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요가 재촉했다.그러자 주락이 말했다.“어서 들어가 쉬십시오. 저는 기옥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낙요는 고개를 끄덕이고 부진환과 함께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가 보니, 강여는 아직도 낙요를 기다리고 있었다.“사부님, 그 기옥이라는 자는 누구입니까?”강여는 궁금한 듯 물었으며, 어투에는 시샘의 뜻도 담겨 있었다.낙요는 웃으며 말했다.“기억을 잘 나지 않는구나.”“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까?”강여는 곧장 일어서 낙요에게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사부님을… 언니라고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사부님의 동생이라면, 저는 사숙이라고 불러도 됩니까?”강여는 두 눈을 반짝이 기대에 찬 얼굴로 물어보았다.사부님의 다른 제자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래. 난 기옥을 동생처럼 생각하고, 기옥은 구십칠이 연모하는 사람이기도 하니…”낙요는 무거운 어투로 말했다.강여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래서 오자마자 구십칠에 대해 물어봤던 거군요. 구십칠과 그런 사이였다니…”강여는 암담한 눈빛을 한 채 두 손으로 탁자를 짚었다.“구십칠은 너무 억울하게 죽었습니다.”“그래서 방에서 그렇게 슬피 통곡한 거군요.”강여는 한숨을 내쉬며, 순간 그 사숙이라는 자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낙요는 나침반을 꺼내 강여의 시선을 집중시켰다.“참, 사부님이라고 부르는데 아직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못했구나.”“마침 기옥의 미래를 살펴볼 테니, 잘 따라 배우거라.”평소 같으면 낙요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계산할 테지만, 강여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오늘은 특별히 조금 느리고, 강여가 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강여는 정신을 집중해 배우기 시작했다.계산해 낸 후, 낙요는 점괘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강여는 한쪽에서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기옥의 명은 올해 큰 변화가 있으며, 앞으로 쭉 피바람 속에서 살게 되어 점괘를 푸는 낙요도 무서울 정도였다.험난한 길이지만,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었다.주락의 근심과 달리,
곧바로 부진환과 주락도 돌아왔다.“물건을 많이 샀습니다. 모두 마차에 두었고, 오늘은 마차를 한 대 더 준비했으니 밥을 먹고 바로 출발합시다.”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다들 식사부터 하시오.”햇살이 따뜻한 오전에, 그들은 채비를 마치고 출발했다.주락과 기옥이 한 마차에 타고, 부진환, 낙요와 강여가 한 마차에 탔다.사흘 후, 일행은 도주성에 도착했다.일행은 허서화의 생신 전날에 도주성에 도착해 객잔을 찾아 묶으려고 했다.그러나 기옥이 만류했다.“도주성에 왔으니, 저와 함께 성주부에 갑시다. 마침 고모를 소개해 주겠습니다.”낙요는 생각하다 결국 승낙했다.“그래, 가자.”그렇게 마차는 즉시 성주부로 향했다.기옥은 문 앞의 시위와 신분을 표명했다. 곧바로 화려한 차림의 여인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옥아, 드디어 왔구나.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냐?”허서화는 기쁜 얼굴로 다정하게 기옥의 손을 잡았다.정말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이었다.기옥은 웃으며 말했다.“고모, 이번에는 제 벗들도 함께 데리고 왔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부가 시끌벅적하니 좋지 않습니까.”“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곧바로 기옥은 한 명 한 명 소개하기 시작했다.허서화는 일행을 천천히 훑어보았다.자애로운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허서화는 일행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예리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이 고모라는 자는 간단하지 않아 보였다.“옥이의 친구이니, 여기에 서 있지 말고 어서 들어오시오.”허서화는 웃으며 손짓하고 일행을 부에 들여보냈다.성주부는 아주 웅장했으며, 마침 내일 연회의 장식을 배치하고 있었다.허서화는 그들을 내원으로 데려와 관사에게 분부했다.“관사, 손님들이니 객방을 마련하거라.”“예.”그렇게 허서화는 일행을 데리고 정원에 앉아 차를 마시며 함께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관사가 찾아왔다.“객방이 준비되었습니다. 손님들의 물건은 제가 사람을 시켜 방에 들여보내는 게 어떻습니까?”주락이 일어서며 말했다.“아니요,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었다.낙요는 멈칫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럴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어쩌면 잘 못 본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바로 그때, 주락과 부진환이 물건을 들고 걸어왔다.그중 대부분이 허서화에게 주는 예물이었다.그러나 허서화의 시선은 부진환이 등에 메고 있는 물건에 꽂혔다.그것은 천을 감싼 강풍산이지만, 손잡이가 슬쩍 보였다.“고모, 이건 저희가 특별히 준비한 겁니다. 마음에 드실진 모르겠지만…”기옥은 허서화에게 하나하나 소개해 주었다.허서화는 시선을 거두고 한바닥 놓인 예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네 성의는 고모가 충분히 느꼈다.”“참으로 효녀구나.”기옥이 답했다.“저 혼자 산 게 아닙니다. 다들 첫 방문이라 고모께서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니, 부디 이해해 주세요.”허서화는 총애 가득하게 기옥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했다.“고모가 어찌 그런 걸 따지겠냐.”말을 마친 허서화는 고개를 돌려 낙요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옥이를 보살펴 줘서 고맙소. 이번에는 옥이와 함께 부에 며칠 머무는 게 어떻소?”“도주성이 처음이니 구경하다 가시오.”“어떻소?”낙요는 거절하지 않고 예를 차리며 동의했다.“그렇다면 며칠 폐를 끼치겠소.”허서화는 기뻐하며 말했다.“좋소. 그렇다면 어서 씻고 옷을 갈아입으시오. 잠시 쉬다가 저녁 식사를 하시게나.”허서화는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객방은 남녀가 구분되어 있어 다른 정원에 있었다.부진환은 물건을 전달한 후, 곧바로 주락과 함께 옆 정원으로 향했다.계집종이 뜨거운 물을 받아와 목욕을 시중하려고 했으나, 낙요는 멈칫하며 말했다.“차가운 물을 받아와 줄 수 있냐? 뜨거운 물은 잘 쓰지 않는다.”계집종은 흠칫하더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예.”계집종은 밖으로 나가 물을 바꾸려고 했다.마침 문밖에 있던 강여는 이 말을 듣고 급히 계집종을 막아섰다.“아니, 그대로 뜨거운 물을 쓰거라.”낙요는 깜짝 놀랐다.“강여!”강여는 급히 달려와 낙요를 끌어당겼다.“사부님, 이 날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일행은 전원에 초대받았다. 탁자에는 어느덧 진수성찬이 놓여 있었다.모두 하나둘씩 자리에 앉았다.기옥은 허서화에 끌려 그의 옆에 앉았다.“다들 서먹해하지 말고, 자기 집이라 생각하고 있으시오.”“우리 도주성은 밤이 아주 시끌벅적하니,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나가서 구경해 보시오. 아주 마음에 들 거요.”낙요는 고개를 끄덕였다.밥상 위에서, 낙요와 부진환, 주락은 말이 없었고 강여와 기옥은 쉼 없이 담소를 나눴다.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저녁 식사를 마치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밖으로 나가 구경하려고 했으나, 마침 하늘에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일행은 정원에서 흐린 하늘을 바라보았다.낙요가 먼저 입을 열었다.“보아하니 비가 내릴 것 같소. 오늘은 가지 않는 게 어떻소?”“오늘 저녁은 다들 푹 쉬시오. 며칠 길을 쫓느라 고생이 많았소.”부진환도 고개를 끄덕였다.“날이 좋아지면 다시 갑시다.”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차가운 밤의 한기가 방에 들어와, 낙요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낙요는 앞으로 다가가 창문을 닫았다.우르릉!갑자기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벼락이 내리치며 밤하늘을 밝혔고, 그 순간 낙요는 창밖으로 맞은편 복도에 서 있는 누군가를 발견했다.나뭇잎이 그의 몸 절반을 가려 얼굴을 반 밖에 보지 못했다.하지만 그 예리한 눈빛에 낙요는 등골이 오싹했다.낙요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번개가 쳐서 살펴보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성주부의 사람인 건 확실했다.낙요는 조심스럽게 창문을 닫았다. 이미 누군가의 눈에 든 게 확실했다.낙요는 침상에 돌아와 누웠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다.천둥소리와 함께 비바람이 불었고, 빗물이 사정없이 바닥에 내리치니 다른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낙요는 자시까지 눈을 뜨고 누워있었다.순간, 지붕에서 기와를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낙요는 미간이 흔들리
이때,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와 낙요는 곧바로 경계하며 고개를 돌렸다.부진환과 주락이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인기척을 들은 기옥과 강여도 방에서 나왔다.“무슨 일입니까? 방금 그것은 무슨 소리입니까?”강여가 다급히 물었다.낙요는 빗물 때문에 눈조차 뜨지 못했다.“들어가서 얘기하자꾸나.”방 안의 촛불이 다시 한번 밝혀졌다.불을 밝히자 부진환과 주락이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것이 보였다.부진환은 낙요를 그윽하게 바라봤다.“검은 옷을 입은 자가 대제사장님을 찾아왔습니까?”낙요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의 방에도 찾아간 것이오?”부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주락의 방에도 갔습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자를 잡지는 못했습니다. 저희는 이곳 저택이익숙지 않아 아무 곳이나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혹시나 대제사장님에게 위험이 있을까 봐 걱정되어,이렇게 찾아왔습니다.”그 말에 낙요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렇다면 아마 한 명이 아니겠군.”“따로 행동한 것 같습니다.”기옥과 강여는 난처한 얼굴로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전 보지 못했습니다.”“저도 마찬가지입니다.”기옥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이곳은 성주 저택인데 어떤 간 큰 이가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입니까? 설마 세 분만 그런 일을 겪었단 말입니까?”강여는 그 말을 듣고 황급히 말했다.“얼른 잃어버린 건 없나 확인해 보십시오.”낙요는 분심검을 들었다.“확인해 볼 필요 없다.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다.”“그 사람은 분심검을 들고 도망쳤는데 도망치던 와중에 갑자기 분심검을 버리더구나.”“물건을 훔치러 온 사람 같았다.”부진환도 고개를 끄덕였다.“저희 짐에도 손을 댔는데 잃어버린 것 없었습니다.”“그들이 뭘 찾으려 한 것일까요?”그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밖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창밖 복도의 촛불이 밝혀졌고 곧이어 허서화가 사람을 데리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그녀는 초조한 목소리로 외쳤다.“옥아! 옥아!”기옥은 곧바로 문을 열
“스승님, 어서 옷을 갈아입도록 하세요. 고뿔에 걸리겠습니다.”강여는 손수건을 들고 낙요의 머리카락을 닦아주었다.부진환도 말했다.“저희도 우선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느지막하게 돌아오겠습니다.“좋소.”각자 방으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은 뒤 사람들은 다시 낙요의 방에 모였다.문과 창문을 닫았는데 밖에서는 여전히 천둥이 치면서 비바람이 몰아쳤다. 밤새 내릴 듯한 기세였다.사람들은 탁자를 에둘러 앉아 차를 따랐다.낙요는 기옥에게 물었다.“이 성주 저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기옥은 낙요의 말뜻을 이해했다. 오늘 밤 이곳에 묵자마자 도둑이 들었으니 성주 저택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예전에 저희 아버지와 허서화 고모는 아주 친한 친우였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론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자주 이곳에 놀러 왔었습니다.”“저희 가족과 허씨 가문 사람들은 사이가 아주 좋았고 그중에서도 서화 고모는 제게 제일 잘해주셨습니다.”“고모는 젊었을 적 딸이 한 명 있었는데 요절했고 고모의 부군은 그녀를 버렸습니다.”“그 뒤로 고모는 사내 한 명을 알게 되었고 그에게 모든 것을 바쳤는데 그 역시 고모를 버렸습니다.”“그때 고모는 병을 앓았고 몇 달 동안 앓아눕게 되었습니다. 그때 성주 어르신은 무척 화가 나서 그 사내를 찾기 위해 사람을 아주 많이 보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행방을 찾지 못했지요.”“성주 어르신도 그때부터 앓아누우셨습니다.”“서화 고모의 남동생은 유약한 분이라 큰일을 도맡아 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성주 저택을 잠깐 관리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또한 앓아누웠지요.”“결국에는 저희 고모가 나서야만했습니다.”“그 뒤로 고모는 사람이 완전히 달라져 성주 저택 일을 처리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 뒤로 다시는 혼인하지 않았습니다.”“사실 고모는 아이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데릴사위라고 해도 오는 사람이 없었지요.”“성안의 사람들은 고모가 너무 대단해서 그 어떤 사내도 고모의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쉬기 위해 침대에 눕자마자 낙요는 문밖에누군가 있음을 눈치챘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스승님, 접니다!”강여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녀는 이불을 들고 있었다.낙요는 미간을 찡그렸다.“뭘 하는 것이냐?”강여는 멋쩍은 얼굴로 웃어 보였다.“스승님, 오늘 밤천둥소리가 아주 큰 것 같지 않습니까? 스승님께서 잠을 못 이루실지 걱정되어 제가 같이 있어드리려고 왔습니다.”낙요는 당황스러웠지만 굳이 정곡을 찌르지는 않았다.낙요는 강여의 이불을 건네받으며 말했다.“너도 왔으니 가서 기옥도 불러오거라.”강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가보겠습니다.”낙요는 이불을 펴놓았다. 다행히도 침상이 커서 세 사람도 거뜬히 잘 수 있을 듯했다.그렇게 곧 강여가 기옥을 데리고 왔다.“오늘 밤 비가 참 크게 내리는군요. 마치 겨울처럼 춥습니다. 부디 내일은 날씨가 좋았으면좋겠네요.”강여는 목을 움츠리며 맨 처음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다.낙요는 기옥을 도와 이불을 폈고 이내 세 사람은 함께 침상에 누웠다.강여는 중간에 누워있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낙요를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스승님, 제가 좋은 물건을 가져왔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작은 손난로를 낙요의 손에 쥐어주었다.“스승님, 오늘 밤 비를 맞아서 고뿔에 걸릴 수도 있으니 안고 주무세요.”말을 마친 뒤 강여는 그녀에게 바짝 붙더니 기옥을 잡아당겼다.“사숙, 이쪽으로 누우세요.”기옥은 허탈한 듯 웃음을 치면서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세 사람은 그렇게 함께 누웠고 이내 따뜻해졌다.강여는 스승님을 따뜻하게 해주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강여, 난 당신에게 가르쳐줄 것이 별로 없소. 그런데 날 정말 사숙이라고 부를 것이오?”기옥은 강여가 장난으로 하는 얘긴 줄 알았었는데 정말 그녀를 사숙이라고 불렀다.강여는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당연하지요. 이것은 항렬이니 절 가르치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기옥은 의아했다.“그렇다면 이곳
난희의 반응을 보니 흔들린 듯했다.낙정은 차갑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천천히 앞으로걸어 나오며 말을 이어갔다.“내키지 않지? 분명 당신이야말로 침서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사람이니 당연히 당신이 침서의 곁에 서 있어야지.”“하지만 난 알고 있소. 당신은 침서의 명령을 어길 수 없고 감히 낙요를 죽일 수도 없었겠지.”“그러나 성공한다면, 당신은 장군 저택의 미래 안주인이 될 것이오.”난희는 주먹을 꽉 움켜쥐더니 몸을 돌려 호통을 쳤다.“그만 얘기하시오!”그녀는 낙정이 말을 이어가게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몸을 돌리는 순간, 낙정이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을 꽉 틀어막았다.낙정은 난희의 뒤통수를 힘주어 눌렀다.난희는 잠깐 버둥거렸지만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낙정은 아픈 건지 손에 힘을 풀었다. 그녀는 온몸의 통증을 참으며 곧바로 몸을 숙여 난희의 옷을 벗겼다.그녀는 난희의 옷으로 갈아입은 뒤 곧바로 그 방을 떠나 사람이 없는 후원으로 향했다.깜깜한 어둠 속, 가끔 순찰하는 호위들이 지나가기는 했지만,낙정은 태연자약하게 행동하여 의심받지 않았다.그녀는 빠르게 후문으로 도망쳤다.그곳을 떠난 뒤 낙정은 신속히 궁으로 향했다.황후의 침궁에 도착했을 때, 낙정은 무기력하게 바닥에 쓰러졌다.황후는 싫은 내색을 내비치며 미간을 찌푸린 채로 그녀를 흘깃대더니 손을 들어 궁인들에게 물러나라고 눈치를 줬다.사람들을 물린 뒤 황후는 작게 기침했다.“네가 돌아올 줄은 몰랐다.”“왜 이렇게 심하게 다친 것이냐?”낙정은 무기력하게 몸을 지탱했다.“그들이 도주로 향했습니다.”그 말에 차를 따르던 황후가 멈칫했다.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낙정을 바라봤다.낙정이 다급히 말했다.“황후마마께서는 침서의 수단을 알고 계시지요.”“전 계획대로 도주영을 일러바쳤습니다.”“하지만 이번에 낙요도 따라서 도주로 향한 것 같았습니다. 낙요가 진실을 알아낼지 걱정됩니다.”황후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사색에 잠겼다.잠시 뒤 그녀는 덤덤히 말했다.