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녕이 침서의 손에 죽는 모습을 눈 뜨고 볼 수는 없었다.침서는 온갖 수단을 써서 원하는 것을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만다.절대 침서의 악독함을 얕볼 수 없다.지금은 우선 상녕을 구하고 다시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기억을 회복한 낙요는 막 여국에 왔을 때 침서가 복종하는 모습도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침서는 아마도 성수를 복용하지 않았을 것이다.낙요도 침서를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많은 사실을 깨달은 낙요의 마음속에는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그러자 상녕이 갑자기 낙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청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낙요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상녕의 확고한 눈빛을 바라보았다.낙요는 마음이 흔들렸고, 확고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상녕에게 자신이 도망친 흔적을 숨겨달라고 했을 때, 침서가 화를 낼 거라고 예상했으나 상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라도 상녕에게 무슨 짓을 벌이진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낙요가 틀렸다.침서같은 사람의 수하 중에서, 그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도주영을 뒤엎을 수 있으니, 다른 군영도 충분히 뒤엎을 수 있었다.도성에 막 돌아온 이틀 동안, 낙요는 잠시 침서의 부에 머물렀다.이튿날, 침서는 볼 일이 있다며 외출했으나 난희를 보내 시중을 들게 했다.말로는 시중이지만 사실은 감시였다. 낙요가 상녕을 데려갈까 봐 걱정되었다.난희는 세심하게 차를 따라주며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낙요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난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장군부에는 얼마나 있었느냐?”난희가 답했다.“5년입니다.”낙요는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5년? 그래서 전에는 보지 못했구나.”말을 마친 낙요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난희를 훑어보며 물었다.“그나저나, 넌 참으로 나를 많이 닮은 것 같구나.”난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낙요는 찻잔을 들고 무심하게 말했다.“장군부에 5년 밖에 있지 않았는데 침서의 신뢰를 얻었다니.”“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너를 침서의 손에서 구해준 것이다. 아니면 넌 벌써 죽었을 테지.”이 말을 들은 난희는 의문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대제사장이 난희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가?유일하게 침서가 난희를 죽이려고 할 때, 낙청연이 난희를 구해주었다.이 사실을 떠올린 난희는 깜짝 놀라 낙요를 바라보았다.“당신은…”낙요가 낙청연이라고?!낙요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부정하지 않았다.순간, 난희는 많은 사실을 깨달았다.왜 낙청연의 벗들이 대제사장과 어울리는지 말이다.그들은 처음부터 낙요가 낙청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낙청연은 죽지 않았다!그때 침서는 낙청연의 시체를 안고 와 보름 동안 폐관했다.난희는 침서가 비통한 마음에 그런 것인 줄 알았으나, 지금 생각해 보니 낙청연을 부활시키려고 그런 것이었다!그러나 낙청연이 낙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니면 처음부터 낙청연이 곧 낙요였을까?난희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낙요가 입을 열었다.“이제는 네가 보답할 차례다.”정신을 차린 난희는 난감한 기색이었다.“대제사장, 상녕을 풀어달라는 것입니까?”“하지만 대제사장, 침서 장군의 성질을 잘 알지 않습니까. 제가 혼사를 망쳤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저를 죽일 겁니다.”상녕은 중요하지 않지만, 낙요가 상녕을 데려가면 침서가 혼인으로 낙정을 협박할 수 없었다.혼사를 그르치면 침서는 또 미쳐 날뛸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낙요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다.”“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상녕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상녕을 구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침서가 이 때문에 분노하면 상 장군 일가에게 복수할지도 모른다.없는 죄명을 지어내서라도 상 장군 일가를 도성에 가두어 처형할 것이다.“그렇다면 대제사장은…”난희는 의문스러웠다.낙요가 물었다.“지난번에 침서는 낙정을 잡아, 그녀를 죽였다며 머리를 들고 왔다.”“낙정은 정말 죽은 것이 맞느냐?”여국에 오기 전부터 낙요는 침서에게 낙정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그때 침
바로 그때, 난희가 다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께서 사람 몸에 짐승의 혼이 붙은 살수를 조사할 때, 침서는 낙정을 고문하여 도주영이라는 단서를 얻어냈습니다.”“낙정이 추격당해 장군부로 도망쳐 온 그날 밤, 장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릅니다.”낙요는 깜짝 놀랐다. 도주영의 단서도 낙정이 침서에게 준 것이었다.교활한 낙정은 절대 사실대로 말했을 리가 없었다.그러니 도주영에 덮어씌운 게 분명했다.여국에 와서 있었던 모든 일을 회상하고 단서들을 이어보니 곧바로 황후가 떠올랐다.낙정은 아마도 황후의 명을 받고 행동했을 것이다.그 약인들도 황후가 낙정에게 내보내라고 명한 듯한 모양이다.황후는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그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않는단 말인가?생각에 잠겨 있던 낙요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난희를 보며 물었다.“참, 구십칠이 왔던 그날 밤에 너도 있었느냐?”이 말을 들은 난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낙요는 난희의 반응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곧바로 난희가 입을 열었다.“대제사장, 따라오십시오.”낙요는 난희를 따라 그의 방에 들어섰다.방문을 닫자, 난희는 서랍의 비밀 공간에서 비단함을 꺼내 낙요에게 건넸다.비단함을 열어보니 피 묻은 불전련 세 개가 놓여 있었다.낙요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난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구십칠이 온 그날 밤, 마침 장군께서 부에 돌아와 방에서 마주친 겁니다.”“그 밀실에는 다른 통로가 없었습니다.”“구십칠이 쓰러지던 그때, 마침 불전련 몇 개가 바닥에 떨어져서 제가 몰래 가져왔습니다.”낙요는 비단함을 꽉 쥐었다.심지어 구십칠이 잡히고, 명을 달리하는 마지막 모습까지 상상할 수 있었다.낙요는 타오르는 분노를 애써 삼키고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알겠다.”곧바로 낙요는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이런 일들을 물어봤다는 걸 침서에게 알리면 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난희는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유단청이 고개를 끄덕였다.정원을 나서자, 백서가 급히 달려왔다.부에 있는 사람들 모두 기뻐했으나, 백서의 안색은 매우 초조했다.“대제사장, 부진환은 돌아오지 않은 겁니까?”백서가 긴장하며 물었다.낙요는 멈칫했다.백서는 말이 없는 낙요를 보더니 재차 물었다.“대제사장, 부진환은 설마…”낙요는 백서가 부진환을 연모하는 마음을 보아낼 수 있었다.하여 낙요는 단호한 어투로 답했다.“죽었다고 생각하거라.”백서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낙요는 곧장 앞으로 걸어갔고, 유단청은 멈칫하더니 낙요를 따라갔다.그렇게 낙요의 정원까지 쫓아왔다.낙요가 방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유단청은 떠날 기미가 없었다.하여 낙요는 고개를 돌려 유단청에게 물었다.“왜 따라온 것이냐?”유단청은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 죽었다고 생각하라는 건 안 죽었단 말씀이지요?”낙요는 덤덤하게 대답했다.“어찌 됐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유단청은 한시름 놓더니 곧바로 웃으며 대답했다.“살아있다니 다행입니다.”“하지만 백서가 오해한 모양입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던데…”낙요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오해하지 않을 것이다.”“너에게는 부진환이 살아만 있으면 되겠지만, 백서는 그게 아닐 것이다.”말을 마친 낙요는 유단청에게 당부했다.“하인들에게 알리거라. 앞으로 부진환이라는 이름을 꺼내지 말라고.”“그의 행방도 묻지 말아라.”유단청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부진환이 천궐국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신분이 특수한 사람인 데다 대제사장이 다시는 그 이름을 꺼내지 말아라는 걸 보니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밥을 먹은 후, 낙요는 유단청에게 약재를 사 오라고 당부했다.재료를 마련한 후, 낙요는 방에서 혼자 분주했다.백서는 물어보고 싶은 게 한가득해 낙요의 정원까지 찾아왔으나, 감히 들어서지 못하고 결국 다시 떠나고 말았다.백서는 종일 마음이 어수선했다.부진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낙요는 담담하게 웃었다. “이건 이미 바꿀 수 없는 사실이요.”“안으로 들여가시오. 이곳에 두면 길을 막으니까요.”유단청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과 함께 상자들을 하나씩 창고로 옮겼다.이날, 침서가 거하게 납폐 금을 보냈다는 사실이 온 도성에 퍼졌다.거리마다 이 일을 의론하고 있었다.“보아하니, 이번에 대제사장과 침서 장군이 정말 혼인하는 모양입니다.”“그러니까요. 두 달 전부터 소식은 있었는데 행동이 없으니, 수포가 된 줄 알았습니다.”“이번에 납폐 금까지 보냈다니, 혼사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이 일은 아주 빠르게 퍼졌다.그리고 궁에서도 이 소식을 알게 되었다.황후는 하루 종일 기분이 없었다. 낙정이 도착하자, 태도는 더욱 안 좋았다.”“여기는 왜 온 것이야? 낙요와 침서가 곧 혼인한다는데 어서 방법을 생각해서 제지하지 않고?”“낙요와 침서가 혼례를 치르고 두 사람이 협력하면, 위협은 더욱 커진단 말이다.”낙정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낙요는 도주의 일을 이미 조사해 냈습니다. 제가 가봤는데, 약인을 만드는 우리 기지도 이미 찾아냈습니다.”“허계지는 이미 죽었습니다.”“다행히 허계지는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우리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지금 낙요의 혼사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입니다.”이 말을 들은 황후는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낙정을 쳐다보았다.“혹시 부진환을 말하는 거냐?”낙정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오직 부진환만이 이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부진환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낙요와 침서의 혼사가 다가오는 틈을 타서 낙요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럼, 이 일은 너에게 맡기겠으니,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황후의 어투는 무거웠다.낙정은 공손하게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오직 낙요를 죽여야만, 그녀에게 다시 대제사장이 될 기회가 생긴다.궁을 떠난 후, 낙정은 곧바로 출궁했다.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한 궁녀가 황후의 침궁을
그 미소에 해 귀비는 친근함을 느꼈다.“대제사장, 무슨 그런 말을 하시오.”“전에 대제사장을 몇 번 만났었는데 그때는 대제사장이 다소 냉담하고 친구를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소. 그래서 오늘 대제사장을 모셔 올 때 조금 긴장했소.”“그런데 대제사장이 이렇게 친근하고 친절한 사람일 줄은 몰랐소.”낙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해 귀비께서 친근하다고 느낀 건 그 때문이 아닐 겁니다.”해 귀비는 의아해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그렇다면 무엇 때문이오?”“귀비마마께서는 제가 이미 돌아가신 귀비마마의 친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낙요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혹시라도 해 귀비가 바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곧바로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해 귀비는 살짝 당황했다.잠깐이지만 그녀는 확실히 낙청연이 떠올랐다.해 귀비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 그녀는 어쩐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농이 심한 것 같소.”곧이어 해 귀비는 표정이 살짝 엄숙해지더니 정중하게 말했다.“오늘 대제사장을 이곳에 모셔 온 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대제사장과 침서의 혼사에 관한 이야기는 궁까지 전해졌소. 오늘 누군가 황후의 침궁에서 몰래 나왔는데 그 사람은 낙정이었소.”“낙정은 잠깐 종적을 감추었는데 황후와 여러 번 은밀히 만났소.”“추측하건대 황후는 절대 대제사장이 침서와 순조롭게 혼인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오.”“그러니 경계하는 게 좋겠소.”그 말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예상대로 낙정이 나타났고, 정말 계속해 그녀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정신을 차린 낙요가 웃으며 물었다.“해 귀비께서는 어찌 이 일을 제게 알려주시는 겁니까?”해 귀비는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대제사장이 황후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소.”“나도 마찬가지요.”“적의 적은 친구라지. 그래서 나는 대제사장을 한 번 도와줄 수 있소.”그 말에 낙요는 깨달았다.그녀가 취혼산에서 죽었을 때 해 귀비
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접니다.”해 귀비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러면 낙요는?”낙요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것 또한 접니다.”낙요는 해 귀비에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당시 제가 취혼산의 함정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때 침서가 절 데려가서 제 혼백을 원래의 몸에 넣어줬습니다.”“저는 처음부터 낙요였습니다. 그러다가 낙청연이 되어 천궐국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고 다시 낙요의 몸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단지 잠깐 기억을 잃었을 뿐입니다.”“그래서 예전에는 귀비를 떠올리지 못했습니다.”“이번에 도주에 갔다가 기억을 회복했고 도성으로 돌아오자마자 귀비께서 절 찾으셨습니다.”“저희가 동맹인 건 운명인가 봅니다.”해 귀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람과 동시에 기쁨을 느꼈다.낙청연의 죽음 때문에 해 귀비는 오랫동안 슬퍼했다.그런데 낙청연이 죽지 않았다니.“낙청연이 죽은 뒤에 네가 나타났다는 말은 들었다. 침서와 연관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하지만 난 너의 신분을 의심한 적 없다.”“넌 결국 대제사장이 되었군. 바라던 것을 이루게 되었으니 말이다.”해 귀비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낙요는 겉으로 웃었지만 마음은 씁쓸했다.비록 원하던 바는 이루었지만 낙청연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니 말이다.해 귀비는 뭔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참, 고묘묘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네가 침서와 혼인하여 가장 화가 난 사람은 고묘묘일 테니 말이다.”“내가 요즘 사람을 시켜 감시하고 있지만 고묘묘 쪽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얌전할수록 수상쩍은 법이지. 어쩌면 널 해치려고 뭔가 계략을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내가 사람을 시켜 계속해 지켜보겠지만 너도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그러고 보면 낙요는 지금 사면초가였다.낙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뭔가를 잊은 것 같았는데 그것이 고묘묘였다.그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뭔가 큰 걸 준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낙요는 날이 저물 때까지
“그리고 넌 날 대신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나 해주어야 한다.”낙요는 진지하게 당부했고 모든 것을 자세하게 여단청에게 얘기해줬다.여단청은 바짝 집중해서 들었고 모든 것을 머릿속에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마지막에 낙요가 당부했다.“명심하거라. 절대 허점을 들켜서는 안 된다. 그리고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여단청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할 수 있습니다.”그와 부진환은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그에게 부진환을 모방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그는 원래 변장에 능한 사람이라 사람과 동물을 잘 흉내 냈고 기억력도 보통 사람보다 뛰어났다.그렇게 그날 밤 계획이 시작되었다.-자시가 지나자 부진환이 장군 저택 근처에 나타났다.그것도 며칠 내내 말이다.그러다가 삼 일 뒤 밤에 그는 평소처럼 장군 저택 주위를 어슬렁거렸고 그때 등 뒤에서 느긋한 발소리가 들렸다.여단청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홱 돌리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다가온 것은 낙정이었다.낙정은 어둠 속에 서 있는 그를 살펴보았다. 그의 몸에서는 옅은 피 냄새가 나고 있었고 호흡도 흐트러져 있었다.낙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아주 심하게 다친 것 같군요.”“침서가 한 짓입니까?“장군 저택에서 며칠을 어슬렁댄 것은 침서를 죽일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입니까? 지금 모습을 보니 죽으려고 찾아온 것 같네요.”“성 밖에 있는 당신의 사람들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침서에게는 그저 죽일 사람이 몇 명 더 늘어난 것뿐이니 말입니다.”낙정은 사람을 시켜 며칠 동안 지켜보았다.성 밖의 곳곳에서 이상한 낌새가 보였다. 이미 적지 않은 대오들이 성 밖을 지키고 있었다.낙정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부진환이 침서 저택 밖을 맴돌고 있는 걸 보고는 그가 뭘 할 생각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부진환이 이렇게 하는 건 좋은 일이었다. 이것은 낙정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단 걸 의미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