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요는 고개를 돌려 침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상녕을 풀어주십시오.”하지만 침서는 웃으며 말했다. “상녕은 너의 가장 친한 친구잖느냐? 이왕 온 김에 우리 혼례 주를 먹고 돌아가는 게 어떠하냐?”“어차피 내 장군부에는 널린 게 객방이다. 내가 이미 상녕이 묵을 곳을 준비해 두었다.”“우리가 혼례를 마친 후에, 언제든지 돌아가도 된다.”침서는 사람을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기필코 낙요를 강요하여 이 혼례를 치르려고 했다.그 말에 상녕은 또 한 번 화가 올라왔다. “당신은 분명… “하지만 낙요는 상녕을 잡아당기며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하더니 자기가 직접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그럼, 혼례를 마치고 나서 상녕을 보냅시다.”이 말을 들은 상녕은 깜짝 놀랐다.침서는 몹시 기뻐하며 두 눈은 뜨겁게 타올랐다. “그럼, 아요 길일을 택해보거라.”“혼례에 필요한 모든 물건은 이미 다 준비되었고, 길일만 남았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급해할 것 없습니다. 제가 돌아가서 잘 계산해 보겠습니다.”비록 침서는 매우 조급했지만, 그래도 낙요가 어렵게 동의한 터라, 조금 더 기다리기로 생각했다.게다가 상녕만 장군부에 있다면, 낙요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며칠을 달렸더니, 피곤합니다. 먼저 쉬러 가겠습니다.”침서가 다급히 말했다. “난희에게 네 방을 준비하라고 하마.”“필요 없습니다. 상녕이랑 같은 방을 쓰면 됩니다.”침서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난희더러 그들을 방으로 데려가게 했다.방문을 닫았다.낙요가 조심스럽게 창밖을 슬쩍 내다보니 난희는 아직 떠나지 않고 문밖에 서 있었다.보아하니, 그녀들을 지키는 것 같았다.혹여라도 도망갈 계획을 상의할까 봐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상녕은 낙요의 반응을 보고 단번에 눈치챘다.“저를 구하려고 돌아온 겁니까?”상녕은 일부러 자연스럽게 물었다.낙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원래부터 돌아오려고 했습니다.”“다만 당신이 잡혔다는 소문을 듣고, 며칠 더 일찍 서둘러 돌아왔을 뿐입
상녕이 침서의 손에 죽는 모습을 눈 뜨고 볼 수는 없었다.침서는 온갖 수단을 써서 원하는 것을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만다.절대 침서의 악독함을 얕볼 수 없다.지금은 우선 상녕을 구하고 다시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기억을 회복한 낙요는 막 여국에 왔을 때 침서가 복종하는 모습도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침서는 아마도 성수를 복용하지 않았을 것이다.낙요도 침서를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많은 사실을 깨달은 낙요의 마음속에는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그러자 상녕이 갑자기 낙요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청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낙요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상녕의 확고한 눈빛을 바라보았다.낙요는 마음이 흔들렸고, 확고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상녕에게 자신이 도망친 흔적을 숨겨달라고 했을 때, 침서가 화를 낼 거라고 예상했으나 상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라도 상녕에게 무슨 짓을 벌이진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낙요가 틀렸다.침서같은 사람의 수하 중에서, 그를 진심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도주영을 뒤엎을 수 있으니, 다른 군영도 충분히 뒤엎을 수 있었다.도성에 막 돌아온 이틀 동안, 낙요는 잠시 침서의 부에 머물렀다.이튿날, 침서는 볼 일이 있다며 외출했으나 난희를 보내 시중을 들게 했다.말로는 시중이지만 사실은 감시였다. 낙요가 상녕을 데려갈까 봐 걱정되었다.난희는 세심하게 차를 따라주며 옆에서 시중을 들었다.낙요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난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장군부에는 얼마나 있었느냐?”난희가 답했다.“5년입니다.”낙요는 멈칫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5년? 그래서 전에는 보지 못했구나.”말을 마친 낙요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난희를 훑어보며 물었다.“그나저나, 넌 참으로 나를 많이 닮은 것 같구나.”난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고개를 숙인 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낙요는 찻잔을 들고 무심하게 말했다.“장군부에 5년 밖에 있지 않았는데 침서의 신뢰를 얻었다니.”“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너를 침서의 손에서 구해준 것이다. 아니면 넌 벌써 죽었을 테지.”이 말을 들은 난희는 의문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다.대제사장이 난희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가?유일하게 침서가 난희를 죽이려고 할 때, 낙청연이 난희를 구해주었다.이 사실을 떠올린 난희는 깜짝 놀라 낙요를 바라보았다.“당신은…”낙요가 낙청연이라고?!낙요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부정하지 않았다.순간, 난희는 많은 사실을 깨달았다.왜 낙청연의 벗들이 대제사장과 어울리는지 말이다.그들은 처음부터 낙요가 낙청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낙청연은 죽지 않았다!그때 침서는 낙청연의 시체를 안고 와 보름 동안 폐관했다.난희는 침서가 비통한 마음에 그런 것인 줄 알았으나, 지금 생각해 보니 낙청연을 부활시키려고 그런 것이었다!그러나 낙청연이 낙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아니면 처음부터 낙청연이 곧 낙요였을까?난희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낙요가 입을 열었다.“이제는 네가 보답할 차례다.”정신을 차린 난희는 난감한 기색이었다.“대제사장, 상녕을 풀어달라는 것입니까?”“하지만 대제사장, 침서 장군의 성질을 잘 알지 않습니까. 제가 혼사를 망쳤다는 걸 알게 된다면… 저를 죽일 겁니다.”상녕은 중요하지 않지만, 낙요가 상녕을 데려가면 침서가 혼인으로 낙정을 협박할 수 없었다.혼사를 그르치면 침서는 또 미쳐 날뛸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낙요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다.”“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상녕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상녕을 구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침서가 이 때문에 분노하면 상 장군 일가에게 복수할지도 모른다.없는 죄명을 지어내서라도 상 장군 일가를 도성에 가두어 처형할 것이다.“그렇다면 대제사장은…”난희는 의문스러웠다.낙요가 물었다.“지난번에 침서는 낙정을 잡아, 그녀를 죽였다며 머리를 들고 왔다.”“낙정은 정말 죽은 것이 맞느냐?”여국에 오기 전부터 낙요는 침서에게 낙정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그때 침
바로 그때, 난희가 다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께서 사람 몸에 짐승의 혼이 붙은 살수를 조사할 때, 침서는 낙정을 고문하여 도주영이라는 단서를 얻어냈습니다.”“낙정이 추격당해 장군부로 도망쳐 온 그날 밤, 장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모릅니다.”낙요는 깜짝 놀랐다. 도주영의 단서도 낙정이 침서에게 준 것이었다.교활한 낙정은 절대 사실대로 말했을 리가 없었다.그러니 도주영에 덮어씌운 게 분명했다.여국에 와서 있었던 모든 일을 회상하고 단서들을 이어보니 곧바로 황후가 떠올랐다.낙정은 아마도 황후의 명을 받고 행동했을 것이다.그 약인들도 황후가 낙정에게 내보내라고 명한 듯한 모양이다.황후는 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그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도 만족하지 않는단 말인가?생각에 잠겨 있던 낙요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난희를 보며 물었다.“참, 구십칠이 왔던 그날 밤에 너도 있었느냐?”이 말을 들은 난희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낙요는 난희의 반응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곧바로 난희가 입을 열었다.“대제사장, 따라오십시오.”낙요는 난희를 따라 그의 방에 들어섰다.방문을 닫자, 난희는 서랍의 비밀 공간에서 비단함을 꺼내 낙요에게 건넸다.비단함을 열어보니 피 묻은 불전련 세 개가 놓여 있었다.낙요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난희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구십칠이 온 그날 밤, 마침 장군께서 부에 돌아와 방에서 마주친 겁니다.”“그 밀실에는 다른 통로가 없었습니다.”“구십칠이 쓰러지던 그때, 마침 불전련 몇 개가 바닥에 떨어져서 제가 몰래 가져왔습니다.”낙요는 비단함을 꽉 쥐었다.심지어 구십칠이 잡히고, 명을 달리하는 마지막 모습까지 상상할 수 있었다.낙요는 타오르는 분노를 애써 삼키고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알겠다.”곧바로 낙요는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이런 일들을 물어봤다는 걸 침서에게 알리면 너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난희는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유단청이 고개를 끄덕였다.정원을 나서자, 백서가 급히 달려왔다.부에 있는 사람들 모두 기뻐했으나, 백서의 안색은 매우 초조했다.“대제사장, 부진환은 돌아오지 않은 겁니까?”백서가 긴장하며 물었다.낙요는 멈칫했다.백서는 말이 없는 낙요를 보더니 재차 물었다.“대제사장, 부진환은 설마…”낙요는 백서가 부진환을 연모하는 마음을 보아낼 수 있었다.하여 낙요는 단호한 어투로 답했다.“죽었다고 생각하거라.”백서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낙요는 곧장 앞으로 걸어갔고, 유단청은 멈칫하더니 낙요를 따라갔다.그렇게 낙요의 정원까지 쫓아왔다.낙요가 방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유단청은 떠날 기미가 없었다.하여 낙요는 고개를 돌려 유단청에게 물었다.“왜 따라온 것이냐?”유단청은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대제사장, 죽었다고 생각하라는 건 안 죽었단 말씀이지요?”낙요는 덤덤하게 대답했다.“어찌 됐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유단청은 한시름 놓더니 곧바로 웃으며 대답했다.“살아있다니 다행입니다.”“하지만 백서가 오해한 모양입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던데…”낙요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오해하지 않을 것이다.”“너에게는 부진환이 살아만 있으면 되겠지만, 백서는 그게 아닐 것이다.”말을 마친 낙요는 유단청에게 당부했다.“하인들에게 알리거라. 앞으로 부진환이라는 이름을 꺼내지 말라고.”“그의 행방도 묻지 말아라.”유단청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부진환이 천궐국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신분이 특수한 사람인 데다 대제사장이 다시는 그 이름을 꺼내지 말아라는 걸 보니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밥을 먹은 후, 낙요는 유단청에게 약재를 사 오라고 당부했다.재료를 마련한 후, 낙요는 방에서 혼자 분주했다.백서는 물어보고 싶은 게 한가득해 낙요의 정원까지 찾아왔으나, 감히 들어서지 못하고 결국 다시 떠나고 말았다.백서는 종일 마음이 어수선했다.부진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낙요는 담담하게 웃었다. “이건 이미 바꿀 수 없는 사실이요.”“안으로 들여가시오. 이곳에 두면 길을 막으니까요.”유단청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과 함께 상자들을 하나씩 창고로 옮겼다.이날, 침서가 거하게 납폐 금을 보냈다는 사실이 온 도성에 퍼졌다.거리마다 이 일을 의론하고 있었다.“보아하니, 이번에 대제사장과 침서 장군이 정말 혼인하는 모양입니다.”“그러니까요. 두 달 전부터 소식은 있었는데 행동이 없으니, 수포가 된 줄 알았습니다.”“이번에 납폐 금까지 보냈다니, 혼사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이 일은 아주 빠르게 퍼졌다.그리고 궁에서도 이 소식을 알게 되었다.황후는 하루 종일 기분이 없었다. 낙정이 도착하자, 태도는 더욱 안 좋았다.”“여기는 왜 온 것이야? 낙요와 침서가 곧 혼인한다는데 어서 방법을 생각해서 제지하지 않고?”“낙요와 침서가 혼례를 치르고 두 사람이 협력하면, 위협은 더욱 커진단 말이다.”낙정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낙요는 도주의 일을 이미 조사해 냈습니다. 제가 가봤는데, 약인을 만드는 우리 기지도 이미 찾아냈습니다.”“허계지는 이미 죽었습니다.”“다행히 허계지는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아, 우리를 거론하지 않았습니다.”“지금 낙요의 혼사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입니다.”이 말을 들은 황후는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낙정을 쳐다보았다.“혹시 부진환을 말하는 거냐?”낙정은 고개를 끄덕이었다. “오직 부진환만이 이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직 부진환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낙요와 침서의 혼사가 다가오는 틈을 타서 낙요를 죽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럼, 이 일은 너에게 맡기겠으니, 날 실망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황후의 어투는 무거웠다.낙정은 공손하게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오직 낙요를 죽여야만, 그녀에게 다시 대제사장이 될 기회가 생긴다.궁을 떠난 후, 낙정은 곧바로 출궁했다.어두운 곳에 숨어 있던 한 궁녀가 황후의 침궁을
그 미소에 해 귀비는 친근함을 느꼈다.“대제사장, 무슨 그런 말을 하시오.”“전에 대제사장을 몇 번 만났었는데 그때는 대제사장이 다소 냉담하고 친구를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소. 그래서 오늘 대제사장을 모셔 올 때 조금 긴장했소.”“그런데 대제사장이 이렇게 친근하고 친절한 사람일 줄은 몰랐소.”낙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해 귀비께서 친근하다고 느낀 건 그 때문이 아닐 겁니다.”해 귀비는 의아해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그렇다면 무엇 때문이오?”“귀비마마께서는 제가 이미 돌아가신 귀비마마의 친우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낙요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혹시라도 해 귀비가 바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곧바로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해 귀비는 살짝 당황했다.잠깐이지만 그녀는 확실히 낙청연이 떠올랐다.해 귀비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가 살짝 굳어졌다. 그녀는 어쩐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농이 심한 것 같소.”곧이어 해 귀비는 표정이 살짝 엄숙해지더니 정중하게 말했다.“오늘 대제사장을 이곳에 모셔 온 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대제사장과 침서의 혼사에 관한 이야기는 궁까지 전해졌소. 오늘 누군가 황후의 침궁에서 몰래 나왔는데 그 사람은 낙정이었소.”“낙정은 잠깐 종적을 감추었는데 황후와 여러 번 은밀히 만났소.”“추측하건대 황후는 절대 대제사장이 침서와 순조롭게 혼인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오.”“그러니 경계하는 게 좋겠소.”그 말에 낙요는 깜짝 놀랐다.예상대로 낙정이 나타났고, 정말 계속해 그녀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정신을 차린 낙요가 웃으며 물었다.“해 귀비께서는 어찌 이 일을 제게 알려주시는 겁니까?”해 귀비는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대제사장이 황후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소.”“나도 마찬가지요.”“적의 적은 친구라지. 그래서 나는 대제사장을 한 번 도와줄 수 있소.”그 말에 낙요는 깨달았다.그녀가 취혼산에서 죽었을 때 해 귀비
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접니다.”해 귀비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러면 낙요는?”낙요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것 또한 접니다.”낙요는 해 귀비에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당시 제가 취혼산의 함정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때 침서가 절 데려가서 제 혼백을 원래의 몸에 넣어줬습니다.”“저는 처음부터 낙요였습니다. 그러다가 낙청연이 되어 천궐국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고 다시 낙요의 몸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단지 잠깐 기억을 잃었을 뿐입니다.”“그래서 예전에는 귀비를 떠올리지 못했습니다.”“이번에 도주에 갔다가 기억을 회복했고 도성으로 돌아오자마자 귀비께서 절 찾으셨습니다.”“저희가 동맹인 건 운명인가 봅니다.”해 귀비는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람과 동시에 기쁨을 느꼈다.낙청연의 죽음 때문에 해 귀비는 오랫동안 슬퍼했다.그런데 낙청연이 죽지 않았다니.“낙청연이 죽은 뒤에 네가 나타났다는 말은 들었다. 침서와 연관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하지만 난 너의 신분을 의심한 적 없다.”“넌 결국 대제사장이 되었군. 바라던 것을 이루게 되었으니 말이다.”해 귀비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낙요는 겉으로 웃었지만 마음은 씁쓸했다.비록 원하던 바는 이루었지만 낙청연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니 말이다.해 귀비는 뭔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참, 고묘묘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네가 침서와 혼인하여 가장 화가 난 사람은 고묘묘일 테니 말이다.”“내가 요즘 사람을 시켜 감시하고 있지만 고묘묘 쪽에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얌전할수록 수상쩍은 법이지. 어쩌면 널 해치려고 뭔가 계략을 짜고 있을지도 모른다.”“내가 사람을 시켜 계속해 지켜보겠지만 너도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그러고 보면 낙요는 지금 사면초가였다.낙요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뭔가를 잊은 것 같았는데 그것이 고묘묘였다.그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뭔가 큰 걸 준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낙요는 날이 저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