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제사장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월규를 마주쳤다.월규는 공손하게 예를 갖추었고 고묘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걸음을 옮겨 낙요의 방으로 향했다.아무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고묘묘는 아주 자신만만했다. 이번에 그녀가 침서와 혼인하는 걸 막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이제 며칠 뒤면 혼인날이라는 생각에 고묘묘는 조급해졌다. 그녀는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침서가 자신을 데리러 오길 바랐다.-다음 날 저녁, 여단청은 낙요를 데리고 약속했던 곳으로 향했다.대략 두 시진을 기다려서야 낙정이 그곳에 도착했다.그곳은 숲속의 작은 오두막이었다. 아주 편벽한 곳이고 무성한 숲속에 숨겨져 아주 은밀한 곳이었다.여단청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젠 어떻게 해야 하오?”낙정은 지도를 꺼내며 말했다.“마차는 제가 준비했습니다. 내일 아침 한 상대가 이곳을 지나갈 겁니다. 당신은 그 상대를 따라 같이 떠나면 됩니다.”“그러면 안전히 여국을 떠날 수 있을 겁니다.”안전을 위해 다른 사람을 데려가면 안 됩니다. 안 그러면 들킬 수도 있습니다.”여단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도를 건네받았고 내일 아침 떠나길 기다렸다.낙정은 방 안에서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그런데 자시가 지나니 갑자기 숲 밖에서 점차 가까워지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곧바로 경계했다.이내 그 말발굽 소리는 숲 밖에서 멈춰 섰다. 그들은 떠나지 않았다.소리를 들은 여단청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누군가가 당신의 뒤를 밟아 이곳으로 온 것은 아니오?”낙정은 미간을 구겼다.“그럴 리가 없습니다.”“제가 나올 때 아무도 제 뒤를 밟지 않았습니다.”“이곳은 워낙 편벽한 곳이라 가끔 산적들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재수 없지는 않을 텐데요.”그 말에 여단청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졌다.낙정 또한 긴장해서 말했다.“그들이 이곳을 발견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일 아침 상대와 회합할 수 없습니다!”“이 주위에 도와줄 사람은 없습니까? 우선 저 사람들을 다른
낙정은 매서운 눈빛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약을 먹지 않았어도 오늘 이곳에서 도망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낙요를 죽이려는 마음 때문에 낙정은 그곳에서 곧바로 철수하지 않고 이 기회를 틈타 낙요를 죽이려 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이내 싸우기 시작했다.그러나 낙정은 당연하게도 낙요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거리를 벌린 뒤 낙정은 곧바로 휘파람을 불었고 이내 바깥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숲을 지나는 발소리가 들렸다.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낙요는 아마 이 포위를 뚫지 못할 것이다.낙정은 차갑게 웃었다.“제가 부진환을 상대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줄 알았습니까? 전 이미 곳곳에 사람을 심어뒀습니다. 만약 부진환이 미끼를 물지 않았다면 전 부진환까지 전부 죽였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뒤 낙정은 곧바로 문을 박차고 나가서 소리를 질렀다.“낙요를 죽이거라!”그러나 다음 순간 어둠 속에서 수많은 검광이 낙정을 향해 날아들었다.낙정은 화들짝 놀랐다.곧이어 그녀는 그들이 자기가 심어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주락이 먼저 그녀를 에워싸고 공격했고 낙정은 연신 뒤로 물러났다.주락을 본 순간 낙정은 대경실색했다. 주락이라니!이때 낙요가 천천히 방 안에서 걸어 나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만 준비하고 나는 준비하지 않았을 것 같았느냐?”“이 숲속의 사람들이 누구의 사람인지 똑똑히 보고 큰소리쳐도 늦지 않다.”낙정은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별안간 화를 냈다.“부진환 이 빌어먹을!”“이렇게 아둔하다니!”’낙요와 함께 둘이 떠날 좋을 기회를 포기하고 날 배신하다니!이때 ‘부진환’이 말을 타고 돌아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이 세상에 당신 혼자만 변용할 줄 안다는 생각은 마시오.”그는 가면을 벗으며 차갑게 웃었다.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낙정은 대경실색했다. 그는 부진환이 아니라 여단청이었다.낙정은 그제야 이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부진환이 미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곧이어 숲속에서 강풍이 불었다.나뭇가지가 바람에 마구 흩날렸고 그것은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어두운 밤, 수많은 영혼이 그곳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검은 기운이 진법으로 달려들었다. 그것은 이리저리 치이면서 여러 차례 낙정의 몸을 관통했다.낙정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피를 토했다.낙정은 그제야 이것이 서혼진이 아니라 영혼을 불러들이는 진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중의 진법은 서혼진과 아주 비슷한 점이 많았다.그리고 이런 진법은 낙정이 본 적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낙정은 이렇게 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비수로 손에 상처를 내서 지면에 그려진 진법을 파괴하려 했다.낙요는 진법에 열흔이 있는 걸 보았다.우유 역시 그것을 보고 다소 걱정되어 낙요를 바라보았다.낙요가 그녀를 위로했다.“괜찮다.”곧이어 낙정은 지면에 새로운 진법을 그렸고 그 영혼들을 미친 듯이 자기 몸 속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곧이어 그녀의 몸에서 엄청나게 강렬한 살기가 뿜어졌다.낙요는 눈을 가늘게 떴다. 낙정은 정말로 천궁도에 가입하고 사악한 술법을 꽤 많이 배운 듯했다.살기가 폭발하는 순간 낙정의 머리카락이 풀리면서 광풍과 함께 휘날렸다.두 눈은 벌게진 채로 검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낙정은 낙요를 죽어라 노려보았다.“절 죽이려고요? 절 너무 얕보시는군요! 오늘 전 이곳에서 당신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낙정은 이를 악물더니 바닥을 힘껏 내리쳤다.진법을 망치려는 듯 말이다.바로 그때 낙요가 불렀다.“청면료아!”낙요는 손바닥을 펼쳐 나침반을 움직였고 이내 청색의 무언가가 진법으로 날아들었다.낙정의 머리 위에 도착했을 때 그것은 섬뜩한 얼굴을 드러냈다.그리고 홍의 여인이 그와 함께 있었다.그들의 출현에 숲속의 살기는 한층 더 짙어졌다.이내 점점 더 많은 영혼이 그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낙정은 그것들을 자기의 체내로 빨아들이고 싶었지만 오히려 청면료아가 그것들을 빼앗아 갔다.
낙정이 이런 사악한 술법을 할 줄 알 거라고 미리 예상하였고, 그녀가 중요한 시각에 반격할 거란 걸 알고 있었기에 낙요는 이 진법과 청면료아와 홍의 여인을 준비했다.독으로 독을 상대한다는 말처럼 낙정은 자신의 사악한 술법 때문에 크게 다쳤다.그리고 주락이 나서 그녀의 무공을 없애버렸고 그녀의 손목과 발목의 힘줄을 끊어버렸다. 그리하여 낙정은 완전히 폐인이 되었다.그것은 그녀를 죽이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었다.“낙요... 당신... 편히 죽지 못할 것입니다!”낙정은 두 눈에 핏발이 가득 서서 낙요를 죽어라 노려보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낙요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낙정의 턱을 움켜잡았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추며 음산하게 말했다.“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두 번이나 도망쳤는데 오늘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지?”“걱정하지 말거라. 난 널 죽이지 않을 것이다.”“네가 나와 부진환을 어떻게 해쳤는지 기억하느냐? 난 그것의 천 배 만 배로 갚아줄 것이다!”부진환의 몸에 있는 골정, 그의 몸 곳곳에 난 구멍과 상처는 전부 낙정 때문이었다.그 골정만 아니었어도 부진환의 몸이 그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낙정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두운 밤, 낙요의 얼굴은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보였다. 낙정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당신은 대체 누굽니까?”낙요는 차갑게 웃었다.“곧 알게 될 것이다.”말을 마친 뒤 낙요는 일어났다.“여봐라, 데려가거라!”여단청이 두 사람을 데리고 곧바로 앞으로 나와 낙정을 끌고 갔다.우유가 천천히 다가와서 물었다.“앞으로 어떡할 것이냐?”“대제사장 저택으로 돌아갈 것이냐?”“저택에 가짜가 하나 있을 텐데.”낙요는 생각에 잠겨 말했다.“아니. 고묘묘가 침서와 혼인하고 싶어 하니 그 꿈을 한 번 이뤄줘야지.”어차피 그녀는 침서와 혼인할 생각이 없었다.그러니 누군가 이 혼인을 망쳐준다면 오히려 고마웠다.“그래도 우리는 도성으로 돌아가 혼인 전의 모든 것이 순조로운지 감시해야 한다.”그 말에 우유는 고개
“서신을 써서 대제사장님께 알려야겠다.”한참 고민하던 주락은 아무래도 이 일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강여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녀는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혼인날 전까진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침서는 곧 혼인할 거라는 희열에 젖어 직접 대제사장 저택을 찾아 혼례복과 장신구를 건네려 했다.그러나 월규가 설득했다.“장군, 혼인 전까지는 만나셔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이것들은 저희에게 맡겨주세요.”침서는 뭔가 뜻밖의 일이라도 생길까 봐 말했다.“방문을 사이에 두고 몇 마디만 건넬 것이다.”그렇게 침서는 낙요의 방문 밖에 도착했다.“낙요야.”소리를 들은 고묘묘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향했다.그녀는 소리를 낮췄다.“무슨 일입니까?”침서는 살짝 놀랐다.“목소리가 왜 그러느냐?”“콜록콜록... 고뿔에 걸렸습니다.”고묘묘는 기침했다.침서가 걱정스레 물었다.“심하냐? 이제 곧 혼인할 것인데 몸을 잘 돌봐야지.”“내가 혼례복을 가져왔다. 네가 입어본 적이 있는, 가장 예뻤던 그 옷이다.”“내가 다 가져오면 우리 혼인날 네가 옷을 바꾸느라 힘들어할까 봐 하나만 가져왔다.”고묘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습니다.”“그러면 푹 쉬거라. 난 이만 가보겠다.”곧 침서는 미련 가득한 얼굴로 몸을 돌려 떠났다.낙요의 반응을 보니 아주 저항적이지는 않아 침서는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그가 떠난 뒤 월규가 혼례복과 장신구를 들고 방 안에 들어오며 물었다.“대제사장님, 착용해 보시겠습니까?”고묘묘는 살짝 머뭇거리다가 화려한 혼례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좋다.”그렇게 월규의 시중을 받으며 고묘묘는 옷을 갈아입었다. 월규는 그녀의 머리를 빗겨주고 장신구를 해줬다.고묘묘는 거울 속 자기 모습이 미웠다.한껏 꾸며진 낙요의 얼굴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고묘묘는 심기가 불편했다.자신의 진짜 모습으로 침서와 혼인할 수 없는 것이 그녀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그러나 침서와 혼인하는 기쁨
갑자기 사면팔방에서 폭죽이 터지더니 이내 굉음이 울렸다. 잔뜩 신이 났던 대오는 그 소리에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고 주변 백성들은 황급히 흩어졌다.곧이어 대량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일제히 나타났다.그들은 다들 장검을 들고 대오를 향해 덤벼들었다.침서는 안색이 달라졌다. 고개를 돌려 꽃가마를 본 그는 이내 장검을 빼 들고 전투에 참여했다.오늘 그 누구도 그와 낙요의 혼인을 막을 수 없었다.꽃가마에 앉은 고묘묘는 바짝 긴장해서 옷소매를 꼭 쥐었다. 그녀는 속으로 대체 누가 한 짓인지 저주했다.절대 이 혼인에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됐다.낙요와 우유는 골목길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 광경에 그들 또한 깜짝 놀랐다.“주락이 며칠 전 어떤 사람들이 모여들어 활동하는 걸 보았다던데, 며칠 사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더니 오늘 행동하려던 것이었구나.”우유는 아주 초조했다.“대체 누구지? 뭘 하려는 거지?”낙요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았다. 어쩐지 그들의 무공과 몸짓이 아주 눈에 익었다.낙요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혹시... 신부를 빼앗을 생각인 건가?”낙요는 심장이 철렁하며 당황했다.역시나, 다음 순간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살기 또한 가까워졌다.맨 앞에 선두에 선 사람을 보니 예상했던 인물이었다.랑목이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외쳤다.“우리 누이와 결혼하려면 날 이겨야지!”랑목!랑목이 왔어!낙요는 순간 흥분했다.그녀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소식을 아직 랑목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녀는 만족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서신으로 얘기한다면 랑목이 믿지 않을 수도 있었다.그런데도 랑목이 이 사실을 알고 이곳까지 왔다.누가 알려준 것일까?침서는 랑목을 보자 살짝 의아해했다.“랑목 왕자였군. 잘 왔소. 내 저택으로 가서 술 한잔하겠소?”“날 이긴다면 마시겠소. 하지만 진다면 우리 누이를 돌려주시오!”랑목이 도전장을 내밀었다.침서는 당연히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입꼬리를 당기며 말했다.“좋소. 이건 당신이 말한 것이오.’곧이
활을 떠난 화살은 돌아오지 못하는 법이다.이렇게 됐으니 방향을 돌릴 수는 없었다.그래서 그는 곧바로 꽃가마 옆으로 돌진했다.우유는 그 광경을 보고 무척 긴장하여 낙요의 손을 꼭 잡았다.“어떡하지, 어떡하지? 결국 가버렸다.”“내가 가서 말릴까?”낙요가 곧바로 우유를 말렸다. 그는 부진환의 모습을 바라보며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그는 날 알아보았다.”“난 그를 믿는다!”부진환은 꽃가마 옆으로 향했고 침서는 혹시나 그가 낙요를 데려갈까 무척 초조했다. 그래서 그곳으로 향하려 했다.하지만 랑목이 그를 물고 늘어졌기에 꽃가마에는 전혀 가까이 갈 수 없었다.부진환은 꽃가마의 얇은 면사포를 들어 안에 있는 사람을 향해 손을 뻗었다.“낙요, 나와 함께 떠납시다.”“당신이 침서와 혼인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꽃가마 안의 사람은 잠깐 망설이더니 이내 손을 들어 부진환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려두었다.부진환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떠나려 했다.그러나 몸을 돌리는 순간, 상대방이 든 비수가 그의 등을 찔렀다.그러고는 부진환을 손바닥으로 밀어냈다.부진환은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충격받은 얼굴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꽃가마에 서 있던 사람이 서서히 개두를 젖히고 차가운 눈길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감히 여기까지 오다니.”“내가 혼인하고 싶은 사람은 침서요. 당신이 뭐라고 감히 내 혼인을 망치려는 거지?”“꺼지시오!”고묘묘는 말을 많이 할 수 없었다.그녀는 분명 낙정이 낙요는 죽이고 부진환을 죽이지 못해 부진환이 돌아와서 혼인을 망치려 한다고 생각했다.부진환은 진짜 낙요가 죽은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고묘묘는 그런 생각이 들자 분통이 터졌다. 낙정은 그녀에게 폐만 끼쳤다.그러면서 뻔뻔하게 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요구하다니!오늘이 지나면 반드시 낙정에게서 돈을 절반 받아낼 생각이었다.부진환은 대경실색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꽃가마 속 그녀를 바라보았다.곧이어 고묘묘는 다시 마차에 앉았다.
부진환의 앞에 앉은 낙요는 심장이 아주 빨리 뛰어서 황급히 말했다.“대제사장 저택으로 돌아가야 합니다!”부진환은 말을 채찍질하여 두 개의 골목길을 지난 뒤 사람이 없는 작은 길로 들어서서 대제사장 저택 뒷문으로 향했다.두 사람은 말에서 내렸고 낙요는 부진환의 손을 잡고 뒷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말까지 안에 들인 뒤 문을 잠갔다.낙요가 곧바로 외쳤다.“여단청!”여단청은 인기척을 듣고 다가왔다.“대제사장님, 돌아왔습니까?”부진환을 본 순간 여단청은 눈을 빛내며 흥분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들뜬 얼굴로 부진환을 툭 쳤다.“여긴 어쩐 일이오?”부진환은 아픈 듯 가슴팍을 어루만졌다.“콜록콜록...”낙요는 눈살을 찌푸리고 부진환을 부축하며 여단청에게 분부했다.“문을 잠그거라. 침서의 사람을 조심하거라. 침서의 사람이 오면 곧바로 내게 알려야 한다.”여단청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낙요는 부진환을 부축해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허리를 숙이고 그의 옷깃을 헤쳤다.“조금 전에 고묘묘에게 어딜 공격당했소?”“제가 보겠습니다!”부진환은 그녀의 손을 잡아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청연...”그는 낙요의 목 언저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낮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무한한 그리움이 낙요를 감싸 안았다.낙요는 심장이 철렁했다.그 순간 그녀는 이성을 잃을 뻔했다.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낙요는 그를 밀어내고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난 낙청연이 아니요.”“난 낙요요.”그녀는 부진환과 거리를 두려 애썼다.그러나 부진환이 그녀를 다시 끌어와서 큰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눌렀다.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입을 막았다.낙요는 몸을 흠칫 떨더니 황급히 그를 밀어내며 호통을 쳤다.“미친 것이오?”“감히 대제사장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 죽고 싶소?”부진환은 저도 모르게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