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미소에 해 귀비는 친근함을 느꼈다.“대제사장, 무슨 그런 말을 하시오.”“전에 대제사장을 몇 번 만났었는데 그때는 대제사장이 다소 냉담하고 친구를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소. 그래서 오늘 대제사장을 모셔 올 때 조금 긴장했소.”“그런데 대제사장이 이렇게 친근하고 친절한 사람일 줄은 몰랐소.”낙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해 귀비께서 친근하다고 느낀 건 그 때문이 아닐 겁니다.”해 귀비는 의아해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그렇다면 무엇 때문이오?”“귀비마마께서는 제가 이미 돌아가신 귀비마마의 친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낙요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혹시라도 해 귀비가 바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곧바로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해 귀비는 살짝 당황했다.잠깐이지만 그녀는 확실히 낙청연이 떠올랐다.해 귀비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 그녀는 어쩐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농이 심한 것 같소.”곧이어 해 귀비는 표정이 살짝 엄숙해지더니 정중하게 말했다.“오늘 대제사장을 이곳에 모셔 온 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대제사장과 침서의 혼사에 관한 이야기는 궁까지 전해졌소. 오늘 누군가 황후의 침궁에서 몰래 나왔는데 그 사람은 낙정이었소.”“낙정은 잠깐 종적을 감추었는데 황후와 여러 번 은밀히 만났소.”“추측하건대 황후는 절대 대제사장이 침서와 순조롭게 혼인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오.”“그러니 경계하는 게 좋겠소.”그 말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예상대로 낙정이 나타났고, 정말 계속해 그녀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정신을 차린 낙요가 웃으며 물었다.“해 귀비께서는 어찌 이 일을 제게 알려주시는 겁니까?”해 귀비는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대제사장이 황후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소.”“나도 마찬가지요.”“적의 적은 친구라지. 그래서 나는 대제사장을 한 번 도와줄 수 있소.”그 말에 낙요는 깨달았다.그녀가 취혼산에서 죽었을 때 해 귀비
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접니다.”해 귀비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러면 낙요는?”낙요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것 또한 접니다.”낙요는 해 귀비에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당시 제가 취혼산의 함정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때 침서가 절 데려가서 제 혼백을 원래의 몸에 넣어줬습니다.”“저는 처음부터 낙요였습니다. 그러다가 낙청연이 되어 천궐국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고 다시 낙요의 몸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단지 잠깐 기억을 잃었을 뿐입니다.”“그래서 예전에는 귀비를 떠올리지 못했습니다.”“이번에 도주에 갔다가 기억을 회복했고 도성으로 돌아오자마자 귀비께서 절 찾으셨습니다.”“저희가 동맹인 건 운명인가 봅니다.”해 귀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람과 동시에 기쁨을 느꼈다.낙청연의 죽음 때문에 해 귀비는 오랫동안 슬퍼했다.그런데 낙청연이 죽지 않았다니.“낙청연이 죽은 뒤에 네가 나타났다는 말은 들었다. 침서와 연관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하지만 난 너의 신분을 의심한 적 없다.”“넌 결국 대제사장이 되었군. 바라던 것을 이루게 되었으니 말이다.”해 귀비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낙요는 겉으로 웃었지만 마음은 씁쓸했다.비록 원하던 바는 이루었지만 낙청연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니 말이다.해 귀비는 뭔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참, 고묘묘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네가 침서와 혼인하여 가장 화가 난 사람은 고묘묘일 테니 말이다.”“내가 요즘 사람을 시켜 감시하고 있지만 고묘묘 쪽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얌전할수록 수상쩍은 법이지. 어쩌면 널 해치려고 뭔가 계략을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내가 사람을 시켜 계속해 지켜보겠지만 너도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그러고 보면 낙요는 지금 사면초가였다.낙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뭔가를 잊은 것 같았는데 그것이 고묘묘였다.그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뭔가 큰 걸 준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낙요는 날이 저물 때까지
“그리고 넌 날 대신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나 해주어야 한다.”낙요는 진지하게 당부했고 모든 것을 자세하게 여단청에게 얘기해줬다.여단청은 바짝 집중해서 들었고 모든 것을 머릿속에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마지막에 낙요가 당부했다.“명심하거라. 절대 허점을 들켜서는 안 된다. 그리고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여단청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할 수 있습니다.”그와 부진환은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그에게 부진환을 모방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그는 원래 변장에 능한 사람이라 사람과 동물을 잘 흉내 냈고 기억력도 보통 사람보다 뛰어났다.그렇게 그날 밤 계획이 시작되었다.-자시가 지나자 부진환이 장군 저택 근처에 나타났다.그것도 며칠 내내 말이다.그러다가 삼 일 뒤 밤에 그는 평소처럼 장군 저택 주위를 어슬렁거렸고 그때 등 뒤에서 느긋한 발소리가 들렸다.여단청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홱 돌리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다가온 것은 낙정이었다.낙정은 어둠 속에 서 있는 그를 살펴보았다. 그의 몸에서는 옅은 피 냄새가 나고 있었고 호흡도 흐트러져 있었다.낙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아주 심하게 다친 것 같군요.”“침서가 한 짓입니까?“장군 저택에서 며칠을 어슬렁댄 것은 침서를 죽일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입니까? 지금 모습을 보니 죽으려고 찾아온 것 같네요.”“성 밖에 있는 당신의 사람들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침서에게는 그저 죽일 사람이 몇 명 더 늘어난 것뿐이니 말입니다.”낙정은 사람을 시켜 며칠 동안 지켜보았다.성 밖의 곳곳에서 이상한 낌새가 보였다. 이미 적지 않은 대오들이 성 밖을 지키고 있었다.낙정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부진환이 침서 저택 밖을 맴돌고 있는 걸 보고는 그가 뭘 할 생각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부진환이 이렇게 하는 건 좋은 일이었다. 이것은 낙정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단 걸 의미
“제가 뭘 원하는지 알지요? 제가 원하는 건 대제사장 자리입니다. 전 낙요의 목숨에는 관심이 없습니다.”“당신이 낙요를 데리고 멀리 떠나서 다시는 여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어떻습니까?”낙정은 아주 유혹적인 제안을 했다.여단청은 미간을 구기고 고민하는 척하다가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날 어떻게 도와준단 말이오?”그 말을 들은 낙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 당신보다 여국의 지형과 노선을 더욱 잘 알고 있습니다. 전 두 사람이 안전히 여국을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그리고 전 변용술도 할 줄 알기 때문에 혼인날 전 낙요와 똑같이 생긴 여인을 이용하여 침서의 주의를 끌 수 있습니다.”“그가 식을 올리고 나서 낙요가 낙요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을 때, 당신과 낙요는 이미 여국을 떠났을 것이고 침서는 당신들을 쫓아가지 못할 것입니다.”“이것은 침서를 죽이는 것보다, 당신이 죽으러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계획입니다.”“낙청연은 여국에서 죽었습니다. 당신은 낙요가 또 한 번 난폭한 침서의 손에 죽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요?”그 말에 여단청의 안색이 달라졌다.그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비록 가능한 방법이지만 낙요의 성격에 모든 걸 포기하고 나와 떠날 리가 없소.”“그래서 난 당신과 협력할 수 없소.”그 말에 낙정은 웃으며 말했다.“그걸 왜 고민합니까?”“당신이 그녀를 데리고 떠나면 앞으로 낙요가 돌아오지 못하게 할 방법은 수두룩할 텐데요.”“전 낙요를 아주 잘 압니다. 만약 스승님이 대제사장 자리를 그녀에게 물려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차라리 평안한 일생을 보내길 원했을 겁니다.”“대제사장이라는 족쇄와 책임이 낙요를 십 년 넘게 옭아맸습니다. 어쩌면 당신이야말로 그녀를 해방해 줄 사람일지도 모르지요.”그 말에 여단청의 표정이 흔들렸다.이때 낙정이 약병 하나를 꺼냈다.“이걸 낙요에게 먹이십시오. 그러면 이틀은 푹 잘 겁니다.”“그 사이 당신은 순조롭게 그녀를 데리고 떠나면 됩니
“네 마음속에는 더 많은 것은 증오일 것이다. 남녀 간의 애정이 아니라.”백서를 구한 뒤로 부진환을 돌보는 것 외에 백서가 뭔가 임무를 맡아본 적은 없다.낙요는 그녀의 마음속에 불길이 없는 걸 발견했다.이건 낙요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이런 사람은 그녀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백서는 깜짝 놀란 듯 낙요를 바라보았다.왠지 모르게 그녀는 대제사장이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대제사장은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백서는 고개를 숙였다.“제가 잘못했습니다.”“대제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낙요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상처도 거의 다 나은 것 같으니 계진과 함께 임무를 완수하거라. 그의 말에 따르면 된다.”“바빠지면 딴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백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다음 날, 낙요는 우유를 저택으로 모셔 왔다.이것은 그녀가 기억을 찾은 뒤로 처음 우유를 만나는 것이었다. 우유는 예전과 다름없었지만 낙요는 달라졌다.그녀는 아주 기쁜 얼굴로 우유를 자리에 앉히더니 차 두 잔을 따르고 간식을 건넸다.“이건 내가 만든 것이다. 먹어 보거라.”우유는 의아해했다.“대제사장님께서 만든 것이라고요? 언제부터 요리할 줄 아셨습니까?”말을 끝낸 그녀는 간식을 맛보았고, 그 맛에 깜짝 놀랐다.“정말 맛있습니다.”“대제사장님, 오늘은 웬일로 절 찾으셨습니까? 대제사장님께서 며칠 뒤면 침서와 혼인한다고 들었는데 그 일 때문입니까?”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첫 번째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기억을 되찾았다는 것이다.”낙요가 평온하게 말했다.그러나 우유는 달랐다.그녀는 한참을 넋 놓고 있다가 뒤늦게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감격한 듯, 또 놀란 듯 그녀의 팔을 잡았다.“뭐라고? 기억을 회복했다고?”“그게 정말이야?”“너... 너, 너...”우유는 너무 흥분되어 말도 똑바로 하지 못했다.낙요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낙청연이다.”그 말을 들은 우유는 눈물을 왈칵
우유는 그 말을 뜯고 깜짝 놀랐다.“낙정은 죽지 않았느냐?”낙요는 고개를 저었다.“죽지 않았다.”“침서는 내게 가짜 사람 머리를 가져다주었다.”“낙요를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아주 골치 아파질 것이다.”우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이렇게 복잡한 진법을 쓰려는 것이구나. 낙정을 상대하려면 꽤 신경을 써야 하니 말이다.”확실한 성공을 위해 우유는 낙요의 제안에 동의했다.-공주 별원.고묘묘는 대청에서 돈을 세고 있었다.그녀는 살기 가득한 얼굴로 화를 냈다.“이것으로 어떻게 충분하겠느냐? 금과 은 같은 것들을 더 팔거라. 그리고 점포도 전부 팔아버리거라!”궁녀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공주마마, 궁 안의 것들을 내다 팔려면 천천히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황후마마께 발각당할 것입니다.”고묘묘는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궁녀의 뺨을 때렸다.“쓸모없는 것!”“내게는 시간이 얼마 없다, 알겠느냐?”“며칠 뒤면 그들이 혼인한단 말이다!”고묘묘는 속이 터져서 성질이 더 난폭해졌다.이때 암위 한 명이 부랴부랴 달려와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공주마마, 왕생방에 연락이 닿았습니다.”“하지만 왕생방에서 가격을 아주 높게 불렀습니다.”암위가 쪽지 한 장을 건넸다.고묘묘는 쪽지를 받아들자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그 위에는 침서를 적으로 돌리는 건 위험이 너무 많이 따르는 일이라 적어도 100만 냥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그리고 사람이 더 필요하다면 황금 100만 냥이 필요하다고 했다.고묘묘는 분노에 가득 차서 씩씩거리면서 쪽지를 내던졌다.“다들 뭘 넋 놓고 있어? 얼른 물건을 팔아버려. 얼른! 3일 내로 100만 냥을 모으지 못한다면 전부 죽일 것이다!”계집종과 호위들이 일제히 밖으로 달려 나갔다.그들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이때 흰 면사를 쓴 여인이 서서히 다가왔다.“공주마마도 알다시피 짧은 시간 안에 100만 냥을 모으는 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땅을 담보로 하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왕생방의 규칙에
꽤 좋은 방법이었다.“들어보니 좋은 방법이군. 얼마를 원하시오?”낙정은 의미심장하게 웃더니 바닥에 있는 돈 상자들을 보며 말했다.“공주마마를 난처하게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바닥에 있는 이것들이면 충분합니다. 다른 걸 팔 필요는 없습니다.”고묘묘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욕심이 많군.”낙정은 웃으며 말했다.“이건 공주마마 평생의 행복과 비교했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고묘묘는 의기양양하게 턱을 쳐들었다.“당연하지.”“좋소, 이 돈들은 전부 당신에게 주겠소.”“하지만 계획이 실패한다면 이 돈들을 돌려줘야 할 뿐만 아니라 당신 목숨까지 내놓아야 할 것이오!”낙정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문제없을 겁니다!”그녀는 특별히 부진환의 동의를 얻은 뒤에야 고묘묘를 찾아온 것이다.그때가 되면 큰 골칫거리인 낙요를 죽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묘묘에게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일거양득이었다!-며칠 뒤, 계획대로 여단청은 객잔 일꾼을 불러 대제사장 저택에 있는 낙요에게 말을 전했다.오늘 밤 주루에서 만나자고 말이다.낙요는 때맞춰 객잔에 모습을 드러냈다.낙정은 몸을 숨긴 채로 객잔 밖 멀지 않은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낙요가 객잔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는 의기양양하게 입꼬리를 당겼다.낙정은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객잔 밖에서 기다렸다.그렇게 한 시진이 지났다.드디어 2층의 창문이 열리고 부진환의 모습이 창문 언저리에 나타났다. 그는 낙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낙정은 내심 기뻐하며 빠른 걸음으로 객잔 위층으로 올라갔다.방 안에 들어선 낙정은 정신을 잃고 탁자 위에 널브러진 낙요를 보았다.“잘했습니다. 남은 건 제게 맡기세요. 제가 그녀를 약속한 장소로 옮기겠습니다.”말을 끝낸 낙정은 낙요를 업으려 했지만 여단청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내가 직접 데려갈 것이오.”낙정을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닌지 그의 말투에서 경계심이 느껴졌다.낙정은 놀라지 않았다. 부진환의 이러한 반응은 정상
대제사장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월규를 마주쳤다.월규는 공손하게 예를 갖추었고 고묘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걸음을 옮겨 낙요의 방으로 향했다.아무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고묘묘는 아주 자신만만했다. 이번에 그녀가 침서와 혼인하는 걸 막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제 며칠 뒤면 혼인날이라는 생각에 고묘묘는 조급해졌다. 그녀는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침서가 자신을 데리러 오길 바랐다.-다음 날 저녁, 여단청은 낙요를 데리고 약속했던 곳으로 향했다.대략 두 시진을 기다려서야 낙정이 그곳에 도착했다.그곳은 숲속의 작은 오두막이었다. 아주 편벽한 곳이고 무성한 숲속에 숨겨져 아주 은밀한 곳이었다.여단청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젠 어떻게 해야 하오?”낙정은 지도를 꺼내며 말했다.“마차는 제가 준비했습니다. 내일 아침 한 상대가 이곳을 지나갈 겁니다. 당신은 그 상대를 따라 같이 떠나면 됩니다.”“그러면 안전히 여국을 떠날 수 있을 겁니다.”안전을 위해 다른 사람을 데려가면 안 됩니다. 안 그러면 들킬 수도 있습니다.”여단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건네받았고 내일 아침 떠나길 기다렸다.낙정은 방 안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그런데 자시가 지나니 갑자기 숲 밖에서 점차 가까워지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곧바로 경계했다.이내 그 말발굽 소리는 숲 밖에서 멈춰 섰다. 그들은 떠나지 않았다.소리를 들은 여단청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누군가가 당신의 뒤를 밟아 이곳으로 온 것은 아니오?”낙정은 미간을 구겼다.“그럴 리가 없습니다.”“제가 나올 때 아무도 제 뒤를 밟지 않았습니다.”“이곳은 워낙 편벽한 곳이라 가끔 산적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재수 없지는 않을 텐데요.”그 말에 여단청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졌다.낙정 또한 긴장해서 말했다.“그들이 이곳을 발견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아침 상대와 회합할 수 없습니다!”“이 주위에 도와줄 사람은 없습니까? 우선 저 사람들을 다른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