만 강현을 탓할 수는 없다. 강현은 단지 의로운 일을 했을 뿐이다. 반지훈은 복도 밖에 서서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후 그가 안으로 들어왔다. “가자, 패션 잡지사의 편집장이 이 일을 알아볼거야.” 강성연이 그를 바라보았다. “회사 편집장한테 연락했어요?” 반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내가 강현이 매형인데, 이정도도 못해주겠어?” 강현은 천천히 일어섰다. “정말 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