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때, 난희가 다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께서 사람 몸에 짐승의 혼이 붙은 살수를 조사할 때, 침서는 낙정을 고문하여 도주영이라는 단서를 얻어냈습니다.”“낙정이 추격당해 장군부로 도망쳐 온 그날 밤, 장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릅니다.”낙요는 깜짝 놀랐다. 도주영의 단서도 낙정이 침서에게 준 것이었다.교활한 낙정은 절대 사실대로 말했을 리가 없었다.그러니 도주영에 덮어씌운 게 분명했다.여국에 와서 있었던 모든 일을 회상하고 단서들을 이어보니 곧바로 황후가 떠올랐다.낙정은 아마도 황후의 명을 받고 행동했을 것이다.그 약인들도 황후가 낙정에게 내보내라고 명한 듯한 모양이다.황후는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그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않는단 말인가?생각에 잠겨 있던 낙요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난희를 보며 물었다.“참, 구십칠이 왔던 그날 밤에 너도 있었느냐?”이 말을 들은 난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낙요는 난희의 반응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곧바로 난희가 입을 열었다.“대제사장, 따라오십시오.”낙요는 난희를 따라 그의 방에 들어섰다.방문을 닫자, 난희는 서랍의 비밀 공간에서 비단함을 꺼내 낙요에게 건넸다.비단함을 열어보니 피 묻은 불전련 세 개가 놓여 있었다.낙요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난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구십칠이 온 그날 밤, 마침 장군께서 부에 돌아와 방에서 마주친 겁니다.”“그 밀실에는 다른 통로가 없었습니다.”“구십칠이 쓰러지던 그때, 마침 불전련 몇 개가 바닥에 떨어져서 제가 몰래 가져왔습니다.”낙요는 비단함을 꽉 쥐었다.심지어 구십칠이 잡히고, 명을 달리하는 마지막 모습까지 상상할 수 있었다.낙요는 타오르는 분노를 애써 삼키고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알겠다.”곧바로 낙요는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이런 일들을 물어봤다는 걸 침서에게 알리면 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난희는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유단청이 고개를 끄덕였다.정원을 나서자, 백서가 급히 달려왔다.부에 있는 사람들 모두 기뻐했으나, 백서의 안색은 매우 초조했다.“대제사장, 부진환은 돌아오지 않은 겁니까?”백서가 긴장하며 물었다.낙요는 멈칫했다.백서는 말이 없는 낙요를 보더니 재차 물었다.“대제사장, 부진환은 설마…”낙요는 백서가 부진환을 연모하는 마음을 보아낼 수 있었다.하여 낙요는 단호한 어투로 답했다.“죽었다고 생각하거라.”백서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낙요는 곧장 앞으로 걸어갔고, 유단청은 멈칫하더니 낙요를 따라갔다.그렇게 낙요의 정원까지 쫓아왔다.낙요가 방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유단청은 떠날 기미가 없었다.하여 낙요는 고개를 돌려 유단청에게 물었다.“왜 따라온 것이냐?”유단청은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 죽었다고 생각하라는 건 안 죽었단 말씀이지요?”낙요는 덤덤하게 대답했다.“어찌 됐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유단청은 한시름 놓더니 곧바로 웃으며 대답했다.“살아있다니 다행입니다.”“하지만 백서가 오해한 모양입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던데…”낙요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오해하지 않을 것이다.”“너에게는 부진환이 살아만 있으면 되겠지만, 백서는 그게 아닐 것이다.”말을 마친 낙요는 유단청에게 당부했다.“하인들에게 알리거라. 앞으로 부진환이라는 이름을 꺼내지 말라고.”“그의 행방도 묻지 말아라.”유단청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부진환이 천궐국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신분이 특수한 사람인 데다 대제사장이 다시는 그 이름을 꺼내지 말아라는 걸 보니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밥을 먹은 후, 낙요는 유단청에게 약재를 사 오라고 당부했다.재료를 마련한 후, 낙요는 방에서 혼자 분주했다.백서는 물어보고 싶은 게 한가득해 낙요의 정원까지 찾아왔으나, 감히 들어서지 못하고 결국 다시 떠나고 말았다.백서는 종일 마음이 어수선했다.부진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낙요는 담담하게 웃었다. “이건 이미 바꿀 수 없는 사실이요.”“안으로 들여가시오. 이곳에 두면 길을 막으니까요.”유단청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과 함께 상자들을 하나씩 창고로 옮겼다.이날, 침서가 거하게 납폐 금을 보냈다는 사실이 온 도성에 퍼졌다.거리마다 이 일을 의론하고 있었다.“보아하니, 이번에 대제사장과 침서 장군이 정말 혼인하는 모양입니다.”“그러니까요. 두 달 전부터 소식은 있었는데 행동이 없으니, 수포가 된 줄 알았습니다.”“이번에 납폐 금까지 보냈다니, 혼사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이 일은 아주 빠르게 퍼졌다.그리고 궁에서도 이 소식을 알게 되었다.황후는 하루 종일 기분이 없었다. 낙정이 도착하자, 태도는 더욱 안 좋았다.”“여기는 왜 온 것이야? 낙요와 침서가 곧 혼인한다는데 어서 방법을 생각해서 제지하지 않고?”“낙요와 침서가 혼례를 치르고 두 사람이 협력하면, 위협은 더욱 커진단 말이다.”낙정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낙요는 도주의 일을 이미 조사해 냈습니다. 제가 가봤는데, 약인을 만드는 우리 기지도 이미 찾아냈습니다.”“허계지는 이미 죽었습니다.”“다행히 허계지는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우리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지금 낙요의 혼사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입니다.”이 말을 들은 황후는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낙정을 쳐다보았다.“혹시 부진환을 말하는 거냐?”낙정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오직 부진환만이 이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부진환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낙요와 침서의 혼사가 다가오는 틈을 타서 낙요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럼, 이 일은 너에게 맡기겠으니,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황후의 어투는 무거웠다.낙정은 공손하게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오직 낙요를 죽여야만, 그녀에게 다시 대제사장이 될 기회가 생긴다.궁을 떠난 후, 낙정은 곧바로 출궁했다.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한 궁녀가 황후의 침궁을
그 미소에 해 귀비는 친근함을 느꼈다.“대제사장, 무슨 그런 말을 하시오.”“전에 대제사장을 몇 번 만났었는데 그때는 대제사장이 다소 냉담하고 친구를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소. 그래서 오늘 대제사장을 모셔 올 때 조금 긴장했소.”“그런데 대제사장이 이렇게 친근하고 친절한 사람일 줄은 몰랐소.”낙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해 귀비께서 친근하다고 느낀 건 그 때문이 아닐 겁니다.”해 귀비는 의아해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그렇다면 무엇 때문이오?”“귀비마마께서는 제가 이미 돌아가신 귀비마마의 친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낙요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혹시라도 해 귀비가 바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곧바로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해 귀비는 살짝 당황했다.잠깐이지만 그녀는 확실히 낙청연이 떠올랐다.해 귀비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 그녀는 어쩐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농이 심한 것 같소.”곧이어 해 귀비는 표정이 살짝 엄숙해지더니 정중하게 말했다.“오늘 대제사장을 이곳에 모셔 온 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대제사장과 침서의 혼사에 관한 이야기는 궁까지 전해졌소. 오늘 누군가 황후의 침궁에서 몰래 나왔는데 그 사람은 낙정이었소.”“낙정은 잠깐 종적을 감추었는데 황후와 여러 번 은밀히 만났소.”“추측하건대 황후는 절대 대제사장이 침서와 순조롭게 혼인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오.”“그러니 경계하는 게 좋겠소.”그 말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예상대로 낙정이 나타났고, 정말 계속해 그녀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정신을 차린 낙요가 웃으며 물었다.“해 귀비께서는 어찌 이 일을 제게 알려주시는 겁니까?”해 귀비는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대제사장이 황후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소.”“나도 마찬가지요.”“적의 적은 친구라지. 그래서 나는 대제사장을 한 번 도와줄 수 있소.”그 말에 낙요는 깨달았다.그녀가 취혼산에서 죽었을 때 해 귀비
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접니다.”해 귀비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러면 낙요는?”낙요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것 또한 접니다.”낙요는 해 귀비에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당시 제가 취혼산의 함정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때 침서가 절 데려가서 제 혼백을 원래의 몸에 넣어줬습니다.”“저는 처음부터 낙요였습니다. 그러다가 낙청연이 되어 천궐국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고 다시 낙요의 몸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단지 잠깐 기억을 잃었을 뿐입니다.”“그래서 예전에는 귀비를 떠올리지 못했습니다.”“이번에 도주에 갔다가 기억을 회복했고 도성으로 돌아오자마자 귀비께서 절 찾으셨습니다.”“저희가 동맹인 건 운명인가 봅니다.”해 귀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람과 동시에 기쁨을 느꼈다.낙청연의 죽음 때문에 해 귀비는 오랫동안 슬퍼했다.그런데 낙청연이 죽지 않았다니.“낙청연이 죽은 뒤에 네가 나타났다는 말은 들었다. 침서와 연관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하지만 난 너의 신분을 의심한 적 없다.”“넌 결국 대제사장이 되었군. 바라던 것을 이루게 되었으니 말이다.”해 귀비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낙요는 겉으로 웃었지만 마음은 씁쓸했다.비록 원하던 바는 이루었지만 낙청연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니 말이다.해 귀비는 뭔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참, 고묘묘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네가 침서와 혼인하여 가장 화가 난 사람은 고묘묘일 테니 말이다.”“내가 요즘 사람을 시켜 감시하고 있지만 고묘묘 쪽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얌전할수록 수상쩍은 법이지. 어쩌면 널 해치려고 뭔가 계략을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내가 사람을 시켜 계속해 지켜보겠지만 너도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그러고 보면 낙요는 지금 사면초가였다.낙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뭔가를 잊은 것 같았는데 그것이 고묘묘였다.그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뭔가 큰 걸 준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낙요는 날이 저물 때까지
“그리고 넌 날 대신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나 해주어야 한다.”낙요는 진지하게 당부했고 모든 것을 자세하게 여단청에게 얘기해줬다.여단청은 바짝 집중해서 들었고 모든 것을 머릿속에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마지막에 낙요가 당부했다.“명심하거라. 절대 허점을 들켜서는 안 된다. 그리고 최대한 비슷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여단청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할 수 있습니다.”그와 부진환은 꽤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그에게 부진환을 모방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그는 원래 변장에 능한 사람이라 사람과 동물을 잘 흉내 냈고 기억력도 보통 사람보다 뛰어났다.그렇게 그날 밤 계획이 시작되었다.-자시가 지나자 부진환이 장군 저택 근처에 나타났다.그것도 며칠 내내 말이다.그러다가 삼 일 뒤 밤에 그는 평소처럼 장군 저택 주위를 어슬렁거렸고 그때 등 뒤에서 느긋한 발소리가 들렸다.여단청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홱 돌리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다가온 것은 낙정이었다.낙정은 어둠 속에 서 있는 그를 살펴보았다. 그의 몸에서는 옅은 피 냄새가 나고 있었고 호흡도 흐트러져 있었다.낙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아주 심하게 다친 것 같군요.”“침서가 한 짓입니까?“장군 저택에서 며칠을 어슬렁댄 것은 침서를 죽일 기회를 노리기 위해서입니까? 지금 모습을 보니 죽으려고 찾아온 것 같네요.”“성 밖에 있는 당신의 사람들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침서에게는 그저 죽일 사람이 몇 명 더 늘어난 것뿐이니 말입니다.”낙정은 사람을 시켜 며칠 동안 지켜보았다.성 밖의 곳곳에서 이상한 낌새가 보였다. 이미 적지 않은 대오들이 성 밖을 지키고 있었다.낙정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부진환이 침서 저택 밖을 맴돌고 있는 걸 보고는 그가 뭘 할 생각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부진환이 이렇게 하는 건 좋은 일이었다. 이것은 낙정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단 걸 의미
“제가 뭘 원하는지 알지요? 제가 원하는 건 대제사장 자리입니다. 전 낙요의 목숨에는 관심이 없습니다.”“당신이 낙요를 데리고 멀리 떠나서 다시는 여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어떻습니까?”낙정은 아주 유혹적인 제안을 했다.여단청은 미간을 구기고 고민하는 척하다가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날 어떻게 도와준단 말이오?”그 말을 들은 낙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 당신보다 여국의 지형과 노선을 더욱 잘 알고 있습니다. 전 두 사람이 안전히 여국을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그리고 전 변용술도 할 줄 알기 때문에 혼인날 전 낙요와 똑같이 생긴 여인을 이용하여 침서의 주의를 끌 수 있습니다.”“그가 식을 올리고 나서 낙요가 낙요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을 때, 당신과 낙요는 이미 여국을 떠났을 것이고 침서는 당신들을 쫓아가지 못할 것입니다.”“이것은 침서를 죽이는 것보다, 당신이 죽으러 가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계획입니다.”“낙청연은 여국에서 죽었습니다. 당신은 낙요가 또 한 번 난폭한 침서의 손에 죽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요?”그 말에 여단청의 안색이 달라졌다.그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비록 가능한 방법이지만 낙요의 성격에 모든 걸 포기하고 나와 떠날 리가 없소.”“그래서 난 당신과 협력할 수 없소.”그 말에 낙정은 웃으며 말했다.“그걸 왜 고민합니까?”“당신이 그녀를 데리고 떠나면 앞으로 낙요가 돌아오지 못하게 할 방법은 수두룩할 텐데요.”“전 낙요를 아주 잘 압니다. 만약 스승님이 대제사장 자리를 그녀에게 물려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차라리 평안한 일생을 보내길 원했을 겁니다.”“대제사장이라는 족쇄와 책임이 낙요를 십 년 넘게 옭아맸습니다. 어쩌면 당신이야말로 그녀를 해방해 줄 사람일지도 모르지요.”그 말에 여단청의 표정이 흔들렸다.이때 낙정이 약병 하나를 꺼냈다.“이걸 낙요에게 먹이십시오. 그러면 이틀은 푹 잘 겁니다.”“그 사이 당신은 순조롭게 그녀를 데리고 떠나면 됩니
“네 마음속에는 더 많은 것은 증오일 것이다. 남녀 간의 애정이 아니라.”백서를 구한 뒤로 부진환을 돌보는 것 외에 백서가 뭔가 임무를 맡아본 적은 없다.낙요는 그녀의 마음속에 불길이 없는 걸 발견했다.이건 낙요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이런 사람은 그녀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백서는 깜짝 놀란 듯 낙요를 바라보았다.왠지 모르게 그녀는 대제사장이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대제사장은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백서는 고개를 숙였다.“제가 잘못했습니다.”“대제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낙요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상처도 거의 다 나은 것 같으니 계진과 함께 임무를 완수하거라. 그의 말에 따르면 된다.”“바빠지면 딴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백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다음 날, 낙요는 우유를 저택으로 모셔 왔다.이것은 그녀가 기억을 찾은 뒤로 처음 우유를 만나는 것이었다. 우유는 예전과 다름없었지만 낙요는 달라졌다.그녀는 아주 기쁜 얼굴로 우유를 자리에 앉히더니 차 두 잔을 따르고 간식을 건넸다.“이건 내가 만든 것이다. 먹어 보거라.”우유는 의아해했다.“대제사장님께서 만든 것이라고요? 언제부터 요리할 줄 아셨습니까?”말을 끝낸 그녀는 간식을 맛보았고, 그 맛에 깜짝 놀랐다.“정말 맛있습니다.”“대제사장님, 오늘은 웬일로 절 찾으셨습니까? 대제사장님께서 며칠 뒤면 침서와 혼인한다고 들었는데 그 일 때문입니까?”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첫 번째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기억을 되찾았다는 것이다.”낙요가 평온하게 말했다.그러나 우유는 달랐다.그녀는 한참을 넋 놓고 있다가 뒤늦게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감격한 듯, 또 놀란 듯 그녀의 팔을 잡았다.“뭐라고? 기억을 회복했다고?”“그게 정말이야?”“너... 너, 너...”우유는 너무 흥분되어 말도 똑바로 하지 못했다.낙요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낙청연이다.”그 말을 들은 우유는 눈물을 왈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